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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21세기 명의(名醫) 이야기(6)] 박승정 울산대 의대 심장내과 석좌교수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고 즐겨야 ‘워라밸’ 달성”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세계적 의학 저널 에 아시아 최초로 논문 6편 게재
“앞으로 심장 건강의 과제는 재활 프로그램과 예방의학 될 것”


▎박승정 교수는 30여 년간 수술과 스텐트 시술과 약물치료 중에서 무엇이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자이자 임상가로서 헌신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알아야 신뢰가 쌓인다. 많은 경우, 명의는 의사이면서 의학자이기도 하다. 명의 중에는 ‘세계적인 석학(碩學)’도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석학’이란 표현을 매체에서 종종 접한다. 어떤 사람들일까. 또 몇 명이나 될까?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제10대 스탠퍼드대학교 총장(2000~2016)이었던 존 헤네시 알파벳 회장도 한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알파벳은 구글의 모회사다.) 헤네시 회장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2000명 학자는 희망하는 세계 모든 대학에 교수로 갈 수 있다. 하버드든 옥스퍼드든 그들을 채용해야 대학 랭킹이 현상 유지되거나 올라가기 때문이다. 석학들은 아마도 수억대에서 수십억대 봉급을 받고 연구 여건이 좋은 곳을 바랄 것이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닫는 우수한 제자를 가르치고 싶을 것이다. 또 해변이 가까운 대학이나 스키장이 가까운 대학을 선호하는 교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대학이 쌍수(雙手) 들고 환영하는 교수로 부임하려면, 세계 톱 학술지에 논문을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게재해야 한다. 그런 학술계의 슈퍼스타를 많이 확보한 대학과 학과는 세계 랭킹이 올라간다. 랭킹이 상승하면 외부에서 연구비를 확보하기 쉽다. 돈이라는 하드 파워와 ‘랭킹 파워’를 확보한 학과·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넉넉한 장학금으로 유혹하며 선발할 수 있다. 글로벌 석학 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을 제자로 삼아 미래의 글로벌 석학 교수로 교육·훈련시킨다. 선순환(善循環)이 끝없이 계속된다. 우리나라 의학계도 이러한 선순환이 구현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을 속속 배출하고 있다. 이번 호 ‘명의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승정 울산대 의대 심장내과 석좌교수는 세계적인 의학 분야 석학이다. 그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논문 6편을 실었다. 아시아 최초다. 박 석좌교수는 “게재할 것인가 소멸할 것인가(Publish or perish)”라는 함성이 들리는 의학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박 교수의 업적을 이해하는 데 다음과 같은 관점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발전한 과정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국내 최초’다. 미국·유럽·일본 등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을 ‘국내 최초’로 따라잡는 것이다. 2단계는 ‘세계 최초’다. 선진국들 보다 앞서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하는 단계다. 박 교수도 심장내과 분야에서 1단계를 넘어 2단계를 주도하고 있다. 첨단을 달리다 보니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도 있었다. 그가 제시하는 돌파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자들이 그를 ‘사기꾼’ 취급했다. 박 교수는 강산이 세 번 바뀌는 30여 년을 자신의 분야에 헌신했다. 수술과 스텐트 시술과 약물치료 중에서 무엇이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자이자 임상가로서 헌신했다. 특히 스텐트 시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1988년 승모판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풍선 확장 판막 성형술 국내 최초 성공. 1991년 심장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스텐트 시술 국내 최초 성공. 1998년 좌주간부 질환 스텐트 시술 세계 최초 개발. 2002년 탁솔약물 스텐트 임상 연구 세계 최초 성공.

스텐트 시술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


▎박승정 교수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뉴잉글랜드의학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아시아 최초로 논문 6편을 게재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의사와 환자들이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17년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 연구자’에 선정됐다. 2021년 5월에는 TAVI 시술 1000례를 달성했다. 그는 업적을 인정받아 호암상(2020), 아산의학상(2011), 유일한상(2011), 미국TCT학회 최고업적상(2008), 유럽 심혈관중재시술학회 에티카상(2005), 분쉬의학상(2005)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동관 3층에 있는 박 교수 연구실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다.

하시는 일을 한 문단이나 1분 정도로 요약한다면?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우선 의사니까 심장 환자를 많이 본다. 특히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한다. 환자 진료 결과를 데이터화해서 정보로 가공해 논문을 쓴다. 논문 작성은 주로 주말에 한다. 어떤 것이 정말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지가 논문의 핵심이다.”

일찍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 욕심이 좀 있다. 6시 반에 업무를 시작한다.”

어떤 매체와 행한 인터뷰를 보니 ‘아빠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라는 말을 딸에게 들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많이 자고 많이 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말씀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 워킹’으로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업무 시간이 길 수밖에 없지만 행복하시거나.

“제가 행운아인 건 뭐냐면 일과 생활 사이에 어떤 충돌이 없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work & life balance)을 말한다. 제가 특정 입장을 가지고 설득할 필요는 없지만… 워라밸이라는 말은 잘못 인식될 수 있다. 우리가 일하는 것과 삶을 즐기는 것이 구분된다면 둘 사이의 균형이 쉽지 않다. 저는 수면 5시간 빼고 일한다. 일을 제가 정말로 즐기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제게 일과 삶은 섞여 있다. 그런 면에서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을 보면서 임상 연구하고 결과로 좋은 논문을 많이 낼 수 있어서 즐겁다.”

혈압이 높다면, 혈압약을 먹어야 더 오래 산다


▎박승정 교수는 2017년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 연구자’에 선정됐다.
도덕이나 문화의 영역에서는 종종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분할 필요가 제기된다. 의학에서는 어떤가?

“쉽지 않다. 의사들이 환자를 보는 기준은 근거중심의학(根據中心醫學, Evidence-based medicine, EBM)이다. 하지만 100% 옳다, 그르다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저희 의학자들은 ‘법’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사실은 최소 요구사항(minimal requirement)이다. 의사들이 최소한 따라야 하는, 따랐으면 좋겠다는 그런 어떤 지식이다. 100% 따라야 한다는 것도 없다. 가이드라인 있어도 그대로 안 해도 그만이다. 그거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혈압약을 꺼리는 분들이 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거는 잘못된 생각이다. 약들이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심장질환보다 뇌출혈이나 뇌질환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훨씬 많았다. 이유는 혈압을 잘 조절하지 않아서 그랬다.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순응도(compliance)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뇌출혈, 뇌졸중 이런 것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 왜냐면 혈압이 있다면, 의사의 치료에 따라 잘 조절하면 되기 때문이다. 약도 먹고. 우리는 다행히 지금은 환자분들이 약을 잘 드시는 편이다. 한동안은 혈압약도 잘 안 먹었다. ‘혈압이 높으면, 혈압약을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근거는 굉장히 오래됐다.”

미국의 경우 상당수 흡연자 사이에 ‘끊어도 소용 없다’는 잘못된 신화가 있다고 한다. 아재 개그식 표현을 쓴다면 ‘IBM(이왕에 버린 몸)’이라는 것이다.

“아니다. 금연은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건강해진다. 금연을 시작하고 20분이면 혈압과 맥박이 감소하고 손발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2시간 후면 혈관 속의 니코틴이 없어진다. 24시간이 지나면 혈액 내 일산화탄소가 완전히 체외로 배출되고 심장마비 위험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2개월이 지나면 사지로 전달되는 피의 흐름이 좋아져 피곤함이 사라지며 운동 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될 수 있다. 3개월이 지나면 기관지 기능이 완전히 정상화되고 성생활 능력이 현저히 향상된다. 제일 중요한 위험인자는 담배라고 생각한다. 담배가 제일 안 좋다. 제가 담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제가 쓴 [심장병 백과]에서도 담배를 20여 페이지에 걸쳐 다루고 있다. 담배에는 4700개 이상의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그중 600개 이상의 물질이 독성 물질로 밝혀졌다. 우리가 아무리 지식이나 과학 어쩌고저쩌고 해도 우리 몸에 무엇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해를 끼치는지 아는 게 많지 않다. 담배는 아주 확실하게 나쁘다고 문헌화돼(documented) 있다. 수많은 연구로 규명됐다. 늙는다는 것은 사실 기본적으로 내피세포가 기능을 잃어버리는 과정이다. 나이를 드시면 다 혈압이 올라간다. 담배는 내피세포의 기능을 포함해 다 떨어뜨린다.”

큰 병원들은 결국 시스템과 철학이 이끌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박승정 교수·가운데)이 국내 최초로 수술 없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800례를 달성했을 때의 모습. / 사진:서울아산병원
한때 ‘아스피린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떠돌았다.

“아주 잘못된 것이다. 아스피린을 1차 예방(primary prevention)을 위해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1차 예방은 혈관질환의 증거가 없는 건강한 사람의 협심증·심근경색증·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한동안 아스피린을 마구 먹었다. 아스피린은 효과도 있지만 뇌출혈 같은 합병증이 더 많기 때문에 1차 예방 용도로는 먹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심장질환의 연구와 치료에 있어서 앞으로 무엇이 중시될 것인가?

“우리가 늙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오는 것을 어떻게 좀 더디게 생길 수 있게 하느냐… 예방의학적인 면이 더 강조돼야 한다. 병이 생겼을 때는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치료 과정을 거친 다음에는 결국 재활 프로그램이 있다. 재활 프로그램을 저희가 만들었다. 스텐트 시술을 받거나 한 다음에 제일 먼저 할 일은 생활습관 바꾸기라고 저는 생각한다. 담배도 끊고, 운동을 선택해야 하고, 때로는 새로운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 작업을 저희들이 구체적으로 도와드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자랑을 좀 해주신다면?

“자랑할 게 많다. 국내에서 제일 큰 병원이며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다. 서울아산병원의 스토리는 재미있다. 저는 서울아산병원이 1989년 설립됐을 때 합류해 평생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냈다. 짧은 시간에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로 설립자인 정주영 회장님의 뜻을 굳이 이야기해야 한다. 아픔과 가난을 나눔과 공유로 치유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짧은 시간에 급부상한 원인으로는 젊은 ‘넘버 쓰리(number three)’의 ‘헝그리 스피릿(hungry spirit)’도 작용했다고 본다. 오너십의 생각과 타이밍과 시대적 개념이 딱 맞아떨어졌다. 큰 병원들은 100년, 200년 가면 주인이 없어진다. 사람의 리더십이 아니라 재단의 어떤 시스템이나 철학이 이끌어간다. 지난 30여 년은 정말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 미쳐서 왔다. 그 힘이 아산병원을 올려놨다. 서울아산병원은 앞으로 유지와 발전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야 할 거 같다.”

말하고픈 ‘썸씽(something)’ 있다면 영어 고민 불필요


▎박승정 교수가 쓴 스테디셀러 [심장병 백과] (2021)의 표지. / 사진:YES24 홈페이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논문 6편을 게재했다. 아시아 최초다. 아시아 의학계의 쾌거다.

“논문을 [NEJM]에 싣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영광이다. [NEJM]은 철저히 검증된 연구 논문만 실어주는 학술지다. 게재에 적합한 논문을 만들어내려면 주제 선정부터 굉장히 수고스럽다. 궁극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연구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연구에 필요한 계획을 세우고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비도 따내야 한다. 논문 하나 나오는 데 평균 6년에서 8년 걸린다. 미리미리 기획·계획하지 않는다면 평생 한 편도 쓰기 어렵다. 처음에 가설(hypothesis)과 연구 대상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만들어가고 이끌어가는 시스템을 잘 설계해야 한다. 후배들이 ‘선배 보니까 [NEJM]에 논문 싣는 게 되게 쉽군요!’라고 한다. 속 내용은 그렇지 않다.”

영어를 주로 읽기만 가르치고 배우다가 말하기를 강조한 게 꽤 됐다. 하지만 아직도 영어 읽기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이지만, 다른 선진국들의 텍스트를 빨리빨리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영어 말하기보다 영어 쓰기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 박 교수님처럼 해외 유력 저널에 논문을 싣기 위해서 말이다.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다. 사실… 소통의 문제다. 저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말할 것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든 말하고자 하는 ‘썸씽(something)’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썸씽이 있으면 내가 영어를 못해도 상대방이 알아듣는다. 상대방이 내 썸씽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얼마나 잘하고, 러시아어를 얼마나 잘하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저는 업무상 많이 돌아다닌다. 제가 명확하게 뭔가를 가지고 있으면 상대방과 소통이 된다. 미국 학회에서 발표해야 하는 후배들에게도 ‘걱정하지 말라. 뭔가 말할 것(something to talk)만 있다면 소통은 저절로 된다’고 격려한다.”

‘썸씽’이 있으면 미리 써가지고 발표장에서 읽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된다. 정말 좋은 내용이라면… 국제 의학계에도 영어 못하는 사람 많다. 학회 와서 발표하는 것 보면, 보고 읽는다. 그렇게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논문을 영어로 직접 쓰는가? 사실 내용만 알려주고 쓰는 것은 맡길 수도 있다.

“잘 쓰는 편이다. (웃음) 왜냐면 논문은 똑같다. 서식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고. 선배 학자들이 이미 많이 써놨다. 따라 하면 된다.”

의대 합격생은 반에서 1, 2등, 전교에서 1, 2등이었을 것이다. 수십 년 후에 극소수만 명의가 되고 학회장, 의무부총장이 된다. 사법고시 합격자도 극소수만 대법관, 국무총리가 되고 대권에도 도전한다. 대성과 평범을 가르는 원인이 있는가? 운에 달렸는가?

“리더들은 한 가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라는 시스템에 대한 콘셉트(concept)’가 훨씬 좋을 것이다. 똑같은 법대를 갔어도 우리라는 시스템에 대한 콘셉트는 훨씬 강할 것이다. 그 사람들이 끌어가는 것이다. 나라도 끌어가는 것이고. 그러나 높은 자리에 오르든, TV에 나오든, 혼자서 뭘 하든,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사실은 별로 차이 안 난다고 생각한다. 한 10년만 지나면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 있는가.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엔조이(enjoy)하느냐, 얼마나 진지하게 자기 시간을 바치느냐, 얼마나 바람과 열정과 즐김을 지속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이기심 극복하는 이익 극대화가 시스템 파워

마지막으로 월간중앙 독자에게 강조할 말씀이 있다면?

“저는 의사 입장에서는 정말 재수 좋게 누릴 만큼 누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배고픈 넘버 쓰리’가 함께 협력하며 시스템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사람 하나하나의 본성을 이야기하자면, 사실은 적어도 조금은 이기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들은 시스템을 통해 서로 협력해 더 극대화된 이익을 만들어낸다. 그게 시스템의 파워다. ‘명의’도 그렇고. 어떤 한 사람이 어느 자리에 있는 것은 100% 시스템 파워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밀어줘서 어디에 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또한 ‘명의’로서 누리며 지냈지만 시스템이 밀어준 것이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나라도 그렇지 않은가. 나라를 이끌고 전쟁에 나선 나폴레옹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한 시스템 파워가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 김환영 -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중앙일보에 지식전문기자로 입사, 심의실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데일리인베스트에서 지식전문 대기자로 일한다. 지은 책으로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등이 있다.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2303호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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