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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뢰 흔들리는 K방역, 오미크론 확산에 어떻게 대처하나 

강제적 거리두기 고집 말고 중증환자 보호에 집중할 때 

감염력 강하고 사망률 낮은 오미크론 확진자 하루 최대 2만 명까지 나올 수도
정부는 먹는 치료제로 위중증 예방하고 추적과 감시 위주 방역 조치 지양해야


▎지긋지긋한 코로나19를 종식하려면 오미크론 확진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2022년 새해가 밝았지만, 인천공항은 여전히 방역복을 벗지 못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미크론발 새로운 유행으로 다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22년 안으로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위기는 멈출 것이다. 분명한 점은 2020년 2월 팬데믹 초기 상황과 달리 현재 상황은 긍정적인 전망을 가질 만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극복해내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한국 사회와 경제 그리고 의료 현실은 과거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보건의료 체계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그리고 문화 전반까지 미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 다른 코로나 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서유럽 등 전 세계 주요국의 코로나 의료 대응은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세계의 다른 많은 지역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가난한 국가에서는 사회 재봉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오미크론 유행으로 인해 향후 최소 3개월은 전 세계가 어려울 것”이라고 세계보건기구 자문관 데이비드 나바로가 예상한 배경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위협인가 축복인가


▎2022년 1월 14일 코로나19의 게임 체인지로 기대받는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서울로 들어왔다. / 사진:연합뉴스
2022년 1월 첫 주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에서는 “향후 6∼8주 이내에 유럽지역 인구의 50% 이상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별로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53개국 중에서 50개국에서 오미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장은 “오미크론이 서유럽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동유럽과 대륙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유행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영국 정부의 과학고문인 마이크 틸더슬리 워릭대 교수는 1월 8일 “오미크론 변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풍토화하며 인류와 공존하는 첫 번째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규 확진 규모가 크고 중환자도 많아 당장 코로나19가 풍토화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독감과 비슷한 수준으로 덜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풍토병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 오미크론이 처음 출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존 델타 변이와 비교 시 감염력은 2~3배 증가하였으나 감염자 대부분이 경미한 증상이며 반면 사망률은 30~40% 낮다고 보고됐다. 영국, 미국 등의 임상 증상과 치명률에 관한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체적으로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주로 상기도에 국한해 증식하고 폐까지 도달한 양이 델타 변이 등 다른 변이의 약 10분의 1에 그쳤다. 오미크론에 감염되더라도 폐렴 등의 발생이 감소하면 위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분석한다. 결국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인류와 코로나19가 공존하려면 오미크론과 같이 덜 심각한 변이가 출현하는 것이 전제다. 과거 전염병의 역사와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희망적인 전망을 추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미크론 출현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얼마나 지연할까? 아니면 오히려 많은 인구를 빨리 감염시켜 자연면역, 즉 집단면역을 더 빨리 달성해 풍토병으로 전환하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가속화할까? 언뜻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해답은 복잡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단순히 바이러스의 감염재생산수(감염확산지표)를 지속적으로 1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위드 코로나’의 필요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위중증환자의 수, 치명률, 의료체계의 과부하와 의료인력 부족 및 효과적인 치료제 사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의료체계 대응 준비 부실과 정책 실패로 인한 예방 가능한 사망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간과할 수 없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상황은 1월 첫째 주 주간 전체 확진자 중 12% 정도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였다. 2021년 12월 첫째 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양성률 0.3%에서 시작해 거의 매주 2배 이상 증가해왔다. 이러한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1월 말경, 즉 설 연휴 전후로 해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것이며 뒤이어 확진자 숫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연구자의 예측에 따르면 2월 들어 1일 신규 확진자 규모는 1만여 명, 3월 초에서 중순 무렵에는 최대 2만 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확진자 증가 예측은 오미크론의 감염력 증가, 백신 부스터샷 접종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석한 것으로 신뢰할 만하다. 신규 확진자 증가에 따른 중환자 발생 증가 효과는 통상 2~4주 후에 나타난다. 사망자는 4주 이후 증가한다. 신규 확진자 증가에 따른 중환자 규모는 3월 중순 2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오미크론발 6차 대유행 발생에 대비한 새로운 방역 대책의 준비와 수립이 필요한 이유다.

오미크론 6차 대유행 대책에 있어서 다행인 점은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우리나라에 13일 도착해 14일부터 환자에게 처방될 예정이다. 이 약은 ‘니르마트렐비르’ 150㎎ 2정과 ‘리토나비르’ 100㎎ 1정으로 구성돼 있다. 확진 판정 이후 5일 이내에, 하루 2회씩 12시간마다 5일간 복용한다. 경구용 치료제는 인플루엔자 독감에서 사용하는 ‘타미플루’ 치료제처럼 코로나19 감염 관리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위중증 예방 효과가 88%로 알려져 있어 중환자와 사망률 감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는 1월 13일 시점까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팍스로비드 76만2000명 분, MSD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 분 등 총 100만4000명분의 치료제를 확보했다.

‘게임 체인저’로 기대받는 먹는 치료제


▎2022년 1월 10일부터 백화점, 대형마트에 가려면 코로나19 백신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 음성확인서를 내도록 해 반발을 샀다. / 사진:연합뉴스
오미크론 6차 유행에 대한 사전예방적 대응과 방역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전략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반적으로 완화하거나 혹은 일부 유지하는 ‘완화 전략’을 유지하되 중증과 사망률 관리를 위한 취약계층과 고령자에 대한 감염 예방 차단 정책과 4차 예방접종을 강화하는 것이다. ‘완화전략과 중증환자 보호에 집중’하는 대응 전략이다.

둘째, 확진자 숫자가 의료계가 담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한다면, 연이어 환자와 사망자 숫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루 2만 명 이상 발생하는 재택치료 환자와 중환자의 증가가 장기화한다면, 응급 의료체계와 중환자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즉 비약물적 중재에 따른 감염 억제에 다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2년간 K방역의 기조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전면적으로 강화해 유행이 수그러질 때까지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방편이다.

현재 정부와 질병청은 이러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 시나리오를 토대로 대응 대책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대응 전략의 선택에 있어서 정부가 반드시 유념하여야 할 사항이 있다. 이제 더는 ‘경험치’에 의존해 영업시간, 사적모임 제한과 같은 기존의 거리두기 시행은 안 된다. 개별 거리두기의 효과성과 예견 가능한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과학적 분석과 근거에 기반해 거리두기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 팬데믹 초기에는 과학적 정보가 불충분한 탓에 불가피했지만, 이제 더는 경험치에 의존하는 비과학적 강제적 거리두기 정책은 용납하기 어렵다. 국민의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과 부정적인 정서가 계속 고조돼가는 상황이다. 지나친 거리두기, 즉 일부 업종의 강제적 ‘방역 패스’ 시행과 청소년 백신 강제접종에 대한 국민의 저항과 부정적 견해에 귀 기울여야 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취해진 정부의 방역 조치와 의료 규제는 우리의 일상이 됐다. 위기 상황의 본질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의·과학적인 근거와 검토,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 없이 정부발 의료규제와 강제 행정명령이 위기상황이라는 이유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와 질병청은 경험치에 근거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패스 등 강제 행정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환자와 국민이 대규모 실험에 사용되는 연구대상에 불과한가? 코로나 이후에도 일반 진료는 원격의료로 대치되고, 다수가 재택근무를 하고 의사소통은 원격으로 이뤄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민간 의료 자원과 의료인의 국가동원 행정명령과 국민의 개인정보와 의료 수집과 통제가 일상화하거나 전체주의 공공의료 강화가 보편화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향후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빌미로 디지털 권위주의(Digital Authoritarianism) 혹은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의 등장을 경계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감시가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 신뢰 끌어내야

K방역이 성과로 내세우는 ‘추적과 감시(Tracing)’는 스마트폰 통신 기록, 개인 민감 정보와 CCTV 정보의 광범위한 사용과 공개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가안보 기관이 테러범과 싸울 때만 사용하는 감시 기술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추적에 사용하도록 승인한 바 있다. 이스라엘 국회의 관련 분과위원회가 이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지만, 이스라엘 총리는 ‘긴급 명령권’을 사용해 이를 관철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이러한 권위주의적 정부와 다국적 ICT 기업들의 정보 확보와 통제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와 건강을 모두 누릴 권리가 있다. 국민에게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고,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있다면,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시민을 감시하지 않고도 이들의 올바른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을 예로 들어보자. 메르스 사태부터 코로나19 감염 초기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기 중 전파 가능성과 마스크 착용에 관해 전문가와 국민의 판단과 행동은 정부보다 항상 앞서 있었다. 반면 권위주의와 책임회피 관료주의에 물든 일부 보건 당국과 WTO는 공기 전파 가능성과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잘못된 마스크 지침을 고집했다. 오늘날 수십억 명 사람이 매일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마스크 사용을 감시당하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감시가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달성하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국민이 의료 전문가를 신뢰하고, 방역 당국을 신뢰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은 의료계, 방역 당국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켰다. 방역의 정치화가 그것이다. 앞으로도 일부 정치인과 권력 집단은 국민과 언론 그리고 의료계를 분열시키고 권위주의적 전체주의 의료를 강요하려 할지도 모른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은 시민사회와 의료계의 역량을 실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 언론 그리고 의료계가 굳건한 신뢰와 연대를 구축하고 과학적 근거하에 판단과 결정이 이뤄져야만 한다. 만일 국민, 의료계 그리고 언론이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이번 위기는 장기화할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적 감시체계와 전체주의 의료의 등장과 같은 더 비극적인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위원장 shine@korea.ac.kr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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