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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한국 액체 물류 1위 넘어 세계 3위 넘보는 울산항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특화항만’으로 도약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울산항만공사, 수소·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수입·취급 시설 구축
글로벌 친환경 물류 선점 위해 ‘속도’… 하역 재해 예방에도 만전


▎지난 7월 16일 울산항에서 세계 최초로 그린 메탄올 1000t이 컨테이너 선박에 공급됐다. 이 선박은 덴마크 ‘에이피 몰러 머스크그룹’이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21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머스크그룹이 한국 조선소에 건조 의뢰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9척 중 첫째로 건조된 선박이다. / 사진:울산항만공사
8월 7일, 울산항 앞바다는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답게 활력이 넘쳤다. 항만 건너편 왼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자동차 수출 전용 부두에는 생산된 차량을 가득 실은 선박이 출항을 앞두고 있었다.

울산항만공사(UPA)가 자리한 울산광역시 남구 매암동 너머에는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건조 중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거대한 위용을 뽐냈다. 건조 뒤 선사 측에 납품하기 전 시운전 단계인 모습의 대형 선박도 눈에 띄었다. 바다 건너 오른쪽에는 SK 울산컴플렉스 내 SK에너지 원유 부두가 자리해 있었다.

최현삼 울산항만공사 기획조정실장은 “올해로 개항한 지 60년이 되는 울산항의 일상 모습”이라며 “한국 액체 물류 1위이자 국내 최대 산업 지원 항만을 넘어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인 미국 휴스턴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울산항의 산업재해 저감 등 관리·운영 전반에 있어 늘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 얘기처럼 울산항만공사가 2007년 출범한 이후 줄곧 신경을 쓰는 분야가 바로 ‘안전’이다. 울산항만공사는 부산과 인천에 이어 전국에서 셋째로 출범한 항만 공기업이다.

항만하역산업 재해는 건설업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고, 2022년 1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2022년 8월에는 항만안전특별법마저 시행되는 등 항만 공기업 입장에서는 안전사고 감소에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전체 물동량의 80%가 석유·화학제품 등 인화성 액체 화물인 울산항은 산업 재해는 물론 화재 예방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울산항에서는 51개 하역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 항만관리청의 승인을 받아 자체안전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종 특성상 연평균 15건의 산업 재해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매달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울산항만공사는 항만안전특별법 시행 이후 항만 안전 관리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항만관리청 소속 항만안전점검관 등과 함께 하역사들을 대상으로 안전관리계획 이행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 중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제6대 기관장인 김재균 사장이 취임한 이후 항만 안전과 관련한 자체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항만 최초로 안전 수준 측정 도구인 ‘울산항 하역안전지수’를 개발한 것이다.

국내 항만 최초 ‘하역안전지수’ 개발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을 무탄소 에너지인 수소 수입 기지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산항은 이미 연간 80만t의 암모니아를 취급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항 북신항에 건설 중인 그린 암모니아 터미널 안벽 조성 공사 현장. / 사진:울산항만공사
울산항 하역안전지수는 그동안 사고 건수로만 측정해온 단편적 하역안전 수준 측정에서 벗어나 ‘안전보건 예산’, ‘안전보건 전담자’, ‘현장 안전점검 실시’, ‘개선 이행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객관적이고 정량화한 하역안전 진단 측정 도구다.

울산항만공사는 이 지수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3월 울산항 26개 하역사와 워킹그룹을 발족해 시범 운영하는 등 실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워킹그룹은 올 연말까지 운영된다. ▷부두 운영사별 데이터 확보 △2022~2023년 하역안전지수 산출 및 모니터링 ▷2023년 산재저감 결과 비교 검증을 통해 지수의 신뢰도를 확보한다.

이를 통해 워킹그룹에 참여한 울산항 하역사의 하역 안전 수준은 ‘안전’, ‘양호’, ‘보통’, ‘미흡’4단계로 구분될 예정이다. 이는 각 하역사별로 채점된 7개 지표 점수에 가중치를 곱한 후 최종 합산해 산출된 점수에 따라 결정된다.

울산항만공사는 실증 완료 후 각 부두에서 취급하는 화물의 위험도와 물동량 대비 산업재해 발생 건수를 하역안전지수에 반영해 부두의 안전 등급을 바로 확인하는 한편, 안전 수준을 더욱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다.

고경우 울산항만공사 대외협력팀 과장은 “울산항 하역안전지수에 대한 실증을 완료한 뒤 국내 모든 항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현재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전국 모든 항만에 지수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사업 확대 등 ‘4대 경영 목표’ 추진


▎울산항만공사는 부산과 인천에 이어 전국 셋째로 2007년 출범한 항만 공기업이다. 사진은 울산광역시 남구 매암동 울산항만공사 사옥. / 사진:울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 개항 60년을 맞아 2030년까지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특화항만’으로 변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청사진을 최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LNG, 메탄올, 수소,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수입·취급 시설을 울산항에 구축해 글로벌 친환경 물류를 선점한다는 목표다.

세계 주요 항만은 접안 선박 대형화와 그에 따른 물동량 증대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반면, 앞으로는 항만 간 인프라 경쟁은 계속되겠지만, 친환경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항만이어야만 제대로 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울산항만공사의 관측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 세계적 화두가 되면서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의 발주량과 운항 척수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친환경 에너지 특화항만 도약을 위해 4대 중점 경영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우선 2030년까지 전체 매출액 중 신사업 매출 비율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순수 공사 자본을 투입해 건설한 북신항 배후단지와 에너지 허브 1단계 시설 운영, LNG 벙커링 합작법인, 북신항 수소클러스터 구축 사업 등을 정상 추진해 2030년 신사업 매출 비중을 현재 비율 대비 20% 이상 향상시킨다는 도전적 목표를 설정했다.

울산항만공사는 정체 또는 감소가 예상되는 연간 1억9000만t의 물동량을 2억1000만t으로 늘린다는 단기적 목표도 제시했다. 추진 중인 신사업의 정상 진행 노력을 바탕으로, 물동량도 순차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울산항만공사는 ‘부채 비율 20% 미만’ 목표 달성에도 적극 임하기로 했다. 항만 공기업은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특성상 SOC 시설 투자에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효율적 재무 예산 관리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호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등 정부 시책에 부합하도록 각별히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울산항만공사는 글로벌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안착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이와 관련해 기존에 추진하던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ESG 경영 관점에서 재편하고, 실행 과제와 계량·비계량 관리 요소를 도출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올해 초 울산항만공사에 맞춰 수립한 ESG경영 계획과 목표를 균형감 있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 해상물류 창업 생태계 구축 앞장

울산항만공사는 ‘지역 사회와의 상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기업 가치 공유를 통한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 실현’이라는 실행 과제를 선정하고 관련해 여러 사회공헌활동을 추진 중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우선, 지역사회의 핵심 주체인 항만 연관 업체들과의 상생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사의 고유 목적 사업인 항만 시설을 효율적으로 개발·관리·운영해 울산항을 이용하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관련 주요 화주·선사·해운대리점 등 항만서비스 업체들이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한다.

울산항만공사는 지역 창업 생태계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해상물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점을 감안해 스마트 항만 구축 사업을 핵심 전략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사업 추진 과정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는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최초로 기존 일자리 정책사업을 보완해 인재 양성부터 창업과 기업 성장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혁신성장 종합패키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해운·항만, ICT 산업 전문가를 대학생과 매칭해 스마트 기술과 해상물류가 융합한 실무형 프로젝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출입물류 스마트화 분야에 더 많은 청년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사업 취지다. 울산항만공사에 따르면 3년간 259개의 기술 혁신 프로젝트에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했다. 그 결과, 83개 스타트업이 창업했고, 271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단순 창업 활성화에만 그치지 않고, 발굴한 스타트업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경영·기술 밀착 멘토링을 바탕으로 시제품 개발부터 판로 확보까지 사업화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며 “선진항만산업 벤치마킹 연수 지원, 해외 박람회 출품 지원 등 스타트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항만공사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이다. 임직원이 함께하는 ‘UPA 매칭그랜트’를 통해 매달 사회 책임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 시설 정기 후원, 다문화 가정 교육 지원 등 취약 계층 보호 활동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대상자를 발굴해 특성별 맞춤형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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