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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알츠하이머병! 얼마나 알고 있니 

치매 너머의 세상을 대하는 위험한 요령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미지의 세계로 더 가까이 이끄는 가이드”

▎치매에서의 자유 / 안드레아스 모리츠 지음 / 이원기 옮김 / 에디터 / 1만8000원
이책은 주류의학, 정통의학에 대한 일정한 불신 위에 서 있다. 예컨대 “치료제로 처방되는 약은 해당 질병을 뿌리부터 고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다만 증상을 드러나지 않게 가릴 뿐 실제로는 그대로 유지시킨다”는 저자의 주장은 일면 무책임하게도, 위험스럽게도 보인다.

또 치매의 주범으로 주류 의학계가 지목한 베타아밀로이드에 대해 “알츠하이머 증세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뿐”이라고 새로운 지위를 부여한다. 주류 의학이 그저 상관관계에 불과한 것을 인과관계로 단정했을 오류의 사례로 베타아밀로이드를 내세운 것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치매 유발 인자가 아니라 치매와 맞붙어 장렬히 산화한 아군(我軍)이라는 해석은 불온하면서도 이채롭다.

그래서 독자는 책의 내용보다는 성격과 함의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비주류적, 비정통적 의학 관점을 의도적으로 취한다. 그게 환자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의료업계를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먼저 자신의 웰빙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말에서 저술 의도가 읽힌다.

대한민국이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에 노출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누가 치매에 걸릴지, 치매 환자의 보호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가족 중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게 하나 있다. 어떤 경우든 그 증세가 완화되리라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 치매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으려는 의료계의 치열한 연구 활동만큼이나 치매라는 질병은 완강한 갑옷을 두른 듯 버티고 있다.

치매 연구자들도 치매 그 너머의 세상에 무엇이 있을지 모를 것이다. 또 치매가 진행되는 대뇌 피질에서 미시적으로 일어나는 화학적, 전기적 작용들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는 힘든 일이다. 우리가 우주 저 너머의 세계와 원자 내부의 전자들의 실시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듯이 말이다. 이렇게 의사나 환자나 보호자나 거의 같은 처지에 서게 되는 경계선이 있다면, 이 책은 그 너머에 대한 시야를 제공하려 든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을 비우고 부담 없이 읽어야 한다. 뭘 신봉하거나 당장 적용하려 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저 미지의 세계인 치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을 주는 친절한 길잡이로 여기면 족하다.

저자는 인도에서 의학을 배우고 미국에서 대체의학에 심취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역자는 국제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한국판의 창간 멤버로 번역 기자, 뉴욕 주재원, 편집장 등을 지냈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202308호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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