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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브로맨스’ 펼치는 시진핑과 푸틴의 속내 

반미(反美) 연합전선 통해 아·태 질서 재정립 노려 

KADIZ·독도 영공 침범은 미·일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 견제용
한반도의 동·서해, 대만 해협과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도 중·러의 타깃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옛 소련 붉은 군대는 1969년 3월 2일과 15일, 우수리 강 중류에 있는 넓이 0.74㎢의 작은 섬 전바오다오(珍寶島, 러시아명 다만스키)를 차지하려고 두 차례나 전투를 벌였다. 공산주의라는 같은 통치이념을 추종하면서도 당시 양국 관계는 무력 충돌과 영토 분쟁 이후 전면전에 대비할 정도로 악화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양국은 4380㎞에 이르는 국경선에 군 병력을 각각 81만4000명과 65만8000명을 배치했으며, 중국은 미국 대신 소련을 주적(主敵)으로 상정했다. 군사력에서 열세이던 중국은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려고 1972년 미국과 화해했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후신인 러시아가 출범할 때까지 양국관계는 복원되지 않았다.

견원지간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수교한지 70주년을 맞아 밀월관계를 누리고 있다. 중국이 21세기 들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패권을 추구하자,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기존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자,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됐다. 러시아도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고 미국에 대항하고자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올해 6월 5일부터 7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당시 방문은 양국 수교 70주년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 주석을 국빈 방문으로 초청하는 형식이었다. 시 주석은 2013년 국가주석에 취임한 직후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선택했고, 당시 방문은 집권 2기를 맞이해 처음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4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 포럼을 계기로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두 정상은 지금까지 각종 국제회의에서 별도로 만나거나 상호 방문하는 등 무려 29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지금까지 모두 8번째 러시아를 방문했다. 시 주석이 그동안 전 세계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모스크바다.

두 정상은 서로에게 훈장까지 주면서 우정을 돈독하게 쌓아왔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7월 시 주석에게 러시아 국가 최고 훈장 성 안드레이 훈장을 수여했고, 시 주석은 2018년 6월 베이징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의훈장을 수여했다. 우의훈장은 중국 사회 현대화와 세계평화 수호에 기여하는 외국인에게 주려고 중국이 만든 것으로, 푸틴 대통령이 첫 수상자다. 두 정상은 ‘브로맨스’(bromance, 남성 간 친밀 관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국제사회에 과시하고 있다.

美 보란 듯이 화웨이와 손잡고 ‘5G 동맹’


▎1, 2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성 안드레이 훈장을, 2018년에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의훈장을 수여하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6월 5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러 새 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선언’과 국제 및 지역 정세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새 시대 전략적 안정성 강화’라는 두 개의 문서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는 국제 정세의 어떤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양국이 상대의 핵심 이익과 각자 관심을 갖는 중대 문제에서 서로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세계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러 관계 강화는 역사의 부름이며, 양국의 확고부동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은 내가 가장 광범위하게 교류한 외국인 동료이며,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개인적인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글로벌 핵심 이슈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 비슷하거나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6월 6일자)을 통해 “양국 관계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새 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은 대사건”이라며 “이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어떻든지 영향을 받지 않고 중·러 관계가 계속해서 밀접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외교관계의 친소에 따라 1996년부터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협력 동반자 ▷건설적 협력 동반자 ▷전면적 협력 동반자 ▷전략적 동반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등 6단계로 분류해왔다.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사실상 동맹이나 다름없다. 새 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시 주석이 통치하는 시대를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가 수교 70주년을 맞아 ‘반미(反美) 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양국은 현재 모든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5G 동맹’을 들 수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러시아 최대 유·무선 통신사인 모바일 텔레시스템즈(MTS)는 내년까지 러시아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리고 각국에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이런 요청을 거부하고 화웨이와 손을 잡았다. 화웨이와 MTS는 스마트시티·무인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도 5G 활용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철의 장막’을 구축하고 이념전쟁을 벌였다면, 21세기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디지털 장막’을 세우고 미국과 ‘테크(Tech, 기술) 전쟁’을 벌이게 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화웨이에 대한 반대 운동 같은 미국의 공격적인 전술이 무역전쟁으로, 어쩌면 실제 전쟁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양국의 밀월 관계의 또 다른 사례로는 중국의 ‘러시아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최신예 요격미사일 시스템인 S-400 트리움프(Триумф) 도입을 들 수 있다. 중국은 2014년 러시아와 30억 달러 규모의 S-400 트리움프 3개 포대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S-400은 세계 최강의 방공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거리는 40∼400㎞로 100개 표적을 추적해 동시에 6개를 격추할 수 있다. 요격미사일의 최대속도는 마하 5.9, 레이더 탐지거리는 최대 700㎞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러시아로부터 S-400 1차 인도분을 전달받고 같은 해 12월 시험 발사에 나섰다. 러시아는 조만간 S-400 2차분을 중국에 인도할 예정이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비난한 中, ‘러시아판 사드’ 도입

미국 정부는 중국의 S-400 도입과 관련, 인민해방군 장비개발부와 그 책임자인 리샹푸 부장에 제재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3개 포대 가운데 1차분은 대만과 인접 한 푸젠성 지역에, 나머지 2차와 3차분은 산둥반도와 랴오둥반도 일대에 각각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동북아의 전략균형을 깨는 행위라고 비난해왔지만, 산둥반도에 S-400을 배치하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이 탐지할 수 있다.

시 주석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인 리 부장을 인민해방군 상장으로 승진시켰다. 우리나라의 대장에 해당하는 상장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총지휘하는 시 주석을 제외하고는 인민해방군에서 가장 높은 계급이다.

양국의 밀월관계에서 주목할 점은 군사 분야 협력이다. 러시아는 중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건조를 지원할 방침이다. 중국은 첫 항모인 랴오닝호와 자체 기술로 건조한 산둥호 등 2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재래식 디젤 항모이다. 현재 개발 중인 세 번째 항모도 디젤 항모다. 중국으로선 거대한 항모를 고속으로 운항하고 함재기를 신속하게 발진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소형 원자로를 탑재한 핵 항모가 필요하지만, 이에 필요한 기술을 아직까지 갖추지 못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러시아는 과거 핵 추진 항모 건조를 위해 개발한 핵 쇄빙선의 원자로 기술을 중국에 전수할 방침이다. 핵 추진 쇄빙선은 북극해의 두껍고 단단한 얼음을 뚫고 나가야 하므로 강력한 소형 원자로를 설치해야 한다. 소련은 지난 1950년대부터 이를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중국핵공업그룹(CNNC)은 지난해 6월 부유식 모듈형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하는 핵 쇄빙선을 발주했다. 이는 러시아의 핵 쇄빙선 원자로 기술을 배워 핵 항모 건조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발주한 핵 쇄빙선은 길이 152m, 폭 30m 크기의 배수량 3만t급 핵 추진 선박이다. 중국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러시아는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고, 중국은 돈은 있지만 기술이 없다”면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핵 항모를 건조하는 데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군사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합동군사훈련이다. 양국은 합동군사훈련의 범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양국 해군이 올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해상과 상공에서 ‘해상연합-2019’ 훈련을 실시한 것을 비롯해 양국군은 미국과 동맹국들을 겨냥해 실전과 같은 합동작전 훈련까지 벌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들이 7월 23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독도의 영공을 침범한 것도 한국과 미국의 대응 전략을 시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중국의 전략폭격기 훙(轟·H)-6K 2대와 러시아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 2대 및 조기경보통제기 A-50 1대가 KADIZ에 무단으로 진입했다. 특히 A-50은 독도 상공에서 한국 영공을 두 차례나 침입했다. 한국 공군은 중·러 전략폭격기와 러시아의 조기경보통제기에 대응하고자 F-15K와 KF-16 전투기 18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게다가 한국 공군 KF-16 전투기는 1차 침범한 A-50에 대해 열 추적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섬광탄) 10여 발과 20㎜ 기관총 80여 발을, 2차 침범 때는 플레어 10발과 20㎜ 기관총 280여 발을 각각 경고 사격했다. 외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과 한국 전투기의 경고 사격은 모두 1953년 7월 27일 6·25 전쟁의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었다.

독도 영공 침공, 한·미 대응 전략 시험 성격


▎중국은 세계 최강 방공시스템이라 평가받는 러시아판 사드 ‘S-400 트리움프’를 산둥반도 일대에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당시 훈련은 연합 장거리 초계 비행의 일환이라면서 국제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연합 공중 전략 순항을 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혼합 편대가 한국 동해 공역의 정해진 항로로 연합 비행했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양국 공군기들은 국제법의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 다른 나라의 영역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면서 “중국과 한국은 좋은 이웃으로 ‘침범’이라는 용어를 조심히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러시아 공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이 장거리 군용기를 이용해 아시아태평양 해역에서 첫 연합 공중 초계비행을 수행했다”면서 “양국 공군기들은 국제법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외국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러시아 항공우주군 장거리 항공사령부 사령관 세르게이 코빌랴슈 중장은 “객관적 비행 통제 자료에 따르면 분쟁 도서(독도)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군용기와 도서 간 거리는 25㎞였다”면서 “한국 조종사들의 행동은 공중 난동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의 도발은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최근 들어 미·일·인도·호주 간의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도 대응하려는 것이다. 양국 군용기들이 동해에서 이어도 남쪽까지 비행한 점으로 미뤄 볼 때 양국은 장거리 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고, 동해뿐만 아니라 이어도와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까지 작전 지역을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중국과 러시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협력을 어디까지 강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면서 “양국이 군사동맹을 시험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 방송은 “중국과 러시아가 더욱 크고 정교한 규모로 연합훈련과 합동 감시에 나섰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면서 “양국은 경제·외교에 이어 돈독해진 군사관계를 앞세워 무역 전쟁이 한창인 미국을 향해 긴장감과 악몽을 선물했다”고 지적했다.

양국이 이번에 동원한 군용기들은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전략 폭격기들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일종의 무력시위까지 벌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의 Tu-95MS 폭격기는 사거리가 2500~2800㎞에 달하는 Kh-102 스텔스 핵 크루즈미사일 8발을, 중국의 H-6K는 사거리 2500㎞의 CJ-10 핵크루즈 미사일 6발을 장착할 수 있다.

양국의 또 다른 속셈은 한·일 갈등에 따른 느슨해진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제를 시험하고, 더욱 균열을 일으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위안부 재단 해산, 초계기 갈등,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명단 제외와 수출 규제 등으로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 게다가 한·일 양국은 독도의 영유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를 한 적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독도를 놓고 벌이는 양국의 영토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의 KADIZ와 독도 영공 침범은 한·미·일 협력 체제의 약한 고리를 노린 의도적 도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전략적 의도를 우려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은 한·미·일 3국 관계의 균열을 노리는 의도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러의 도발은 인공섬을 만들고 결국 군사기지화한 스플래틀리(중국명 난사군도)처럼 러시아와 함께 서서히 동해는 물론 동북아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중국의 장기 전략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은 동북아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통일된 전선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美 동맹국 겨냥한 군사적 견제·압력 높이는 중·러


▎올 7월 23일,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중국 H-6 폭격기 (위쪽)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 ‘A-50’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침범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는 앞으로 실질적인 군사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양국은 독도 등 한반도의 동해와 서해는 물론 대만 해협과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국방부는 7월 24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 국방’이란 제목의 국방백서에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관계를 최우선 순위로 규정했다. 백서는 “중·러 양국 군 관계는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글로벌 전략적 안정 유지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백서는 이어 “중·러의 양국은 고위층 교류, 군사 훈련, 장비 기술, 대테러 분야 등에서 깊은 협력을 통해 다자간 시너지와 조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백서는 “세계 경제와 전략 중심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아·태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 배치와 간섭을 확대하면서 이 지역 안보 형국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미국과 미국을 따르고 있는 동맹국들을 비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는 앞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세안 회원국들을 겨냥해 각종 군사적 견제와 압력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정권을 비호할 것도 틀림없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수교 70주년 기념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양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안보와 발전에 대한 대가로서의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고, 모든 당사국의 우려 해소를 위한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법을 적용하며,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동맹 체제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양국 통치체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야당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권위주의 체제다. 푸틴 대통령은 4번째로 대통령이 됐으며,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현재 하원인 국가두마를 장악했다. 푸틴의 지지 세력은 모든 권력기관은 물론 지방정부까지 독점하고 있다. 중국도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다. 심지어 러시아는 중국 공산당을 미래 성공 모델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양국 경제가 상호의존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도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면 중국의 자본이 필요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향후 국제질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도 양국의 군사 동맹 구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기존의 ‘아시아·태평양’을 ‘인도·태평양’이라는 명칭으로 바꿔 부르고, 태평양사령부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미국·일본·인도·호주와의 동맹과 연대를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봉쇄하는 것이다. 이에 맞서려면 중국으로선 러시아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새 군사협정 체결로 반미 연합전선 공고히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양국은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군사동맹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력이 과거와 달리 약화해가는 상황에서 양국의 군사동맹 체제는 국제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양국은 앞으로 군사동맹을 구체화하는 새로운 군사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모스크바타임스] 등 러시아 언론들은 러시아 국방부와 외교부가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군사 협력 협정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오는 9월 최종 협상 및 협정 체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간지 [베도모스티]는 새 군사협정은 양국의 연합 군사훈련 및 초계 비행 실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장 겸 예비역 육군 대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새 군사협정을 맺으면 아·태 지역에서 한국 영공 침범과 같은 공동 정찰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새 군사협정 체결은 인프라 건설, 에너지, 기술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두 나라의 밀착을 보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르티움 루킨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일과 나토처럼 상호 방위조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함께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갖췄다”면서 “앞으로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은 향후 최소 5년간 군사동맹 관계를 통해 반미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 확실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두 사람의 임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2023년과 2024년까지다. 또 양국과 미국과의 대결 구도는 앞으로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튼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동맹 관계가 앞으로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될 수밖에 없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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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호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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