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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고백 

 

신용목

▎강진 백련사 근처 동백나무숲에 눈이 내리고 있다. / 사진:사진·박종근
가장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아직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의 아름다움,

맑은 술이 술병에서 잔으로 옮겨지듯이
하얀 눈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듯이

눈 속에서
나무가 나무의 모든 것을 흰빛에게 넘겨줄 때,
눈 속에서

침묵에 대해 말해지기를 싫어하는 침묵을 위하여
침묵을 말하지 않는 붉은 입술을 보여주는 저 꽃!

그래서 사랑, 이 말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오늘 밤 나는 예외
그래서 사랑, 이 말은 결국 수많은 목소리를 얻겠지만 오늘 밤 나는 예외

흰 눈밭 위를 발자국 없이 지나가는

저 그림자를 위해 동백은 불을 켠다

※ 신용목 -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가 있다. 백석문학상·현대시작품상·노작문학상·시작문학상 등을 받았다.

201903호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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