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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포커스] 경기도주식회사를 아시나요 

“코로나19에 막힌 중소기업 판로 시원하게 열어 드립니다” 

설립 후 3년 연속 적자로 존폐 위기 몰렸다가 쇄신 끝에 지난해 흑자 전환 성공
배달 시장 독점 깨고 상생 구조 만들고자 공공형 배달 플랫폼 구축도 추진


▎경기도주식회사의 오픈마켓에 입점한 생활 소품 브랜드 ‘머그워트앤갈릭’ 직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사진:경기도
지난 3월 13일 오후 2시 30분, 공영쇼핑 채널에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중소기업인 고려은단의 비타민C 제품이 소개됐다. 준비한 물량은 2400세트. 1인당 한 세트로 구매가 제한됐지만,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주문이 빗발쳤다. 방송 19분 만에 준비한 물량이 완판됐다. 나흘 뒤(17일) 공영쇼핑에 방영된 TV 제조 중소기업의 이노스TV도 준비한 물량 200대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노스TV는 이 방송을 통해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번 연속 완판 기록 뒤에는 중소기업의 든든한 ‘구원투수’를 자처한 경기도주식회사가 있다. 아직 일반에는 생소하지만, 지역 업계에서는 꽤 호평을 받는다.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엄연한 상법상 주식회사다. 경기도와 경기 지역 중소기업, 경제단체들이 출자해 독립적으로 경영한다.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와 과열 경쟁에 막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경기도주식회사는 2016년 말에 설립됐다.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딩 개발,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한 편이다. 경기도주식회사의 수익원은 크게 두 가지다. 경기도의 사업을 위탁 수행해 발생하는 위탁 수수료와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벤더 역할로 얻는 판매 수수료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지역 중소기업의 우수한 제품을 발굴해 국내외 온·오프라인 채널로 판매하고 업계 최저 수준에서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 구조다. 자체적으로 유통망과 홍보 콘텐츠를 개발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선 자체 조직을 운영하는 것보다 비용의 부담이 적다.

하지만 2018년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른 공공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에 있어 경기도의 영향력 아래 관료주의적 사고가 팽배했다. 그 때문에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설립 첫해(2016년)에는 두 달 동안 1억5800여만원이나 적자를 봤다. 이듬해와 2018년까지 3년 연속 연간 2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 경영 실적을 내지 못하자 투자자인 경기도 상공회의소연합회와 중소기업 관련 협회들은 투자금 보존을 요구하면서 한때 존폐의 갈림길에 내몰리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2019년 2월 이석훈 전 성남FC 대표이사가 새 대표로 취임한 뒤 쇄신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에 주목했다.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판로 개척에 집중했다. 또 SNS 기반의 미디어 커머스로 영역을 확장했다. 오프라인은 대형마트 입점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 300% 증가


▎경기도주식회사가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하고자 제작한 생활정보 유튜브 방송 [맘이간다]의 한 장면. / 사진:맘이간다TV 캡처
막혀 있던 판로가 뚫리니 성과가 나타났다. 2019년 경기도주식회사는 매출 9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의 35억원에 비해 3배 가까운 성장세다. 2019년 3분기에 설립한 이래 처음 당기손익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온라인 부문 매출 신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베이코리아·위메프·티몬 등 온라인몰과 공영홈쇼핑, 더블유쇼핑 등 홈쇼핑, SNS몰 등의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300%를 넘었다. 오프라인 유통망도 20개에서 30여 개로 크게 늘었다.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판로 개척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도 크게 늘었다. 경기도주식회사로부터 홍보와 판로 지원을 받은 기업 수는 538개에서 752개(2019년 10월 말 기준)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편백나무 베개를 만드는 씨엠오(주)의 조성철 대표는 “지난 4월 경기도주식회사의 홈쇼핑 방송 지원사업에 참여해 준비 수량의 85%를 판매하고, 1회 방송으로 8300여만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며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협업과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를 위해 계원예대·서울예대·동아방송대 등 지역의 대학과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재능을 활용해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물을 만든다. ‘대학생광고TV’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유튜브 방송은 지금까지 누적 시청 시간 3800분을 넘겼다.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홍보 전략으로도 눈을 돌렸다. 회원들의 구매력이 높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목했다.

분당·일산·파주 등 6개 지역 맘카페와 협력해 주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맘카페 연합인 ‘맘스런’을 통해 확보한 잠재 고객은 무려 120만 명이다. 지난해부터 유튜브 방송 [맘이간다]를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맘스런,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과 함께 경기도 농식품 유통 활성화를 위한 공동마케팅을 시작했다.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검증한 친환경 농산물을 경기도주식회사가 확보한 마케팅 채널로 판로를 만들고, 맘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수익의 일부는 사회서비스원에 기부해 돌봄서비스 비용 등 공익적 가치 창출에 쓰이도록 했다. 이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앞으로 추진할 공유가치 사업 발굴의 시작이다.

개인 미디어 발달과 함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마케팅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에서 구독자 수십만 명을 보유해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를 활용한다는 것. 전문가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올해 말까지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할 만큼 영향력이 상당하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지난해 국내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산업적 지원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엠씨엔협회(KMCNA)와 협약을 맺어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지원을 강화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KMCNA 소속 인플루언서는 콘텐츠 제작비를 일부 지원받아 경기도 중소기업 제품의 광고 콘텐트를 제작하게 된다. 박성조 KMCNA 회장은 “마케팅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있는 경기도 중소기업과 품질 높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인플루언서의 니즈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양쪽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청년 기업가에게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경기도에 공장이나 본사를 둔 중소기업 중 대표자 연령이 만 20세 이상 39세 이하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상품을 온라인 채널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해준다. 4월 중에는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서 진행하는 ‘경기도 청년 기업 온라인 기획전’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주식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면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Tmall)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채널 입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동남아시아 진출 교두보 마련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가 개발하기로 한 공공 배달 플랫폼 구축을 주도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배달 노동자와의 간담회에서 공공 배달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경기도주식회사의 판로 확대 사업은 비단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해외 마케팅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첫 타깃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시장 잠재력이 크고 한국 문화와 제품에 우호적이다. 지난해 7월 경기도주식회사가 마련한 양국 기업인 교류 모임에는 베트남 과학기술부 관계자, 베트남 재계 1위인 빈그룹, 10위 기업인 손하그룹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해 파트너십 구축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베트남 주요 도시에 경기도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60개 매장을 구축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라오스 진출을 위해 양국 주요 기관 및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라오스 비엔티안 상공회의소, 국영항공사인 라오항공, 최대 백화점 운영사인 키타퐁그룹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경기도 중소기업이 현지에 진출할 경우 자신들이 확보한 물류 시스템과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중소기업이 원하는 해외 시장은 대부분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이미 시장조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포화상태인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중소기업이 현지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통역과 법률, 행정서비스와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줄 전용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주식회사가 노리는 또 다른 시장은 중국 옌볜(延邊)이다. 조선족 자치주인 옌볜은 인구 200만 명 중 약 70만 명이 조선족으로 불리는 중국 동포다. 정서와 문화가 우리나라와 가까워 한국 제품 선호도가 비교적 높다는 게 경기도 주식회사의 판단이다.

옌볜 주 정부의 태도도 호의적이다. 지난해 옌볜 주 정부는 보세물류센터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경기도주식회사에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대형 마트 체인업체인 롱마트와 제휴해 연길 시내 30개 매장에 경기도 우수 중소기업 50곳의 제품 100여 가지를 전시·판매하는 상품전시관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 다소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경기도주식회사 관계자는 “원래 계획한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코로나 충격이 회복되는 대로 중단된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공공 플랫폼 구축을 새로운 사업 프로젝트로 삼았다. 공공형 배달 대행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배달 대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달의민족(배민) 수수료 변경 논란이 계기가 됐다.

배민 독점 깰 공공 배달 플랫폼 진출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취임 첫해인 2019년에 처음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액은 작년보다 약 30%가량 증가한 130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 사진:경기도주식회사
국내 주문·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은 배민, 요기요, 배달통이 점령하고 있다. 배민은 55.7%, 요기요 33.5%, 배달통 10.8% 순이다. 배민과 요기요는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배달통은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소유하고 있다. 배민과 요기요가 합병하면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배달앱 시장을 100% 장악하는 셈이다.

배민은 지난 4월 1일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로 하고, 기존 정액제에서 건당 수수료 기반인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업체의 지역 광고 독식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내 거센 반발을 불렀다. 소상공인들은 배민의 수수료 개편안이 꼼수 인상이라고 반발했다. 절반 이상의 업체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인상 폭에 비해 인하 혜택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자발적 불매 운동에 이어 배민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코너에 몰렸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배민의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겠다며 공공 배달앱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배민 측이 개편안을 철회했지만, 경기도는 공공형 배달앱 개발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 13일 배달 노동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공공 배달앱이 소비자와 가맹점, 배달 노동자 모두 성과를 나누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주체로 경기도주식회사가 꼽혔다. 경기도주식회사는 기존의 다양한 중소기업 판로 확대 사업을 통해 공공 플랫폼 구축에 관한 경영 노하우가 비교적 많이 축적돼 있다.

공공 배달앱 개발 사업의 핵심은 사회적 기업을 통한 운영과 배달 기사에 대한 안전망 지원에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 공공기관,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 등 민간이 참여한다. 앞서 경기도는 전북 군산시가 상용화를 시작한 공공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 명수’의 기술을 이전받고 상표를 무상 사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는 “특정 업체의 독점과 과다한 광고 경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결국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 공공 플랫폼이 구축되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작년보다 30%가량 늘어난 130억원으로 정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과 기존 유통망을 이어주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유통 플랫폼 구축을 방편으로 삼았다. 공익적 성격 유지와 수익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에 경기도주식회사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석훈 대표는 “경기도주식회사의 최대 강점은 관료적 사고에 물들지 않고 열정과 끼로 무장한 젊은 직원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공기업의 역할과 경기도민의 이익 극대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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