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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존 던 교수와의 대화 

“최근 한반도 상황 매우 위험… 국내 정치분열 극복이 최대 과제” 

“한국 내 극렬한 정치적 분쟁 걱정돼… 적대감 버리고 같이 협력해야”
“한국의 안보를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의존하게 된다면 위험천만한 일”


▎존던 교수와 한상진 교수. 9월 1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평화와 통합의 세계 지도자 김대중·브란트·만델라’ 국제학술회의 뒤 대담을 진행했다. / 사진:중민재단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엄중해진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존 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와 나눈 특별 대담을 요약해 싣는다. 이 대화는 2023년 9월 1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이루어졌다. 대화 전문은 학술전문지 [사회와 이론] 46집(11월 30일 발간 예정)에 실릴 예정이다. 두 교수는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의 정착은 결국 햇볕정책에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2019년부터 학문활동과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편집자 주]

한상진: “최근 교수님께서는 한국의 김대중, 독일의 빌리 브란트,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서울의 국제학술행사에서 기조발제를 해주셨습니다. 김대중의 정치유산을 깊고 넓은 국제적 안목으로 조명해주신 발제는 매우 신선하고 유익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등의 축사도 감동적이었죠. 하지만 땅으로 내려와 보면 한반도의 현실은 교수님이 말씀하신 지속 가능한 평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존 던: “오늘날 한반도 평화의 최대 위험은, 한반도의 권력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결정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북한에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현 집권자(김정은)가 매우 모험적이고 잔인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현재는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트럼프가 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북한의 관점에서는 바로 그 기회를 뜻하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기본 안보의 면에서 한국의 입장은 현저히 약화되고 국내정치나 국제적 위상에 미치는 함의도 매우 어둡게 됩니다. 한국은 새로운 위험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정치적 리더십은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입니다.”

트럼프 재집권하면 김정은 ‘결정적 행동’ 할 수도


▎존던 교수는 “바이든은 행정은 잘하고 있지만 대중을 향한 연출에서는 특출한 능력이 없다며, 그래서 투박하고 혐오스러운 코미디언인 트럼프에게 압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0년 대선 당시의 트럼프와 바이든. / 사진:연합뉴스
한상진: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존 던: “그가 재입성한다면 이것은 여러 사건의 결과일 것입니다. 역사는 이런 사건들의 결과에 열려 있죠.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그저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니라 공직생활에서 사실상 매력 없이 늙었습니다. 그가 부통령일 때 그는 특별히 인상적인 것이 없는 비대중적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상대 트럼프는 매우 효과적으로 텔레비전을 활용하는 놀라운 재능을 가진 일종의 하류 코미디언이었고요. 또한 여러 면에서 놀라울 만큼 무식한 사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정치적으로 터무니없게 분열된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도 딱 맞습니다. 이런 분열의 길에 오래 있다 보면 사람들은 돌아오고 싶을 텐데, 수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 표를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 또한 위험한 일입니다. 이들은 트럼프가 어떤 사람이며, 얼마나 거짓말을 잘 하고 부도덕한지, 또한 경망한지, 더 나아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당파적이고 강한 기독교 신자로서의 자기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은 트럼프가 수많은 혐의로 기소되는 과정에 있음에도 그에게 표를 던질 것입니다. 그는 미국 국가를 전복하려는 음모에 관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치인은 일단 뒤로 물러섭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에 투표할 것이고, 바이든에 투표할 사람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의 역사적 기록으로 볼 때, 바이든 행정부는 양호한 미국 행정부에 속하기는 합니다. 리더십 측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특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가 관리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국내 정치문제들을 처리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과거보다 더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죠. 그러나 정치에 관한 한 그렇지가 않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환호의 함성으로 경쟁하는 정치에 속하죠. 대통령이 되려면 자신이 환호의 정치를 수행하고 모든 공중매체에서 그렇게 행동해야 합니다. 바이든은 행정의 면에서는 잘하고 있지만 국민 대중을 향한 연출에서는 특출한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투박하고 혐오스러운 코미디언인 트럼프에게 압도당하고 있습니다.”

한상진: “다차원적으로 한반도의 위험을 경고하고 계신데, 그 위험의 성격에 대해 더 설명해주시죠.”

존 던: “‘위험’이라는 말로 내가 뜻하는 것은 북한은 어떤 측면에서는 매우 약한 정권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매우 강한 정권이라는 의미입니다. 강한 이유는 세계의 여러 지역을 위협할 수 있고, 특히 남한 국민들을 끔찍하게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을 각고의 노력으로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그 능력의 야망이 자신의 보호에 국한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믿을 수 없습니다. 애당초 북한정권은 자신의 취약성 때문에 엄청난 경각심으로 그 능력을 획득한 것입니다.”

북한 내부의 리더십 불안이 억압적 강도 높여


▎‘평화와 통합의 세계 지도자 김대중·브란트·만델라’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 장면. 존던 교수와 한상진 교수가 함께 참석했다. / 사진:중민재단
한상진: “위험과 함께 북한의 위협에 관해 말씀하고 계시는데, 남북한 관계에서 위협은 어느 한쪽에서만 나오는 것인가요?”

존 던: “위협은 단순히 북한이 남한에 가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북한 주도세력의 상상에서 보자면, 남한이 북한에 가하는 위협도 작용합니다. 이 상상은 정직한 가식 같은 것으로서, 실제로는 두려움이 작용합니다. 그 두려움은 북한정권의 실패 때문이죠. 한때는 북한 정권이 믿기를, 역사는 자기편이라고 선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세계를 이끄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있고 이것이 각 지역에서 승리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류로 판명되었습니다. 북한의 억압적 강도는 리더십 불안감의 척도 기능을 합니다. 공포에 떠는 정권이 이런 억압을 저지릅니다. 스스로 환경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느끼는 정권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오지 않아요. 이런 정권은 자신의 시민들을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자국민을 기아상태에 몰아넣고 통제하려는 정권은 그들의 선택을 최대한 빼앗고 억압 정책을 가차없이 수행합니다. 소련 연방의 낙관적인 상상의 역사를 보면, 이런 정책이 마치 고도 산업사회의 효과적 관리인 것처럼 취급하는 왜곡된 자긍심도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상이 갈수록 점점 쪼개지고 협소해져 결국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행위능력으로 변합니다. 밖에서 보면 이런 정권은 매우 막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눈으로 보면 전혀 강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단지 룰렛 휠(roulette wheel) 확률바퀴의 특정 번호에 절망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한상진: “관찰이 흥미롭습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동에 대응해서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질문이 제기됩니다. 특히 북한은 변동하는 국제정치의 맥락 안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하는 국가중심의 지상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어떤 대책이 있을까요?”

가장 심각한 위험은 한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


▎존던 교수는 러시아가 핵을 무기 삼으며 파국적으로 실패하는 것처럼, 북한정권도 파국적으로 실패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사진은 9월 14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아 웃는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존 던: “‘모르겠다’가 정직한 대답입니다. 명백한 점은 무엇인가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매우 높은 수준에서 국가적 합의를 능란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본의 식민통치가 끝난 후 한국인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심각한 위험은 정치적 분파들 간의 적대감, 심대한 정치적 분열에 있습니다. 분열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면, 한국이 초지일관 자신감을 가지고 안정적인 정책을 추진하기가 한결 용이했을 것입니다. 북한과의 타협에서도 훨씬 막강한 위치에 섰을 것입니다. 통합된 국민을 대변한다는 점이 분명해졌을 테니까요. 이 정치적 자산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나는 요즘 우크라이나 경험을 통해 한국문제를 자주 생각합니다. 내가 최초로 우크라이나 정치에 관심을 가졌을 때, 우크라이나는 잘 통합된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민족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었어요. 내가 잘 아는 어느 남부 도시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것처럼 취급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다른 두 개의 언어가 사용되었고 서로 다른 역사에서 기인하는 정치적 분열이 매우 컸습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적 가치가 상이하며 서로에 대한 공감 정도가 약했죠. 하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도시는 러시아 도시였고 최소한 러시아인의 휴양지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이곳 시민들이 더 이상 이 도시를 러시아 도시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일어서서 자신을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유의 기회를 포착했고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단결된 민족의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한상진: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는 이유를 보다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러시아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투쟁을 사례로 삼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하여 주변 강국들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얻으려는 남한의 필사적인 노력을 우크라이나와 비교해보려는 것인가요?”

존 던: “내 생각에 두 가지 조건들이 연동되어 상승 작동합니다. 하나는 한국시민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조건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20년, 30년 전과 달리 오늘날 직면하는 지정학적 국면입니다. 한반도에서 사람들이 어느 쪽으로 가건 지정학적 맥락이 경로를 지배합니다. 북쪽에서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남쪽에서는 국가라는 정치적 공간 안에서 시민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성취하고자 원했던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렇지만 지정학적 맥락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북한, 러시아처럼 핵무기로 파국적 실패의 길 걸어


▎존던 교수와 한상진 교수는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의 정착은 결국 햇볕정책에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2019년부터 학문활동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중민재단
한상진: “정권안보에 불안을 느낀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와 더욱 밀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존 던: “러시아 정권은 북한 정권과 유사하게 매우 역진적입니다. 러시아 정권도 많은 국민을 빈곤 속에 방치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정권 자체가 엉성하게 조직되어 있고 시민 다수의 경험에 철저하게 무관심한 채 국제정치적인 권력 프로젝트에 과잉투자를 하고 있어요. 현재는 우크라이나에서 터무니없이 끔찍한 전쟁을 일삼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단순히 우크라이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에스토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모든 주변 국가를 위협하며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여 한국도 그 주변에 있습니다. 강대국 러시아가 파국적으로 실패하는 것처럼 북한 정권도 파국적으로 실패하고 있습니다.

그 두 정권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핵무기가 공통점입니다. 러시아와 북한 지도자의 연령은 물론 다릅니다. 푸틴은 매우 고령은 아니지만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그는 갈수록 절망적이 되고 있어요. 김정은은 절망적이지는 않지만 그를 앞선 왕조 체제가 북한 인민에게 한 일 때문에 겁을 먹고 있습니다.”

한상진: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존 던: “중국은 미래로 연결되어야 할 인구학적 전망과 구조전환이 요구되는 경제모델의 결합으로 특징됩니다. 중국은 미국의 영토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권력을 보여줄, 진정으로 가공할 군사적 동원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계는 어느 나라의 경계보다 훨씬 넓습니다. 또한 중국은 떨어져 나간 대만을 영토방위의 관점에서 재통합해야 할 매우 구체적인 정치적 목표를 지니고 있죠. 바로 여기에 매우 위험한 시간 측면이 작동합니다. 한편으로는 최대로 강력한 지도자가 중국에 있죠. 시진핑은 모든 정적을 제거하고 중국을 이끌 헌법적 지위를 자신에게 부여했습니다. 더 이상 젊은 나이가 아닌 그가 10년 뒤에도 현재처럼 막강할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가 최고권력의 자리에 올랐을 당시 중국의 전망은 현재보다 훨씬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전망은 많은 면에서 빨리 훼손되었습니다. 이것도 위험한 일입니다. 이런 군사적 능력을 가진 정권이 누구도 성사시킬 수 없었던 방식으로 영토적 야심과 자신의 강한 권력을 미래에 투영하려는 것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의 정치적 연합이 뜻하는 것은 이들이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혜택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의 적의 적은 나의 동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죠. 이들은 분명 협력의 일정한 토대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매우 수단적일 뿐이며 이들을 하나로 묶을 어떤 상상력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 안보를 어느 한쪽에 맡기는 건 매우 위험

한상진: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동의 맥락에서 남한이 미국 쪽으로 너무 가깝게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누가 주장한다면 어떻게 응답하시겠습니까?”

존 던: “글쎄요. 남한의 미래는 남한에 달려 있습니다. 남한의 안보를 어느 한쪽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우매한 일이겠죠. 하나의 정치적 쟁점은 이런 것이죠. 미국 바이든 대통령 하에서 방위 목적으로 한국이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지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경험을 보자면, 한국의 국민이 자신의 안보를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입니다. 이것은 정말로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한상진: “한반도가 오늘날 매우 위험하다는 진단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리라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정치가 직면한 문제 또는 가능성을 탐색했으면 합니다.”

존 던: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보수진영과 편의상 진보 또는 비보수라고 부를 수 있는 진영 사이의 극렬한 정치적 분쟁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는 1945년 이후의 어느 때보다 남한의 시민들이 서로를 향해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실천적으로 같이 협력하여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자신이 거둔 성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시민들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시민은 분열에 대항하여 분연히 일어서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우스꽝스러운 일이겠죠. 이런 공격이 어느 미래에 실제로 발생하리라고 나는 상상하지 않지만 만일 발생한다면 이것은 실로 매우 무서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에 어떤 방위능력이 있는지 나는 모르지만 남한의 국가정보기관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과제겠죠. 북한 정부의 경우, 특히 위험한 것은 국내의 공포 수준이 현저히 높아지는 것입니다. 한 정권이 절망적으로 변할 때 또한 절망적인 도박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저질러진 가장 절망적인 도박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를 비웃는 미국 대통령도 이런 사태에 만족할 리가 없고 중국 역시 매우 놀랄 것이 명백합니다. 때문에 남한 정부가 자신의 국가위상 개선을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외교적·지정학적 공간은 상당히 열려 있습니다.”

한상진: “교수님과 대화하면서 저는 교수님께서 관찰한 대로 현실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오늘도 여러 흥미로운 대목들이 있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우크라이나, 한국에 걸친 관찰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될지 보고자 합니다. 대화를 마치면서 저의 평범한 질문에 사려 깊은 대답을 주신 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연세를 감안할 때, 장거리 여행을 하셨으면서도 매우 정력적으로 발언하시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욱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존던(John Dunn, 83) - 존 로크 정치사상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1966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킹스칼리지에서 역사학을 가르쳤고 1987년부터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정치이론 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근대 혁명] [미래를 향한 서구정치이론] [사회주의 정치] [근대 정치의 경제적 한계] [정치적 책임의 해석] [민주주의: 미완의 여행]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민주주의 얘기] [민주주의 마법 파괴] 등이 있다.

※ 한상진(78) - 중민(中民)이론으로 한국민주화 과정과 주체를 설명했다. 1981년부터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쳤고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 중국 베이징대학 등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했다. 저서로는 [한국사회와 관료적 권위주의] [중민이론의 탐색] [한국: 제3의 길을 찾아서] [유교와 성찰적 근대] [분단국가와 전환기 정의] [위험사회를 넘어] [아시아 전통과 코스모폴리탄 정치:김대중과의 대화] 등이 있다.

202311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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