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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북한-이란 간 ‘위험한 核 거래’ 

돈 받고 탄도미사일, 핵무기 기술 이전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란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저장 시설, 터널은 북한 모델…북한도 이란의 인공위성 로켓 기술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져

▎지난 8월 새로 건설된 이란 주재 북한 대사관 개관식에 최희철 외무성 부상과 강삼현 이란 주재 대사 등이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에서 대외적으로 ‘국가원수’ 역할을 하는 인물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올해 90세인 김영남은 재선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8월 5일)에 북한 축하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김영남은 7월 31일 평양 순안비행장을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8월 3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도착했다. 노구에 먼 길을 돌아 테헤란 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김영남은 상당히 피곤한 듯 초췌했다.

북한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나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보낼 수도 있었는데도 굳이 나이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은 김영남을 로하니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남은 북한 고위층 가운데 지금까지 이란을 가장 많이 방문한 인사다. 김영남은 1983년 8월 부총리 겸 외교부장으로 취임한 이래 1980년과 1990년대 북한의 외교 활동을 관장해왔다. 특히 김영남은 북한과 이란이 군사를 비롯해 각 분야 협력관계를 공고하게 맺는데 공을 세웠다.

북한은 1979년 2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이후 수립된 신정체제의 이란과는 반미 투쟁의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북한은 이라크와 전쟁(1980~88년)을 벌였던 이란에 미사일 등 무기를 대량 지원했다. 양측은 1983년 탄도미사일 개발 상호지원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란은 북한에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장비를 지원했으며 북한은 1984년 소련제 스커드 B 미사일을 복제·개량한 화성 5호 미사일 발사에 최초로 성공했다.

이후 북한은 기술 보완작업을 거쳐 마침내 1987년부터 사거리 500㎞인 화성 5호 미사일을 생산했고, 이란은 100여 기를 구입해 이라크와의 전쟁에 사용했다. 호메이니의 후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989년 5월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미사일을 지원해준 김일성 주석을 만나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북한과 이란은 이처럼 전통적 우방으로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군사 등 각종 분야에서 적극 협력해왔다.

김영남은 2012년 8월 29일부터 일주일간 테헤란을 방문해 김정은 정권의 권력 승계를 이란 최고 지도부로부터 인정받았다. 하메네이는 김영남을 만난 자리에서 “조선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의 접견을 받던 일을 잊을 수 없다”면서 “김정은 최고영도자는 전 세대 수령들의 위업을 계승해나가는 분”이라고 격찬했다. 당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김영남과의 회담에서 “북한과 이란의 우호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북한과 이란은 과학·기술 및 교육 분야에서의 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체결식에는 이란 측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비롯해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국방장관, 광공업부 장관, 과학기술부 장관, 농업부 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미국 공동의 적은 북한과 이란”


▎지난 8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이란을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체제에서 북한과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더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남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방문한 것은 트럼프 정부의 제재에 맞서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김영남과의 회담에서 “미국을 반대해 공동으로 투쟁해온 양국의 친선관계가 앞으로도 폭넓은 분야에서 보다 강화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영남도 “북한과 이란은 공동의 적(미국)이 있다”면서 “미사일 개발에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다는 이란의 입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남의 도착에 맞춰 이란의 지원으로 새로 지은 테헤란 주재 북한 대사관이 문을 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의회를 통과한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에 서명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5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임무센터’를 만든 데 이어 6월 ‘이란임무센터’를 창설하며 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매슈 번 교수는 “북한과 이란은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서로를 매우 다른 나라로 보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김영남의 로하니 대통령 취임식 참석은 단순한 명분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로는 북한과 이란이 유엔과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피하면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서방 외교 소식통을 인용, 북한과 이란이 미국과의 대립 속에 핵·미사일 개발 관련 협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영남이 이란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의 군사전문가들이 동행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9월 26일자) 이 소식통은 미국·유럽의 정보기관에선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제공받는 대가로 탄도미사일이나 핵무기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의 에밀리 랜도 선임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볼 때도 그렇고 특히 지금 이란을 위해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란은 북한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면서 “북한에도 누가 현금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며, 이는 핵무기나 미사일 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9월 22일 이라크와의 전쟁 37주년을 맞아 테헤란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벌이면서 새로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호람샤르를 선보였다. 호람샤르 미사일은 사거리가 2000㎞지만 크기가 작아 전술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1t급 재돌입 다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는데, 다탄두를 탑재할 때 사거리는 1800㎞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열병식 연설을 통해 미국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연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불량국가로 지목하면서 이란과의 핵 합의를 폐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이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일 뿐만 아니라 주요 6개국(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의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위반이라면서 제재를 강화해왔다.

이란은 그동안 핵 개발을 포기했기 때문에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JCPOA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란 국영방송(IRIB)은 열병식 다음날 혁명수비대가 호람샤르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관련 영상을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이 방금 이스라엘 도달이 가능한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면서 “이란은 북한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가 합의한 건 이런 게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영국과 프랑스도 이란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수단미사일 닮은 이란 호람샤르 미사일


▎공중으로 발사된 이란 S-200 미사일. 옆에 부착된 로켓을 보면 북한의 미사일처럼 바깥 방향으로 굽어 있다. / 사진제공·아시아파워
그런데 이 영상은 실제로는 지난 1월 29일 수도 테헤란 동쪽 셈난 인근에 있는 호메이니 우주센터에서 호람샤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모습이었다. 고각 발사된 이 미사일은 1000㎞ 정도 날아가다 폭발했다. 이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폭발했는데, 이란이 고의로 폭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사고인지는 불분명했었다. 이란이 과거 영상을 내보낸 것은 미국 등 서방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이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란과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람샤르 중거리탄도미사일은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무수단미사일(화성-10형, KN-7)과 유사하다. 북한은 개발 중인 미사일에 대해선 ‘형’, 개발을 완료한 미사일에 대해선 ‘호’라고 부른다. 무수단미사일은 무수단 기지에서 처음 식별돼 이같이 부르는 것으로 사거리는 2500~4000㎞로 추정된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10년 2월 24일자 미국 외교전문을 보면, 이란은 BM-25 미사일 19기를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무수단미사일을 ‘BM-25’라는 이름으로 이란에 수출했다. 무수단은 옛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미국은 SS-N-6로 부르고 있음)을 개량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무수단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그동안 무수단미사일을 수차례 시험발사했지만 성공은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북한은 지금까지 무수단미사일의 시험발사를 하면서 각종 정보를 이란과 공유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도 지난해 7월 호람샤르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북한의 무수단과 이란의 호람샤르 미사일은 같은 종류임에 틀림없다”면서 “북한과 이란의 시험발사를 통해 각종 기술과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이란이 지금까지 개발해 실전 배치한 미사일들을 보면 협력 관계가 공고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란의 사햐브-3호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미사일(화성-7호, KN-5)을 수입해 개발한 것이다. 노동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1300㎞인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이란은 샤하브-3호 미사일을 다시 개량해 가드르미사일(사거리 1600㎞)과 에마드미사일(사거리 1700㎞)을 개발해 실전에 배치했다. 이란 반체제 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NCRI)는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이 주요 6개국과의 핵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지원으로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제조·저장·유지를 위한 지하시설과 터널 등은 모두 북한 시설을 모델로 삼았으며, 이란에 파견된 북한 전문가들의 협력으로 건설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우주·항공부문 대표단이 북한을 자주 방문, 탄도미사일에 관한 지식과 정보, 개발 성과 등을 교환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5월 14일 평북 구성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KN-17(화성-12형)을 시험발사해 성공한 것도 이란의 도움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고각 발사한 KN-17의 최대고도는 2111.5㎞이고 비행거리는 787㎞였다. 북한은 지난 8월 29일과 9월 15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KN-17을 각각 정상적으로 발사했다. 이 미사일들은 모두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으로 날아갔다. 8일 29일 발사한 미사일의 최대 고도는 500㎞, 비행거리는 2700㎞였다. 9월 15일 발사한 미사일은 최대 고도 770㎞, 비행거리는 3700㎞였다.

북한 핵 무력 완성의 조력자


▎지난 9월 이란 국영 TV가 공개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호람샤르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두 차례의 정상 각도 발사 시험이 성공하자 김정은은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됐다”고 선언하면서 “국가 핵 무력 완성 목표의 종착점에 거의 다다랐다”고 밝혔다.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는 4500∼5000㎞로 추정된다. 미사일을 쏜 평양 순안에서 괌까지의 거리가 3400㎞인 만큼 유사시 괌 타격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미국 CIA 선임 정보 분석관 출신인 프레드 플레이츠 안보정책센터 부소장은 “북한이 KN-17 개발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았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플레이츠 부소장은 “이란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다시 이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주는 등 서로 기술과 정보를 교환해왔다”면서 “이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참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북한보다 로켓 엔진 분야 기술에서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란이 2009년, 2010년, 2012년, 2016년 등 네 차례에 걸쳐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 등 두 차례 인공위성을 발사했지만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해 9월 20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해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새로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의 추진력은 80tf(톤포스, 80톤의 추력)였다.

북한은 지난 3월 18일에도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자체적으로 새로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KN-17은 바로 80tf급 백두산 계열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시험해온 백두산급 엔진은 주엔진 1개에 보조엔진 4개를 달아 추진력을 극대화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이란이 북한에 백두산급 엔진을 지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스 연구원도 “북한이 이란과의 기술 협력으로 80tf 로켓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의 군수업체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의 임원인 사예드 자바드 무사비와 세예드 미라흐마드 누신 및 이란 방위군 병참방위부(MODAFL)의 부책임자인 사예드 메흐디 파라히를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신규 제재 대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SHIG는 이란 항공우주산업기구(AIO)의 자회사이고, AIO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는 MODAFL의 산하 기관이다.

북한 고체연료 엔진 기술도 이란의 작품


▎2013년 북한을 찾은 러시아·중국·이란의 무관 가족들이 평양 외곽의 평양민속공원을 방문했다.
해외자산통제국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의 80tf급 로켓 엔진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 과학자들의 북한 방문을 주도해 왔으며, 액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과 로켓 추진체의 지상 실험에 쓰이는 밸브, 전자장비, 측정장비를 북한의 조선광업개발회사를 통해 북한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8월 신포급(2000t급) 잠수함에서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KN-11)의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도 이란의 지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극성 1호는 고체 연료 엔진을 장착했는데, 고각 발사 방식으로 발사됐다. 최대고도는 400㎞, 비행거리는 500㎞였다. 정상 궤도였다면 사거리가 1000~2000㎞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온라인 매체인 38노스는 북한의 북극성-1형에 사용된 추진체 기술이 이란의 세질 미사일과 동일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바르 센터장은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의 지름이 1.25m라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란 탄도미사일인 세질과 재원이 같다”면서 “북한이 세질의 기술을 받아들여 고체연료 엔진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거리 2000~2400㎞인 세질 중거리탄도미사일은 2단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다. 이란은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부품과 설계도면 및 기술 등을 도입해 미사일을 개발해왔지만 수년 전부터 북한보다 성능이 우수한 미사일을 제작해왔다. 특히 이란은 고체연료 엔진 분야에선 북한보다 기술력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우지 루빈 전 이스라엘 미사일방어 국장은 “북한이 과거에 세질 미사일과 같은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미사일을 보유한 적이 없다”면서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세질 미사일 기술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과거에는 북한에서 먼저 발견된 무기들이 나중에 이란에서 나타났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엔 이란에서 먼저 발견된 무기들이 이후 북한에서 나타나는 양상”이라며 “북한에서 이란을 향하던 기술 이전이 그 반대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2008년과 2009년 세질-1호, 세질-2호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현재 세질-2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란은 사거리 4000㎞의 세질-3호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북극성-1형을 지상발사용으로 개량한 북극성-2형(KN-15)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21일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시험발사한 중거리미사일은 북극성-2형으로 추정된다. 고각 발사된 이 미사일의 최대고도는 560㎞, 비행거리는 500㎞로 보인다. 북한은 또 ICBM급인 KN-18(화성-14형)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7월 4일과 28일 평안북도 방현 일대서 고각 발사한 화성-14형은 각각 최대고도 2802㎞와 비행거리 933㎞, 최대고도 3724.9㎞와 비행거리 998㎞였다. 북한이 화성-14형을 정상 각도인 30∼45도로 쏠 경우 사거리가 7000∼8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20여 년간 핵·미사일 개발에 총 23억∼25억 달러(2조6000억∼2조8350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경제 규모로 볼 때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북한의 핵 개발에 자금을 지원한 국가가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이란이 가장 유력하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핵무기와 미사일 관련 기술과 전문지식을 얻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란은 그 대가로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 사정이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석유 자원이 풍부한 이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북한에 20억 달러를 지원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 적이 있지만 구체적인 자금 지원 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평양의 핵 기술, 중동의 화약고 건드리나?


▎지난 9월 이란 혁명수비대는 ‘국방의 주간’을 맞아 사거리 2000㎞인 탄도미사일 2기를 테헤란 남서부 바하레스탄 광장에서 전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의 석탄과 수산물 및 섬유 제품의 수출 전면 금지를 비롯해 유류 제품 공급을 기존 보다 30% 줄이는 금수조치를 내용으로 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특히 미국은 9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과 기업, 은행 등을 제재하는 내용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의 대외 거래에서 9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타깃이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해 사실상 원유를 제외하고 모든 경제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하는 최후통첩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과거 이란 제재와 유사하다. 미국은 1996년부터 이란에 대한 각종 경제 제재 조치를 취했지만 핵개발을 막을 수 없게 되자, 2010년부터 이란의 최대 수출품인 석유와 이란 금융기관 전체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었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포괄적 이란 제재법(CISADA)’에 따라 이란의 모든 금융기관을 ‘자금 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해 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봉쇄했다. 원유 수출 자금 유입과 원유 수출 통로가 막힌 이란은 결국 5년 만인 2015년 7월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협상을 통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제재 해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니콜라스 번즈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은 “트럼프 정부의 제재는 오바마 정부가 이란 제재 때 취했던 방법과 비슷한 방식”이라면서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결합한 방식의 효과는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 당시 이란 제재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코헨 전 재무부 차관은 “이번 제재는 이란에 사용했던 은행 간 거래 차단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부문별 제재 방식을 결합한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란처럼 미국 등 국제사회에 강력한 제재조치에 굴복할 것인가? 국제사회 일각에선 원유 수출 자금이 경제를 지탱하는 구조인 이란과 달리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김정은은 북한 인민들이 제재로 고통을 받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독재자이다.

북한은 또 이란과의 핵·미사일 밀거래를 통해 제재를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란에게 핵 기술 등 노하우를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은 트럼프 정부가 핵 합의를 파기할 경우 핵 개발을 재개할 수도 있다면서 엄포를 놓고 있다.

이란이 이처럼 큰소리를 치고 있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이란은 과거부터 핵 개발에도 협력해왔다.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가장 놀란 국가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북한이 이란과의 비밀 거래를 통해 핵무기 또는 핵 개발 노하우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9월 11일자)에서 “북한이 이란 등에 핵과 미사일 개발 비밀을 판매할 수 있다”면서 “이란은 분명히 이를 돈 주고 구매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려면 이란과의 협력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북한과 이란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있어서 지금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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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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