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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개신교 목사가 파헤친 ‘이슬람 혐오증’ 

“무슬림 뉴스라면 누구도 검증 안 해” 

구기연
중동에서 14년 간 거주한 목회자의 팩트체크 보고서…근거 없는 편견 걷어내고 ‘함께 살아갈 이웃’ 인정해야

2018년 5월 예멘 난민 561명이 제주도에 입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미디어로만 접해왔던 무슬림 난민이 한국사회의 현실로 훌쩍 다가왔다. 대규모 난민, 그것도 무슬림 난민을 받아본 적 없는 한국사회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 한국인은 상상의 공포를 넘어 실체적인 두려움을 갖고 그들에게 적개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낯선 문화가 만나면서 빚어지는 마찰만으로 보긴 어려웠다. 혐오 담론이 의도를 가진 채 조직적으로 전파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목격됐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라는 식의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만든 종교단체의 민낯이 한 매체의 보도로 드러내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사회가 품은 반(反) 아랍 정서의 뿌리를 파헤친다. 근대화가 한창이던 때 정치 엘리트는 ‘동방의 이스라엘’을, 종교 엘리트는 ‘동방의 예루살렘’을 꿈꿨다. 농업 근대화 운동이었던 ‘키부츠 운동’과 뜨거운 교육열, 그리고 열강에 둘러싸인 ‘작지만 강한 나라’ 이스라엘은 한국의 롤 모델로 안성맞춤이었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아랍세계는 한국을 짓누르는 ‘주변 열강’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아랍이라는 현실을 만나기에 앞서 관념부터 갖췄던 것이다.

혐오 정서는 가짜뉴스로 꽃을 피웠다. 중동 자본이 2016년 인천 검단신도시 일대에 조성하려 했던 ‘검단스마트시티’가 ‘8단계 이슬람 화(化)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슬람화 전략이 담겨 있다는 CIA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밖에 ‘이마트 할랄 제품이 IS 테러 자금을 지원한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가짜뉴스 확산의 책임에서 언론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무슬림 관련 보도 다수가 외신을 인용하는데, 이때 출 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거나 자의적으로 내용을 첨가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실과 거짓이 엉킨 결과 사실이 진실처럼 탈바꿈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명예살인이나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두건) 등 부정적인 선입견을 만드는 종교적 요소가 실제 무슬림의 생활에서는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단적으로 히잡은 이슬람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종교적 전통이라기 보단 중동 지역의 오래된 문화가 이슬람을 만나 생긴 결과물일 뿐이다. 많은 무슬림 여성이 명예살인의 피해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철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 역시 사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쯤 되면 무슬림이 자기변호를 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닌지 의심할 법하다. 그러나 저자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4년 동안 이집트와 요르단에 거주하며 사역해 온 목사다. 책에는 친 이슬람주의 자로 정체성을 의심받아 온 저자의 고민이 켜켜이 녹아 있다. 지금까지 이슬람권 사회문화와 역사를 설명하고 전달하는 책들은 많이 있지만, 한국에서의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룬 저서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 제목처럼, 무슬림에 대한혐오와 반대, 그리고 구별 짓기가 만연한 이 사회 속에서 ‘그래도 가야 할 길’은 그들이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고 환대의 마음을 가지는 방향이 아닐까.

-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 구기연 -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인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국립대 중동연구소 방문선임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에 연구서로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를 출간했다.

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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