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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서식지 파괴, 밀거래로 멸종위기에 놓인 천산갑 

 

케라틴 단백질 비늘 계속 자라고 위벽의 가시는 먹이 분쇄
중국·베트남 수요 많아 1년에 10만여 마리 팔려나가… 인공사육 어려워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대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으로 밀수된 천산갑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이 있는 두 종류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천산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어 이것이 어떻게 사람에게로 옮겨졌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러 과학자는 관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천산갑을 거쳐 사람으로 옮겨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2003년에 창궐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과 2015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도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각각 사향고양이와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됐었다.

천산갑은 중국에서는 한 마리에 억대가 넘는 고가로 불법 밀거래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살코기는 진미(珍味)로 식용하고, 중국 전통의학에서는 천산갑의 비늘을 한약재로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방에서는 천산갑의 비늘을 볶아 불안·초조·경기·열·천식 등에 처방하고, 또 종기를 가라앉히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산모의 젖 분비를 촉진하는 데 쓴다.

천산갑(穿山甲, pangolin)은 몸이 비늘로 둘러싸인 유린목(有鱗目)이며, 천산갑 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일반적으로 1과 1속 8종으로 분류한다. 천산갑은 개미핥기(anteater), 나무늘보(sloth), 아르마딜로(armadillo)와 매우 비슷하고, 모두 새끼를 낳아 젖으로 키우는 젖빨이동물(포유동물, 哺乳動物)이다. 나무늘보의 ‘늘보’란 ‘느림뱅이’란 뜻이다. 천산갑은 중국 남부·대만·미얀마·말레이시아·네팔·인도·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많이 난다.

천산갑(穿山甲)은 영어로 ‘penetrating-the-mountain scales’이고, 한자로는 ‘산(山)을 뚫는(穿) 비늘(甲)을 가진 동물’이란 뜻이렷다! 갑옷을 입은 천산갑은 크기가 다종다양(多種多樣)하고, 몸무게는 가벼운 것은 약 1.8㎏에서 무거운 것은 약 33㎏까지 나간다. 대개 수컷이 암컷보다 10~50% 정도 더 크다.

이 동물의 가장 큰 특징은 딱딱한 큰 비늘(scale)로 온몸이 싸여있다는 점이다. 머리·몸·다리·꼬리의 윗면은 솔방울 비늘조각(송린, 松鱗) 모양으로 늘어선 것이, 납작한 판 모양의 비늘로 덮여 있으며 비늘 사이에 짧은 센털(강모, 剛毛)이 난다.

몸 아랫면에는 비늘이 없고, 두껍고 유연한 피부에 드문드문 센털이 나 있으며, 빛깔은 회색 또는 갈색을 띤 흰색이다. 몸을 감싸고 있는 비늘은 태어나 며칠만 부드러울 뿐이고 곧장 야물어진다.

비늘은 사람의 손발톱이나 머리카락과 같이 케라틴(keratin) 단백질로 이뤄져 있으며 계속 자란다. 비늘 빛깔은 황갈색에서 올리브 갈색 혹은 짙은 갈색이다. 천산갑은 위협을 받았을 때 몸을 또르르 말 수 있는데, 이때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비늘이 갑옷 역할을 한다. 비늘이 없는 얼굴은 꼬리 밑에 숨겨 보호한다. 머리(두개골, 頭蓋骨)는 가는 원뿔형이고, 주둥이는 가늘고 길며, 귀와 눈은 작고, 이빨은 전혀 없다. 대신 직경이 0.5㎝인 혀는 개미를 핥아 먹기에 알맞게 길쭉하고, 약 40㎝까지 뻗을 수 있다. 또한 거대한 침샘에서 매우 끈적끈적한 침을 풍부하게 분비하기에 개미를 혀에 착착 달라 붙여서 개미굴에서 쉽게 끌어낸다.

후각·청각으로 먹이 찾고 헤엄에도 능해


▎베트남으로 밀매되는 과정에서 적발된 천산갑 비늘. /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다리는 두툼하고, 힘이 세며, 뒷발에는 발가락이 5개씩 나고, 앞발에는 길고 날카로운 갈고리 모양의 발톱이 3개씩 있다. 그 발톱으로 개미나 흰개미(termite)의 굴집을 파헤치거나 나무를 타고 오른다.

천산갑은 삼림이나 사바나, 개활지(開豁地, 앞이 막힘없이 탁 트여 시원하게 열려 있는 땅) 등에 살고, 야행성이라 낮에는 몸을 둥글게 만 채 잠을 잔다. 나무에서 생활하는 녀석들은 주로 구새통(속이 썩어서 구멍이 생긴 통나무)에 살고, 땅에서 사는 무리는 3.5m 깊이까지 땅굴을 판다. 보기와 달리 헤엄도 곧잘 친다고 한다.

시각이 좋지 않기에 예리한 후각으로 냄새를 맡거나 소리로 먹잇감을 찾는다. 먹이는 주로 개미와 흰개미지만 벌, 파리 등의 곤충 애벌레나 지렁이, 귀뚜라미들을 먹는다. 그리고 이빨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조류들처럼 잔자갈을 먹어 위 속에서 먹이를 갈아 부수게 할뿐더러, 위벽의 딱딱한 케라틴 가시(keratinous spines)도 먹잇감을 으깨는 데 도움을 준다.

적을 만나면 무기인 꼬리를 세게 흔들어서 격퇴하거나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방어하며, 꼬리를 물체에 돌돌 감아 몸의 균형을 잡기도 한다. 그리고 항문 근처에 있는 취선(臭腺, stink gland)에서 스컹크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도한다.

천산갑은 단독 생활하며 생식 시기에만 암수가 만나 짝짓기한다. 그런데 수놈이 암놈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수컷이 뿌려둔 대소변 냄새를 맡고 암놈이 찾아온다. 임신 기간은 인도천산갑(Maniscrassicaudata)은 65~70일이고 그 외의 종들은 120~150일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큰천산갑(M. gigantea)은 보통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다른 천산갑들은 1~3마리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몸 길이 약 15㎝, 몸무게 80~450g이다. 어미는 3~4개월 동안 새끼를 돌보는데, 새끼는 생후 한 달 즈음에 젖을 떼고 개미나 흰개미를 먹는다. 아프리카의 천산갑은 여러 지역에서 밀렵으로 죽어 나가고, 또 특히 중국, 베트남에서 수요가 많아 1년에 10여만 마리가 밀거래된다고 한다. 게다가 삼림벌채로 인해 천산갑의 개체 수는 크게 줄어 멸종위기 동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인공사육이 매우 까다로워서 마릿수를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반면 대만은 천산갑 보호에 대표적인 나라로 현재 마릿수가 늘어나고 밀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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