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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전망에 필요한 10가지 질문 

세상은 근접감시에서 밀착감시로 전환된다? 

공공 안전 이유로 개인 자유 희생 강요당할 가능성도
더 나은 미래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지금 고민해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 / 사진:뉴시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우리가 알던 세계는 사라지고 새롭고 낯선 세계가 도래하고 있다. 변화에 대해 준비할 시간도 없이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온몸으로 변화를 버텨낸다.

그러나 앞으로는 준비 없이 변화를 맞이하지 말자. 미래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도 다양한 가능성은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변화는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제대로 된 질문에서 비롯된다. 세계와 국가 단위의 변화, 지역사회 단위의 변화, 그리고 마을과 개인 단위의 변화 등 3가지 범주로 나눠 앞으로의 세계를 전망할 때 필요한 10가지 질문을 제기해봤다.

세계&국가 단위


▎독일 베를린 마우어공원에 그려진 벽화. 마스크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질문 1. 세계적 감염병은 지속해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인가?

코로나19로 촉발된 세계의 변화를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대략 언제쯤 끝날지 예측돼야 그에 맞춰 개인 계획이든, 사업 계획이든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유행한 감염병만 추린다면,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메르스(중동에서 2012년 발생했지만 유행한 해는 2015년),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4가지다.

유행한 간격을 따져보면 사스에서 신종플루까지 7년, 신종플루에서 메르스까지 6년, 그리고 메르스에서 코로나19까지 5년이다. 유행 간격이 조금씩 짧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1940년부터 2004년까지 전 세계에 보고된 감염병 335건을 분석한 결과 60.3%가 동물에서 유래된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임을 밝혀냈다. 이 중 71.8%는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Jones et al, 2008; 박성원, 김유빈, 2020에서 재인용). 코로나19도 박쥐에서 옮겨온 것이니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이렇듯 야생동물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진 이유는 도시화 확대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화학백신이나 행동백신(사회적 거리두기 등) 등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려면 ‘생태백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야생동물이 생존하는 환경을 보존하지 않으면 이들에게서 감염된 바이러스의 창궐은 지속될 것이고, 유행 시기도 계속 짧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질문 2. 지금의 시대적 특징을 위기의 상시화로 봐야 하나?

두 번째 질문은 우리가 사는 시대적 특징을 내포한다. 코로나19의 시대는 위기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시대가 아니라 위험이 상시적으로 내재돼 있고, 언제든 약한 고리를 타고 터져 나올 수 있는 시대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제임스 쿤슬러는 2005년 [장기비상시대(The Long Emergency)]라는 책을 펴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현시대를 장기비상 시대로 진단한 이유는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가 복합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쿤슬러는 2005년 이 책을 펴낸 이후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새로운 대안으로 위험의 상시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생태환경을 중시하는 삶으로 전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어 [장기 비상시대에서의 삶(Living in the Long Emergency)]이라는 제목의 새 책을 최근에 펴냈다. 새로운 세계의 방향을 제시하는 선에서 머물지 않고 그 세계를 지혜롭게 극복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시적 위기의 시대에 어떤 프레임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미래학계는 변화에 대응하는 4가지 관점이 있음을 얘기한다. 1) 이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예전 상태로 회복하는 방법 2) 변화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 전환의 관점으로 극복 3) 변화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필요한 준비를 고려 4) 변화가 올지 불확실한 경우 변화의 조짐을 지속해서 관찰하는 방법 등이다.

한국 사회는 통상 1번과 3번의 관점은 부족하나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번과 4번의 관점은 별로 논의하지 않아 변화에 대한 부분적 대응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번은 현재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깊이 있게 살피면서 사회적 전환을 모색하는 태도다. 생산과 소비를 확대해 경제를 성장시켰던 확대균형적 시각을 폐기하고 생산과 소비를 줄이면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 대응하고 생태 중심의 삶을 모색하는 축소균형적 시각의 실현을 모색하는 사회 전환이 필요하다.

질문 3. 미국과 중국의 경쟁 양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이 보여준 대응 방법은 매우 달랐다.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부정적 시선을 돌리기 위해 중국은 매우 강력한 사회적 폐쇄 조치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있다. 7월 13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1300만 명, 이 가운데 중국 확진자는 8만3000명을 넘어섰다. 반면 자유주의 미국의 확진자 수는 중국보다 40배가 많은 340만 명을 넘었다. 2위인 브라질이 180만 명, 인도 87만 명임을 감안하면 미국의 확진자 수는 매우 많다.

세계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감염병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새로운 양상을 띨 수 있다. 남미 멕시코에서 16세기 최고의 번성기를 구가했던 아즈텍 문명은 스페인 사람들이 옮긴 천연두로 붕괴의 길을 걸었다. 인류학자들은 오랫동안 거대한 도시가 수백 명의 외지인에 정복당한 것이 미스터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후세의 연구를 통해 스페인 원정대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이 천연두에 걸렸고, 이 감염병에 면역이 없던 아즈텍인들이 감염돼 인구의 절반 이상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즈텍 문명은 스페인군(軍)에게 점령돼 붕괴됐지만, 실은 전염병에 붕괴된 것이다. 당시 아즈텍인들은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돌았음에도 스페인 사람들이 멀쩡한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고, 스페인이 믿는 신이 더 강력하다고 믿기 시작했다.

문명은 그 문명을 유지한 사람들이 죽어서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다른 문명에 굴복해서 붕괴되는 것임을 아즈텍 사례는 말해준다. 이런 역사의 선례에 비춰보면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느 나라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세계 시민들은 이들의 문명과 기술에 감탄할 것이다.

미국 애틀랜틱카운실(Atlantic Council, 2020)에서 펴낸 보고서는 이런 시각을 반영해 코로나19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보다 중국과 더 많은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미국에 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만나기도 어려워 비즈니스 관계를 맺기 힘들 것이다. 이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터키·요르단 등 중동 국가들도 미국과 중국, 어느 나라를 중심으로 헤쳐 모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양대 국제정치학자 은용수는 미·중 경쟁을 시민사회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안보란 시민이 겪는 위협·불안·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이라며 “그러한 위협 등은 시민(대중)의 삶과 터에 따라 달리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이후 미·중 경쟁의 양상에 따라 지역사회 시민이 경험할 위협이나 불안감은 이전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국가 안보의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질문 4. 경제적 충격은 지역별로 다를 것인가?

2002년 사스부터 최근 코로나19까지 사회 변화를 논의한 세계 학자들의 논문에서 빠짐없이 거론된 키워드는 경제적 충격이다. 세계적 감염병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사업장 폐쇄로 인력 수급에 큰 변화가 일었고 경제적 활동은 크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이나 숙박 업체 등의 서비스 산업, 항공기 등 수송 업체의 피해가 컸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염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대도시가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이 몰려 사는 대도시가 감염병에 취약할 뿐 아니라 경제활동 위축으로 대도시의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이 지역사회보다 더 심각했다. 경제적 대응에 지역별·도시별로 차별화하는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박성원·김유빈, 2020).

코로나19 확산 초기, 확진자가 많았던 대구 지역은 피해가 심각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펴낸 자료를 보면 소비자와 직접 대면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여행 및 운수업에서 매출이 많이 감소했다. 봄에 예정된 주요 행사·축제가 취소돼 외식이 줄었으며, 외출의 자제로 도·소매점, 문화서비스업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재난대책비 등을 지원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취업의 변화는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이후 취업의 문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학력별로 위기가 전가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한국은 대졸자가 자신의 능력을 낮춰 취업하는 하향취업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9년 한국은행이 펴낸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을 보면, 2000년대 들어 대졸자의 하향취업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그림1 참조).

하향취업자 중 85.6%가 1년 후에도 하향취업 상태(대졸 학위가 필요 없는 매장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에 종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아 노동 수급의 문제로 잡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교육에 대한 과잉투자, 인적 자본의 비효율적 활용이 사회적 문제라면, 개인적으로 자존감 하락, 임금손실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코로나19 이후 취업 문이 좁아지고 있는 지금은 어떨까. 짐작하건대 하향취업의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중소상인들의 매출 하락도 큰 문제지만, 고학력 노동 공급을 시장이 흡수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하향취업한 사람들은 사회적 낙인효과 등 여러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향취업한 청년들의 경우 자신의 일자리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그 일자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결국 하향취업한 곳에서 이들의 생산성은 오르지 않고, 그 일자리에 적합한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셈이 된다.


▎그림1
지역정부 단위


▎7월 15일 서울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열린 2020 노원구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 사진:우상조 기자
질문 5. 세계적 감염병이 상시화될 때, 정부는 지속해서 신속하게 공공자원을 확보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

세계적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력은 매우 중요하다. 박성원·김유빈(2020)이 2002년 사스부터 코로나19까지 학계의 문헌을 검토한 결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은 시기를 막론하고 등장한 키워드였다. 감염병은 확산 속도가 빨라 정부가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며,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의료자원을 끌어모아 대응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의 공조,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 기업들과의 협력도 정부가 끌어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자 진단 장비, 의료진과 병상 확보, 생활방역에 필요한 마스크 공급 등은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고 제공해야 한다.

한국은 K방역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지만, 공공보건의 관점에서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지적되는 것이 공공병상의 부족이다. 임준(2017)은 ‘공공보건의료 개념의 재구성과 과제’라는 논문에서 보건의료는 다른 재화나 서비스와 달리 시장 원리가 활발하게 작동하지 않아 공공적 규제나 조정을 통해 자원 배분이 이뤄져야 하고,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부의 개입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은 2008년 공공병상 비중이 14%에서 2015년 10%로 감소했으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4개국 중 꼴찌다(임준, 2017). 공공의료를 이익의 관점에서 따지다 보니 공공의료 자원을 축소하게 된 결과다.

[시사인]에서는 2020년 5월 18일 공공보건의료 관련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필수 의료체계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나중에 다 평가해봐야 한다”며 “대구의 투석 환자가 인천까지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투석이니 심장질환이니 많은 응급환자가 코로나19가 아니라 본래 있던 병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서 죽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문 6. 생물감시체계(bio-surveillance)는 필요한가?

최근 들어 세계적 감염병을 막는 방법으로 거론되는 것이 생물감시체계(bio-surveillance)다. 미국의 생물감시국가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생물감시체계는 “인간과 동식물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모든 요소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미국은 세계적 감염병 유행을 자연 발생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바이오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국토방위부나 국방부 내에 생물감시체계를 운영한다.

앞서 언급했듯 인수 공통 감염병이 빈발하면서 동물은 물론 식물의 이상징후도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리 부정적 변화의 조짐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이런 감시체계의 등장은 반길 일이 아니다. 공공의 안전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가 희생돼야 하는데 그 선을 정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동물·식물·인간을 감시하는 체계가 작동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서로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어느 날, 생물감시체계를 운영하는 한 기관에서 나에게 문자메시지로 “당신의 행동에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A장소로 나와서 조사를 받아라”는 내용을 받는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대부분의 시민은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온갖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한다.

이런 세상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근접감시(over the skin)에서 밀착감시(under the skin)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감시체계는 비상상황이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존속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상의 감시체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역공동체, 개인 단위


▎광주광역시 북구보건소 공무원이 코로나19 자가격리 해제 대상자가 거주하는 아파트를 방문,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질문 7. 도시 생활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인류가 모여 살면서 도시문명을 건설한 역사는 수천 년이다. 모여 살면서 생존 기회가 높아지고 즐거움을 누릴 기회도 많아졌기 때문에 도시는 지금까지 확산 추세였다. 한국은 이미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 정도로 도시화가 진전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모여 사는 방식이 위험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교회 예배 등 집회 자제, 사람이 밀집한 곳을 피해야 한다는 최근의 생활방역으로 우리는 되도록 사람이 적은 곳, 흩어져 사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코로나19 추세가 지속된다면 도시화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흩어져 사는 것이 서로의 생존력을 높인다는 믿음이 확산되면 도시화는 더 진행되기 어렵다. 심지어 미국 뉴욕의 부자들은 지하 벙커에서 거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하 벙커는 극단적인 거주 형태로서 사람들과 접촉을 극도로 차단하는 공간이다. 게다가 방역의 편리함을 이유로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앞당겨진다는 분석까지 감안하면 사람들은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도시 내 주거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일 것이다. 집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휴식은 물론, 일·운동까지 집에서 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침실은 작아지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실이 커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재택근무 확산으로 집은 일하는 공간으로 부각되고 있다. 집에서 창업도 하고, 3D프린터의 발전으로 작은 수공업 시스템을 갖출 수도 있다. 이런 공간을 마련한다면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유리하지 않을까.

질문 8. 포퓰리즘·확증편향·가짜뉴스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이전보다 더욱 위협할까?

면대면 만남을 피해 온라인으로 만나고 일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선단체를 가장한 가짜 기부 요청, 대출 사기, 의료장비 판매를 가장한 사이버 범죄 등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범죄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다. 최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악성 e메일이 600% 증가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보건기관과 의료 연구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감지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와 더불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인포데믹(infodemic)이라고 명명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 교수는 “인포데믹은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국가 간 갈등을 정치화하고 심지어 백신 거부 운동까지 발전하고 있다”며 “저소득 국가일수록 인포데믹 현상이 심각해 국가 간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과학적 주장의 예로는 콧속에 참기름을 바르거나 소금물로 가글하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 등이다. 이렇듯 비과학적 주장, 가짜뉴스 등이 증가하면서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질문 9. 감염병의 시기에 경험한 불안·우울감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세계적 감염병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타이완의 한 연구자는 2002년 사스 발발 이후 확진자 검사와 진료를 맡았던 공공보건의료 노동자들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이 사스가 종식된 이후에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사스에 걸렸다가 회복된 환자들도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전했다.

환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전례 없던 변화를 몸으로 경험하면서 우울증·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감)’라는 말도 등장했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니 일상이 불안하고, 불안이 가중되면 분노가 치민다. 분노가 누적되지만 풀 방법이 마땅치 않을 때 우울로 발전한다.

실제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유튜브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발견한 사회적 이슈 중 심리적 충격과 두려움은 눈에 띄는 이슈였다. 삶의 질의 저하, 심리적 피로감, 기진맥진 등의 단어는 시민들이 겪는 마음의 괴로움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확진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도 경계해야 한다.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메르스 때나 지금이나 ‘청정 구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청정 공간이 오염되면 사람들은 오염시킨 사람을 배제한다”며 “낙인과 차별을 조장하는 이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된 경우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 감염병은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질문 10. 위기와 급변의 시대에 종교의 역할은 변화되는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약자, 소수자에게 위로와 안식의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회가 추구하는 규범이 잘 유지되도록 소리 없이 지원하는 기능을 맡는다. 종교 활동을 통해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약점을 타고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는 경계 대상이다. 사회가 개인화나 가족 중심에 매몰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약해질 때, 사이비 종교가 등장한다. 이런 사이비 종교는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이들을 착취한다.

평화예술대장정 프로젝트 총감독을 맡았던 김준기는 “과학의 시대에도 변종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신흥종교가 암약하는데 이는 공동체의 부재 탓”이라고 지적한다. 위기의 때, 공동체의 부재를 틈타 사이비 종교가 등장하면 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

우리는 전례가 없으며,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고, 누구도 원치 않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례가 없으니 과거의 지혜를 가져올 수도 없고, 결과가 불확실해 선뜻 대안을 내놓기도 어렵다. 원치 않는 변화에 대응하는 대안도 현세대가 원치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환경 파괴나 대도시의 확대 때문이고, 따라서 생산과 소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현세대가 원치 않는 변화일 것이다. 오는 변화도 원치 않고, 대응해야 할 변화도 원치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마땅한 정책적 방안을 찾을 수 없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의 우려대로 낡은 것은 죽어가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궐위의 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을지를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50000action@gmail.com

202008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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