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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공유경제의 미래] 4차 산업혁명은 노동자들에게 '양날의 칼’ 

“‘타다 모델’이 아니라 ‘에어비앤비 모델’이 답” 

공유경제는 개인이 서비스 제공… '타다’는 플랫폼 사업자 중심
한국 제조업 로봇 도입은 세계 2위…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 변해야


▎‘타다 논쟁’을 통해 한국 사회가 추구할 공유경제 모델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 절실해졌다. / 사진:연합뉴스
과거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이른바 ‘세이의 법칙(Say’s law)’이 성립했다. 그러나 이른바 ‘풍요의 시대’에 접어들자 힘은 소비자로 이동했다.

2020년 2월 한국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가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바꾸고 싶어도 바꾸기 어려웠던 우리 삶의 모습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를 지향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자발적 재택근무, 탄력근무, 화상회의, 원격회의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근무방식 도입 및 활용을 권장했다. 차세대 인재양성을 위한 대학의 수업방식도 기존의 오프라인 강의에서 벗어나 동영상 강의 등 온라인 학습방법과의 연계를 추구했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 혹은 교육 현장에 잘 도입되지 않았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현장 노동자 혹은 교사들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배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시스템의 도입은 자본가의 이해관계와 부합하지만, 대리인인 노동자의 이해관계와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지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본가가 아무리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도입 및 활용을 원해도 노동자의 도움 없이는 도입하기 어렵다. 이는 새로운 기술의 발달이 아무리 업무 효율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다수의 노동자가 대체되거나 혹은 더 열등한 근로조건하에 놓이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노동자를 대체하고, 자본가의 이익을 더욱 증가시키는 승자독식 사회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낮은 비용으로 개인이 노동자에서 자본가로 탈바꿈할 기회도 제공한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자동차, 반도체 관련 한국 제조 대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지 못한 한국 기업 및 산업은 마치 침몰해가는 타이태닉호처럼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2019년 10.4%)과 공무원시험 경쟁률(2019년 7급 공무원 경쟁률 46:1)은 한국의 주력산업 쇠퇴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급감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수년간 취업에 실패하거나 아예 진입조차 하지 못한 청년들은 경쟁력을 잃고 장기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높은 청년실업률이 해소되지 못하고, 구조적 실업의 형태로 적체될 경우 한국 경제는 장기적으로도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한국 산업 및 기업 생태계를 흔들고 있는 것일까?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특징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생산 및 소비방식의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 일자리의 28.5%가 사라진다?


▎한국의 로봇 사용 비율은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은 AI(인공지능)를 통해 사무직 근로자를 대체할 것이다. 일자리 감소는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2011년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에이스모글루, 오터 교수는 2011년 노동을 ‘지식노동과 육체노동’, 그리고 ‘반복적 노동과 비반복적 노동’으로 나누고 어떠한 유형의 노동이 얼마나 더 많이 대체돼왔는지를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에 관계없이 반복적 노동이 비반복적 노동보다 빠르게 대체됐다. 중간소득 일자리는 급감한 반면에 비반복적 지식노동 혹은 육체노동 일자리는 비교적 잘 유지돼왔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자동화 기술이 발달할수록 한국도 예외 없이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 수요를 줄이고, 비반복적 지식노동인 전문직 혹은 비반복적 육체노동인 청소·배달·가사노동 서비스와 같은 저임금 일자리로 양분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2019년 9월 IFR(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이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산업용 로봇을 3만7800개 도입·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제조업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도입 대수 774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세계 2위에 해당한다. 한국의 로봇 도입 비중이 이미 높다는 현실은 생산 현장에서의 자동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자동화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염려하는 일자리 문제는 기술 발달에 따른 물리적 노동이 아닌 지식노동의 대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봇에 의한 물리적 노동 대체에 의한 양극화 현상은 AI 도입이 심화할수록 사무직 근로자 감소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전체 근로자의 28.5%를 차지하는 사무직 노동자 대체에 따른 일자리 부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단순히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대체 문제만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의 두 번째 특징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불러올 시공간상의 제약 감소다. 생산과 소비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게 될수록 시공간을 초월한 보다 유연한 생산 및 소비 환경으로의 변화가 야기될 수 있다.

실제 지난 30년간(1998~2018년) 글로벌 기업순위 변화를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고, 둘째가 금융에서 플랫폼 산업으로의 전환이다.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1988년 글로벌 톱10 기업의 대부분이 일본계 금융회사였다면, 2018년 글로벌 톱10 기업의 대부분은 미국계 플랫폼 기업이다. 이처럼 3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디지털 기술이 가지는 두 번째 특징, 유연한 생산 및 소비 환경으로의 변화를 미국 기업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생산’에서 ‘연결’로의 권력 이동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가 원하는 재화를 가장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각종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맞춤형 서비스(O2O 서비스)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기업 및 개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고 있다. 또 개인이 생산 및 판매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슈머 이코노미’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미국 승차공유서비스 업체인 우버의 기업 가치는 한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보다도 높다. 또 미국의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인 에어비앤비는 가장 큰 호텔 체인인 힐튼호텔보다도 기업 가치가 높다. 이처럼 생산에서 소비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기업의 경쟁력 기준을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얼마나 좋은 제품을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느냐’였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빠르게 노출시키고 전달할 수 있느냐’로 변화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한 플랫폼 업체는 수많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중개하면서 지구 위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화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이 기존 기업에 좋은 의미가 아니듯, 생산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 역시 기존 노동자에게 좋은 의미가 아니다. 플랫폼 노동 시장의 등장은 기업이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기술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가 쪽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나아가 자동화로 인해 비반복적 육체노동에 종사하고 있던 다수의 노동자는 일회성 노동을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형태로 전락하게 됐다.

이들은 플랫폼을 통한 무한 경쟁에 노출됐다. 이로 인해 고용 불안정이 불가피해졌고,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 수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플랫폼 기업이 창출하는 미래의 일자리는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근무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공유경제 시대의 노동자들이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혜택을 전혀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한국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타다’를 둘러싼 논란도 언뜻 보면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의 힘겨루기 문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타다’ 서비스는 미국의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 모델과 약간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공유경제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 자본을 활용해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소비자에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여·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수익모델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의 ‘타다’ 서비스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달리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개인이 아닌 대형 플랫폼 업체라는 점에서 공유경제가 아닌 전통 산업의 디지털화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해당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따른 기술적 혜택을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주느냐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규모 자본을 소유한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소규모 자본을 소유한 개인 사업자가 가져갈 것인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타다’ 서비스의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후생증가로 나타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소규모 자본을 소유한 다수의 개인택시 사업자가 플랫폼이라는 대규모 자본을 소유한 한 명의 플랫폼 사업자에게 귀속됨으로써 소득분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당한 기존의 택시 사업자들은 결국 ‘플랫폼 노동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바라는 디지털 기술이 가지고 올 바람직한 미래인지 생각할 여지가 있다.

‘타다 금지법’이 남긴 것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이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 신분으로 연결된 게스트에게 방을 빌려주는 공유경제의 성공 모델이다. / 사진:에어비앤비뉴스룸
이런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인지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멈추고, 기존의 방식대로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기술 발달에 따른 혜택이 소수의 사회 구성원이 아닌 다수의 사회 구성원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결국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또다시 과거와 동일한 문제, 기술 발달에 따른 성장과 분배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다시 ‘타다’의 문제로 돌아가서 왜 해당 서비스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택시 사업자’로 기능하게 됐을까? 운송 서비스 자체는 플랫폼 기업의 핵심 역량이 아니다. 하지만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기존 택시 사업의 규제가 신산업 진입을 저지하자, 불가피하게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우회적 방법을 통해 진입을 시도하다 갈등이 커졌다.

진정한 공유경제 환경이었다면,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택시 구매를 위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은 해당 서비스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거기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받으면 된다. 다시 말해 택시 서비스에 대한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고, 개별 운전자에 대한 관리도 필요 없다. 누구나 사회적 수요를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기술만 있으면, 소규모 자본으로도 사회적 수요와 공급을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둘째, 소비자가 다양한 서비스와 가격을 선택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택시와 운전자를 관리하지 않고 운전자가 알아서 퀄리티 컨트롤을 하는 경우, 소비자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사용자 후기를 참고해서 본인이 원하는 차량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이때 소비자는 서비스의 종류와 가격도 선택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우버’ 서비스의 경우, 개별 차량마다 가격이 다르며 합승을 하게 되면 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본인이 서비스에 만족하는 정도에 따라 팁도 차등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끝으로, 서비스 공급자의 경우 다른 일과 병행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타다’ 서비스의 경우, 운전자는 운전 이외의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버의 경우,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언제든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본업과 별개로 유휴 시간과 자본을 활용해 별도의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빠른 속도로 개인의 인적·물적 자본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사회는 기술의 발달이 개인의 인적·물적 자본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도록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 전환을 만들어내자면 개인이 소규모 자본을 이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근로 기준 및 환경이 절실하다. 과거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넘어선 미래 지향적인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 임지선 육군사관학교 경제법학과 교수 imji82@mn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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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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