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덕수궁 돌담길 

 

장인수

▎덕수궁 돌담길.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겨울의 근육을 휘어잡아
배면을 세운 돌담길
울타리와 가림막 스크린에
얼레처럼 풀어진 나무의 잿빛 혈관이
햇빛의 그물 사이로
벽돌의 대리석 단층으로
구렁이 허물 같은 기왓장 사이로
그림자 연기를 펼치고 있다
궁궐의 야사처럼
표정을 숨긴 그림자가
구워진 슬픈 공기를 벽돌에 바르고 있다
나무의 혈관에서 흘러나온
돌담길의 혈흔을 살피고 있는 행인

※ 장인수 - 1968년 충북 진천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 2003년 계간 [시인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유리창](문학세계사, 2006)과 [온순한 뿔](황금알, 2009), [천방지축 똥꼬발랄](달아실, 2020)이 있음. 현재 서울 중산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202402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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