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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패트롤] ‘인구 V자 반등’ 이끌어낸 최기문 경북 영천시장 

‘10만 명 사수’ 배수진··· 체감 가능한 대책에 ‘올인’ 

‘원스톱 출산 지원 시스템’ 갖춘 분만산부인과 개원 예정
올해 ‘500억원 투자유치, 300명 고용창출’ 핵심 목표로


▎최기문 영천시장은 “올해는 시민들에게 본격적인 성과를 보여줄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 사진 : 영천시
2018년 7월 2일 영천시민회관 공연장. 영천시 도·시의원, 기관단체장을 비롯한 일반 시민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7기 최기문 신임 영천시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최기문 시장은 취임사에서 “발전하는 영천, 새로운 영천을 만들기 위한 최우선 목표는 인구 증가”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바로 그달, 영천시 인구는 10만186명으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단 우려가 지역사회 곳곳에서 나왔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인구 10만 명은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2년 연속 인구 10만 명을 유지하지 못하면 국(局)이 하나 줄어든다. 부시장 직급도 3급에서 4급으로 한 단계 내려가게 된다. 이밖에 인구수에 따라 정부로부터 받는 교부세도 줄어든다. ‘발전하는 영천, 새로운 영천’을 만들어 내려면 인구 10만 명을 지켜내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11월 26일, 최기문 시장은 의회 시정연설에서 “시민 모두의 노력과 관심으로 인구 10만을 지켜냈다”고 선언한다. 실제로 2018년 8월 영천시 인구는 10만196명으로 반등한 데 이어, 11월엔 10만1113명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엔 10만2470명으로 늘었다.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2284명 늘어난 셈이다. 출생아 수도 지난해 월평균 44명에서 2019년 10월 기준 78명으로 늘었다.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자체가 늘어나는 판국에 영천시의 이러한 반등은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경상북도가 도내 23개 시·군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저출생 극복 우수시책 평가’에서 영천시는 2018년 대상, 이듬해엔 우수상을 받았다. “시민 체감형 사업에 집중하고, 민생간담회를 지속해서 개최하는 등 이른바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정이 통한 결과”라는 게 최기문 시장의 생각이다.

최기문 시장에게 보다 자세한 내막과 함께 앞으로의 시정 계획을 물었다.

‘시민 체감형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2019년 8월 대구-경산 간 광역교통 무료 환승, 경부고속도로 금호대창 하이패스 IC 국토교통부 승인 등 교통과 관련 지역의 숙원 사업들을 해결했다. 덕분에 시민들의 교통비, 기업인들의 물류비 절감과 더불어 유동인구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기대되고 있다. 또 2019년 8월 30일에 착공된 분만산부인과가 올해 초 완공되면, 지역 산모들의 원정출산 불편함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인구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천에는 산부인과가 없었나?

“현재는 그렇다. 영남대의료원 부속 영천병원이 분만실을 운영해 왔으나 2007년 10월 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폐쇄됐다. 이어 분만실 없이 민간이 운영하던 산부인과도 2010년 5월 문을 닫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영천시를 ‘분만취약지역’으로 분류해왔다.”

분만취약지역은 해당 지역에 사는 가임 인구 여성 중 1시간 이내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에 도착할 수 없는 인구가 30%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스타밸리 조성사업 착수


▎지난해 11월 경북 영천시 망정동에서 개원한 ‘별빛유아숲체험원’을 찾은 유치원생들이 줄타기 놀이를 즐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0만 인구 사수’에 나선 최기문 시장이 취임 직후 지역 내 분만산부인과 설립을 핵심 과제로 삼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공약 이행을 위해 백방으로 뛴 끝에 2018년 8월 최기문 시장은 J여성아이병원과 분만산부인과 유치·지원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꼭 1년 뒤엔 지상 5층, 연면적 1944㎡ 규모의 분만산부인과병원 착공식을 열었다. 해당 병원은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산후조리원 등 원스톱 출산 지원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비단 아이 낳기 불편해서 낳지 않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올해부터 출산양육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도록 관련 조례를 고쳤다. 첫째 아이는 기존 50만원보다 6배 늘어난 300만원으로, 둘째는 120만원에서 500만원, 셋째는 540만원에서 1000만원, 넷째는 9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증액했다. 시의회와 함께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또 모든 부서마다 인구 늘리기 시책과 관련, 시상금까지 걸어 뛰어난 발상들을 모았다.”

2020년을 겨냥한 인구 증가 대책도 있을까?

“결국 인구를 유입시키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올해 500억원 투자유치, 300명 고용창출을 목표로 정하고, 관련 국비 공모에도 적극 참여해 지역 일자리 만들기에 계속 노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유치 부지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12일에 착수한 스타밸리(하이테크파크지구) 조성 사업은 물론, 산업단지 공영개발을 조속히 추진해 많은 우량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또, 경기침체와 국제무역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기업들에 운전자금 지원, 기술지원, 우수제품 홍보 등 맞춤형 지원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지역 경제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그밖에 지난해 자평할 만한 시정운영 성과를 꼽자면.

“지난 연말 서부동 주민들의 오랜 바람이던 ‘성내동 공공주택 건립’이 국토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376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로써 지역개발과 안정적인 주거여건 마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시청 공직자들이 국회·정부부처 등으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적극적으로 행정을 추진해 준 결과라 생각한다.”

지난해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농정에도 큰 도전이 있을 듯하다.

“포도·복숭아·마늘 주산지인 영천은 올해도 전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농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먼저 농산물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오는 5월에 착수해 2021년까지 새로 단장할 계획이다. 또 올해 3월에는 고경면 일원에 농기계임대사업소를 개소한다. 2019 경상북도 한우경진대회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영천별빛한우’와 관련해선 지역 특산물인 와인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지막으로 2020년 시정을 시작하는 각오를 밝히자면.

“영천시는 2020년에도 시민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변함없이 시민들을 위한 작지만 꼭 필요한 사업부터 하나하나 챙겨나갈 계획이다. 또한 ‘살고 싶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주거·교육·환경·교통·관광 등 도시기반시설 확충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분만산부인과 개원을 비롯해 시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성과를 보여줄 매우 중요한 시기다. 추진력 있는 시정을 위해 발 빠르게 준비하고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민들과 한마음으로 ‘위대한 영천, 희망이 가득한 영천’의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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