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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겨울 등정 

 

김세영

▎강원 양양군 낙산사를 굽어보는 오봉산(五峯山) 능선에 함박눈이 두텁게 쌓였다. / 사진:박종근
눈 내린 겨울산은 사원처럼
출입통제구역이다

불립문자의 겨울나무들이
긴 차단기를 등성이에 걸쳐놓고
수문장처럼 눈을 부라리며 막아선다

무단 입산하려는 나를 향해
칼바람소리를 지르며
가지돌기 회초리를 휘두른다

꽃가지를 움켜쥐어 망가뜨린 팔이 잘린다
흰 속살에 아이젠의 흉터를 파놓은 다리가 잘린다
눈사람이 되어 주저앉아 있는 나를
까치가 나무에서 내려다 본다

눈 내린 능선의 밤에 엎드려
파충류가 시조새로 진화하듯이
견갑골이 날개가 되는 꿈을 꾼다.

※ 김세영 - 2007년 계간 [미네르바]로 등단했다. 2016년 미네르바 작품상을, 이듬해에는 한국문인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등이 있다. 현재 계간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과 한국의사시인회 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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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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