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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이후 여·야의 행로 | 특별기고] 위기의 보수, 무엇부터 해야 할까 

지도자, 비전, 싱크탱크 부재 3무(無) 상황을 타개하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단기간 획기적 변화 시도하기보다 올바른 방향 설정에 주력할 때…제왕적 당 대표 아닌 온화한 카리스마로 당내 분권과 민주화 진전시켜야

좀처럼 ‘정치적 외출’을 하지 않는 학자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준비위에 참여했다. 많은 이가 자유한국당을 기피하는 요즘 그는 문제적 정당의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가 그 장본인이다. 장 교수는 왜 쓰러져 가는 자유한국당 수술 작업에 참여했을까? 월간중앙의 요청에 따라 장 교수가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1년간 사용하던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 당사를 영등포 ‘우성빌딩’으로 이전했다.
헌법학자로 정치 과정에 대해 항상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그것은 이른바 아웃사이더로서의 관심이었다. 필자가 직접 정치를 할 생각도 없고 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자유한국당의 요청을 받고 비대위준비위에 참여하게 됐다. 나름 고민이 있었지만 세 가지 이유에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첫째,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야당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심각한 혼란에 빠져 있는 것은 결코 자유한국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돕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둘째, 자유한국당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거꾸로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점이 많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바를 전하고 쓴소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셋째, 야당이 바로 서고, 제 기능을 회복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개헌이 추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선거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 개헌인데, 개헌이 너무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고 정부·여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야당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과연 어떤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고, 또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누가 위원장이 되는지 보다 야당이, 보수 정당들이 앞으로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설정이 현재로서는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지금 한국의 보수 정당은 어떤 상황인가


▎6월 26일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 첫째가 장영수 고려대 교수.
2018년 7월 현재, 한국의 보수 정당들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이나 합리적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 모두가 좌표를 잃고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태로 유발된 보수 정당의 위기는 1년 전의 대통령선거 이후에 오히려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왜 그런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이를 계기로 한 새누리당의 구조조정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이 탈태환골했다고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 것이다.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없었다. 그 결과 대선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이 그렇게 느끼면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선 이후 1년 동안 자유한국당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최순실 사태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대선 당시에 비해서도 오히려 지지율이 더 낮아지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바른 정당을 만들어 나갔던 의원들 중 상당수가 복귀했지만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더욱이 최근에는 내부적 갈등으로 인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자유한국당은 이제 당의 존폐가 문제되는 위기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른미래당의 상황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에 비해 유리한 점은 있으나,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패배에 이어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참패함으로 인해 당내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당의 정체성 확보에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 바른미래당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은 특정인, 특정 정책이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친박(親朴, 친박근혜)은 나쁘고 비박(非朴, 비박근혜)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안철수는 한계를 보이는 반면 유승민은 희망이 있다고 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장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과연 이들 정당에 희망이 있는지 의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모두 내부적 갈등을 보이고 있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지우려 하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지만, 국민들은 보수 정당들의 내홍에 더욱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정말로 국민들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감성적 판단에 따라) 희망이 없는 당으로 느끼게 된다면 보수 정당들의 미래는 정말로 암울해진다.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면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국민들이 보수 정당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왼쪽)이 6월 26일 국회에서 김관영 신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 내지 보혁 갈등이 영호남 갈등을 대신하게 된 것도 이미 꽤 오래됐다. 어쩌면 ‘보수’라는 말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고,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21세기에는 ‘진보’라는 말이 국민들에게 더욱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보수 정당들이 전통적인 보수층의 지지에 의존했을 뿐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고 확산시키는 노력에는 소홀했다는 점에 있다. 그 결과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전통적인 보수층조차 보수 정당들을 지지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이며, 가장 대표적인 보수 정당이다. 그런데 제1야당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보수의 대표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제1야당다운 것은 무엇이고 보수의 대표다운 것은 무엇인가?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은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설득력 있는 대안의 제시이며, 보수의 대표라면 보수 성향 국민들의 입장을 일관성 있게 대변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한국당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실질적인 대안 정당으로서 면모 보여야

야당은 잠재적 여당이고, 여당은 잠재적 야당이다. 그러나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가 제도화된 현재 상황에서 제1야당은 언제라도 제2, 제3의 야당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 제1야당도 바뀔 수 있고, 보수의 대표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자유한국당이 갖고 있는 힘,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일말의 기대, 자유한국당의 미래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은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이고, 그 역할 여하에 따라 국회가 달라지고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기초한 것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그 정체성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핵심적 과제라 할 수 있다. 과거 안철수 바람이 불었을 때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구태정치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대안이었다. 그런데 두 차례의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안철수 신드롬이 가라앉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철수 카드의 파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국민들에게 무엇을 제시할 것인지도 불분명했다.

자유한국당은 태극기집회로 대표되는 강경 우파 지지층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오히려 중도적 보수층의 지지를 잃게 만들었고, 바른미래당은 제3의 대안을 기대하던 국민들이 실망하면서 지지기반을 상실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 한국인들은 모두 정부·여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을까?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그렇게 높게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상당부분 야당에 대한 실망이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반사적 효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보수 정당들이 국민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실수는 용서될 수 있지만 무능은 용서되기 어렵다.

3. 지금 보수 정당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가대개혁비전을 선포하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보수 정당으로서의 비전 제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당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인재와 국민과의 소통, 국정운영의 노하우, 정치자금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할 것이지만, 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안고 있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국민들이 귀 기울이게 만드는 정치 지도자의 부재이고, 둘째는 미래에 대한 비전의 부재이고, 셋째는 각종 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싱크탱크의 부재다.

첫째 문제는 오늘날 민주화된 정보화 사회에서 일반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과거와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지도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젊은 세대에서 민주적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둘째, 셋째 문제는 정당의 존재 이유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대안정당 내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과도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당장 눈앞의 문제에 연연하기보다는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

여론을 의식하되 휩쓸리지는 않아야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단기간에 획기적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올바른 방향 설정에 주력해야 한다. 조급하면 오히려 더 실수하기 쉽다. 당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져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대해 합리적 공조와 날카로운 비판,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가 순발력 있게 나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당내 싱크탱크를 강화하고, 외부전문가와의 연결을 조직화해야 한다.

둘째, 향후의 정치 일정을 계획하고 치밀한 로드맵에 따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며, 이를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헌 등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사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뒷북 치면서 비판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옳은 비판이라 할지라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셋째, 국민을 항시 의식하되, 정도를 걷는 것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장기적으로 얻어야 한다. 여론을 의식하되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당내 갈등을 종식시키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정당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적어도 2년 후의 총선 때까지는 모두가 백의종군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 바탕 위에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외부의 시민단체 및 전문가 집단과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4. 당내 화합과 야당으로서의 역할


▎7월 12일 의총에서 회의 진행을 놓고 마찰을 빚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왼쪽)과 심재철 의원(가운데). / 사진:엽합뉴스
보수 정당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정당 자체를 없어져야 할 정당으로 말하는 사람들조차 있을 정도로-곱지 않다. 이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더 큰 부담을 안고 있지만 바른미래당도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눈에는 이제 친박, 비박의 차이가 크지 않다. 서로 갈등하기보다는 과거를 묻고 새로운 가치와 비전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모두 함께 버리고 비워야 한다. 이미 바른 정당의 분당과 복당의 경험까지 갖고 있는데, 여기서 다시 분열하고 반목하면 정말 미래가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포용해야 한다. 1년 전의 대선 당시에는 친박과 비박이 국민들에게 중요한 구별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자유한국당이다. 망하게 되면 같이 망한다.

또한 보수 정당들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어떻게 변할 것인지, 자유한국당은 자유한국당대로, 바른미래당은 바른미래당대로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무조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견지할 것과 변화할 부분이 무엇인지 잘 구분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적어도 다음의 몇 가지는 야당으로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야당의 존재감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안보에서 진정한 프로 목소리 내는 야당이라야

첫째, 개헌을 성공시켜야 한다. 설령 그것이 당장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공(功)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은 누가, 어떤 정당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는지를 국민들이 알게 된다. 정략적인 이해관계로 개헌을 이용하려 할 경우에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훨씬 커진다.

둘째,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협력할 부분과 비판할 부분을 엄밀하게 구분하고, 이를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현 정부의 경제 정책들에 대해서는 막연한 비판이나 우려보다는 진정한 프로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날카로운 비판과 설득력 있는 대안의 제시가 있어야 한다.

셋째, 남북 관계의 진전 및 통일 정책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협력이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부·여당의 정책 집행에 대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의 개선 내지 통일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고 통일과 안보에서는 적극 협조해야 하지만, 과거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사업의 실패 경험 등에 비추어 완급의 조절이 필요한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5. 비워야 새로워질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보수 정당들은-내부에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대다수 국민들이 보기에는-생사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도 있지만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말도 있다. 이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죽을 각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내용을 담을 수 있고, 새로워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제10차 개헌의 화두로 ‘분권과 협치’가 이야기된다. 이를 헌법조항에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보수 정당의 내부에서부터 실현해야 한다. 카리스마를 보이기 위한 당 대표의 독선적인 모습은 오히려 비호감이다. 제왕적 당 대표가 아닌 온화한 카리스마로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야 하며, 당내 분권과 민주화를 진전시켜야 한다.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마음먹으면 실행 가능한, 그러면서도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말하자면 21세기 글로벌 시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문화, 권력구조, 경제시스템, 국제교류 등에 대한 손에 잡히는 비전이 필요하다.

정당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도 않고 이를 국민들에게 확신시키는 것에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수 정당들이 정책정당의 모습, 대안정당의 모습, 분권과 협치의 실현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탑을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새로 쌓기는 힘들다. 정말로 하나하나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위기는 항상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극한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 비로소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고, 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권위주의적 정당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했던 한국 정당들이 이번 기회에 보수 정당부터 당내의 기득권을 버리고 진정한 민주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새로운 획을 긋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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