연재

[포토포엠] 기억하는 봄 

 

시인 이채민 / 사진 김현동

▎인천 강화도 고려산 기슭에 핀 진달래 꽃밭이 그늘 너머 빛을 머금고 있다.
끈 하나도 없는 가녀린 몸피로
무작정 파고드는 진한 그리움을
어쩌려고 데려왔느냐

분홍 햇살알갱이 더럭더럭 몸에 감고
둥지 떠난 오래비의 슬픈 사연
어쩌려고 안고 왔느냐

천진암 골짜기 저녁연기 묻어있는 종소리는
또 어쩌려고 풀어놓는 것이냐

지워진 시절을 한 다발 안고지고
기별 없이 온 것처럼, 떠나겠지만
살아 있음에
간간이 들리는 너의 서늘한 신음까지
공손히 뼛속 깊이 받아 안으리.

이채민 - 2004년 <미네르바>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서정주문학상, 미네르바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빛의 뿌리> 외 2권이 있다. 현재 계간 <미네르바> 주간으로 재직 중이다.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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