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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文 정부 괴롭히는 ‘伏兵’ 변수들 

비수처럼 튀어나와 순식간에 판 헝클어뜨릴 수도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전 국제신문 서울정치부장 jwhn20@naver.com
대통령 지지율 60%대로 떨어지면서 당·청 내 우려감 고조…북·미관계, 여야 협치, 한·미 FTA 재협상 등에 이목 집중돼

▎취임 초 80% 안팎의 고공비행을 이어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서는 60%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북·미 우발 충돌과 트럼프 변수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합당 여부 ▷한·미 FTA 개정 협상 등을 문 정부의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 꼽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만은 반드시 꼭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어보는 거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10월 1일자)에서 “김경수에게 문재인이란?”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숙제를 함께 해나가고 있는 분”이라는 답변과 함께 한 말이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이번만은 결코 실패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각오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당·청은 최근 지지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9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전주(前週) 대비 5%p 하락한 65%를 기록했다. 집권 후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70~80%를 넘나드는 지지율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던 것”이라면서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로 내부의 분위기를 귀띔했다. 실제 당·청은 최근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한 정밀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별 민심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방어논리뿐 아니라 선제적 홍보 공세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다소 호들갑으로도 비치는 당·청의 위기감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문이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은 만만찮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 속에서의 전국 단위 선거 패배는 사실상 집권 1년 만에 ‘레임덕’을 의미한다. 따라서 당·청은 최소한 지방선거까진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곳곳에 도사린 복병(伏兵)이 문제다. 비수처럼 튀어나와 순식간에 판을 헝클어뜨리는 돌발적 변수들이다. 사안의 성격상 거의 예측이 불가한데다 그 영향력은 치명적이다. 그만큼 상황관리가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말이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는 이런 복병에 달려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 전까지 예상해볼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잠재적 복병’을 점검해본다.

북·미 우발 충돌과 트럼프 변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방미 때 향후 5년간 128억 달러 대미 투자계획 등 선물보따리를 풀었음에도 FTA 협상 재개는 막지 못했다.
9월 27일 청와대의 여야 4당 대표 초청 만찬에서 3쪽 분량의 대외비 보고서에 담긴 민감한 안보 상황이 공유됐다. 이 가운데 “우발적 사고의 군사적 충돌 우려”라는 표현이 바깥으로 보도됐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측의 잇따른 ‘우발적 충돌’ 경고 메시지는 그만큼 우리의 뜻대로 상황 관리가 쉽지 않은 현실을 방증(傍證)하고 있다. 사실 북한과 미국의 ‘말폭탄’에도 양측 간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북한으로선 체제 붕괴 가능성을, 미국으로선 엄청난 인명 손실을 감당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둔 ‘투 트랙’ 전략을 고수하는 것도 이런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우발적 충돌은 이성적 합리적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현장 또는 일선 지휘부의 독단적 결정만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전광석화처럼 이런 일이 벌어지면 우리 정부가 사전 개입할 틈도, 중재할 시간도 없다. 그냥 속수무책으로 전쟁 속으로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이 있은 지 사실상 하루 뒤인 9월 23일 자정,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국제공역에서 단독으로 군사무력 시위를 벌였다. 괌 기지에서 발진한 ‘죽음의 백조’ 전략폭격기 B-1B 편대와 이를 호위하는 F-15C 전투기 편대가 참가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실제 작전이 시행되기 두 시간 전에야 우리 국방부에 그 사실을 알려왔다”면서 “교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과감한 작전이 우리 정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방부도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닷새 전인 9월 18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미군의 전략폭격기 한반도 전개설을 전하며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면 한국 전투기가 호위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군은 한국 공군의 호위를 아예 요청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군 관계자의 말을 빌려 “미국은 협의가 아니라 통보했다”고 전했다.

당연히 북한은 발끈했다. “미국이 먼저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에 모든 자위권을 갖게 됐다. 전략폭격기를 쏘아 떨굴 권리가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같은 달 2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장에서 미국의 또 다른 유사 시위 때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일단 미국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다음날 미 상원 청문회에서 전략폭격기 B-1B의 NLL 북방 무력시위에 대해 “북한군의 대응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우발적 충돌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당시 미군은 무인정찰기(UAV)를 먼저 작전 공역으로 보내 안전 여부를 미리 정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상 핵전쟁에 가장 근접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업무 오찬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우발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NATO)군 총사령관은 북한의 반발 직후 와의 인터뷰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를 제외하면 역사상 핵전쟁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경고했다.

만에 하나 이런 상황이 실제 일어날 경우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조차 싫을 만큼 끔찍하다. 설사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으로 수습된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은 결코 가볍지 않다. 휴전 이후 60년 넘도록 어렵게 이어져온 평화 관리의 실패에 대한 정치적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외교통들 역시 경고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9월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담에서 “6·25 전쟁 이래 한반도에 많은 우여곡절과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닌가 한다”면서 “우발적인 충돌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도 한 강연에서 “지금처럼 북·미가 막다른 골목으로 서로를 몰아넣으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참여정부 시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외교부 장관을 지낸 인물들이다. 이들의 우려를 문 대통령이 귓등으로 흘려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문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그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으며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사석에서 “대통령의 말씀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면서 “충분히 상황을 관리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자신감의 근거로 두 대통령의 신뢰와 소통능력을 들었다. “두 분의 통화 때 문 대통령이 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편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굿(good)’ 또는 ‘베리 굿(very good)’이라며 적극 맞장구를 친다. 견해차라는 것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그 자체가 복병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이어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한 자신의 외교 사령탑에게 “시간 낭비 말라”고 뒤통수친 최근 사례가 그 위험성을 대변해준다. 일각에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발언에 대한 공개적 폄하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른바 ‘굿캅(온건한 경찰)-배드캅(거친 경찰) 전략’을 통한 역할 분담론 또는 트럼프 스스로 김정은 이상의 ‘미치광이(madman)’을 자처해 자신이 군사적 옵션을 선호하는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틸러슨 장관의 협상력을 높여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후 틸러슨 장관의 ‘트럼프 멍청이(moron)’ 발언으로 두 사람의 불협화음이 불거진 걸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은 전략적 포석이라기보다 ‘욱’ 하는 그만의 기복 심한 성정에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직설적인, 때로는 너무 거친 말과 충동적인 감정 표현은 정말 위험천만하다. 북한이 자칫 오판해 괌 주변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거나, 서울을 향해 일제 포격을 벌일 수 있는 민감한 정세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김정은 역시 ‘미치광이 이론’을 선호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드시 ‘착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숙제다.

야당 협조 없이는 개혁 입법 ‘불가능’


▎9월 29일 국회 바른정당 회의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왼쪽)이 김세연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대표, 하태경 의원, 김영우 최고위원(왼쪽 둘째부터)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나라를 나라답게.’ 문 대통령의 지난 대선 캐치프레이즈다. 이를 위해 제1호 공약으로 내건 게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 그 첫 번째 수단이 바로 ‘이명박 박근혜 9년 집권 적폐청산’이다. 집권하자마자 속전속결에다 과히 전방위 압박으로 적폐청산을 몰아붙이고 있다.

무엇보다 “촛불정신을 계승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고 대통령이 된”(9월 19일 세계시민상 수상소감) 그로선 당연한 노릇이다. 동원 댓글을 통한 여론 왜곡과 선거 조작, 비판적 문화계 인사에 대한 교묘하고 집요한 탄압, 급기야 민망하기 짝이 없는 사진합성까지. 속속 드러나는 적폐의 ‘민낯’에 분노한 여론도 응원군이다.

그러나 ‘작용-반작용’일까. 청산 대상으로 내몰린 구 여권 측 반격 또한 만만찮다. 최종 타깃(?)으로 거론돼온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퇴행적” 발언이 신호탄이었다. 친이계 인사는 물론 자유한국당까지 가세, ‘적폐청산=정치보복’ 프레임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여권의 대응 논리는 명쾌하다. “사찰공화국·댓글공화국을 만든 MB의 적반하장”(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실제로 비리가 불거져 나오는데 수사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다.”(문 대통령)

그러나 정치적 명분이 있다고 해서 마냥 이 상황을 즐길 수 없다는 데 청와대 고민이 놓여 있다. 완벽한 적폐청산은 적폐를 양산해온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개혁, 즉 입법으로 가능하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100대 국정과제 중 최소한 91개의 과제가 국회 입법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선 원내 과반에 턱없이 모자라는 민주당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같은 뿌리인 국민의당 협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막혀버린다. 결국 자유한국당·바른정당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 회동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 가동을 절실히 희망했다. 야당을 어떻게든 여야 협치의 틀로 끌어들여 대화와 설득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 회동 자체를 걷어차버렸다. 여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문 대통령과 인식차”를 들어 소극적 태도로 돌아섰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대기하고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서양호 두문정치연구소장은 청와대와 민주당 간 엇박자를 우려한다.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인적청산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 개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생각이 다르다. 이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야당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고, 예상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일치된 목소리로 순항해왔던 당·청관계가 여야 협치 시기와 방법을 놓고 불협화음을 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뭉치는 보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한·미 FTA 비준 무효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집회가 2011년 11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렸다. 민주당 등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여야 협치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층을 의외의 정치적 걸림돌로 지목한다. “당청이 당면한 국회에서의 개혁 입법을 이유로 보수야당 포용 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지지층 이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누구보다 적폐청산에 목소리를 높여온 문 대통령의 지지층으로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정치적 타협을 ‘개혁의 포기’, ‘촛불민심 배반’이라며 반발할 공산이 짙다. 자칫 문 대통령으로선 ‘적폐청산이라는 게도, 여야 협치라는 구럭도 다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 협치가 정례화 제도화하지 못할 경우 현 원내 4당 체제의 가변성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당·청으로선 고민거리다. 당장 온건 합리적 대여관계를 모색해온 바른정당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친이계가 대거 참여한 당 구조로 볼 때 박근혜 정권을 넘어 이명박 정권을 향하고 있는 사정 드라이브에 적극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MB정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낸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결국 정치보복”이라며 “피가 피를 부를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당내 대표적 친이계인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은 자유한국당 중진들과 ‘통합추진위’를 결성했다. 현 정국 흐름을 방치할 경우 보수 재건은커녕 아예 보수가 뿌리 채 뽑혀나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따라 일단 한국당과의 통합에 나섰다.

이에 유승민 의원이 오는 11·3 전당대회에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제동을 걸고 나서긴 했다. 하지만 대표적 자강론자(自强論者)인 유 의원의 조기 등판이 오히려 통합파를 당 밖으로 떠미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앞서 정진석 한국당 의원과 ‘열린토론 미래’를 만들며 통합에 한 발 걸쳐놓은 김무성 의원이 작심하고 총대를 멜 경우 보수야당 통합은 본격적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보수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격변을 탄다고 해도 당·청이 딱히 대응수단이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과거처럼 집권세력이 정치공작으로 야당 의원을 빼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대응카드는 ‘우당(友黨)’으로 여겨온 국민의당과 합당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전반적 기류는 반대 입장이 강하다.

국민의당 군포을 당협위원장인 정기남 정치리더십센터 소장은 “개혁과 민생을 위해 도와줄 건 도와주지만 기조는 어디까지나 정책연대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지역기반인 호남을 두고 민주당과 경쟁하고 있는 상태에서 섣부른 통합은 정치적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선명 야당을 기치로 전면에 나선 안철수 대표는 ‘제3당 캐스팅보터’로서 독자생존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오히려 바른정당 통합파가 떨어져 나간 후 상황이 국민의당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이 손을 잡고 이른바 ‘제3지대’의 중심을 자처하며 정계재편의 주인공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문재인 정부로선 강골로 똘똘 뭉친 자유한국당, 비문(비 문재인)·반문(반 문재인) 연대축이 될 국민의당이라는 전혀 새로운 정치지형이라는 또 다른 복병과 맞닥뜨릴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론과 한·미 FTA 개정 협상의 딜레마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7일 청와대에서 가진 여야 4당 대표와의 만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당의 상징색인 초록색 넥타이를 맸다. 왼쪽부터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9월 13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벌어진 국회 본회의장. 문재인 정부의 초기 경제 성적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매서웠다. 경제관료 출신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진단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경제성장률은 OECD 국가 중 8위에서 18위로 밀려났고 제조업 가동률은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장바구니 물가는 OECD 평균보다 세 배 이상 올랐고 청년일자리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저평가 성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국민의당 정책통 김성식 의원은 소득주도성장론에 편중된 경제정책을 집중 질타했다. “소득주도성장론 자체는 입론의 근거나 연계 고리는 사실 취약하다. 너무 도그마(독단적)로 하면 정책수단이 제약되고 제대로 된 경제정책의 조합이 못 이루어진다.”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부천 소사)을 맡고 있는 차명진 전 의원은 아예 “경제 특효약처럼 들고 나온 소득주도성장론이 문 대통령에겐 정치적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하며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지만 오히려 젊은층의 배신감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악화일로인 청년실업률이다. 지난 8월 15~29세 청년실업률은 9.4%로 1년 전보다 0.1%p 상승했다. 8월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0.7%) 이후 18년 만의 최고치다.

문 대통령 또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9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 성장에 대해 경제부처가 더욱 빠른 시일 내에 개념을 정립하고, 속도감 있는 집행 전략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혁신성장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가계소득을 늘리고 복지예산을 증액해 사회 양극화를 축소해나가는 소득주도 경제 패러다임을 완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의 압박에 경제기조가 쉽게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우리 경제, 우리 사회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돼 이대로 놓아두면 우리 공동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 처방으로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소통 못지않게 경청 중시해야

결국 이 논쟁의 결과는 올해 말 경제지표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경제의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당장 12월2일 시한인 내년 예산안의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추석날 밥상머리에 날아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소식도 문 대통령에겐 결코 달갑지 않은 경제복병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야속한 마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지난 6월 말 첫 미국 방문 때 향후 5년간 128억 달러 대미 투자계획과 별도로 LNG, 항공기 등 총 224억 달러 규모의 구매 리스트 등 듬뿍 선물을 안겨줬음에도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그러나 북핵 위기로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오른 현실에서 감정대로, 경제 셈법만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여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과거 여권의 한·미 FTA 반대를 들어 “그 당시에 저희 당을 향해서 매국노라고, 제2의 이완용이라고 하고 그렇게 비난한 데 대한 사과뿐만 아니라 엄청난 국익 손상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지지층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이참에 농업 보호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폐기 등 그간 불만을 가져온 조문(條文)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막무가내식 미국의 압박, 야권의 정치공세, 진보 측의 불평등 조항 개선요구 등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 중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적, 복병에 대한 대비책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도 잠재적 복병에 대해 나름의 복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은신처에 대해 선제타격을 할 것이냐, 유인전술을 활용해 역으로 함정을 팔 것이냐, 아예 복병을 피해 우회할 것이냐. 그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분명할지도 모른다. 정파적 이해보다 국익을, 혼자 가는 열 걸음보다 함께 가는 한 걸음의 가치를, 소통 못지않은 경청(傾聽)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권도 실천하지 못한 ‘가지 않은 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전 국제신문 서울정치부장 jwhn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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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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