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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3년 만에 재개된 에어부산 신입 승무원 교육 

꿈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 선 예비 승무원들의 구슬땀 

최영재 기자
322시간의 혹독한 안전·서비스 훈련 거쳐야 승무원 자격 주어져
선배들이 쌓아 올린 '10년 무사고 비행' 전통 이으려 혼신의 노력


▎기내에 응급환자 발생 훈련에서 박수민 교육생이 응급처치(CPR)를 하고 있다.
"머리를 숙이시오, Head down! 발목을 잡으시오, Grab your ankles!” 실제 상황인듯 긴박한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소음측정기는 110㏈(데시벨)을 가리킨다. 차가운 긴장감이 팽팽한 이곳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에어부산’의 훈련장이다. 항공기 내부를 본떠 만든 훈련장에서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이 이뤄진다. 비상탈출과 화재진압, 난동 승객 제압, 응급처치, Pax Briefing(승객들에게 안전벨트, 구명복, 산소마스크 착용법 및 사용법, 비상구 위치 등을 안내하기 위한 동작)까지 모두 숙달하고 심사하는 데까지 약 한 달의 기간이 걸린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34기 신입 승무원을 채용했다. 오래 기다린 만큼 입사의 기쁨도 컸지만, 합격의 기쁨은 잠시뿐. 입사와 동시에 139시간의 혹독한 안전교육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승무원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주어진다. 객실 승무원 초기 훈련 과정(Cabin Crewinitial Training Program)은 항공법에 정해진 의무 사항이다. 불합격하면 재교육을 받아야 하고, 최악의 경우 입사가 취소될 수도 있다.

교관은 5년 이상 경력의 선배 승무원이 맡는다.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교육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조금이라도 틀린 부분이 있으면 바로 지적한다. 139시간 안전교육의 최종 심사가 있는 날,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감돈다. 90초 이내에 승객들이 탈출하도록 돕는 비상탈출 훈련이다. 심사는 4명이 1개 조를 이뤄 선임 객실 승무원과 객실 승무원으로 역할을 나누어 진행한다. 맡은 역할에 따라 비상구 위치나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숙달해야만 합격할 수 있다. 최종 관문을 통과한 배상운 교육생은 “항공기 비상착륙 시 혼란스러워할 승객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충격 방지 자세부터 비상구 위치, 슬라이드 탈출까지 순서대로 정확하고 차분하게 안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승무원의 실수는 곧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교관은 엄격하고 매정하게 교육생을 몰아붙인다. 작은 실수도 실격의 이유가 된다. 26기 박현제 교관은 “승무원 한 명당 책임져야 할 승객이 50명이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훈련이기 때문에 엄격한 상황 속에서 교육생들이 심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안전에는 양보가 없는 에어부산이기에 심사에 떨어진 후배 교육생들은 통과할 때까지 재교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 개 조가 탈락했지만, 주말도 없이 재교육한 결과 34기 전원이 안전 교육을 통과했다고 에어부산 측은 전했다. 안전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서비스 교육에 들어간다. 183시간 동안 받아야 하는 서비스 교육은 선배 승무원들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업무를 위한 필수 코스다. 매뉴얼 책을 통째로 외우고 승객 역할을 맡은 교관들의 돌발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답변해야 심사에 통과할 수 있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이겨낸 교육생들은 수료식에서 가슴에 정식 승무원을 상징하는 휘장(윙)을 받는다. 입사를 위해 묵묵히 지켜봐 준 부모님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교관들도 이날만큼은 축하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교육생들의 투표로 동기상을 받은 김선현 신입 승무원은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내일부터 비행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만 가득하다. 간호사 경험을 살려 모든 승객과 승무원 선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승무원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3년 만에 열린 신입 승무원 수료식에서 안병석 에어부산 대표는 “본격적인 비행을 앞두고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분들이 안전을 만드는 최전선에 있다는 책임감을 갖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제주발 대구행 항공기에서 벌어진 문 열림 사고와 세부발 인천행 항공기의 기내 난동 등 연이은 사고로 안전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에어부산은 안전 최우선을 철칙으로 실천하는 승무원들의 노력과 땀으로 10년 무사고 비행을 이어오고 있다.


▎승무원은 기내안전을 위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제압해야 한다. 타이랩, 포승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훈련 받는다.



▎부산광역시 강서구 에어부산의 훈련장이다. 항공기 내부를 본떠 만든 훈련장에서 승무원들의 훈련이 이뤄진다



▎“난동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테이저건를 사용하겠습니다. 엎드리세요. 테이저, 테이저!” 민지수 교육생이 테이저건 격발 훈련을 하고 있다.



▎수료식에서 교관들의 애정 어린 영상 편지에 신입 승무원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화 교육생이 실제 상황인듯 긴박한 목소리로 충격 방지 자세를 외치고 있다.



▎322시간의 혹독한 안전·서비스 훈련을 거친 교육생에게만 신입 승무원 자격이 부여되고 휘장(윙)을 가슴에 달 수 있다.
- 사진·글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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