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심층취재] 문화산업 포식자로 몸집 키우는 넷플릭스 대응법 

넷플릭스 열풍에 한국 콘텐트 몸값 높아져 한국 문화산업 ‘신(新) 개화기’로 삼아야 

‘넷플폐인’에 ‘넷플릭스 증후군’까지,1년 새 이용시간 2배 늘어
한국 관련 콘텐트 인기 많아… 계약 단계에서부터 과실 챙겨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대표가 2019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행사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조금씩 영역을 넓혀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Netflix)에게 코로나19는 호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 소비자의 넷플릭스 이용시간은 2019년 12월 대비 107.3% 증가했다. 1년 사이에 넷플릭스 시청시간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모바일 동영상 사업자 상위 5곳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의 증가율이 33.3%였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를 향한 한국인의 관심은 얼마나 컸는지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빅데이터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집에서 보는 ‘드라마’ 연관어로 넷플릭스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코로나19 확산 전후 1400만 건의 SNS와 커뮤니티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다.

덩달아 넷플릭스의 이용도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올 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넷플릭스 이용을 위해 결제한 금액이 51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신용카드·체크카드로 결제된 금액을 조사한 결과다. 넷플릭스의 국내 연간 결제금액은 2018년 657억원에서 2019년 2483억원으로 278% 상승했고, 2020년엔 전년보다 108%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준 넷플릭스 결제금액은 587억원으로 월간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통신사를 통해 넷플릭스 요금을 합산 지불하거나, 아이튠즈 등에서 결제하는 이용자는 제외된 수치다. 이를 모두 합하면 결제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청 시간대 날씨까지 파악해 작품 추천


넷플릭스는 사용자 측면에서도 경쟁자인 국내 OTT를 압도하고 있다. 와이즈앱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인 만 10세 이상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폰 앱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 사용자는 758만명이었다. 토종 OTT 플랫폼인 웨이브가 269만명, 티빙이 237만명, U+모바일tv는 226만명, 왓챠는 164만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월평균 순 이용자 수로 따져보면 넷플릭스가 637만 명으로, 토종 OTT 2·3위인 웨이브(344만 명)와 티빙(241만 명)을 더한 것보다 많다. 시장 점유율 40%의 부동의 1위다.

넷플릭스 이용이 늘어나다 보니 여러 사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말엔 온종일, 평일엔 밤늦게까지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넷플릭스 폐인(넷플폐인)’이 늘어나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오죽하면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수면시간일 뿐”이라는 말도 나왔을까. 여기에 실제 콘텐트를 보는 시간보다 무엇을 볼지 검색하는 시간이 더 길거나 시청을 포기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넷플릭스 증후군(Netflix Syndrome)’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다양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있음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넷플릭스를 택하고 있는 이유는 고객의 취향을 꿰뚫어 보는 넷플릭스만의 콘텐트 추천 시스템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콘텐트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의 정교함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콘텐트를 시청한 날짜와 요일, 시간은 물론 시청한 시간의 날씨까지 분석한다. 고객의 시청 습관 역시 넷플릭스의 관심사다. 한 번에 몇 편의 에피소드를 몰아서 보는지 시청 도중 언제 어느 부분에서 일시 정지 혹은 빨리 감기, 되감기 등을 하는지 그 시점의 작품 속 내용은 무엇인지 등의 데이터를 모은다. 심지어 마우스 움직임이나 스크롤 동작까지 수집한다. 넷플릭스 접속 이후 고객의 모든 행동을 놓치지 않는 셈이다.

넷플릭스의 세심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콘텐트를 놓고도 나라별로, 고객 취향별로 전혀 다른 섬네일을 노출한다. 때로는 특정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를 자주 보는 고객에게는 의도적으로 그 배우가 출연한 콘텐트의 섬네일을 보여준다. 한 콘텐트에도 다양한 섬네일을 준비하는 넷플릭스의 디테일은 AI와 머신러닝(ML)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적절한 활용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을 심층 분석한 [넷플릭스 인사이트]를 펴낸 이호수 박사(SK텔레콤 AI 연구소 고문)는 “콘텐트 하나에 기울이는 넷플릭스의 노력은 국내 OTT 플랫폼은 물론 다른 글로벌 OTT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하나의 드라마에 30개 언어로 된 자막을, 더빙이나 음성 설명은 약 10개의 언어로 제공한다. 이에 비해 다른 글로벌 OTT 업체는 4~5개 언어로 된 자막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박사는 “단순히 콘텐트 보유 규모와 가입자 수로 판단하기엔 넷플릭스의 내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덧붙인다.

한국에서의 인기에는 넷플릭스에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도 한몫도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트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왔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제작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등 해마다 수편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공개하고 있다. 앞선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 열린 넷플릭스 행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 콘텐트 책임자는 “아시아의 많은 사람이 한국 콘텐트를 즐기고 있고 한국은 수준 높은 스토리텔링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콘텐트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15년 이후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약 77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34.3% 늘어난 3331억원을 투자했다. 진출 첫해 투자액(150억원)의 22배를 넘는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약 4500여 편의 작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에는 한류 열풍 등으로 지난해의 2.5배에 달하는 8400억원을 투자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전 세계 유료 가입자 2억명 가운데 3%에도 못 미치는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 넷플릭스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한국 콘텐트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조일형 감독의 영화 [#살아있다]는 2020년 미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외국영화 TOP 10 중 4위를 기록, 아시아권 영화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저비용 고수익 가져다주는 ‘콘텐트 화수분’


▎배우 유아인 주연의 좀비 영화 [#살아있다]가 2020년 9월 한국영화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 사진: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도 전 세계 넷플릭스 사용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역별로 발표하는 ‘오늘의 톱 10’을 기반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100위에 한국 드라마는 모두 10편이 올랐다. 특히 대만과 말레이시아는 10위권 내 9편, 베트남은 8편, 필리핀은 7편, 타이와 홍콩은 6편, 일본은 5편이 한국 드라마다. 지난해 12월 18일 공개한 한국 드라마 [스위트홈]은 공개 이후 첫 4주 동안 전 세계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시청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넷플릭스는 최근 공개한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스위트홈]을 언급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Original Contents·자체 제작 작품) 제작에 역점을 두는 이유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트 사랑은 제작비 규모에서 알 수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 제작하고 총 200억원을 투자한 [킹덤]의 회당 제작비는 약 20억원이었다. 이는 2019년 당시 기준으로 미국 외 국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 가장 많은 회당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었다. 이 기록은 [스위트홈]이 가뿐히 넘었다. [스위트홈]은 회당 제작비 30억원, 총 제작비 300억원이 들어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의 광폭 행보에 대해 “넷플릭스 입장에서 한국 작품들은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콘텐트”라고 말한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해 콘텐트 제작에 쏟아부은 금액은 160억 달러, 약 20조원이다. 2013년,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콘텐트였던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비는 1억 달러(약 1100억원)였다. [어벤저스] 감독인 조 루소 형제가 만드는 [그레이맨] 제작에 20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는 넷플릭스에게 한국 시장은 소요되는 비용은 많지 않으면서도 인기와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는 매력적인 ‘콘텐트 화수분’인 셈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트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 말,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트 제작사(스튜디오드래곤·제이콘텐트리)의 지분에 투자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순수 콘텐트 제작사의 지분에 투자한 첫 사례였다. 지난해 9월에는 콘텐트 전담 별도 법인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Ltd’를 설립했다. 콘텐트 경쟁력이 강한 국가에 투자와 발굴, 지원 전담 법인을 설립하는 정책을 이어온 넷플릭스가 아시아에서 한국에 최초로 콘텐트 전담 법인을 세운 것이다. 최근에는 경기 연천과 파주 등지에 1만6000㎡(약 4800평) 규모의 국내 스튜디오 2곳을 장기 임대하기도 했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의 장기적인 제작 기반을 다지기 위한 조치다.

넷플릭스의 든든한 지원 사격 덕분에 많은 작가와 감독 등 창작자와 제작사들은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드라마의 경우 그동안 편성을 염두에 두고 감독과 배우를 정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처도 확보하고 해외 판로까지 신경 써야 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면 결국 소수의 유명 작가와 배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애초 구상했던 작품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선호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외주 제작사에 전체 제작비의 15% 안팎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가령 제작비 200억원이 필요한 드라마라면 230억원을 지급해 안정적인 제작과 제작사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표현의 자유까지 철저하게 보장한다는 점에서 창작자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의존도 커지며 “우리가 하청업체냐” 불만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비하인드신. /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은 물론 다큐멘터리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한식, 패션 등 K-콘텐트가 한류 관광에 미치는 영향을 재조명한 ‘Next in K-Story’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뜻만 일치한다면 콘텐트 제작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가 미디어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금은 넷플릭스가 콘텐트 제작에 젖줄이 되고 있지만, 나중에는 숙주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 의존도가 심해질 경우 자생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도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 미친 영향’이란 전문가리포트에 나온 익명 관계자의 전언이다. “드라마가 터지면 인센티브를 주든지 포상을 해야 하는 데 전혀 없다. 부가사업도 100% 주는 것이 아니고 거의 나누는 것이다. 업사이드(추가 수익)가 없는 것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하청업체냐는 생각이 든다.”

한국 미디어의 넷플릭스 종속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 전망 2020~2024’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OTT 시장 규모가 지난해 462억 달러(약 51조510억원)에서 오는 2024년에는 868달러(약 95조9140억원)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커진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OTT 플랫폼 간의 각축전 속에 한국 콘텐트를 향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넷플릭스 쏠림현상이 심화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콘텐트 쟁탈전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애플TV 플러스가 한국 배우와 감독이 출연하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TV 플러스는 현재 배우 윤여정과 이민호가 출연하는 드라마 [파친코]를 비롯해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이선균 등이 참여한 드라마 [미스터 로빈] 등의 제작을 진행 중이다. 2019년 11월 OTT 서비스 개시 이후 100여개 국가에 진출한 애플TV 플러스는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영화평론가)는 해외 OTT 업체들의 러브콜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다 보니 해외 OTT 플랫폼 사이에서 한국 콘텐트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출자, 작가, 배우 등 창작자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청신호다.”

파울루 코엘류도 '나의 아저씨' 보고 찬사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대표가 2019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현 계약 체계에 대해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콘텐트 공개 이후 전 세계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수익에 대해서도 분배받는 인센티브 계약 체결을 통해 과실을 챙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우리는 콘텐트 제공 국가로서 전략을 잘 다듬어 더 많은 이득을 취하는 방향이 낫다고 본다”고 덧붙인다.

스타 감독과 작가, 배우들의 넷플릭스 협업 횟수가 늘어나면서 제기되는 인력 유출의 우려도 인식의 전환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기존의 TV와 케이블 채널에서 유명한 제작자나 작가들이 넷플릭스와 수년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난 바 있다. 프로듀서, 연출자, 작가로 활동하며 탁월한 상상력과 독창성으로 에미상, 골든글로브상, 피바디상을 수상했던 라이언 머피를 비롯해 [그레이스 아나토미], [스캔들] 등을 제작한 숀다 라임스 등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제작자를 두루 영입했다. 넷플릭스의 콘텐트 전문가 영입은 할리우드에서 종종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왔다. 전통적인 스튜디오나 방송사보다 급여를 두 배 이상 제공하며 인재를 싹쓸이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기성 TV 산업에서 선택한 방법은 젊은 작가, 감독, 프로듀서 발굴이었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제작방식이 결과적으로는 산업의 크리에이티브 인력을 새롭게 수급시키는 선순환 작용을 일으킨 셈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비단 대작이 아니더라도 투자와 플랫폼이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작품성 높은 콘텐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미국 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증명해줬다”면서 “기존 미디어도 관성에서 벗어나 능력 있는 신진 세력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사에 대한 흠잡을 곳 없는 묘사였다. 뛰어난 각본과 환상적인 연출, 최고의 출연진에 찬사를 보낸다.” [연금술사]로 유명한 파울루 코엘류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남긴 감상평이다.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브라질 국적의 코엘류가 한국 드라마를 접할 기회가 있었을까.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을 놓고 정덕현 평론가는 ”한국 문화산업의 신(新) 개화기“라 칭한다. 산업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시기라는 의미다. 격변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3호 (2021.0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