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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연구] 김정은의 치명적 ‘가족력’ 심장질환의 비밀 

과체중, 운동 부족, 스트레스까지, 생명 위협요인 한 몸에 

김일성 82세, 김정일 70세 심근경색으로 사망
금연·금주는 필수… 식사 조절 통해 감량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이튿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며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일단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혈관질환으로 응급 상황이 불거질 여지는 남아 있다. 그의 조부 김일성, 부친 김정일 모두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김일성 가(家)에 심장질환은 치명적인 가족력이다.

김일성은 1912년 4월생인데 1994년 7월 8일 사망했다. 사인은 심근경색. 김정일은 1941년 2월생인데 2011년 12월 17일 사망했다. 사인은 역시 심근경색. 1984년 1월 8일생인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돌면서 3대째 심근경색이 그 원인으로 제시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심장혈관 시술을 받았고 그 결과가 양호하다는 설, 후유증으로 회복이 어렵다는 설, 사망설, 이렇게 세 가지 가능성을 놓고 여러 전문가의 예측이 엇갈렸다. 그러나 최근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임으로써 모든 논란은 일단락됐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3대 세습 권력을 유지하는 북한 최고 권력자들이 ‘대를 이어’ 심장혈관질환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북한 체제의 가장 큰 위협 요소도 심장혈관질환이라면 과언일까?

심장혈관질환은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인 질환의 하나다.

2018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통계에 의하면 10대 사망원인은 ▷악성신생물(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자살 ▷당뇨병 ▷간 질환 ▷만성 하기도질환 ▷알츠하이머병 ▷고혈압성 질환 순으로 나타났다. 암에 의한 사망률(인구 10만 명당)은 154.3명으로 가장 많은데 발생 부위별로 나눠보면 ▷폐암 34.8명 ▷간암 20.7명 ▷대장암 17.1명 ▷위암 15.1명 ▷췌장암 11.8명 순이다. 따라서 10만 명당 사망자 수로 보면 2위인 심장질환(62.4명)과 4위인 뇌혈관질환(44.7명)이 암 가운데 최다인 폐암보다 많다.

심장질환은 심장에 병이 발생하는 질환의 총칭으로 허혈성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 협심증, 심근경색증, 죽상경화증(동맥경화증), 부정맥 등이 있다. 참고로 심장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은 떼어서 생각하기 힘들 만큼 상호 연관적이다.

몸속 혈관을 풀밭에 물을 주는 고무호스에 비유해보자. 처음에는 탄력을 유지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딱딱해지고, 안에 때가 끼면서 점차 좁아져 막히거나 작은 구멍이 나서 물이 분수처럼 이리저리 솟아오르게 된다. 막히는 것이 경색(梗塞), 작은 구멍이 나서 물 대신 피가 나오게 되는 게 출혈이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물을 지속해서 세게 틀거나 깨끗하지 않은 물이 계속 호스 안에 흐르면서 작은 손상(상처)을 주기 때문이다. 전자는 방치된 고혈압이고, 후자는 물보다 진한 혈액이 문제인 것이다. 흔히 피가 탁하다 또는 끈적거린다는 고혈당 상태(방치된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前) 단계), 피떡이라 부르는 혈전(血栓)이 많이 생긴 상태도 위험하다. 그리고 혈관의 기름때인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이 많은 상태의 혈액은 혈관에 작은 손상을 매일매일 가하다가 결국 혈관을 딱딱하게 그리고 좁아지게 만든다. 최근에는 요산(통풍의 원인 물질)과 호모시스테인(메티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변형된 형태)도 혈관 손상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3대째 내려오고 있는 김일성 일가의 가족력인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심장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심근)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관상동맥(Coronary Artery)은 왕들이 머리에 쓰던 관의 모양을 한 동맥으로,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심근에 공급한다. 좌우 2개의 관상동맥이 있으며, 우관상동맥은 우측 심장을, 좌관상동맥은 좌전하행동맥(左前下行動脈)과 좌회선동맥(左回旋動脈)으로 나뉘어 좌측 심장을 둘러싼다.

“악마에게 영혼 팔아서라도 위험인자들 조절해야”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대부분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 대개 ‘가슴을 쥐어짠다’ ‘고춧가루 뿌린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며, 주로 가슴의 중앙 또는 약간 좌측이 아프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 없이도 ‘명치가 아프다’ 또는 ‘턱 끝이 아프다’는 경우도 있다.

또한 흉부의 통증 없이 구역(嘔逆)·구토 증상만 있는 경우 ‘소화가 안 된다’ ‘속이 쓰리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흉통은 호흡곤란과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왼쪽 어깨 또는 왼쪽 팔의 안쪽으로 통증이 퍼지는 경우도 있다. 간혹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실신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 심장혈관질환의 위험인자에 따라 대처법이 달라진다.

위험인자는 조절 불가능한 위험인자와 조절 가능한 인자로 나누는데, 조절 불가능한 인자로는 나이(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 성별(남자), 가족력(직계 가족 중 남자 55세 미만 발병, 여자 65세 미만 발병) 등이 있다. 조절 가능한 인자로는 (1)흡연 (2)이상지질혈증(앞에서 언급한 LDL-콜레스테롤의 상승 and/or HDL-콜레스테롤의 저하) (3)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4)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5)만성신부전 (6)비만과운동부족 (7)과음 그리고 (8)만병의 원인인 스트레스 등이 있다.

실제로 필자는 진료실에서 상담할 때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 나오는 주인공 파우스트처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들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위험인자별로 특징을 살펴보자.

흡연: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는 슬로건으로 2015년 8월부터 시작한 금연 캠페인 이후 담배가 기호식품이라는 인식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국표준질병 및 사인 분류 목록에는 담배 관련 이상 행동 및 질환에 대해 ▷담배 및 니코틴 독성효과(T65.2) ▷담배 흡연의 의존증후군(F17.2) ▷담배 흡연에 의한 상세 불명의 정신 및 행동 장애(F17.9)등이 명시돼 있다.

1963년 시작돼 1989년에 완성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전 국민 건강보험에서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 및 사망의 위험을 예방함으로써 국민건강증진을 도모하고자 2015년부터 금연치료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금연하고자 하는 국민이면 누구나 금연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이나 의원·보건소·보건지소에 금연 치료사업 참여 등록 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유명한 애연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흡연이 언제든지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異常脂質血症): 흔히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고콜레스테롤혈증과 트리글리세라이드(중성지방)이 높은 고중성지방혈증을 통칭해 고지혈증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높아야 하는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까지 모두 모아서 일컫는 용어가 바로 이상지질혈증이다. 이 질환에는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매일 술 마시고, 과식하고, 생활습관이 엉망인데 이상지질혈증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올바르게 노력해도 이상지질혈증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 김 위원장 일가에서 보듯이 집안 내력을 이겨낸다는 게 이렇게 어렵다.

고혈압: 혈관 속을 혈액이 지나가면서 혈관 벽에 가하는 압력을 혈압이라고 하고, 팔에 커프를 감는 혈압계로 측정한다. 이렇게 측정한 혈압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하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가장 낮은 혈압이 자신의 혈압이라고 믿는 우(愚)를 범한다. 예전 어르신들이 새벽에 측간(화장실) 가다가 쓰러졌다는 얘기처럼 혈압 문제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오전에 오고, 실제로 아침 기상 직후 혈압이 하루 중 가장 높다. 문제는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높아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있다. 과체중의 김 위원장은 고혈압도 늘 건강을 괴롭히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아침·저녁 하루 2회 혈압 측정하라


▎1990년대 초 현지지도 때 자리를 함께한 김일성(왼쪽)-김정일 부자.
의과대학생들에게 자주 출제되는 시험문제 중 하나가 바로 백의고혈압(白衣高血壓, White coat hypertension)으로 흰옷 입은 사람(의사)을 보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가정 혈압’ 측정이다. 올바른 가정 혈압 측정 방법을 대한고혈압학회 홈페이지에서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으니 혈압이 높다는 얘기를 의료인으로부터 들었다면, 지금 당장 혈압계를 구입해 매일 아침·저녁 하루 2회 혈압을 측정해 가까운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당뇨병: 당뇨병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552년에 만들어진 [에버스 파피루스]의 “극도의 갈증과 소변을 많이 보는 증상을 보이고 그들의 몸은 매우 말라 있다”라는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이후 10세기 페르시아 알 라지의 [의학대전]에 기술된 모래에 소변을 보게 한 뒤 개미가 소변에 모여드는 것의 여부로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기술한 것이 중국·우리나라·일본에 영향을 미쳐 지금도 당뇨병(糖尿病)이라 부른다.

혈당이 매우 높을 때는 소변에서 당이 검출되기도 하지만 실제 당뇨병 확진에 소변 검사가 사용되지는 않는다. 당뇨병 진단 기준은 (1)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다음(多飮), 다뇨(多尿), 다갈(多渴), 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 등]과 식사와 관계없이 측정한 혈장 혈당이 200mg/dL 이상 (2)8시간 공복 혈장 혈당이 126mg/dL 이상 (3)75g 경구 당부하 검사에서 2시간 혈장 혈당이 200mg/dL 이상 (4)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 가운데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의사로서 20년 이상, 필자의 진료 경험에 의하면 중년 남성들에게 가장 알기 쉽고 짧게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바로 “재입대(再入隊)하면 됩니다”이다. 밤 10시에 완벽한 소등 후 취침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구보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많이 걷고 뛰는 등 신체활동량이 많은 데다가 금주를 지속하면서 영양균형을 완벽하게 맞춘 삼시 세끼를 먹는 생활이 가능한 곳은 군대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증거가 없다.

만성신부전: 신장(콩팥)의 기능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가 급성이 아닌 만성적으로 지속하는 상황을 만성신부전이라고 한다. 신장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기능이 우리 몸속 노폐물을 잘 배출하면서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은 다시 흡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폐물이 쌓여가는 걸 ‘크레아티닌’이라는 물질이 혈액에서 많이 검출되는 걸로 검사가 가능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바로 ‘단백뇨’다.

이 상태가 지속해서 악화하면 정기적으로 인공신장의 도움을 받아야 생명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석실이라는 곳을 정기적으로 다니게 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만성신부전의 원인 1위가 사구체신염이라는 신장의 여과 부위인 사구체에 염증 반응이 생겨서 발생하는 것이었는데, 21세기에 와서는 당뇨병성 신장질환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당뇨병성 신장질환은 당뇨병에 의해 신장이 나빠진 상태를 말한다. 엄격하게 혈당을 관리했을 때 당뇨병성 신장질환이 생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노인이 아닌 당뇨환자들은 아무리 귀찮아도 석 달에 한 번씩은 꼭 피를 뽑아 당화혈색소를 측정하고, 6.5%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비만과 운동 부족: 비만의 기준은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숫자로 2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이 수치에 대해서도 근육이 많은 사람에게는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허리둘레, 허리둘레와 엉덩이 둘레의 비율, 내장 지방량,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의 비율 등까지 고려해서 비만을 판정하기도 한다.

최근 ‘비만의 역설’이라고 해서 약간 비만한 사람들이 오히려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으나 정설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실 우리의 몸은 크게 수분·뼈·근육·지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뼈는 성장이 끝나면 더 자라지 않고 수분도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결국은 근육과 지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줄어들고 지방은 늘어나는 게 조물주가 만들어 놓으신 섭리이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적 영양 섭취와 꾸준한 운동을 하고 있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는 것을 권하는데 설렁설렁 걷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최소한 옆 사람과 대화할 때 약간 숨이 찰 정도의 강도 및 빠르기로 30분 이상 해야 효과적이다. 그리고, 준비운동과 정리운동도 꼭 해야 한다.

과음: 문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1주일에 3일 마시면 과음이고, 한 번에 술마다 정해진 잔을 기준으로 여자 2잔, 남자 4잔을 넘게 마시면 과음이다(맥주는 200cc 잔 기준). 건강한 음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알코올도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한때 1~2잔의 와인은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이 연구들이 와인 회사 후원으로 진행됐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제 그런 주장들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김정은 생활습관 개선 기대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 스트레스에 대한 정의 가운데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최근 필자가 어느 강연에서 들었던 ‘마음의 상처’다.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 한계치를 넘어서면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가정 내, 친구 간, 사회생활 스트레스 등과 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게 큰 위험 요인이다. 사실 스트레스를 확실히 줄이려면 ‘월급을 절반 주는 직장’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생활고가 심해지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항불안제 및 항우울제에 대한 각종 불합리한 독과점적 규제와 편견, 그리고 차별이 매우 심하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자리를 2003년부터 계속 지키고 있다(2018년은 리투아니아가 1위).

종합해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당장 금연과 금주를 시행해야 한다. 또 단기간에 몸무게를 감량하기보다는 꾸준히 신체활동량을 늘리면서 식사 조절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팎으로 불안감,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한반도에서 가장 심할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에게 금연과 금주를 비롯한 생활습관 개선을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생명을 위협할 각종 요인을 한 몸에 지닌 김 위원장의 주치의는 매일매일 얼마나 노심초사할까 생각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 황희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건강센터장 ydsfm3624@naver.com

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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