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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18 연속기획] 安全 대한민국(1) 경찰청 

지역사회와 밀착 ‘예방치안’ 생활화의 힘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국민 체감 안전도 2017년 하반기 역대 최고 달성 … 신뢰·협조 바탕 주민과 함께하는 치안활동 강화

▎서울 영등포구 주민들이 여의2교 지하차도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벽화 그리기는 셉테드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경찰은 올해 초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고척2동 일대에서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범죄예방 환경설계) 작업을 마쳤다. 셉테드는 2004년 부천시를 시작으로 점점 확산돼 왔다. 셉테드는 범죄예방 환경설계다. 어둡고 낡은 곳은 정비하고 건축물 설계 시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 등을 없앰으로써 범죄 차단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남구로역 일대에서는 사생활 보호 창문 조명과 길 찾기 표지판 설치, 진입로 환경 개선 작업이 진행됐다. 이 지역 일대 주택 창문 대부분이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보행 통로도 오래돼 주민들은 불안함을 떨치기 어려웠다.

마포구 상암동과 염리동에도 셉테드가 도입됐다. 상암동은 골목길에 기둥을 세운 뒤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폐쇄회로(CC)TV를 달았다. 노란색 기둥에는 마포경찰서 관제센터로 연결되는 비상벨도 설치했다. 누구든, 언제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염리동 소금길에는 계단과 벽면에 색칠을 하고 캐릭터 디자인을 그렸다.

경찰과 지자체의 셉테드 도입에 주민들은 반색하고 있다. 마포구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박은하(46·여)씨는 “단독·연립주택 밀집 지역은 밤엔 어두워서 다니기 무서웠던게 사실”이라며 “셉테드 도입 후 골목이 환해져서 불안감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범죄로 인해 매년 160조원가량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38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8위에 그쳤다. 최근 수년 새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범죄에 대응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의 지속적인 노력 등으로 국내 범죄 총 발생 건수는 2004년(196만8183건) 이후 10년 동안 9.7% 감소하는 등 전체적인 치안 지표는 향상됐다(2014년 177만8966건). 그럼에도 국민의 생활과 체감 안전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력범죄·성폭력·절도 등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안전한 도시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서울 도봉경찰서 소속 경찰관들과 자율방범대원들이 전봇대에 경고판을 부착하고 있다. / 사진:경찰청
전통적인 범죄학은 범죄를 ‘범죄자에 의한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범죄자와 범죄 발생의 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하지만 셉테드를 비롯한 최신 환경범죄학은 범죄를 ‘범죄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특정 장소에서 벌이는 역동적 이벤트’로 정의하고 범죄 발생의 환경적인 요인을 집중 연구한다.

아파트·공원 등을 새로 만드는 단계에서 범죄 유발 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피해 대상을 보호하거나 자연적 감시가 이뤄지도록 시야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건물 신축 때 계획단계부터 범죄예방적인 환경 요소를 고려하는 만큼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게 이점이다.

▷경비실을 사람들의 왕래가 잘 보이는 장소에 설치 ▷범죄가 빈발하는 지하주차장에 고성능 CCTV와 비상벨 설치 ▷어두운 골목길의 조명을 밝은 LED로 교체 ▷공원·놀이터는 주변에서 관찰하기 쉽게 울창한 나무와 장애물 제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주요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셉테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셉테드 정책을 도시·건축계획에 반영, 적용해왔다.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즈빌시 당국은 행인들이 편의점 안을 잘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을 가리는 게시물 부착을 금지시켰다. 계산대도 외부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설치하도록 했다. 주차장에는 CCTV와 밝은 조명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런 정책을 펼친 노력 덕분에 게인즈빌시는 재산 범죄율 39% 감소 효과를 봤다.

1980년대 영국 런던의 에드먼턴, 햄리츠 타워, 해머스미스 등 세 지역은 가로등의 조명도를 평균 5룩스(lux)에서 10룩스로 높였다. 그 결과 세 지역 모두에서 무질서와 범죄에 대한 주민의 두려움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범죄예방의 ‘특효약’으로 평가되는 셉테드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영국·호주·일본 등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는 2004년 경찰이 도입, 시행해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셉테드가 범죄율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 입증된다. 서울시는 2015년 한국형사정책 연구원에 의뢰해 마포구 등 4곳의 범죄예방 효과를 조사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그해 염리동의 용강지구대에 접수된 5대 범죄(살인·강도·절도·성폭력·폭행) 사건 건수는 2013년보다 6.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마포경찰서 112신고 접수율도 11.3%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셉테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강용길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정부가 셉테드 도입에 필요한 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가 예산 지원책 등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그 다음 경찰·주민 등 지역 범죄예방 주체 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CPO 활용하면 환경개선 사업 효과 쑥↑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전봇대에 걸려 있는 안전거울. 누군가 뒤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사진:경찰청
국내에서 셉테드가 가장 먼저 도입된 부천시의 경우 그 전까지는 빌라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 사는 주민의 범죄 불안감이 높았다. 이에 따라 경찰·지자체·전문가·주민이 CCTV와 가로등 설치를 통해 감시체계를 강화했다. 그 결과 절도 38%, 강도 60.8% 범죄 두려움 8% 감소 효과를 거뒀다.

부산 행복마을도 살인·강도·절도·강간·폭력 범죄가 67.3% 감소하고, 체감 안전도는 5.2% 향상됐다. 이 지역은 2010년 ‘김길태 사건’ 등 강력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컸으나 경찰·부산시·소방서가 손잡고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주민 자원봉사를 활용한 독거노인 지원 등을 통해 상호 유대감을 증대시켰다. 5대 범죄는 42.4% 줄어든 반면 주민 체감 안전도는 5.6% 높아졌다.

셉테드 효과는 해외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영국 리버풀시의 엘도니안은 저층 주택 밀집지였다. 이 지역은 슬럼화로 인해 재개발이 결정됐다. 주민 스스로 ‘엘도니안 공동체’를 구축하고, 그 공동체 주도 하에 CCTV·옹벽·울타리 등의 설치를 통해 범죄를 대폭 감소시켰다. 주민의 책임감·유대감이 범죄예방의 핵심으로 인정받아 유엔의 ‘세계 주거상(住居賞)’을 받았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즈는 구도심 지역으로 좁은 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재개발이 추진됐다. 해당 지자체는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면서 모든 건물의 외관을 투명 유리로 설계해 자연적 감시를 활성화하는 한편 도심 중간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했다. 낙후 구도심의 대명사였던 롯폰기 힐즈는 일본 최대의 복합문화단지로 재탄생했다.

범죄예방과 발생 감소를 환경개선에만 기댈 수는 없다. 이에 우리 경찰은 셉테드 기법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범죄 취약요인을 면밀히 분석하는 범죄예방진단팀(CPO: Crime Prevention officer)을 2016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CPO는 범죄 발생 통계를 분석하고 주민과 심층 면담을 한다. 지역마다 범죄에 취약한 이유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한다. CPO는 지역 치안의 자문 역할을 하도록 전문교육을 받은 정예요원들로 구성됐다. 경찰서마다 1~2명씩 총 402명이 배치됐으며, 출범 이후 100일 동안 3만여 건의 여성불안신고를 처리했다. 경찰은 올해도 96명을 충원하는 등 CPO를 강화할 계획이다.

CPO를 통한 범죄예방 진단·분석 결과가 지역의 셉테드 사업에 활용된다면 현재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환경개선 사업이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대부분의 도시·건축설계에 셉테드 요소가 반영되도록 제도화돼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자체나 지역사회의 관심도에 따라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도시·건축계획 시 범죄예방 설계가 체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셉테드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화 통해 지역사회 동참 끌어내야


▎담장 틈새로 밖을 내다볼 수 있게 설계한 건축 구조.
실제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는 셉테드를 접목한 시설 환경 조성이 보편화·법제화돼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지역별 주택단지 조성이나 도로 설계 시 범죄예방 관련 사항을 반영했다. 영국은 1998년 ‘범죄와 무질서법’을 제정, 지역 네트워크 활성화와 셉테드 법제화를 시행해 이후 10년간 총 범죄가 47% 감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영국의 전국경찰지휘관협의회는 1999년 각종 범죄예방 프로그램의 전문적인 인증평가를 위한 ‘ACPO 범죄예방 유한회사’(ACPO CPI: Crime Prevention Initiative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역주민의 요청에 따라 현장에 출동해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범죄예방 진단 및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미드타운과 롯폰기 힐즈 등은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셉테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모든 주차장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보행자 통로에 5m 간격으로 조명시설을 갖췄다.

국내의 경우 셉테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경찰은 지역사회와 협업을 통해 취약환경을 개선한 결과 5대 범죄 발생이 5.3%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2017년 1~9월 외국인 피의자는 2만7859명으로 전년 동기 3만2893명보다 15%가량 감소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6년 91만 명에서 2016년 205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202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순찰 장소를 지역주민이 직접 결정하는 방식(탄력순찰)으로 순찰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도 범죄예방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탄력순찰 요청은 하루 평균 3127건(2017년 기준)에 이를 만큼 주민의 치안 참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7년 9~10월 코리아리서치센터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찰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종전 55점에서 60.3점(9.6%)으로, 지역 안전도의 긍정적 변화는 종전 51.6점에서 59.8점(15.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공동체 치안’이 지역 간 편차 없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가·지자체·주민의 범죄예방 책무를 규정하고 지역사회 전체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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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호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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