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빌딩숲 한편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목련.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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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잎도 없이 꽃망울을 터트리지수백 수천의 꽃눈을 붓끝처럼 세우고추운 겨울을 견디면서벼르고 벼르다가온몸으로 봄볕을 느끼며 한꺼번에수백 수천의 꽃망울을 터뜨리지사람들은 너의 환한 꽃그늘 아래 서서마음껏 봄날을 즐기곤 하지하지만 나는 떨군 꽃잎이쓰레기가 되어 발길에 밟히는 게 싫어산 속에 산다네햇볕을 가릴 만큼 가득 잎을 펼친 다음에꽃은 한 송이씩 차례로 피운다네사람들의 번거로운 눈길에서 벗어나아는 이만 맡게 되는 향내는한층 그윽하고 깊다네.
※ 최두석 - 1980년 문예 월간지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 [투구꽃] [숨살이꽃] 등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