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ZOOM UP] 승가대학에서 만난 신세대 수행법 

불경 외는 승려의 귀엔 에어팟이 머물고 

교학(敎學)은 기본, 제2외국어로 세계화 포석도
출가자 감소 추세… “보다 낮은 곳에서 봉사해야”


▎밤늦은 시간 독서실에서 일본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 공림 스님.
구성원의 ‘충원’은 조직의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하겠다. 불가라고 예외가 아니다.

조계종은 13세부터 50세까지 출가를 받는다. 출가하면 행자승부터 시작이다. 6개월 이상 절의 식당 등에서 일하며 수행과 경전공부를 병행한다. 이후 열 가지 계율인 사미계(沙彌戒)를 받고 옷깃과 소매 끝에 밤색 띠가 있는 승복을 입는다.


▎일본 하나조노(花園)대 대학원에서 계율을 전공한 법장 스님이 강의하고 있다.
정식 스님이 되려면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4급 승가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승가대학 입학은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고졸 이상 학력을 필요로 한다. 조계종 산하에는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중앙승가대학과 함께 전국 유명 사찰에서 운영하는 승가대학 14곳이 있다.


▎자유시간에는 갖가지 체육활동을 한다. 기온이 낮은 계절에는 헬스와 같은 실내운동도 한다.
전란 직후인 1955년 문을 연 해인사승가대학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
경남 합천 해인사 경내에 자리한 해인사승가대학도 그중 하나다. 1955년 문을 연 해인사 법보전문강원에 뿌리를 둔다. 1957년 8월 지관·월운·홍법 스님이 처음으로 졸업했다. [무소유]로 속세에 이름을 남긴 법정 스님은 2회 졸업생이다. 오늘날까지 1000여명의 스님이 이곳을 나왔다.

승가대학생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 참석을 시작으로 청소·수업 등으로 일과를 보낸다. 4년간 계율·선학·정토·화엄·초기불교 등 다양한 교학을 배운다. 전통 승가교육과 함께 영어·일어·중국어를 필수 및 선택과목으로 배워 포교 세계화도 준비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스님이 되는 과정도 인터넷, 첨단 IT장비와 동행한다. 해인사승가대학 독서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공림(空林, 23)스님 귀에 꽂은 애플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현대화된 불교 교육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바른 수행자 양성이 최우선”


▎새벽 4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이어지는 일과에서 대법당에서 진행되는 예불은 수업만큼 중요하다.
불가엔 ‘불법승삼보(佛法僧三寶)’라는 말이 있다. 부처(佛)와 부처의 가르침인 법(法)과 함께 법을 수행하는 사람인 승(僧)이 불교의 세 가지 보배라는 뜻이다. 스님이 없으면 부처가 깨달은 법도 전해질 수 없기에 그렇다.


▎공양은 따로 마련된 식당에서 한다. 식사 중에는 묵언(黙言)이 기본이다.
요즘은 출가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학년별 정원 10명 이상 규정을 충족한 승가대학이 2곳에 불과했다.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아래 사진)은 “불교가 적극적으로 사회로 나가 자신을 내려놓고 봉사하는 조직으로 변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조계종 종정(宗正) 진제 스님도 4월 2일 유시에서 “우리 불교가 시대의 등불이 되고, 고통 받는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기 위해서는 (…) 바른 수행자를 양성하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이른 아침 멧돼지가 식당 앞에 찾아 왔다.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아는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 사진·글 신인섭 기자shinis@joongang.co.kr

201905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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