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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호남에서 여섯 번 출마한 이정현(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이 말하는 ‘바닥 민심’ 

“기호만 보고 표 주던 ‘자판기 투표’ 안 한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광주의 낮은 투표율은 ‘여당도 민주당도 싫다’는 정서의 표출”
“尹, 박정희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영구적으로 제도화할 것”


▎이정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9월 26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침묵하는 60%의 사람들이 정치를 바꾼다”고 말했다.
"1988년 민주정의당 간사 병(丙)으로 당료 생활을 시작했지요. 간사 을(乙), 간사 갑(甲), 차장, 부장 대우, 부장, 부국장 대우, 부국장, 국장 대우, 국장, 부대변인, 수석부대변인, 홍보단장, 최고위원, 당대표…”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보수 정당의 최말단 직급에서 출발해 집권여당(새누리당) 당대표까지 올랐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월간중앙과 만난 그는 자신의 이력(履歷)을 이렇게 단숨에 읊었다.

호남 출신인 그가 현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정의당에서 정치의 첫발을 내딛고, 당직의 정점(頂點)에 오르는 과정은 실로 드라마틱하다. 1985년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정의당 구용상 의원(담양·곡성·화순) 비서진으로 정치권에 몸담은 뒤 1988년 민주정의당 특채를 통해 당료의 길로 접어들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친박(親朴) 중의 친박으로 통했고, 청와대 정무·홍보 수석,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2016년) 등 승승장구했다. 입당 후 28년 만에 당권을 장악하는 ‘별의 순간’이 온 것이다.

이런 성공은 전남 곡성이 고향인 그가 새누리당 후보로 전남 지역구에서 내리 두 번(19대, 20대)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19대 때는 곡성·순천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20대 총선에서는 순천 선거구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들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이 부위원장은 호남에서만 여섯 번 출마했다. 전적은 2승 4패. 내년 4월 10일 22대 총선에서 일곱 번째 도전에 나선다. 물론 광주나 전남의 한 지역구에 승부수를 던질 예정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른 자리를 마다하고 지방시대위원회를 자원했다고 했다. 9월 2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이 부위원장은 “갈수록 시들어가는 지역을 살리고, 특히 호남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의 첨병이 될 것을 강조했다.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을 꼭 하고자 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저는 현직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광주·전남과 윤석열 정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일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지방시대위원회였지요. 원래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제게 다른 자리를 말씀하셨는데, 정중히 말씀드렸어요. 대한민국의 안보 다음으로 시급한 문제가 지역의 소멸, 지역 격차라고 말이죠. 그래서 정부와 호남의 가교 역할을 꼭 하고 싶다고 했지요. 지방 출신으로서, 또 나름의 현장 경험을 많이 가진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주·전남과 중앙정부의 가교 역할은 잘 되고 있나요?

“여당인 국민의힘에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이 있는 것도, 시장·군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지역의 굵직한 현안들을 중앙정부에 설명하고 연결하는 통로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각 부처에 지역 현안을 소개하고 설득하는 중인데,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이후 모든 대통령, 지방자치에 형식적” 예를 들자면?


▎이정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이 8월 16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혁신성장 정책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방시대위원회가 하는 중요한 미션의 하나가 대통령의 지역 과제, 즉 지역 공약 사업의 이행입니다. 저는 호남 지역에 대한 대통령의 공약 사항 이행을 공식적으로 챙길 수 있고 중앙부처에 접근할 수 있지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 등으로 지역 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의 자치분권 역량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봐도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대회 유치에서부터 예산, 기획, 감독, 사후 관리까지 살펴볼 볼 필요가 있지요. 하지만 어떤 개별 사업이 터졌다는 이유로 정부 사업을 근본적으로 다시 파헤쳐 보자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원칙에 어긋난 방만한 재정 운용이나 이권 카르텔 사업은 당연히 정상화 조치를 할 것입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 준칙을 깨면서까지 예산을 풀어 국가 부채를 늘린 점들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야지요. 그러나 잼버리 대회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관련 지역 사업을 하느니, 마느니 하거나 예산을 줄이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가 있는 국책 사업은 조사를 하고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새만금 개발 사업 전체가 ‘다 문제가 있다’ 이런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죠. 지자체의 행정 역량을 문제 삼는 분들께 묻고 싶어요. 지자체가 한 국제행사 중에서 잘 치른 것들은 왜 안 보느냐고 말이죠. 부산 아시안 게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모두 훌륭하게 치렀습니다. 마찬가지로 중앙정부라고 해서, 국회라고 해서 실패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이들도 문제가 생기면 죄다 접으라고 할 건가요? 개별 사안을 놓고 너무 오버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명목으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지역은 더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현장을 누벼 보니 길이 보이던가요?

“지방 자치가 시행되고 나서 국민 생활이 더 편하고 나아진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지방은 소멸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원인은 입을 가진 사람 백이면 백 사람이 다 달리 말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저는 거꾸로 잘한 사례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역대 대통령 중 지역균형발전을 가장 잘한 인물은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봅니다. 인구의 서울 집중을 예견한 박 대통령은 수도권 정비계획을 세우고, 그린벨트를 지정했습니다. 자연히 기업들은 지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지역 특성에 맞게끔 산업을 분산했지요. 여천이라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동네에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고, 창원이라는 도시를 만들어 중공업 단지를 세웠지요. 구미에는 전자공업단지, 울산에는 조선공업단지가 들어섰잖아요. 지역별 특성에 걸맞은 인력을 공급하고자 대학마다 특화된 학과를 설립한 것도 탁월한 조치였어요. 국토를 넓게 활용했을 뿐 아니라 영속적인 정주여건을 제공했던 겁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수도권을 지금의 세종시 인근으로 이전하고자 계획하기도 했었지요. 문제는 뒤에 온 대통령들입니다. 수도권의 표를 의식해 규제를 하나둘 푼 결과 남한 면적의 11.8%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인구의 52%가 몰리게 된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빼놓고 나머지 대통령들은 형식적으로는 지방자치를 한다고 했지만, 근본 대책, 장기 대책, 초강력 대책은 세우지 않았던 겁니다.”

지금 지구촌은 초연결, 초집중 흐름으로 가고 있지요. 대한민국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조응하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요?

“미국 빅테크 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에 두뇌가 몰리면서 집값 등 주거비가 폭등했지요. 이른바 초집중이지요. 코로나19 당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워싱턴주, 텍사스주 등 적은 비용으로도 거주가 가능하고 환경은 더 쾌적한 외곽으로 두뇌들이 빠져나가는 겁니다. 이제는 인재들이 거주하는 인근 주(州)로 하이테크 기업들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현지의 대학, 연구소의 수준과 인기가 오르면서 실리콘밸리의 배후 지역, 외곽 지역도 동시에 뜨는 형국입니다. 대한민국도 수도권은 꽉 찼습니다. 이건 재앙입니다. 대한민국은 서해안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 등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기업들이 워싱턴주나 텍사스주로 온 것처럼 이제는 국내 기업들도 이들 신재생에너지를 찾아서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을 살리고 키우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한번 바꿔보자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尹, ‘중세 유럽 영주 권한을 지방에 줘야 한다’고 언급”


▎2016년 8월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당선된 이정현 신임 대표가 당원들 앞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분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강한가요?

“제가 지방자치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따로 대화할 기회를 네 번 정도 가졌어요. 처음 자리를 했을 때인가 윤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중세 시대의 유럽 영주에게 주어진 권한 정도로 지방에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외교, 안보, 사법을 빼고는 다 지방정부에 내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지방자치에 대해 아주 장시간 대통령 본인의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어요. 지방자치 전문가인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힌 거며, 대통령직인수위 산하에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둔 것도 윤석열 정부가 처음 아닐까요? 이 특위에 각 지자체 공무원을 참여시켜 시·도지사들로 하여금 지역 과제 우선순위를 정하게 했습니다. 그래야 각종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일관된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하게 되니까요. 또 대통령과 17개 시·도지사가 함께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활성화했습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모든 국무위원이 참여하는 것과 별개로 종료 시간을 두지 않는 무제한 회의, 토론이 이뤄지는 것도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제2의 국무회의’라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방에서도 검사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서울 태생에다 중앙관료로서의 입지를 다진 인물입니다. 지방의 내밀한 처지를 체험할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텐데요.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의 한 축인 ‘자유’라는 가치와 정신이 지방자치에도 투영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는 민간이 주도하고 시장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죠. 지방이 살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그건 기업, 즉 민간의 영역이지요. 민간이 최대한의 자율과 창의성을 발휘할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를 막는 방해물을 제거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의 본질입니다. 지방도 민간이 살려라 이것이죠. 지방 살리기 정책은 민간의 지방 진출을 막는 허들을 지방정부가 앞장서 제거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로 추진되는 겁니다. 그 대신 지방정부는 지방정부끼리 경쟁해야 합니다. 과거 붕어빵 같은 나눠먹기식 지방 사업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을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역 균형 발전의 아이디어를 만들었다면, 윤 대통령은 그것을 영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도화할 것입니다.”

“호남의 MZ세대, 있는 그대로를 보고 판단”


▎2104년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인이 고향인 곡성을 찾아 지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언젠가 ‘광주·전남이 내 지역구라 생각한다’고 했더군요. 요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광주·전남 민심, 여론을 전달한다면?

“35년 동안 민주당이 싹쓸이해 온 게 호남의 민심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었던 호남은 당연히 윤석열 정부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죠. 대구·경북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부정적이듯이 말이죠. 이는 누구나 다 아는 현상입니다. 선거는 은메달, 동메달이 필요 없어요. 단 한 표를 이겨도 금메달을 달아야 하는 게 선거입니다. 그런 점에서 호남은 민주당 외에 다른 정당에 문호를 여는 단계로까지 변화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약간의 변화 기류는 있습니다. MZ세대는 오염수 문제가 쟁점이 됐을 때도 일본에 많이 갑니다. 야당 대표가 단식하니 어쩌니 해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요. 아니 관심이 일(1)도 없었습니다. 1980년 대에서 2000년 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는 일방(一方)에 편향된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 어디가 더 공정한지, 자기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고,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아는 세대입니다.”

기성세대 민심은 변함이 없군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광주·전남에서도 자각, 자기 결정 기류가 감지됩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광주 투표율은 38%로 전국 최하위였지요. 또 민주당 지도부 선출 투표율도 30%대에 그쳤습니다. 한마디로 민주당 ‘너네들도 싫어’, ‘너네들 찍으러 더 이상 가지 않아’라는 심정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민주’ 의식이 굉장히 고조되고 있는 것이죠. 하다못해 점심 메뉴를 골라도 내가 선택권을 행사할 때 행복하고 기쁩니다. 지금까지의 선거는 심부름꾼, 머슴을 고르는데도 내가 선택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았죠. 유권자가 주인인 것 같지만 실은 주인이 아닌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제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뉴스와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시대입니다. 예전처럼 후보자 평판을 사랑방 같은 데서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게 아니라, 직접 정보를 확인하고 지지 후보를 결정합니다. 자발적 선택, 자발적 결정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지방선거, 당내 경선 투표율이 극히 저조한 것부터가 변하는 민심의 방증인 셈이죠. 이런 추세가 당장 내년 총선 투표 결과를 좌우할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기호만 보고 표를 주는 ‘자판기 투표’ 같은 건 안 하겠다는 자각이 일고 있는 겁니다. 어떤 분 표현을 빌리면 더 이상 ‘민졸(民卒)’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민주당이 이 사람 찍으라면 이 사람 찍고, 저 사람 고르라면 저 사람 고르는 그런 졸(卒)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분이 적지 않은 것이죠.”

“국민의힘, 노·장년층에 맞춘 안테나 방향 바꿔야”


▎이정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치의 전남’, ‘정치의 광주’를 ‘삶의 전남’, ‘삶의 광주’로 바꾸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총선이 내년 4월 치러집니다. 지금쯤이면 유권자 표심이 정해지고 있을까요?

“우리 정치권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치를 막 시작하던 1980년대와 견주면 두 가지 면에서 큰 변화가 있어요. 하나는 시끄러운 소수와 침묵하는 다수로 확연히 갈라진 것이죠. 30~40년 전만 해도 보수가 40%, 진보가 40%이고 중도는 20% 정도로 가늠이 가능했어요. 지금은 반대입니다. 보수와 진보 각각 20% 정도이고, 중도가 60%에 달한다고 봅니다. 개딸이니, 태극기부대니 해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니까 세상이 이런 사람들밖에 없는 것 같죠. 침묵하고 눈길도 주지 않는 듯해도 속으로 다 판단하는 60%의 중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중도세력의 확산이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변화라고 봅니다. 지난 대선이 말해줍니다.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오갔고 이낙연, 이재명 이런 분들이 30% 선을 달릴 때 보수 쪽 유력 주자들은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보기에 진보와 보수 주자 지지율을 합산해 보면 거의 8대 1이었는데 정권은 교체됐습니다. 그 많은 사람이 어디서 나와 보수를 밀어준 걸까요. 침묵하는 60%의 사람들이 정치를 바꾼 겁니다.

두 번째는 40대 이하 유권자들의 특성에 주목합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중진국 대열에 들어섰을 때 출생한 세대입니다. 자기 취향과 의견이 분명한 이들은 자기 것을 양보하면서까지 자존심을 굽히진 않습니다. 노·장년층에 안테나를 맞추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런 다원성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자기 변신을 해야겠지요. 이게 국민의힘이 나아갈 지향점입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디로 출마하나요?

“광주·전남 전체가 제 지역구라고 생각합니다. 광주·전남에서는 표를 주워서는 어렵습니다. 광주·전남 전체를 위해 일하고 ‘저런 사람은 하나 있어야 돼’라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국민의힘도 당선자를 낼 수 있습니다. 저는 광주·전남 전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치의 전남’, ‘정치의 광주’를 ‘삶의 전남’, ‘삶의 광주’로 바꾸는 모멘텀을 마련해 보는 게 저의 포부입니다(이 부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광주의 자동차, 광양의 제철, 여수의 화학단지, 고흥의 우주산업, 전남의 신재생에너지 및 풍력발전 등 주력 산업 현황을 열거하며, 광주·전남이 가진 기업 친화적 환경을 부각시켰다).”

‘삶의 정치’가 호소력을 발휘할까요?

“저는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도 안 받아들이면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내년에 출마하면 저는 호남에 출마한 지 29년째입니다. 1995년에 광주 시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어요. 광주에서 세 번 떨어졌고 그 다음에 순천·곡성 선거구, 순천 선거구에서 각각 출마해서 당선됐지요.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에 도전해 떨어졌으니 여섯 번 출마해서 두 번 당선된 겁니다.”

이렇게 많이 출마하면 빚을 지지 않나요?

“호남에서 보수 계열 정당으로 출마하면서 다른 정치인들이 갖지 못하는 행복이 있습니다. 먼저 저는 공천 걱정을 해본 적이 없지요(웃음). 그리고 돈을 써본 일도 없습니다. 돈도 없지만 (돈 봉투를 주면) 누가 흔들어버릴지 모르는데 어디다 돈을 쓰나요? 공천 걱정, 돈 걱정 없으면 이보다 더 행복한 정치가 어디 또 있겠습니까?”

“단 한 번도 올림픽 정신으로는 출마하지 않아”

만약 호남에서 당선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때, 혹은 무엇이 통할 때일까요?

“제가 순천에서 당선될 때는 진정성이 통했을 때입니다. 내 지역구를 내 두 발로 다 밟겠다, 자전거를 타고 다 누비겠다, 이런 신념으로 뛰었고 그 진심이 통하더군요. 저는 단 한 번도 올림픽 정신으로 출마한 적이 없습니다.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게 아니었죠. 당선을 목표로 두고 출마합니다. 내년에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년여의 세월은 이 위원장에게 고통의 세월이었을 법합니다.

“지난 6년은 제게는 정치적 유배의 기간과도 같습니다. 그 사이 제가 봐도 놀라울 정도로 제가 변했어요. 이제는 말할 때 목젖이 아래로 처지는 게 느껴져요. 과거엔 생각이 말로 거침없이 튀어나왔었죠. 상대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땐 그가 누구든 대들어 싸우곤 했지요. 이제는 말을 꿀꺽 삼킵니다. 그 6년이라는 세월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더라고요. 언어가 순화되고 발언의 톤도 달라졌다고 할까요.”

오늘(9월 26일) 아침 중앙일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한때 모셨던 분이죠?

“솔직히 가깝게 모셨던 입장에서 일단 눈물이 나죠. 박근혜 대통령은 저에게 있어서는 최초의 등대였습니다. 평상시에 가까이 모시고 뵈었던 박 대통령의 모든 것이 그대로 오늘 (인터뷰에) 드러나 있더라고요. 아주 한 말씀, 한 말씀이 평소 제가 들어왔던 박근혜 그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202311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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