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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전문기자의 대학총장 열전] 고등교육 혁신 전문가 김창수 중앙대 총장 

“교육 대전환 이끌 새로운 ‘중앙 100년’ 인류 문제 해결할 다빈치형 인재 양성할 것” 

티칭에서 러닝, 씽킹의 시대로 바뀌는 교육 혁명기
학부 중심에서 연구 중심으로 대학 패러다임 전환
상아탑 속 ‘나 홀로 연구’ 아닌 창의적 융합 이끌 것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대학정책은 교육만이 아닌 경제정책의 시각으로 봐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자리 잡은 중앙대학교는 올해 새로운 100년을 시작했다. 1918년 중앙유치원을 모태로 지난해 100년 역사의 ‘센추리 클럽(Century Club)’ 대학이 됐고, 올해 또 다른 센추리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중앙대 100년 역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1928년 중앙유치원 유치사범과가 중앙보육학교로 탈바꿈해 고등교육기관이 됐고, 1947년에 중앙여자대학이 됐다. 이듬해 남녀공학으로 개편됐고 1953년에 종합대로 승격된 것을 계기로 국내 최상위권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그런 격동의 역사 속에 28만의 동문을 배출했다. 현재 16개 단과대, 28개 학부, 23개 학과, 16개 대학원 학제를 운영 중이다.

센추리 대학의 총장을 맡은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기도 하다. ‘영원한 중앙인’을 자처하는 김창수(62) 총장은 숙명이라고 했다. 27년 전 모교 교수가 될 때의 초심을 다잡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파고가 몰려오고,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자원이 줄어들고, 재정이 어려운 고등교육 생태계 속에서 총장의 역할은 여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총장의 리더십과 비전, 혜안이 대학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고등교육 행정에 정통한 김 총장을 만나 해법을 듣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인터뷰는 5월 8일 총장 집무실과 캠퍼스 현장에서 이뤄졌다.

올해 중앙대는 개교 101주년으로 새로운 100년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역사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올해 신입생 모집 슬로건을 ‘I + ∞: 당신의 가능성에 중앙 100년의 가치를 더합니다’로 정했죠. ‘I + ∞’는 ‘100 + 1’의 의미도 있어요. 2019년은 100년의 역사 위에 새로운 100년을 출발하는 계왕개래(繼往開來)의 해이자 ‘CAU 2030’의 원년입니다. 100년 선배 동문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100년 후학을 길러내는 첫해라는 의미죠. CAU는 중앙대 즉, ‘Chung-Ang University’의 약자입니다.”

CAU 2030의 내용이 무엇인가요?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창의 인재, 중앙’이 비전입니다. ‘2030, 글로벌 일류 대학(Global Top Tier University)’이 목표죠. 3대 세부 목표는 ‘지식창출로 미래를 선도하는 대학’, ‘학생의 성공을 지원하는 대학’,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대학’입니다. ‘연결·융합·공헌’이 3대 전략입니다.”

3대 전략으로 선정한 연결·융합·공헌이 특이합니다.

“4차 혁명시대의 고등교육기관은 3C, 다시 말해 연결(Connect)·융합(Converge)·공헌(Contribute) 전략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중앙대만이 아닌 모든 대학의 과제이기도 하죠. 대학은 지식과 다양한 주체를 연결해 지식을 창출하면서 역동하는 사회와 함께 호흡해야 합니다. ‘나 홀로’가 아닌 융·복합을 통해 다빈치형 창의 인재를 키워내고,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해 인류사회에 기여해야 합니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워내 학생이 성공하고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중앙의 신 약속(New Promise)입니다.”

연결·융합·공헌 3C 중요… 고등교육 문제 해결 지금이 적기


▎김창수 총장이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해 동작구청 관계자들과 함께 학교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중앙대
김 총장은 “우리는 문제에 직면할 때에만 생각한다(We only think when confronted with a problem)”라고 언급한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 얘기를 꺼냈다. 대학이 지금 그런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어요. 관건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고죠.”

중앙대는 어떤 변화를 시도하나요?

“교육 중심에서 연구 중심으로 옮겨가려 합니다. 경제발전 시대의 민족교육을 넘어 인류사회를 바라보는 겁니다. CAU 2030은 ‘지식창출로 미래를 선도하는 대학(Knowledge Pioneer)’을 목표로 핵심 연구그룹 집중육성과 연구협력 활성화 모델 구축에 나섭니다. CAU 대표연구소 설립, 석학급 교원 육성, 융합연구 활성화, 산학협력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연구중심대학으로 가는 이정표입니다.”

왜 연구 중심대학인가요?

“두뇌한국(BK) 21 사업을 한 지도 20여 년이 지났어요. 주요 대학은 연구로 인류사회에 기여해야 합니다. 대학을 교육산업의 관점으로 보면 여타 산업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입학자원이 고갈돼 가는 현실에서 출구 전략은 대학원 중심의 연구경쟁력 강화, 국제화를 통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그리고 지역사회의 평생교육기관이 되는 선순환 체제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미래 대학은 연구로 인류사회에 기여해야 해요. 이는 모든 주요 대학의 미션이기도 합니다.”

김 총장은 연구기능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대답은 명료했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벗어나 사회문제 해결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끄는 실사 구시로 가야죠. 대학들의 관심사는 내년 시행되는 4단계 BK21 사업의 성공적 진입에 쏠려 있어요. 지난해 말 발표된 4단계 BK21 기획 정책연구진의 성과분석에 따르면, 국내 대학원은 논문·특허 등 양적 성과는 세계적 수준(세계 12위, 2016년)입니다. 한데 연구주제와 성과는 국민 생활 개선이나 사회문제 해결과는 괴리가 많아요. 정책연구진은 학문 후속세대 양성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인재 양성을 대안으로 내놓았죠. 적절한 처방입니다.”

그러려면 연구 풍토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현재 교수들의 관심은 연구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아니라 논문게재 편수에 있습니다. ‘출판하지 않으면 죽는다(Publish or Perish)’는 풍토가 대학가를 지배하고 있어요. 대학이 페이퍼 팩토리(Paper Factory)로 변모한 거죠. 교수가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페이퍼, 페이퍼, 페이퍼’입니다. 논문을 위한 논문이지 국민 삶의 질 개선이나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는 유리돼 있어요. 저희부터 반성합니다. 대학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적 문제 해결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되는 질적 연구가 활성화되도록 미세조정이 필요합니다. 실사구시 연구를 반영하자는 제안입니다.”

진행 중인 실사구시 연구가 있습니까?

“대학과 동작구를 연결하는 가운 앤 타운 프로젝트(Gown & Town Project)가 대표적입니다. ‘산학협력 LINC+, 교육협력 대학혁신지원사업, 관학 협력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동작구를 ‘리빙랩’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간은 상아탑 속 ‘나 홀로’ 연구지만,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삶의 현장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혁신 생활실험실인 ‘리빙랩’을 통해 주민과 함께 풀어야 할 문제를 설정해 머리를 맞대고 있어요.”

구체적인 예가 궁금합니다.

“캠퍼스타운 사업을 보죠. 100억원 규모의 서울시 지원 사업인데 서울시·중앙대·동작구 등 3개 기관이 2022년까지 청년창업, 캠퍼스 주변 안전환경 개선, 지역상권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회적 혁신연구입니다. 좁은 대학 안으로 지역사회가 들어오게 하는 게 아니라 대학이 더 넓은 지역사회로 나가는 것이죠. 대학의 가운(Gown)과 지역의 타운(Town)이 함께 하는 전형적인 ‘Gown & Town Project’입니다.”

적정기술, 적정연구의 산실 미래융합원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중앙대 R&D센터에서 열린 ‘만성 신경질환자 연구 프로젝트 안내 및 홍보 세션’에 참석해 김 총장과 기념 촬영을 했다./사진:중앙대
중앙대는 연구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융합연구원도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사회문제 해결형’과 ‘융합혁신형’으로 구분해 그룹당 종잣돈을 지원해 종자 그룹(Seed Group)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19개 그룹을 지원했다. 일례로 ‘노년 라이프 스타일 융합연구 그룹’에는 철학·문학·사학·전자전기공학·심리학·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올해도 12개 그룹을 지원해 미래융합연구 활성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시드 그룹 개념이 신선하네요. 새로운 시도지요?

“그렇습니다. 일단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야 융합연구가 가능해요. 시드 그룹은 말 그대로 연구의 종자입니다. 종자가 자라 융합연구센터로 발돋움하고, 대형과제를 수주·수행하는 융합연구원으로 발전하게 될 겁니다. 혁신은 작은 연구에서 발아하죠. 국책사업을 통한 대형 연구과제와 함께 작은 종잣돈으로 소형 혁신과제를 병행합니다. 개발도상국에는 첨단기술보다는 적정기술이 더 적합하듯 우리 대학도 사회문제 해결형과 융합혁신형 그룹을 키울 적정연구 시드그룹을 키우고 있어요. 종자연구집단이 융합연구센터로 도약해 대형 연구과제를 이끄는 명실상부한 융합연구원으로 발전시키자는 비전입니다. 그럴 때 ‘BK21 FOUR’ 정책연구진이 구상하는 ‘혁신성장 선도형’ 연구인력 양성이 가능할 겁니다. 또 다른 연구 100년을 내다보는 전략입니다.”

김 총장의 사회문제 해결 철학은 선명했다. “대학은 인재 양성 요람이고 인재는 국가경쟁력이잖아요. 따라서 사회문제란 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인데 결국 사람이 만들었으니 사람이 풀어야죠.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국제갈등, 인구절벽, 소득 불평등, 사회복지, 일자리 문제 등을 풀기 위한 글로벌 협력체계가 절실해요. 대학의 4.0 혁신이 필요합니다.”

유니버시티 4.0이 과연 무엇일까? 대학의 문제는 교육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연구실은 물론 강의실까지 첨단장비가 도입되는 대학은 이미 하이테크 산업화가 되어 있는 만큼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니버시티 4.0이 신선합니다.

“대학이 양성한 인재는 대부분 경제 섹터로 흡수됩니다. 인문·사회나 경제·경영계열, 이공계열 다 마찬가지죠. 그러니 대학의 문제를 경제 관점에서 풀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고등교육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경제문제와 결부시켜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교육비전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싱가포르의 교육비전은 유명하지요.

“싱가포르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지식기반경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싱가포르는 ‘지능 섬(Intelligent Island)’을 표방하고, 세계 10대 다국적 기업과 10대 명문대학을 유치한다는 이른바 ‘텐-텐(Ten-Ten)’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그러자 싱가포르 대학 전반의 평판이 올라갔죠. 1997년에는 ‘생각하는 학교, 공부하는 국가(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를, 2005년에는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배우자(Teach less, Learn more)’를 주창했습니다. 2016년에는 ‘기술이 미래다(Skills Future)’를 들고나와 ‘학습 국가’를 표방했습니다. 싱가포르 정책의 향배는 대학정책으로 나타납니다. 대학은 싱가포르의 최대 자산입니다. 그래서 교육부·통상산업부·경제기획원·인력부가 유기적 연대를 결성하여 총체적으로 대학을 지원합니다. 대학은 제2의 경제 부문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교육은 함께 가야 성공한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 많네요.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함께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교육부 따로, 기획재정부 따로, 산업통상자원부 따로, 국회 따로 식의 시스템으론 백년대계가 설 수 없어요. 경제정책의 하나로 대학정책을 펴거나 대학정책과 경제정책이 함께 가야 합니다. 요약하면 대학정책을 교육 수요자와 정부, 대학이 함께 만들어 발전시키고 글로벌화하자는 뜻에서 유니버시티 4.0을 제안합니다.”

미국 페르미랩과 협약, 연구 글로벌화에 새 전기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017년 중앙대를 방문해 ‘새로운 미래와 우리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사진:중앙대
대학의 글로벌화는 중요한 화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고등교육미래위원장을 맡은 김 총장은 교육과 연구 부분의 효율적인 교류를 통한 국제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대의 경우 2015년 734명이던 외국인 유학생(인바운드)이 올해 1400명, 같은 기간 해외에 나간 교환학생(아웃바운드)이 536명에서 677명으로 늘었다. 그런 양적인 팽창과 함께 내실 있는 전략이 필수라는 것이다.

중앙대의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게 있나요?

“지난해 9월 20일 직접 미국 페르미 국립 가속기연구소(Fermilab: 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에 가서 협약을 체결했어요. 페르미랩은 입자물리학 및 가속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전 세계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1750여 명이 일하며 50여 개국과 협력하고 있어요. 주목할 점은 2015년부터 페르미랩이 수행 중인 프로젝트인 ‘LBNF(Long-Baseline Neutrino Facility)’와 ‘DUNE(Deep Under round Neutrino Experiment)’ 실험이죠.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최하는 첫 번째 대형 국제협업 과학실험으로 32개국 1100명이 참여해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 입자인 중성미자의 신비를 풀기 위한 프로젝트로 세계 과학 및 산업 발전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어떤 시너지가 기대되나요?

“해당 프로젝트의 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어요. 연구와 논문 등 여러 방면에서 획기적인 역량 향상이 기대됩니다. 페르미랩과의 협력은 중앙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입자 물리 연구 분야에도 기여할 겁니다. 아낌없이 지원해야죠.”

김 총장은 교육의 핵심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하는 힘, 상상과 논리와 이론에 기초한 교육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4차, 5차 혁명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학교육의 틀이 교육(Teaching)에서 학습(Learning)을 넘어 사고(Thinking)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교육 패러다임 전환과 글로벌화에 전력을 쏟을 수 없어요. 글로벌 지표를 맞추려 질 낮은 논문을 양산하고, 무분별하게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 부작용이 생겨요. 그렇게 해서는 세계적 대학이 될 수 없어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산학연계도 필요하지요?

“정확한 포인트입니다. 우리는 대표적 창업과목인 ‘크리에이터 트랙(Creator Track)’이 있어요. 유튜브를 활용해 마케팅 방법론을 배우고, 전문가들과 실제 동영상을 제작하는 수업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전문가·학생들이 함께 웹사이트, 모바일 앱을 제작하며 창업에 대한 실전 감각을 기르는 과정을 운영 중이고요. 학생들이 창업, 취업 등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기본적인 실무 역량을 갖추도록 확대할 겁니다. 다양한 역량을 키우다 보면 특별히 잘하는 미래의 일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김 총장이 그리는 인재상은 어떤 것일까? 주저 없이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같은 융합형 인재라고 했다.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철학·인체해부학·정치학·음악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탁월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족적을 남긴 다빈치 같은 인재가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 500년 전의 다빈치가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첨단 산업시대의 인재상으로 부각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니 말이다.

왜 다빈치형 인재입니까?

“다빈치는 4차 혁명의 핵심 자산인 ‘창의력’의 상징이자 다중 잠재력(multi potential)의 인물이죠. 고유 명사로 임팩트를 주려 ‘다빈치’를 선택했어요. 교양대학은 모든 학생들의 인문교양기초교육을 담당하는 중앙대의 토대입니다. 다빈치 인재는 교양대학을 넘어서 학교 전체가 지향하는 공통 인재상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가 갖추어야 할 4C를 보아도 비판적 사고를 통한 문제해결, 창의성, 소통, 협동으로 이루어진 멀티포텐셜, 다중지능을 강조합니다. 토플러는 ‘부의 미래’ 에서 부의 파고는 ‘기르고 키우는(Growing) 시대’에서 출발해 ‘만드는 (Making)’ 시대를 거쳐 ‘생각하는(Thinking)’시대에 도달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대학은 양대 상징물인 상상속의 동물 ‘청룡’과 성찰의 상징 ‘생각하는 로댕’을 합쳐 다빈치 인재상을 만들었어요. 멀티포텐셜의 4차 혁명을 이끌 새로운 세기의 리더는 바로 다빈치 인재상입니다.”

다른 대학과 차별화가 되는 포인트는?

“어떤 차별화가 가능하냐가 중요합니다. 종합대의 고민은 전반적인 경쟁력 끌어올리는 것과 특정 분야의 특성화입니다. 세상이 자꾸 변해 그 시대에 요구되는 학문 분야도 바뀌잖아요. 특정 학문분야 만을 대상으로 특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죠. 그래서 우리 대학은 다빈치 러닝 모델을 통해서 학생들이 창의력과 현장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학생들의 창업과 취업을 위해 어껀 노력을 하고 있나요?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한국 청년들이 모험하지 않고 안정만을 좇는다’고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어요. 일리도 있어요. 힘들더라도 도전해야지요. 우리는 다빈치인재개발원이란 전문부서를 3개팀(인재개발팀, 취업지원 1팀, 취업지원 2팀)으로 운영하며 취업과 진로 교육을 담당합니다. 학생자기계발 통합관리시스템(Rainbow System)은 통해 주기적으로 진로와 역량 관리를 돕고 있는데 여타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죠. 진로탐색·자기계발 세미나와 실무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가동 중입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활성화 했습니다.”

회계학 전공해 꼼꼼, 정부 재정사업 직접 프레젠테이션


▎김창수 총장이 연구의 글로벌화를 위해 지난해 9월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 연구소를 방문해 협약식을 체결했다./사진:중앙대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공유모델이 대학의 화두인데요?

“예전의 대학이 저비용·노동집약적 대학(Brawn University)이었다면 지금은 자본집약·기술집약적 대학(Brain University)으로 바뀌었어요. 그런 트렌드는 더 가속화 할 거예요. 대학이 모든 학문 분야의 강의실과 연구실을 하이테크로 바꿔주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잘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 분야는 다른 대학들과 공유하면서 성장하는 모형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세계적인 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는 게 더 유익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소스를 활용하고, 제공도 하는 공유 대학 모델로 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유대학과 무크 강의 등을 더 활성화해야지요.”

전공개방 모집 제도의 성과는 어떤가요?

“학과별로 정시 정원의 20%가량을 개방형으로 모집하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개념입니다. 인문사회 계열과 공과대 자연대 등 거의 다했어요. 적용하지 않은 대학은 사범대·간호대·의대·약대·예술대·체육대 정도죠. 많은 학생이 적성을 모른 채 전공을 선택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1년간 전공탐색 시간을 갖도록 했는데 효과가 좋아요. 전공 장벽을 낮춰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 내는 계기기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회계학을 전공해서 성격이 꼼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꼼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구성원들은 많이 챙긴다고 생각하나 봐요. (웃으며) 구성원들의 느낌이 맞겠죠! 저는 실수를 줄이려는 경향이 좀 강해요. 모든 일은 작은 실수에서 벌어진다는 생각에 리스크 요인을 줄이려고 많이 살피기는 해요.”

실제 김 총장은 정부 재정지원사업 보고서도 직접 챙긴다. 담당 팀이 작성한 보고서를 중간중간 점검하면서 파인 튜닝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다 보니 보고서가 완성될 단계가 되면 내용을 훤히 꿰뚫는다. 직접 재정지원 사업 심사위원 앞에서 설명한 총장이기도 하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심사에 직접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대학혁신지원 시범사업(PILOT) 때 얘기군요. 전국 73개 대학이 신청했는데, 11개 대학이 선정됐어요.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대학도 대학 재정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정부재정지원 사업 선정은 큰 의미가 있어요. 프레젠테이션 장소에서 전체적인 사업제안서를 직접 설명했어요. 실패하면 창피할 뻔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이죠.”

박사 실업자 문제, 대학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


▎김창수 총장이 지난해 10월 10일 개교 100주년을 맞아 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새로운 학교 비전 2030’ 선포식을 하고 있다./사진:중앙대
올해 최초로 대학원에 의회학과를 신설했습니다.

“의회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특히 여성 의원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한 프로그램입니다. 의정 활동도 전문성이 있으면, 그 전문성에 의해 국회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 논리보다 전문가의 논리로 접근하는 게 사회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의원들도 전문성을 갖춰야 입법활동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8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되는데 박사 실업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박사 실업자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닙니다. 일명 강사법 때문에 대량 실업이 발생한다고 걱정들 하는데 대학에서 강의 하나 한다고 실업자가 아닐까요? 물론 한 과목하는 것조차 놓치는 분도 늘 겁니다. 그러나 박사 실업 문제는 석·박사 배출 시스템 자체를 손질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워요. 사회적으로 필요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공급시스템을 조절해야 해요. 수요는 적은데 공급만 늘려 놓으니 강사법과 상관없이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거죠.”

김 총장은 대교협 고등교육미래위원장 입장에서도 기업체와 산업체에서 석·박사 인력을 많이 활용하지 않으면 대학이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고급 인력을 산업체가 써주지 않으면 대학의 흡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급인력 수급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사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워요.”

총장의 역할은 학생·교수·직원 돕는 조연자

경기도 화성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 총장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또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으면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을까? 김 총장은 잠시 회상에 젖었다. “원래 교수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회계학을 전공했으니 당연히 공인회계사가 되려고 했었죠. 대학 졸업 때까지 합격하지 못해 기업체에 들어갈까 생각하다 시험을 한 번 더 보려고 대학원에 들어갔지요. 열심히 조교생활을 하던 중 당시 학장님이 잘 보셨는지 유학 가 공부하라고 추천해주셨어요. 형편이 안 된다고 했는데 장학금 받고 공부할 수 있는 입학허가서를 받아주셔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갔어요.”

유학생활은 어땠습니까?

“28세에 준비 없이 가다 보니 엄청 고생했어요. 처음엔 영어도 잘 안 되고…. 컴퓨터 수업은 정말 절망적이었어요. 한국에서 PC를 본 적도 없는데 컴퓨터실습 수업을 들으니(1986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더라고요. 옆에 앉은 학생만 쳐다봤죠. 이상하게 생각하던 그 학생이 사정을 알고선 개인적으로 가르쳐줬어요. 세법도 마찬가지였죠. 세법을 이해하려면 그 나라 문화를 알아야 해요. 예를 들면 이혼을 모르면 양육비를 어떤 상황에서 대줘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죠. 당시 우리나라에선 ‘이혼’의 이자도 입에 올리지 않던 시대였는데 참 당혹스럽더군요. ‘왜 생고생하나’라며 좌절도 했지만 이를 악물었지요. 한 학기가 지나니 적응이 되더군요.”

교수 김창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창피하지만 학생들은 이웃집 아저씨라고도 표현해요. 깐깐하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대화 많이 하고, 필요한 거 도와주는 아저씨 같다나요. 좋게 봐줘서 고맙죠. 전 부족한 점이 많아요. 구성원에게 더 다가가 소통하려 합니다. 중앙대가 곧 제 인생이니까요.”

김 총장은 산행하며 사색하는 걸 좋아한다. 지리산을 비롯해 대한민국 높은 산은 다 종주했다고 한다. 사색하며 다졌던 좌우명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자’이다. 의사 결정이나 논리의 패러다임에서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청의 리더십이다. 전공은 회계학이지만 기획조정실장과 기획관리본부장, 부총장 등 대학 보직을 두루 거쳐 실질적 전공은 대학행정과 다름없다. 그는 총장의 역할은 조연이라고 했다. “교수·학생·직원이 대학의 3대 주연입니다. 주연이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조연인 총장이 거들어줘야 해요. 그래야 구성원이 행복해집니다. 총장의 역할은 주연을 주연답게 하는 조연입니다.”

[박스기사] 김창수 총장은

■ 1958년 경기도 화성 출생(4남 1녀 중 셋째)
■ 1984년 중앙대 회계학과 졸업
■ 1998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FIU) 회계학 석사
■ 1993년 플로리다주립대(FIU) 경영학 박사(회계학)
■ 1994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로 부임, 기획조정실장, 기획관리본부장, 경영경제부총장, 행정부총장
■ 2016년 중앙대 총장~현재
■ 주요 활동: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미래위원회 위원장(현),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장(현), 서울시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장(현), 한국회계정보학회장,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 고려대 영어교육학과를 나와 한국외국어대에서 교육저널리즘으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교육데스크, 정책사회데스크, 사회1데스크, 행정국장, 사회 에디터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마음은 따뜻하고 시선은 엄정해야 한다는 저널리즘 소신을 갖고 있다. 공저[한국의 파워 엘리트]와 역서[멀티미디어 조직혁명]이 있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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