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월간중앙 스페셜 | 22대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1)]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 

“극단의 대립 대신 국민만을 위한 정치 복원하고 싶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세상 급변하고 국제 질서 요동… 국가 생존 달린 문제 두고 與野 머리 맞대야”
“지역 주민 먹고사는 문제 해결도 시급… 미분양 아파트, 저출산 해법 될 수도”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 들어가면 극단의 대립이 아닌 국민만을 위한 정치를 복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형욱(61)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출판기념회를 열고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노 전 장관은 광주제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파리정치대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노 전 장관은 198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서 주로 근무한 ‘경제통’이다. 기재부 시절 실력과 품성 등 모든 면에서 선후배의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무조정실장(장관급)과 국토교통부장관을 역임했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곳은 광주광역시 동구·남구갑(동남갑) 선거구다. 노 전 장관은 “국회에 들어가면 극단의 대립이 아닌 국민만을 위한 정치를 복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경제·국토교통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연구소인가?

“지난해 5월 3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총리실, 국토교통부 등에서 근무했다. 굵직한 보직을 두루 맡아온 만큼, 많은 분이 저를 행운아로 부르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그만큼 도움을 받았다. 직장에서 만났던 분들은 물론이고 고향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 공직을 마감하고 지난해 겨울 고향인 광주로 내려왔다. 공직생활의 연장선상에서 광주를 위해 일하고자 지난 1월 경제·국토교통연구소를 열었다. 지역 주민들이 말씀하시는 현안을 바탕으로 광주와 호남이 먹고사는 문제와 대응책 등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표밭 일구는 광주 남구, “학창시절 추억 깃든 곳”


▎노형욱 경제·국토교통연구소장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21일 광주광역시 남구 무등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경제·국토교통연구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광주 남구는 어떤 곳인가?

“개인적으로는 제 학창시절 광주에 대한 추억이 제일 많이 남아 있는 곳이 남구다. 남구에 살면서 무진중,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지금의 남구는 도시와 농촌이 섞인 도농복합지역이다. 봉선동에는 광주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들이 위치한 반면, 상대적으로 낙후한 월산동도 남구에 속해 있다. 제가 다니던 중학교 인근은 아직도 40~50년 전 모습 그대로다. 또 남구 전체 면적의 60% 정도를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대촌동이 차지하고 있다.”

요즘 ‘광주 민심’을 말해 줄 수 있는가?

“시민 대다수가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시민들의 밑바탕에는 과거 역사적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광주가 역할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최근엔 호남 정치인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만 봐도 전체 당원의 3분의 1을 호남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최고위원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 호남 정치인들이 그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지역 민생을 잘 챙기는 것도 아니고… 시민들의 갈증을 몸소 느끼고 있다.”

광주 남구의 시급한 현안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월동 무등시장에 자주 가는데, 요즘 전통시장 찾는 사람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더욱 감소해 어려움이 많다고들 하신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시장인 만큼 리모델링도 필요한데, 인접한 월산동의 용도구역이 개발하기에 적합하지 않도록 돼 있다.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다. 더 넓은 시각에서는 대촌동 에너지밸리산업단지를 활성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속도를 내야 하는 사업인데, 가보면 넓은 땅이 텅텅 비어 있다. 분양은 60~70% 완료됐는데도 정주여건이 열악해 기업들이 입주를 미루고 있더라.”

광주는 광역시임에도 낙후한 느낌이다.

“제가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편성할 때나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에 있을 때도 들여다보면 격차가 컸다. 지방소멸 시대라고들 하는데, 넋 놓고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부울경 광역 협력’이라고 해서 규모의 경제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와 경북, 충남북과 세종도 최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광주를 비롯해 전남북 차원의 광역 협력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10~20년 더 멀리 내다보고, 초광역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 재정을 효율적으로 유치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최근 자서전을 펴냈다. 어떤 내용을 담았나?

“4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했던 성장 스토리와 행시 30회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출발해 36년간 이어온 공직생활 과정에서의 성과 등을 담았다. 관료로서 늘 머릿속을 지배한 키워드인 혁신과 상생,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책 제목은 <광주와 대한민국의 미래 반걸음 앞에 노형욱이 있겠습니다>라고 정했다. 타협을 통한 공존의 정치 대신 혐오와 진영의 정치만 난무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냈다.”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어서인지 참석자들이 남달랐다고 들었다.

“윤병태 나주시장, 우범기 전주시장,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기정 광주시장 등이 토크쇼 형태로 행사를 빛내주셨다. 윤 시장과 우 시장은 기재부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이다. 장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 저를 재정총괄과장으로 발탁해주신 분이다. 강 시장과는 청와대에서 인연을 맺었다. 강 시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낼 때 저는 국무조정실장을 맡고 있었다. 매주 일요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고위 당정청 회의를 진행했다. 아울러 고등학교 때 친구와 대학 선후배, 광주시민 등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

“장관 때 추진한 광역철도, 교통난 해결 방안 될 것”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재부 근무 당시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안다.

“과찬이시다. 공무원노조 기재부지부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닮고 싶은 상사’에 세 번 뽑혔던 게 선후배님들께 좋은 평가를 받은 계기였던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 공무원 평가 제도도 바뀌었고, 그 와중에 노조에서 자발적으로 선배들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윗사람이 보는 평가만 있다면 예스맨들만 좋은 평가를 받을 것 아닌가? 그런 폐단을 막기 위해 민간기업들부터 다면평가를 확대하던 시절이다. ‘닮상’에 세 차례 선정되면 ‘명예의 전당’에 올라 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인적으로 영광이었다. 해병대 장교 시절 경험 등을 바탕으로 업무 추진에 있어서도 늘 효율성을 중시했던 게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이었던 것 같다.”

참석자들의 질문이 많아 출판기념회가 예정보다 길어졌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지역 현안인 교통 문제 해결에 관한 질문이다. 광주 남구에서 나주로 가는 관문인 백운광장 인근에 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한창인데, 교통 혼잡이 극심하다. 시민들께서는 지하철 완공 뒤 돌아올 편익을 생각해 불편해도 참고 계신다. 그런데 남구 쪽에는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원래 3단계로 계획돼 있었다. 백운광장에서 효천까지 이어지는, 근데 이게 불투명한 상황이 돼버렸다. 2호선 1단계 완공은 2026년, 2단계는 2030년쯤, 3단계 노선 완공은 먼 미래 일이 돼버렸단 얘기다. 2호선 공사가 빨리 마무리돼야 교통약자인 광주대와 송원대 학생 등이 혜택을 보는데, 공사가 자꾸 늦어지다 보니까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어떤 대안을 제시했나?

“제가 국토부 장관 시절 각 도와 시를 관통하는 광역철도를 하나씩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광역철도는 전부 수도권에만 있다.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충남~충북~세종에 각각 광역철도를 신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광주의 경우 광주~화순, 광주~나주 2개 노선이 검토되다가 광주에서 나주를 잇는 광역철도 노선을 철도 계획에 넣었다. 이후 전국 각 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일제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나주 광역철도 노선을 효천 쪽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광주 도시철도 2호선 3단계 공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출판기념회 현장에서도 제 아이디어와 관련해 지역민들과 뜻을 모아가 보자고 답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은 사정이 더욱 안 좋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비싼 집값 때문이란 얘기가 많다.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 등이 많다. 이 미분양 아파트를 지자체가 임대해 신혼부부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전·월세로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광주에 내려와서 보니까 인근 화순군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전남도 차원에서 방안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광주에서도 일부 검토할 만한 사업이라는 생각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빈집으로 놔두는 것보다는 낫고 사회공헌사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현재 광주 지역구 의원은 대부분 초선이다. 노 전 장관이 총선에서 뜻을 이룬다고 해도 초선이다. 지역에서는 다선 의원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으로 안다.

“36년간의 공직생활 경험이 제 무기다. 그간의 경험과 인간관계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몇 선을 했냐가 중요한 건 아니란 생각이다. 의원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몸을 던져서 해낼 것”

윤석열 정부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나?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재부 시절 제 옆자리에서 근무했던 분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재부에서 형님으로 모셨던 분이다. 두 분 다 존경한다. 아울러 같이 공직 활동을 했던 수많은 후배님들이 지금 각 실국장 또는 차관을 맡고 있다. 최소한 대화는 되지 않겠나(웃음)?”

광주 동남갑 선거구는 현역의원을 비롯해 다수의 경쟁자가 있다. ‘경선이 곧 당선’이라는 광주다. 경선을 통과할 자신이 있나?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경우의 수 등 복잡한 생각은 하기 싫다. 그냥 광주 시민과 국민만 보고 갈 생각이다. 제 진정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간의 노력이 통하지 않을까 싶다. 남은 기간에도 최대한 많은 분을 만나 뵐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가치와 원칙을 지키면서 뚜벅뚜벅 걷겠다.”

국회에 입성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정치를 복원하고 싶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대화나 타협이 아닌 혐오의 정치, 진영의 정치, 극단의 대립만 보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다투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세상이 급변하고 국제 질서마저 요동치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생존이 달린 문제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상황 아닌가? 아울러 광주시민들이 답답해하시는 부분도 시원시원하게 풀어드릴 생각이다. 제대로 일하고, 때로는 몸을 던져서라도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그런 정치를 할 생각이다. 지역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 젊은이들 일자리 문제 등 풀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비주얼에디터 park.jongkeun@joongang.co.kr

202310호 (2023.09.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