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종교특집] “고립주의 극복” 한목소리 낸 SGI 세계청년부총회 

‘가장 힘들 때, 가장 용감하고 총명하게 싸우자’ 

‘SGI 세계평화의 날’ 60주년 맞아 9월 27일 온라인 행사 개최
192개국 각지 경험 나눠… 청년 4000명 합창으로 피날레


▎지난 9월 27일 SGI 청년 회원들이 SGI 세계청년부총회 생중계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번 총회는 코로나19를 고려,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 사진:한국SGI
서기 1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다 이루었다”고 말했다. 그의 나이 33세였다. 그보다 500여 년 전 히말라야 인근 소국의 왕자 싯다르타는 29세에 출가를 결심했다. 그리고 35세에 보리수나무 아래서 성불했다. 지금으로 보면 갓 취업하고 결혼할 나이. 그러나 성인(聖人)들의 앞선 궤적을 보면, 뜻을 세우고 이루는 데 부족함이 없는 때가 청년기다.

세계적인 대승불교 단체인 국제창가학회(SGI)의 오늘날 위상도 32세 청년의 다짐에서 시작했다. 1960년 5월 창가 학회 3대 회장에 올랐던 이케다 다이사쿠 SGI 초대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창가학회 전임 회장 도다 조세이는 생전인 1954년, 당시 청년실장이었던 이케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세계의 광선유포(廣宣流布, 민중의 행복과 평화)’였다. 다음은 이케다 회장이 “잊지 못할 추억”이라며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일화다.

“은사(도다)의 고향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은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는 넓다. 거기엔 고뇌에 허덕이는 민중이 있다. 아직도 전화(戰禍)에 떨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동양은 물론, 세계에 묘법(妙法)의 불을 켜라. 나를 대신하여.’”

이케다 회장은 “은사를 대신해 나는 세계를 돌고 돌았다”고 회고한다. 회장을 맡은 지 5개월 뒤인 1960년 10월 2일, 이케다 회장은 일본 도쿄의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른다. “태평양전쟁이 시작된 섬이자, 인종의 도가니와 다름없는 하와이야말로 인류평화의 출발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15년 뒤인 1975년 1월, 세계 51개국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창가학회 세계조직인 SGI를 창립하며 결실을 본다. SGI는 현재 전 세계 192개국에 진출해 있다. 회원 수는 2000만 명 규모다.

SGI는 이케다 회장이 하와이 땅을 처음 밟았던 10월 2일을 ‘SGI 세계평화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기념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하다. 세계평화의 날이 60주년을 맞는 해여서다. 더구나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이때, 청년 이케다가 품었던 의지는 한층 절실하다. SGI는 지난 9월 27일, 전 세계 192개국의 청년 회원들과 함께 SGI 세계청년부총회를 열고 이케다 회장의 다짐을 되새겼다.

이번 총회는 코로나19를 고려해 온라인상에서 열렸다. 국내에선 한국SGI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했다.

“한 사람의 신심이 모두의 숙명도 바꿔”


▎1975년 1월 당시 이케다 창가학회 회장이 미국 괌에서 개최한 제1회 ‘세계평화회의’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케다 회장은 이 회의에서 51개국·지역 대표와 함께 국제창가학회(SGI)를 발족했다. / 사진:한국SGI
이번 총회의 주제는 ‘함께 일어서자!(Rise Up Together!)’였다.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청년들이 앞장서 우정과 신뢰를 나누고, 나아가 국제적 연대의 틀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이날 본 행사에서 하와이·가나·이탈리아 등 각 대륙의 SGI 청년들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타인을 격려하며 희망을 만들어 낸 삶의 체험을 발표했다.

시작은 하와이였다. 하와이에 사는 게오키 오시로 SGI 퍼시픽권 남자부장이 화면에 나왔다. 그는 1960년 하와이를 찾았던 이케다 회장과 자신의 할아버지 간 인연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날(10월 2일) 저녁 좌담회에서 할아버지는 가슴에 늘 품고 있는 질문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신심으로 구제할 수 있습니까?’ 선생님은 ‘반드시 구제됩니다. 당신이 이만큼 행복해졌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신심을 완수했을 때 아버지도 반드시 행복해집니다’하고 격려해주셨다.”

게오키씨는 이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강한 신심이 있으면 온 가족의 숙명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신념을 밝혔다. 그런 그가 현재 일하는 곳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의 한 호텔. 엔지니어로 근무한다는 그는 자신의 전기공사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다음 순서로 나온 이는 가나SGI 청년부장을 맡은 리처드 아즈 씨다. 리처드씨는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은 이야기를 꺼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선생님의 격려를 가슴에 품고 아내와 함께 학회활동에 도전했다”며 “1년 뒤 딸이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케다 회장과의 만남은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9월 11일, 잊지 못할 순간이 찾아왔다. 도쿄 세이쿄신문사 앞에서 이케다 선생님 부부를 만난 것이다. 선생님은 손을 흔들면서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셨다. 청년을 향한 선생님의 무한한 신뢰를 느꼈다.”

리처드 씨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온라인 좌담회 등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청년과 연대를 맺었다”며 가나 현지 소식을 전하며 이야기를 끝냈다.

마지막으로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선 이탈리아 여성이 인사말을 전했다. 4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자스미나치프라아니 씨(이탈리아SGI 여자부장)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신을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날마다 파티를 즐기다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했을 만큼” 미래 없는 생활을 이어갔다. 사춘기 때 부모님이 별거를 시작한 영향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손에 이끌려 SGI 회합에 처음 참석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본 것은 용기가 없던 자신의 본모습이었다. 그는 또 “이케다 선생님의 저서를 읽으며 배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일과 학회 활동을 병행하면서 야간고등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를 목표로 대학에 진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논문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교육’을 주제로 썼다.”

자스미나 씨는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아이들은 날마다 빠짐없이 수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학습 덕분이다. 자스미나 씨는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 학교가 우수학교로 선정돼 지역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발표가 끝난 뒤 행사는 전 세계 SGI 청년 4000명이 평화를 염원하는 합창을 함께 하며 마무리됐다.

간호사·게임개발자… ‘광선유포’의 현장들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유경호씨가 코로나19 방역에 함께한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한국SGI
이날 총회를 지켜본 청년 회원들은 국내 기준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국SGI(이사장 김인수)는 설명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유경호(25)씨도 그중 한 명이다. 응급실 근무는 3교대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터라 퇴근 후 녹화 동영상을 봤다고 유씨는 웃었다.

유씨는 간호사들 사이에선 ‘희귀종’으로 통하는 남자 간호사다. 간호사 100명 중 남자 간호사는 3명에 불과하다. 간호사들 사이에선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호의적이진 않다. 유씨도 간호 실습을 받을 때 “남자가 무슨 간호사야”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유씨가 처음 근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하게 늘던 때다.

주변 인식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씨는 지인들로부터 “뭐하러 지금 시기에 간호사 일을 시작하느냐, 좀 쉬다가 해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입사 날짜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유씨는 가능한 한 빠른 날짜를 택했다.

“숱하게 부닥치기도 하고, 수없이 부대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가장 힘들 때, 가장 많이 성장하는 법이잖아요. 온몸으로 맞서며 스스로가 견고해지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물론 하루 8시간, 내내 방역복을 입고 고된 업무를 겪다보면 그때의 결심이 흔들릴 때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탓에 응급실 앞에서 환자와 실랑이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고열이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는 집단감염 예방 차원에서 응급실 진료가 불가능하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하루에 적어도 5건, 비 오는 날엔 6~7건이라고 유씨는 전했다.

마음이 흔들릴 때 되새기는 건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할 당시의 다짐이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SGI를 처음 접했다는 유씨는 고등학생 시절 ‘내 역량을 가지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가장 잘 퍼뜨릴 수 있는 직업이 뭘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간호사. 유씨는 지금도 “책임간호사가 돼 응급실 간호사들을 지휘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설렌다”고 말한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게임 개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김경원(34) 대표도 진로 선택에 앞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직업을 모색했다. 1세대 온라인 게임 140여 개를 모두 해볼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지만, 당시만 해도 게임이 사회악으로 치부됐던 탓에 고민이 길어졌다. 김씨는 문득 ‘게임이 사람을 위할 수는 없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 게임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암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게끔 도움을 주는 게임 등이 있었고, 게임이 출시되면 범죄율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래서 게임 개발자의 길을 선택했다. 스승의 사상과 철학이 담긴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저만의 광선유포를 하겠다는.”

부산 게임계에서 김 대표의 작품들은 대표적인 흥행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5년 내놓은 모바일 게임 ‘무한의 계단’은 지난 9월까지 누적 내려받기 1200만 건을 넘어섰다. 2018년 선보인 모바일 게임 ‘바나툰’은 출시 1개월 만에 내려받기 10만 건을 달성하며 구글 게임 인기 순위 10위에 올랐다.

‘마지막에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심


▎부산의 한 게임제작사 대표인 김경원씨가 자신이 기획·제작한 작품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한국SGI
김 대표는 이번 총회를 준비하고 지켜보면서 “세계광포, 즉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진력했다”고 말했다.

“훗날 세계평화에 위협이 있을 때, 스승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돼야하지 않겠나. 그렇기 때문에 더 실력을 쌓아서 더욱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 더 결과를 만들어서 더더욱 신심(信心)을 증명하는 사람이 되겠다.”

이케다 회장은 서면 메시지로 이날 행사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서면 메시지는 한국SGI에서 발행하는 [화광신문] 10월 9일자에 실렸다. 제목은 ‘절대승리의 신심을 의탁하다’. 다음은 이케다 회장의 메시지 중 일부다.

“‘가장 힘들 때, 선구에서 가장 용감하고 총명하게 싸운다’는 창가(創價) 사제의 혼을 불태워 코로나19라는 시련에 도전해 전 세계의 우리 청년부와 미래부가 결연히 일어섰습니다.

창립 100주년을 향해 ‘세계 광선유포’의 원대한 새로운 지평이 여기에 상쾌하게 열렸습니다.

젊은 지용보살(地涌菩薩)인 여러분은 승리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어떠한 고난도 승리해내어 가족을, 우인을, 권속을, 민중을, 그리고 인류를 행복하고 평화롭게 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묘법(妙法)이라는 생명존엄의극리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여러분은 틀림없이 가장 강하고 밝은 ‘용기의 태양’이자 가장 청정하고 명랑한 ‘희망의 연화’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시대의 어둠이 깊어도, 아무리 사회가 탁해도 ‘서원’을 위해 꿋꿋이 살아가는 여러분이 절대 질 리가 없습니다.

내가 서원의 동지와 함께 사자왕(師子王)의 마음으로 관철한 ‘마지막에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절대승리의 신심’을 여러분에게 엄연히 의탁하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에서 ‘지혜’와 ‘자비’를 샘솟게 해 우정을 맺고 기쁨에 넘치는 격려의 연대를 구축한 것이 창가의 세계입니다.

이 기적과도 같은 아름다운 ‘지구민족의 연대’를 어디까지나 소중히 지키고 넓혀 우리 푸른 지구를 무슨 일이 있어도 ‘입정안국(立正安國)’ 나아가 ‘입정안세계(立正安世界)’라는 대환희의 별로 빛내고자 합니다.

더없이 소중한 후계의 보배인 여러분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건강하게 배우고 연마해 ‘행복 승리의 청춘’을 장식하기를, 위대한 ‘인간혁명’ 즉 ‘세계 광선유포’의 개가를 21세기 하늘에 울려 퍼뜨리기를 내 목숨이 있는 한 끝까지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로나19 후유증이 지구촌 사회를 짓누르는 요즘 SGI가 발산하는 연대와 사랑의 메시지는 은은한 울림을 남긴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011호 (2020.10.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