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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특집 | 남성욱의 평양 리포트] 백신, 쌀 부족한 북한, 미국과 대화 나설까 

대화 불씨 살리려는 문재인의 히든카드, 김정은은 ‘무덤덤’ 

식량난·백신난 이중고 빠진 북한에 인도적 지원으로 빗장 열기
자력갱생 중심인 북한 제도 고려하면 관계 개선 가능성 작아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마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선언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남측의 러브콜에 북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 오매불망이다. 대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청와대의 관심은 오로지 평양을 향한다. 임기 말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할 사람은 평양 주석궁에 있는 최고지도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7마리를 공개했다. 곰이는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2마리 중 암컷이다. 강아지를 통해서라도 평양에 서울의 일편단심을 전한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평양 최고지도자를 다시 만나는 것이 최선이고, 대면을 못하면 화상으로라도 만나기를 열망한다. 백신이고 경제회복이고 다른 국정 현안은 관료들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차기 대권주자들이 득세하기 시작한 만큼 문 대통령은 골치 아픈 국내 문제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작금의 국내 상황은 마주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다. 청와대가 임명했던 검찰총장, 감사원장이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하는 상황은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자신이 임명한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 등 친문그룹보다 독자세력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돌풍도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기소되는 초유의 상황도 망각하고 싶은 일이다. 청와대의 의욕 상실에서 예외인 곳이 하나 있으니 바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해후(邂逅)다.

2007년 대선 직전 단행한 남북정상회담 후유증만 낳아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처음으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모든 남한의 대통령이 통일 대통령을 꿈꿨다. 하지만 종신 지도자와 임기 5년의 단임 지도자가 협상해 통일은커녕 초석을 놓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전임 대통령들도 임기 초 대북정책에 의욕을 갖고 출발했지만, 집권 후반기로 가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이 떨어지고 내치 문제들로 평양과 점차 멀어졌다. 북한 대남부서인 통일전선부 역시 임기 말이 되면 남한의 차기 지도자에 관심을 보이며 차기 정권 대응을 준비한다. 예외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4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기획과 연출로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10·4 남북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대선을 두 달 반 남겨둔 시점이었다. 진보정권 10년에 신물 난 국민은 정권교체 열망이 높았다. 김만복 전 원장은 임기 말 신북풍 카드를 꺼내 들고 정상회담에 소극적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 두 정상이 만나 진솔하게 통일문제를 이야기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노 전 대통령의 솔직한 대화 스타일은 역으로 김정일로 하여금 잘만 하면 주한미군 철수, NLL(서해북방한계선) 재조정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기회라고 판단하게 했다. 김정일은 하루 더 평양에서 쉬고 가라며 노 전 대통령의 팔을 잡았다. 일정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은 대통령이 그것도 혼자 결정 못하냐고 핀잔을 줬다. 당시 김정일이 노 전 대통령을 유혹했던 내용은 10·4 정상회담 대화록에 잘 나와 있을 것이다. 대선 75일 전에 무리하게 추진된 남북정상회담은 새 정부 출범 후 각종 후유증을 낳았다. 퇴임하는 전임 대통령은 신임 대통령에게 김정일과 약속한 옥수수 5만t부터 북한에 지원해야 한다는 청구서를 내밀고 청와대를 떠났다. 임기 초부터 전임 대통령의 약속어음을 이행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이명박 정부는 결국 2년 후인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태를 맞게 된다. 평양은 퇴임 대통령이 평양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만큼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천안함 폭침은 대선 두 달 전 무리한 정상회담이 남긴 참사였다.

다시 이야기를 2021년으로 돌리자. 7월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의 남북관계를 점검하고, 남북 정상이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해후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자. 지난 7월 1일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정상회담 재개와 관련한 친서(親書)를 교환했다”고 남북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대통령 방미 전후 남북 정상 간에 친서 교환이 있었으며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조율을 거친 듯하다. 김정은이 어떤 답을 했는지는 불명확하다. 정부 관계자는 긍정도 부정도 안 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비대면 정상회담을 처음 언급한 건 지난 1월 11일 신년사에서다. 문 대통령은 당시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주일 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북한도 코로나 상황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하고 있다. 화상 회담을 비롯해 여러 가지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문 대통령의 제안 직후 영상회의실을 만들고, 지난 4월 남북 회담을 가정한 시연까지 마쳤다.

김정은에 친서 보낸 후 시작된 문 정부의 ‘평양 구애’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3일 자[타임] (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답변을 전하면서 “많은 북한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 사진:타임지 홈페이지
코로나 사태로 1400㎞의 북·중 국경을 차단한 북한이 판문점이든 평양이든 수백 명의 남측 인원이 이동하는 대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가정은 평양 내부의 방역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판이다. 청와대도 지난해 가을부터 대면 회담이 비현실적이라며 일단 비대면 화상 회담 개최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넣는 조건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등 미국 요구사항을 수용했다. 워싱턴에게 평양과의 대화를 공인받고 이를 근거로 대화에 소극적인 평양을 설득한다는 전략이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는 남북 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협력을 담은 친서를 평양에 보냈고, 김정은 역시 답장을 보내온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는 친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후 청와대와 총리실의 평양 용비어천가가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친서가 오고 가던 그 시기에 외신을 통해 평양에 구애 제스처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6월 23일 자 [타임(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은)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다”며 그의 국제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북한 인권 등에 대한 평가는 일절 없었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답변을 담으면서도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이복형을 살해한 냉혈한”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빠트리지 않았다. 또 “많은 북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국무총리도 북한 구애에 나섰다. 김부겸 총리는 6월 26일 제주포럼 폐회사에서 ‘간곡’, ‘간절’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에 대화를 요청했다. 김 총리는 “북측이 대화와 화해의 장으로 다시 한번 나오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북측의 최고지도자와 당국자들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 대화가 중단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북한이었는데, 재차 ‘간절’, ‘간곡’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자칫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또 제주포럼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절대왕조 국가의 군주적 특성과 현대 기업 CEO(최고 경영자)의 자질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6월 23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긴밀한 공조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협상 진전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의 구애와 찬사에 대해 평양 주석궁은 과연 어떤 입장일까? 청와대와 주석궁 친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김정은이 절체절명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백신이나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받으면 문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해후할 수 있을지 진단해보자. 우선 북한 내부의 다급한 식량 상황부터 파악하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6월 15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이 계획에 미달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당 회의 석상에서 식량난을 공식 언급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농사를 잘 짓는 것은 현 시기 인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다그치기 위해 당과 국가가 최중대시하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전투적 과업”이라며 “전 당적, 전 국가적 힘을 농사에 총집중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적극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실제 북한 내 식량 사정은 심각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특히 주요 곡물 가격이 춘궁기인 6월 들어 폭등세를 보였다. 6~7월은 북한에서 3대 주곡 중의 하나인 옥수수가 출하되기 전인 보릿고개다. 탈북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 평성지역 쌀 가격이 1㎏당 7000원까지 치솟았고, 일반 주민의 주식인 옥수수 가격도 1㎏당 4450원에 달하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가 발표한 6월 15일 기준 북한의 쌀 가격은 7000원, 옥수수는 5000원이었다. 이는 약 보름 만에 쌀의 경우 60% 이상, 옥수수는 100% 이상 오른 셈이다. 김정은의 발언은 일차적으로 최악의 식량 사정이 최상층부에 보고됐다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해 홍수와 잇단 태풍으로 식량 생산량이 감소했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국과의 교역 봉쇄로 올해 식량 부족분이 최대 130만t에 이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월 5일 공개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량은 86만t이며 2~3개월 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민심이 동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상치 않은 북한의 식량난, 김정은도 공개 언급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연구진이 지난해 3월 북한에서 식량 관련 현지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공개된 FAO 보고서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량은 86만t이며 2~3개월 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사진:WFP&FAO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언급한 후 대책으로 군부대 식량을 풀어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김 위원장은 분노를 표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6월 30일 보도한 사진에서 김정은은 전날 개최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거수 의결을 하며 리병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차갑게 응시했다. 2016년 8월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을 당시 김정은 옆에서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맞담배를 피웠던 실세 리병철은 회의 의결 장면에서 다른 정치국 간부들과 달리 손을 들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정치국 위원인 박정천 군 총참모장도 의결 당시 손을 들지 않았고 보건 분야를 담당하는 최상건 당 비서는 회의 주석단에 등장하지 않았다. 다행히 리병철은 7월 8일 자정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개최된 김일성 주석 27주기에 셋째 줄에 등장해 숙청보다 근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한군은 코로나19 비상 방역 부문에서 지원 역할을 도맡고 있고 군량을 풀어 주민 생활 안정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김정은이 전원회의에서 직접 서명한 특별명령서에는 각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가 군량미를 해당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라는 내용과 전시 예비물자인 ‘2호미’를 풀라는 내용이 담겼다. 군량미를 풀어야 하는 절박한 식량난은 문재인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비집고 들어갈 실마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위기에 숨통을 트는 물자가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 국경 폐쇄가 여전하고 아직은 유엔 제재를 의식해 품목이나 물량은 미미하지만,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를 통해 차량과 열차가 신의주로 들어가고 있다. 미·중 갈등이 대만 문제를 기점으로 증폭되면서 역설적으로 북한의 주가는 오르고 있다. 올해가 북·중 우호조약 체결 60주년 등을 고려해 중국과 북한 지도자들의 대미 비난 수위는 선을 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7월 3일 칭화대에서 열린 제9차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해 “미국은 북한에 가한 위협을 반성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일은 중국 문 앞의 일이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일관되게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정은은 7월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축전과 꽃바구니를 보내며 공고한 관계를 과시했다. 특히 북·중 관계를 “생사고락을 같이한 진정한 동지이자 전우”라고 표현했고, 미·중 패권경쟁을 의식한 듯 “적대세력의 비방은 단말마적 발악”이라며 중국 편들기에 나섰다. 요컨대 정상회담에 북한을 끌어내는 청와대의 대규모 식량 대북지원은 현재로서는 유엔 대북제재와 국민 여론 등으로 가능하지 않다. 북한은 남한과의 거래보다는 중국과의 물꼬를 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의 두 번째 당근은 코로나19 ‘백신’ 지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 총비서 겸)이 지난 6월 17일 열린 노동당 8기 3차 회의 셋째 날 본인 서명이 담긴 ‘특별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특별명령서에는 각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가 군량미를 해당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라는 내용과 전시 예비물자인 ‘2호미’를 풀라는 내용이 담겼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이와 동시에 북한은 본격적인 대화를 앞두고 미국과의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리선권 외무상은 6월 23일 담화를 통해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가 미국의 대화 손짓에 대한 분명한 거절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을 미국이 ‘흥미로운 신호’로 간주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북한의 반응은 협상에 앞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샅바 싸움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화에 복귀할 명분과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는 한 북한이 올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북·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평양은 서울보다는 워싱턴과의 협상을 재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른 하나의 연결고리로 청와대가 거론한 아이템은 백신 지원이다. 북한은 2020년 1월 21일 [노동신문]에서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도한 이래 이후 1년간 기사를 총 2315건 게재했다. 과거 2002년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에 거의 보도를 하지 않던 전례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뒤 국경을 모두 봉쇄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코로나19 청정국’임을 선전해왔다.

하지만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김정은은 6월 29일 당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 ‘직무 태만’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관련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핵심 간부들을 강도 높게 질책했다. 특히 이를 이유로 북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핵심 간부들을 대거 경질하는 등 문책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방역 통제 장기화로 심각해진 식량난에 대처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거나 코로나19 방역체계에 구멍이 생겨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은 “국가 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 요구에 따라 조직기구적·물질적·과학기술적 대책을 세우기로 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북한은 방역 대책도 외부 도움보다 ‘자력갱생’ 우선


▎북한 보통강구역인민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방역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주체사상을 근거로 한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자급자족, 자력갱생을 핵심으로 하고 있어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지원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자국산 백신을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월 29일 김정은이 언급한 ‘방역 중대사건’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중국은 북한을 돕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도움의 손길을 뻗은 상태다. 왕 대변인은 “오랫동안 중국과 북한은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돕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백신 확보는 당면한 현안 중 하나다. 194개 WHO 회원국 가운데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나라는 북한을 포함해 탄자니아, 아이티, 에리트레아, 부룬디 등 5개국뿐이다. 국제 백신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는 백신 199만2000회분을 북한에 배정하고, 지난 5월 170만4000회분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전달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일본 매체는 북한이 국제기구의 백신 분배 감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의 백신 수령 거부는 주체보건의학 체계 때문이다. 북한 의학의 기본 원칙은 1차가 예방의학이며 2차가 무상치료제다. 약제를 비공개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공개적인 외부의 의료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특히 북한은 중국 백신 ‘시노백’의 효능을 의심해 중국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백신의 효능이 확실해지고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증명될 때까지는 국경을 걸어 잠그고 코로나19 유입을 막는 데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방역 중대 사태가 북한이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주체보건의학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북한은 1947년 사회보험법에 의한 무상치료제를 시작으로 1953년 전반적 무상치료제를 거쳐 1960년에는 완전하고 전반적인 무상치료제를 선언했다. 1998년 제정된 의료법 3조는 무상치료제를 명시하고 있다. 주체보건의료 시스템의 출발이다. 북한은 1953년부터 예방의학을 실시해왔다고 주장하지만, 1966년 10월 20일 김일성이 “사회주의 의학은 예방의학이다”라는 제목의 ‘로작’을 발표한 이후 실질적으로 시행됐다. 북한은 의료법 2조에서 “국가는 의료사업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도록 한다”고 규정했지만, 선군정치와 낙후된 경제 등으로 충분히 투자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환자가 유·무상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북한의 전염병예방법 1조는 “전염원의 적발, 격리, 전염경로 차단, 전염병 예방 접종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전염병을 없애며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 증진시키는 데 이바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에서 이동을 차단했는데도 불구하고 유사 전염병 환자가 발생할 경우, 격리 이외의 치료는 속수무책이다. 확진 장비는 물론 음압병실, 치료주사나 항생제, 해열제 등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시설이 극소수 평양 권력층이 이용하는 1호 특수병원을 제외하곤 사실상 없다는 것이 탈북 의사 이도향의 증언이다. 평양조차 우리의 국립중앙의료원과 같은 전문 격리병원이 없어 환자치료가 어렵다. 기본 정책은 주체 보건의료에 의한 무상의료지만 환자들은 약국에서 약제를 구할 수 없어 장마당에 흘러온 중국산 약재나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요컨대 북한식 주체 보건의료체계의 특징은 ▷강력한 통제체제 구축 ▷의사담당구역제 ▷신의학과 한의학의 배합 및 약초의 적극적 활용 ▷부족한 자원을 자력갱생과 정성의 정신력으로 대신하는 의료인 양성 등으로 요약된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의심진단자’, ‘자가격리자’ 및 ‘해제자’ 등 세 가지 숫자만을 회원국의 의무사항으로 WHO에 보고했다. WHO 남·동아시아 사무소가 7월 2일 공개한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은 지난 달 24일까지 총 3만1794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RT-PCR)를 한 결과, 모두 ‘음성’이었다고 보고했다. 다만 북한 측은 6월 18~24일 기간 검사를 받은 주민 가운데 134명은 독감과 유사한 질환이나 중증급성호흡기감염병(SARI)을 앓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아마도 134명이 중증 코로나 확진자로 추정된다. 결국 청와대의 백신 프로젝트 역시 북한 내부가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백신이 평양을 움직일 요술 방망이가 되기에는 주체보건의학이 너무 굳건하다.

끝없는 북·미 탐색전에 속 타는 文 정부


▎2018년 9월 20일 북한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삼지연초대소 오찬을 마치고 산책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차기 대선을 8개월여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향해 보내는 러브콜은 안팎에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조건 없는 대화’를 둘러싼 북·미 간 기싸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임기 내에 가시적인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려는 문재인 정부의 조급함이 북한에 대한 왜곡된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청와대의 이 같은 대북 러브콜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첫 발판으로 북·미 대화를 조기에 재개하려는 시도가 지지부진한 데 따른 우회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미 대화가 교착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독자적인 남북 대화 국면이라도 조성해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시도로 판단된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김정은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평가를 ‘망상’으로 규정하며 “김정은은 인권을 조직적으로 유린하는 정부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의 담화 내용을 보더라도 미국이나 한국을 매정하게 끊어내지도, 그렇다고 끌어안지도 못하는 복잡한 심경이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은 친서에 대한 답장에서 아마도 여지를 남기는 모호한 답을 문 대통령에게 보냈을 것이다. 가수 최성수는 1987년 발표한 히트곡 해후(邂逅)에서 “어느새 바람 불어와…어쩌면 나 당신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사랑해.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어”라는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도 평양 주석궁이 청와대에 보내는 메시지도 이와 다르지 않을 듯하다.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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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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