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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파트 전셋값으로 도심 속 주택 생활 

 

나권일 기자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한번쯤 전원주택을 꿈꾸기 마련이다. 하늘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골목길의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집. 그러면서도 편리하게 출퇴근할 수 있고, 주말에는 충분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집. 서울 한복판에 그런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월세로 차라리 집을 사자.” 두 개의 사무실과 하나의 숍을 운영하면서 월세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던 부부는 자신들의 명의로 된 집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아내가 남편의 30여 가지가 넘는 위시리스트 중에서 들어준 것은 딱 세 가지였다.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 호텔식 화장실, 헤링본 패턴 바닥재. 예사롭지 않은 요구사항을 반영해 작은 문구숍이 있는 도시주택을 지어 올렸다.

연희동 주택에서는 두 남매가 각각 결혼을 한 후 두 가정의 전셋값을 합쳐 하나의 땅콩주택을 짓고 ‘따로 또 같이’ 살아간다. 각자의 전셋값에 은행 대출을 보태야 했지만 두 집이 각각 아파트를 구입하는 비용보다는 덜 들었다. 알뜰함이 돋보이는 주택의 사례다.

이 밖에 저자는 도심 속 주택살이를 일궈낸 일곱 가족을 소개한다. 이들은 모아 둔 돈이 많지도, 물려받은 재산이 풍족한 이들도 아니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소위 ‘서울 시내 아파트 전셋값’ 범위 내에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도시주택을 실현했다. 도시에 주택을 갖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고 결단을 내린 것뿐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는 서울 골목 사이사이에 숨겨진 도시주택을 찾아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겼다. 일곱 가족의 진솔한 이야기를 호기심 많은 작가의 시선으로 골목길을 걷듯 자분자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나권일 기자

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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