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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주목받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 

“당 도울 수 있는 역할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헌신”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동작을 탈환이 최우선 임무… 총선 승리하려면 공천 잘해야”
“국민이 출전 선수 직접 선발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필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헌신하겠다”고 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다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내부에서 ‘수도권 위기론’에 따른 ‘중진 역할론’이 나오면서부터다. 나 전 대표는 비례대표를 거쳐 서울 중구와 동작을 지역구에서 4선을 했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해 온 나 전 대표를 10월 6일 만났다. 그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등으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나 전 대표는 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워낙 야당에 유리한 지역인 만큼 어떤 결과든 당엔 보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헌신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공천을 잘해야 한다”는 뼈 있는 말도 했다. 나 전 대표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저출산 고령화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이민 정책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재외동포가 돌아올 수 있도록 이중국적 취득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남 4구 동작구’ 비전 완성할 것”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9월 1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사)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많은 걸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역(구)에만 푹 빠져 있었다. 한편으론 직함이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여의도 안에 갇혀 있던 문법에서 해방된 자유로움이 좋았다. 민심과 더 가까이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몇 개월간 제 정치적 근육이 한층 강화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역 봉사활동에도 앞장섰다고 들었다.

“‘나봉이’를 통해서다. ‘나랑 함께 봉사하는 이’의 준말로 지은 지역 봉사단체 이름이다. 변호사, 의사, 약사, 한의사, 세무사, 회계사, 노무사 등 많은 지역 분이 동참해 주셨다. 전문가들은 주민을 대상으로 법률·세무·회계·노무·건강 상담 등을 제공해 드렸다. 일반 주민 분들은 저와 함께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시면서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묻지마 범죄’ 예방 차원에서 야간 순찰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요즘 동작구 분위기는 어떤가?

“정부와 국민의힘 중앙당, 저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있고, 반면 조금 아쉬움을 나타내시는 분도 있고 그렇다. 서민 분들께서는 먹고사는 문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민심이 무조건 좋다고만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역 현안도 궁금하다.

“서울의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가장 크다. 아울러 동작구에서 경기도 과천시를 잇는 이수~과천 복합터널 조성 공사도 주요 현안이다. 도로와 빗물저류조 기능을 동시에 하는 터널이다. 터널이 완공되면 지역의 상습적 침수와 교통정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안 해결 등을 위해 박일하 동작구청장과도 자주 소통하나?

“물론이다. 국민의힘 출신 구청장인 만큼, 지역 발전 방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자주 소통하고 있다.”

총선에서 어떤 공약들을 내세울 계획인가?

“현역 의원 시절 동작 주민과 함께 이룬 주요 성과가 서리풀터널 개통이다. ‘강남 4구 동작구’를 슬로건으로 해 이뤄낸 성과다. 터널이 뚫리면서 동작구 사당동, 상도동과 서초구가 한층 가까워졌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수~과천 복합터널 조기 완공을 추진할 생각이다. 아울러 수변복합문화공원 건립을 확정해 한강변을 동작 주민 품에 제대로 돌려드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을 비롯해 강남 4구 동작을 위해선 소프트웨어적으로 ‘교육 동작’ 완성도 필수라는 생각이다. 인근 관악구에는 17개 고등학교가 있는 반면, 동작구에는 7개가 전부다. 지난해 관악구의 고교 한 곳을 동작구로 이전하는 절차가 마무리됐는데, 막판에 관악구 국회의원이 무산시켜버렸다. 다행히도 흑석동에 어렵게 학교 한 곳을 별도로 신설할 수 있게 됐다. 2026년 개교하는 이 고등학교를 비롯해 동작구의 모든 학교가 서울의 명문 학교가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드릴 계획이다.”

“출산 감소 해법 ‘주거 안정책’ 더 과감해져야”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10월 6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사진:(사)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최근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이라는 포럼을 발족했다.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 인구 감소와 기후 변화 양대 문제라고 생각한다. 8월 중순 포럼 창립총회 이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전문가 중심 토론회를 열고 있다. 토론회에서 나온 대안을 한데 모아 내년께 정책 제안 보고서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단순히 저출산을 극복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인구 구조 자체가 변하는 것에 대응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인구 구조가 과거 피라미드형에서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해가는 데 따라 국방과 산업, 교육 등 모든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차원이다. 또한 기후 문제는 단순히 인류가 살고 죽느냐의 차원을 넘어 미래 먹거리까지 달려 있는 문제다. 저는 기후 문제에 있어서 더 빠른 속도로 더 높은 표준을 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집값부터 잡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100% 동의한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초산 연령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평균 초산 연령이 32.6세로, 10여 년 사이 2.5세가 높아졌다. 통계를 보면 남자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첫째가 주택 문제, 둘째가 자식 교육 문제 탓이다. 여자들은 첫째가 자아실현 이유, 둘째가 아이 교육 문제 때문이다. 그리고 결혼을 꺼리는 이유는 결국 돈 문제가 가장 크다. 높아진 집값 그리고 일자리 문제 등이 다 연관이 돼 있다.”

관련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 시절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언급한 바 있다. 어떤 모델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헝가리에서는 둘이 결혼하면 약 4000만원을 이자율 1% 초저금리로 20년간 대출해준다. 대출금은 주택을 렌트하거나 돈을 합쳐서 집을 사는 데만 쓸 수 있다. 또 세 자녀까지 출산 시 이자부터 원금까지 탕감하고, 4자녀 이상 시 소득세를 면제해준다. 여기에서 착안해 우리는 신혼부부에게 약 2억원을 이자율 1%로 20년간 빌려주자는 아이디어였다. 대출금으로 전세를 얻든지 돈을 합쳐서 집을 사든지 할 수 있다면 신혼부부 주거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리고 아이 한 명을 출산하면 이자를 탕감해주고, 둘째까지는 대출 원금 3분의 1 탕감, 셋이면 원금 3분의 2 탕감, 넷이면 전액 탕감하자는 구상이었다.”

(나 전 대표는 올해 초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정부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는 포퓰리즘식이라는 어조로 비판했고, 나 전 대표는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정부는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출산 가구 주거안정 예산을 9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등의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나 전 대표는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주거 안정에 9조를 투입한다고 하니 환영한다. 정부 대책은 부부 합계 소득 1억3000만원까지, 주택 구입과 전세 자금 대출을 5억원까지 시중금리 대비 1%대 이자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안은 출산아 수에 따라 0.2%씩 금리를 낮춰주는 방안”이라고 적으며 정부 대책과 헝가리식 해법을 비교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대책의 대출 상한액은 내 제안보다 훨씬 높고(5억원 :2억원), 대출 이율은 내 제안보다 살짝 높다(1.1%, 1.6% : 1.0%). 앞으로 출산아 수에 따라 이자를 조금씩 낮춰주는 것을 넘어 일정 액수에 한해 내 제안처럼 이자와 원금 부담을 조금 더 과감하게 낮춰주는 것을 검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중국적 문턱 낮춰 재외동포 돌아오게 해야”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10월 6일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높은 사교육비도 출산율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공교육과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옳은 얘기다. 예전에 학생 인권 조례가 막 등장했을 때 이러다가 나중엔 교권 침해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결국 현실화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학생 인권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또 동의하지 않는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공교육만으로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교원은 모두 우수한 분들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교사가 되신 분들 아닌가? 그들이 교육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는 것, 또 좀 더 자율적으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이민 정책이 인구 감소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렇다. 서두르지 않으면 이른바 좋은 이민자를 다른 나라에 뺏길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로 고민 중인 선진국들도 적극적 이민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가 최근 호주에 갔는데, 브리즈번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다. 그런데, 저보고 올림픽 때 자원봉사할 사람이 부족하니 인력을 좀 보내달라고 하더라. 결국 어느 나라나 인구 문제가 고민이라는 얘기다. 우리도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다만, 해외의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끌어들이다 보면 우리 20~30대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와 또 충돌될 수 있다. 슬기롭게 풀어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재외동포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 방안은 복수 국적 취득 문제가 걸림돌이다. 지금은 재외동포의 경우 65세 이상인 경우에만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한데, 이 나이 문턱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

중앙 정치 얘기로 가보자.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가장 중요한 게 공천일 것 같다. 선거 때마다 공천권자의 눈치를 봐가며 줄서기하는 폐단이 계속돼 왔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항상 있지 않았나? 우리 당도 지난 20대 총선에서 ‘진박 공천’ 파행으로 뼈아픈 경험을 했다. 저는 예전부터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만약 국민의힘이 유권자의 뜻이 반영되는 상향식 공천 방식을 선택한다면 총선에서 수월하게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전면에 나설 의향은 없나?

“일단 저희 지역에서 열심히 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임무라는 생각이다. 다만, 이제까지 그랬듯 제게 당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헌신하겠다.”

“국회로 돌아가 분열의 정치 해소에 앞장설 것”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라는 분석이 많다. 동의하시나?

“동의하지 않는다. 강서구는 늘 국민의힘에 불리한 지역이었다. 그런 만큼,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승리에 자만해서도 안 되고, 패배에 좌절해서도 곤란하다. 이기든 지든 이번 선거가 우리 당에는 보약이 될 것이다.”

야당 얘기도 해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마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 정치 전체가 볼모로 잡혀 있다. 이 대표와 결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건강한 정당이 될 수 없다.”

판사 출신으로서 앞으로 재판 과정은 어떨 것 같나?

“불구속 재판이다 보니 또 하염없이 길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겠나. 매우 걱정된다. 조국 사태만 봐도 오랜 재판 끝에 유죄판결이 나왔지만, 아직도 무죄를 부르짖는 분이 있다. 진실을 앞에 두고도 두 갈래가 된 대한민국이 또 얼마나 오랫동안 분열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4선 의원을 했다. 다시 국회로 돌아가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 6~7개월 동안 끊임없이 자문자답했다. 내가 다시 국회에 가야 되는 이유와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첫째는 제가 생각한 동작의 비전, 강남 4구 동작이 그 목표에 조금 못 미치는 부분을 마무리하고 싶은 게 우선이다. 둘째는 분열의 정치 해소다. 국회에 초선 의원이 너무 많다보니 정치라는 영역이 사라진 것 같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중진으로서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아울러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준비에도 앞장설 생각이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11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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