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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특집]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걸어온 30년 봉사 한길 

지구촌 아픈 곳 어루만지는 ‘어머니 약손’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65개국 15만5000여 회원 규모, 건강한 지구와 인류 복지 구현 앞장
맘스가든·클린월드·헌혈·긴급구호 등 국가·지역과 협력해 다각적 활동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원과 주민 100여 명이 인천 자연숲놀이정원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나무를 심는 ‘맘스가든’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봉사는 사회의 건전성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척도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복잡다단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공복지를 넘어서는 세세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공공복지의 사각지대를 채워주는 민간단체(NGO)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NGO의 영역은 환경을 포함해 인권, 복지, 구호 등 지구적 문제서부터 지역사회의 소소한 지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누구나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현실에서 1990년대부터 30년에 걸쳐 한결같이 복지활동을 펼쳐온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이하 위러브유)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 시작한 위러브유의 활동 무대는 현재 65개국을 포함해 전 지구적으로 확장됐다. 맘스가든, 클린월드운동, 헌혈하나둘운동 등 지구촌 가족의 복지증진에 도움이 되는 곳에는 늘 위러브유의 손길이 닿는다.

탄소 중립 실현 위해 4년간 탄소 6만6000톤 감축 목표


▎4월 3일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원들이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들을 위한 기증 물품을 선별해 포장하고 있다. 취침 용품과 의류, 여성용품 등으로 구성된 구호품은 3870상자에 달한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맘스가든(Mom’s Garden)’은 위러브유가 전개하는 대표적인 환경운동 중 하나다. 어머니 마음으로 세계 곳곳에 나무를 심어 온실가스를 줄이고,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도 이바지하는 프로젝트다. ‘탄소중립’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해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위러브유는 2026년까지 100만 그루 식재와 6만6000톤 탄소 감축을 목표로, 올해는 15만5000그루 식재와 1023톤 탄소 감축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이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에는 구미시 동락공원 내 풍차 주변에 산수유 150그루를 심었다. 구미시는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탄소중립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소중하고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위러브유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자연과의 지속 가능한 삶’이 핵심 주제 중 하나인 2030세계박람회 개최를 준비 중인 부산시에서도 승학산 철쭉군락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숲과 휴양림, 둘레길 등이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는 자원이 되는 추세 속에 위러브유의 나무 심기 활동은 지자체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 맘스가든 활동에 동참한 이갑준 사하구청장은 “승학산이 지역 명소가 되고,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제공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해외 활동도 적극적이다. 지난 4월부터 미국, 케냐, 네팔 등지에서 위러브유의 맘스가든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네팔에서는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찬드라기리 언덕 인근의 유휴지 500평에 탄소 흡수력이 뛰어난 측백나무 등 200그루를 심었다. 찬드라기리 시는 새롭게 조성하는 공원에 나무를 심는 것은 관광 자원이 중요한 네팔의 경제적 가치도 증진하는 중요한 활동이라며 환영했다.

위러브유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에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무료급식봉사가 계기가 됐다. 당시 위러브유는 재난 현장에서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던 구조대원들을 위해 따뜻한 밥과 국을 챙겼다. 이는 무더위 속에 힘겹게 구조활동을 하던 대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후에도 대구 지하철 화재(2003), 세월호 침몰(2014), 포항 지진(2017) 등 국가적 재난 현장에서 구호에 앞장섰다. 무료급식봉사와 피해 복구, 구호품 지원과 유가족 위로, 대피시설 청소 등 전방위 활동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일평생 나눔과 봉사에 전념해온 장길자 회장의 행보가 주효했다. 한국전쟁 후 누구나 어렵던 시절에도 어려운 이웃에게 된장찌개 한 그릇이라도 나누던 장 회장의 손길이 어느새 15만5000명 회원의 손길로 퍼져 재난, 빈곤, 기아,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세계인을 어루만지는 약손이 됐다.

지난 4월에는 위러브유가 튀르키예 지진 피해민을 돕기 위해 10톤 트럭 7대 분량에 달하는 구호물품 3870상자를 마련했다. 18만 점의 구호물품은 텐트와 매트리스, 손전등, 침낭, 담요, 의류 등과 함께 여성용품, 기저귀 등 생활필수품까지 세세했다. 위러브유는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과 협의해 현지 피해민들에게 물품을 전달했다. 선별과 포장작업에 참여했던 박종진(45) 씨는 “초등생 자녀가 있다 보니, 지진으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눈에 밟혔다”며 “구호품을 통해 전해진 사랑이 재기의 발판이 돼 이재민들이 삶을 이어갈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외 재난·재해 현장마다 위러브유 손길 닿아


▎4월 26일 위러브유 회원들이 온실가스 감축과 쾌적한 지역환경 조성을 위한 맘스가든 프로젝트 일환으로 평택시청 안중출장소 앞 공터에 묘목 466그루를 심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앞서 2021년 온두라스 허리케인 이재민을 위한 구호물품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에콰도르·라오스 홍수, 미국 허리케인, 네팔 대지진 등 각국의 재난 현장에서도 지구촌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위러브유의 따스한 손길이 이어졌다. 분쟁과 내전으로 내몰린 시리아 난민과 이라크 국내 실향민, 기후재난으로 고통받는 기후난민을 돕는 일도 지속해서 전개하고 있다.

위러브유의 활동은 ‘세이브더월드(Save the World)’라는 대명제 아래 ‘생명 살리기’ ‘지구환경 살리기’ ‘인류애 함양하기’ ‘지역사회 협력’ ‘국제협력’으로 나뉘어 건강한 지구, 인류의 희망찬 미래를 구축해 간다. ‘헌혈하나둘운동’ ‘전 세계 클린월드운동’ ‘인성특강’ ‘글로벌 복지교류 간담회’ ‘세이브더월드 국제포럼’ 등이 대표 활동이다. 이 중 2004년부터 개최해온 헌혈하나둘운동은 지구촌의 헌혈 부족 사태를 해소하며 생명존중의 가치를 확산한 세계적 활동이다.

올해도 3월까지 국내는 물론 미국, 칠레, 짐바브웨, 호주 등 34개국에서 열린 118회 행사에 2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동안 570회 헌혈 행사를 개최했고, 총 참여 인원 9만8253명 중 4만3326명이 혈액을 기증했다. 한 명의 헌혈로 세 명을 살릴 수 있다는 헌혈의 특성상, 이는 12만9978명을 살리는 성과와 같다. 특히 위러브유의 헌혈은 ‘자발적 무상 헌혈’이라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가장 안전한 혈액을 제공하는 방법이 자발적 무상헌혈이기 때문이다.

분야별 맞춤 활동으로 복지 선도하는 ‘세이브더월드’


▎2월 1일 제468차 헌혈하나둘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올 1월 칠레 코킴보에서 개최된 헌혈 행사에 참석한 산파블로데 코킴보병원의 로드리고 크라바할 혈액원장은 “위러브유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헌혈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며 “이 활동은 수혈이 필요한 모든 환자를 지원하는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2월 하순경 브라질의 수도에서 개최된 제539차 헌혈하나둘운동에 참석한 오스네이 오쿠모투 브라질리아혈액원장은 “카니발 기간에는 헌혈자가 줄고 사고는 잦아 혈액이 필요한 사람이 증가한다. 이런 비상사태에 생명을 구하는 자원봉사를 펼친 위러브유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헌혈과 함께 위러브유가 전 세계에서 지속하는 활동 중 하나가 클린월드운동이다. 이는 환경과 복지를 접목한 환경복지운동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이 주민의 행복한 삶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올 3월까지 72개국에서 2006회 펼쳐졌고, 30만3000여 명이 함께했다. 2008년 발대식을 개최한 이래 15년 동안 각국 정부는 물론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주민들과 협력하며 지역의 상생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만든 ‘위러브유 공원’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100년 가까이 방치됐던 공터에 꽃과 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휴식의 장을 선사했다. 더불어 위러브유가 매달 새로운 챌린지로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손쉽게 실천할 수 있게 하는 ‘클린액션 캠페인’도 세계인의 참여도가 높다. 가정의 달 5월에 진행하는 ‘걷고 줍고’ 챌린지를 비롯해 ‘내 컵 사용’ ‘분리배출’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타요타요’ 등 활동 목표가 뚜렷하고 다양해 재미와 보람을 더한다.

취약계층 지원, 헌혈, 긴급구호, 환경운동 등 각계 각층을 아우르는 위러브유의 다양한 복지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단체의 슬로건처럼 ‘어머니의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하며 양극화와 다변화, 개인화가 심화하는 추세에 대응해 사회 통합과 상생의 마중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대한민국 훈장,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금상(8회), 캄보디아 국왕 훈장, 에콰도르 국회 훈장 등을 수여하며 위러브유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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