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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와 인생’] 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 이끄는 오기종 남도금형 회장 

임팩트 60㎝ 비법 원리 알면 반전의 길 보인다 

연 매출 1000억 규모 금형 전문 기업 경영하며 ‘정밀 골프’ 독학
20년간 이글 70번, 잠념 버리고 기본에 집중하는 게 성공 노하우


▎힘차게 드라이브샷을 하는 오기종 한국 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KMAGF) 회장. / 사진:성호준
쌀쌀한 비가 흩날린 11월 말, 전남 곡성에 있는 광주CC에는 은퇴한 87세 의사가 63세 된 아들과 함께 라운드를 했다. 80대 후반의 노인도 할 수 있다니, 골프는 어렵지 않다.

바로 뒷 팀에 정말 골프를 쉽게 치는 사람이 라운드를 했다. 오기종(61) 남도금형 회장이다. 오 회장은 25세 이상의 순수 아마추어 골퍼 모임인 한국 미드아마추어 골프 연맹(KMAGF) 회장도 맡고 있다. 오 회장은 40대의 지인, 또 지역에서 공익근무 중인 프로와 함께 공을 쳤다.

오 회장은 설렁설렁 쳤다. 연습 스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이버샷 거리가 220m 정도에 똑바로 나갔다. 60대인 그가 공을 때릴 때 젊은 아마추어 골퍼의 임팩트보다 소리가 강렬했다. 아이언 샷은 프로의 궤적처럼 높이 뜨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린 주위의 칩샷은 퍼트만큼 정교해 버디가 될뻔한 칩샷이 여러 개 있었다. 보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오 회장은 76타를 쳤다. 드라이버로 270m를 넘게 치는 장타자보다 스코어가 좋았다. 오기종 회장은 “80타를 넘긴 적이 거의 없다. 골프는 쉽다”고 했다.

1993년 남도금형을 창업한 오 회장은 1997년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장 프로의 가르치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프로가 가끔 와서 한 마디 대충 하고 가버리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았다”고 했다. 평생을 근면 성실하게 살아온 오 회장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선생님이었다.

스윙연습보다 원리 이해하는 데 주력


▎오기종 한국 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 회장(가운데)이 제7회 브리지스톤골프배 미드아마 최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태영 선수(오른쪽)에게 트로피와 부상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
그래서 이후 혼자 배웠다. 당연히 잘 안됐다. 공교롭게도 첫 라운드를 한 후 사흘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다. 그는 “재미를 위해 하는 골프에서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회사 사정도 어려우니 그만두려 했다. 그러나 이런 것도 못해 포기하면 내가 우스워질 것 같았다. 오기로라도 해보자 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매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연습장에 갔다.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두 시간여 연습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2년간 열심히 연습을 했다. 공 하나를 치더라도 연구하는 자세로 임했다. 드라이버를 많이 치지 않았다. 드라이버로 멀리 치면 기분이 좋지만, 연습은 기분 내려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의 원리를 배우려면 기본적인 아이언으로 쳐야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오 회장은 “그동안 골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었다. 2년 동안 골프의 기본을 배우고 나머지 20년은 그걸 빼먹고만 살고 있다. 이후엔 연습장에 거의 가지 않는다. 클럽을 바꾸면 감을 익히기 위해 연습장 딱 10분만 끊어서 20개 정도 공을 치는 정도다. 그 정도로 충분히 기본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골프 원리를 이해하기 때문에 자가 교정도 쉽다고 한다. 오 회장은 “오른쪽 어깨 인대가 끊어져 2년 정도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재활을 열심히 해 6개월로 줄였다. 딱 6개월 되는 날 골프 치러 갔다. 첫 티샷이 OB가 나더라. 그러나 그날 2오버파로 라운드를 마쳤다. 원리를 알기 때문에 라운드 도중에도 문제점을 스스로 복구할 수 있다”고 했다.

오 회장이 젊어서부터 해온 금형은 매우 정밀하다. 1000분의 1㎜ 오차 범위에서 디자인하기도 한다. 오 회장은 금형을 오래 한 덕에 미세한 차이도 금방 알 수 있다. 골프도 예민하다. 오 회장은 “임팩트 때 클럽 헤드가 1도 틀어지고 공이 200m를 날아갔다고 가정하면 18m 벗어난다. 2도 틀어지면 36m로 OB(아웃오브바운즈)다. 그러나 골프가 금형만큼 정교하지는 않아도 되고 해결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차를 줄이기 위한 그의 비법은 ‘60㎝론’이다. 임팩트 전 30㎝와 임팩트 후 30㎝, 총 60㎝ 구간에서 클럽 헤드를 타깃 방향으로 유지해주면 공을 똑바로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어려워진다. 팔로 치든 어깨를 돌리든 하체를 활용하든 임팩트 앞뒤 직선 운동을 하는 방법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오 회장은 “정말로 골프는 쉽다. 프로는 폼부터 뜯어고치려 하는데 아마추어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60㎝ 구간에서 클럽 헤드가 미리 열리거나 닫히면 안 된다. 어드레스 자세에서 오른손 팔꿈치를 몸에 붙이고 오른손으로 헤드 스퀘어를 유지하며 똑바로 클럽을 흔들어 치는 연습을 하면 좋다”고 했다.

60㎝론에 앞서 필요한 기본도 있다.

첫째, 그립은 스윙 내내 똑같은 악력을 유지해야 한다. 오 회장은 “그립은 각자 개성에 맞게 세게 잡거나 부드럽게 잡아도 좋지만, 항상 악력이 일정해야 일관된 거리와 방향이 나온다”고 했다.

둘째, 척추각을 유지해야 한다. “클럽헤드가 60㎝ 구간을 다 지나갈 때까지 척추각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오 회장은 조언했다.

셋째, 자신 있는 스윙이다. 오 회장은 “불안감 등 잡념이 뇌를 지배하기 전에 스윙을 하라”고 말한다. 오 회장은 티를 꽂고 연습 스윙 없이 곧바로 스윙한다. 잡념을 없애기 위한 그의 루틴이다.

금형 전문가답게 1㎜ 오차 허용 않는 ‘정밀 골퍼’


▎오기종 회장의 아이언샷. 임팩트 전후 60㎝ 구간에서 상체 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스윙한다. / 사진:성호준
오기종 회장이 만든 비전(秘傳)도 있다. 친한 사람에게만 주는 스윙에 대한 메모다. 미드 아마추어 골프계에서는 오기종 비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오 회장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농담도 나온다. 비전의 내용은 이렇다.

티샷 : 왼쪽 어깨 주의! 들리지 않게! 타깃 라인 선상 한 뼘 앞에 공이 한 개 더 있다 생각하고 두 개를 같이 친다는 느낌으로 친다. 공이 오른쪽으로 밀리면 샤프트를 세워준다. 왼쪽으로 감기면 오른쪽 어깨를 낮춰준다.

우드샷 : 다른 클럽을 칠 때보다 약간 무릎을 굽힌다.

아이언샷 : 오른쪽으로 가면 공 위치를 약간 왼쪽으로 옮긴다. 훅이 나면 공을 오른쪽으로 옮기면 해결된다. 공이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공 위치를 옮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칩샷 어프로치 : 그립을 짧게 잡고 샤프트를 세워서 퍼팅하는 느낌으로 한다. 3목(목, 손목, 발목)을 움직이지 말고 어깨 턴으로 하라.

퍼트 : 짧은 퍼트는 퍼터 안쪽으로 친다. 슬라이스 라인은 공 위치를 약간 왼쪽에, 훅라인은 약간 오른쪽에 둔다.

비전은 “이 정도만 연습해서 잡으면 많이 좋아질 것이다”라고 맺는다. 오 회장의 쉬운 골프의 정수가 여기 있다.

그는 칩샷과 퍼트를 잘한다. 오 회장은 공과 아주 가까이 서서 샤프트를 짧게 잡고 헤드를 세워서 퍼트하듯이 친다. 토 부분만 지면에 살짝 닿기 때문에 라이가 좋지 않아도 저항 없이 공만 쳐 낼 살짝 쳐낼 수 있었다. 오 회장은 또 “사무실에서 퍼트 연습을 하면서 우연히 거울로 보니 헤드가 열려 있더라. 퍼트할 때는 내 눈으로 봤을 때는 반듯한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드레스와 에이밍을 다시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오 회장이 경영하는 남도금형은 플라스틱 부품 및 금형 개발 전문 업체다. 삼성전자의 백색 가전 제품 플라스틱 사출 성형 부품 생산 파트너다. 자동차 회사에도 납품한다. 테슬라를 비롯한 크라이슬러와 포드 등 미국 회사에만 연 5000만 달러를 수출한다. 연 매출은 약 1000억원이고 광산구 산업공단에 공장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오 회장은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에서 일하다 1993년 고향인 광주에서 직원 7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 겪은 어려움만큼 올해도 힘들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거나 확진자 접촉자가 생길 때마다 공장이 마비된다. 한꺼번에 100명씩 격리가 된다. 그래도 오 회장은 코로나 한파를 버티고 있다. 그는 “버디보다 파를 목표로 골프를 한다. 마음을 비우면 버디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보기를 하게 된다. 회사 경영도 비슷하다. 어려울 때는 파를 한다는 생각으로 잘 버티는 것이 가장 큰 힘이다”라고 말했다.

사재 털어 아마추어 골프 저변 확대 노력


▎두 차례 클럽 챔피언을 차지한 광주CC에서 티샷을 준비하는 오기종 회장. / 사진:성호준
오 회장은 클럽챔피언을 다섯 번 거머쥐었다. 광주CC 두 번, 화순CC 두 번, 레이크힐스 순천에서다. 그에겐 2006년 광주CC 클럽 챔피언이 가장 의미가 있다. 오 회장은 “광주CC는 행정구역상으로 곡성인데 클럽 창설 후 24년간 이 지역 출신 우승자가 없었다. 그러다 2006년 내가 곡성 출신으로 처음 우승했다”고 즐거워했다.

2011년엔 골프버디배미드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의 유일한 전국 대회 우승이다. 2라운드 합계 5언더파로 당시 미드 아마 최저타 기록이었다. 오 회장의 공식 최저타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1997년 9월 30일 골프 입문부터 골프 일지를 썼다. 1999년 12월 첫 싱글을 했다. 최저타 기록은 제주 라헨느 골프장에서 기록한 7언더파 65타다. 화이트티가 아니라 챔피언티에서 기록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이글은 약 70번 했다. 홀인원은 3번이다. 2002년 11월 광주CC동악 코스 8번 홀(파3·199m), 2009년 3월 광주CC 설산 코스 6번 홀(파3·155m), 2011년 3월 경기 안성의 에덴블루 골프장 밸리 코스 8번 홀(파3·200m)에서다.


▎오기종 회장이 브리지스톤배 미드아마추어 챔피언십 60대 이상 부문에서 우승하고 기뻐하고 있다. / 사진:성호준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 미드 아마추어 골프연맹은 2010년 대한골프협회의 승인을 받아 결성한 골프 단체다. 25세 이상의 아마추어 골퍼면 가입할 수 있다. 회원은 7500명이다. 미드아마추어 대회는 핸디캡 9 이하의 ‘싱글’들이 출전한다. 올해 본선 대회는 5개로 전염병 때문에 평소보다 줄었다. 연맹 고재환 부장은 “자신의 실력을 공식 대회에서 견줘보겠다는 골퍼가 많다. 올해 대회에서 가장 빠른 마감이 정확히 45초였고, 보통 5분 이내에 마감된다”고 했다.

그러나 연맹의 수입은 거의 없다. 임원들이 돈을 내서 적자를 메워야 한다. 오 회장은 “회장 출연금 3000만원에 회장배 대회에 5000만원 등 1년 1억 원 이상의 사비가 나간다. 잠깐 살다 가는 인생에서 아마추어 골프를 위한 봉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미드 아마추어 골프연맹의 전신인 사랑의 버디회에서 부회장을 오랫동안 맡았다. 남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KLPGA 김우정 프로 등 지역 골퍼들을 후원하고 있다. KPGA의 박상현은 겨울이면 오 회장 집에 머물며 훈련을 하기도 한다.

오 회장은 “마음을 놓으면 골프도 쉽고 사업도 쉽다. 회사 일도 처음엔 내가 아니면 안 된다 생각했는데 젊은 사람들이 더 잘하더라. 골프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임팩트 구간만 잘 살피면 어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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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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