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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II | 키워드로 보는 22대 총선 4대 격전지 관전 포인트] ‘3자 구도’ 경기 용인갑, ‘반도체 수도’에서 누가 웃을까 

경찰 출신 이상식, ‘용핵관’ 이원모 팽팽…, 양향자 후보 득표력에 따라 당락 요동 

박상현 헤럴드경제 정치부 기자
‘윤석열 사단’ 이원모 인사비서관 차출,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후보와 신경전
이상식 민주당 후보도 가세…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속도와 교통 정책이 쟁점


▎이상식 민주당 후보는 용인 토박이는 아니지만, 현역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을 경선에서 제쳤다. / 사진:이상식 캠프
다가올 4·10 총선, ‘반도체 벨트’의 중심에서 웃는 이는 누가 될까?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 10일,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 용인갑 지역구의 3파전 구도가 최종 확정됐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정부 초대 인사비서관을 지낸 검찰 출신 이원모 예비후보가 우선추천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부산경찰청장을 지낸 이상식 예비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을 치르게 됐다. 여기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낸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까지 더해 용인갑에선 세 사람의 치열한 승부가 예고된다. 특히나 세 예비후보 모두 용인에 연고가 없는 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변수가 많다. 그동안의 선거 추이와 후보자들의 면면이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 될 터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전역을 선거구로 삼는 용인갑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지난 19대 총선부터 21대까지 이우현(새누리당)·정찬민(미래통합당) 등 모두 보수당 소속 후보가 승리한 이른바 보수의 ‘양지’다.

이우현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5만9823표(50.89%)를 얻어 우제창 민주통합당 후보(5만5840표, 47.50%)를 제쳤고, 20대 총선에선 4만2777표(44.93%)로 3만4554표(36.29%)를 얻은 백군기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용인시장을 지내다 21대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 후보로 나와 원내에 입성한 정찬민 전 의원도 6만9826표(53.14%)를 얻어 오세영 민주당 후보(6만357표)를 꺾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가까이 열렸던 두 차례의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후보 입장에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당시 처인구에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표심이 쏠렸다. 윤석열 후보는 7만5105표(46.64%)를 받았지만, 이재명 후보는 8만188표(49.80%)를 얻었다.

지난 7·8회 지방선거의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도지사와 시장을 한 번씩 주고받았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53.47%)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38.88%)와 붙어 승리했고, 용인시장 또한 백군기 민주당 후보(51.09%)가 정찬민 자유한국당 후보(44.37%)에 앞섰다. 반면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선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비록 도지사 선거에선 낙선했지만, 이 지역에선 52.45%의 득표율을 얻어 김동연 민주당 후보(45.45%)보다 7%p 앞섰다. 재선에 도전한 백군기 전 용인시장(41.85%)은 이상일 국민의힘 후보(58.14%)에게 밀려 결국 자리를 내줬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용인갑 선거 역시 관성적으로 보수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용인은 전반적으로 국민의힘 흐름이 강할 것”이라며 “지방선거 때를 보면 굉장히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고, 일종의 종부세 권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향자와 이원모의 공약 표절 시비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는 강남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용인갑으로 선회했다. / 사진:이원모 페이스북
경기 용인갑의 가장 큰 현안은 단연 ‘반도체 클러스터’다. 윤석열 정부 역점 과제이기도 한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지역에 자리한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경기 용인갑의 거대한 변화를 이끌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때문에 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저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기 완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후보들 간 공약을 둘러싼 ‘설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다만 이상식 후보의 경우 설전 이후인 지난 10일에야 경선에서 승리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첫 탄환은 양향자 개혁신당 후보가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쐈다. 양 후보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 반도체 마이스터고, 과학고 유치, 대형 쇼핑센터 유치, 기대했던 이원모 후보의 출마 선언.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전 제가 출마 선언 때 발표한 공약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베껴 썼다”며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지만 원작자 허락 없이 따라 하면 표절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원모 후보는 이에 “억지 논란 제기를 중단하라”며 맞받았다. 이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양 후보가 지목한 공약들을 열거하며 “이상일 현 용인시장이 과거부터 수차례 발표했던 내용”이라며 “조기 착공에 관하여 용인특례시는 이미 건축허가 업무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한 ‘TF(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원모 후보는 우선공천을 받으며 기존 후보들의 훌륭한 공약들을 계승해 발전, 실현하기로 약속드린 바 있다”며 “핵심은 ‘무엇’이 아니라 ‘얼마나’다. 국가 차원의 반도체 클러스터의 완성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입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파전 속 누구도 우세 장담 못해


▎개혁신당은 양향자 의원을 용인갑에 투입했다. 이준석 대표는 화성을, 이원욱 의원은 화성정에 배치했다. 반도체 벨트에 당의 명운을 걸었다. / 사진:연합뉴스
이원모 후보의 반박 직후, 양 후보는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 인프라 예산이 ‘0원’인 것 알고 있느냐”고 되받았다. 양 후보는 “지난 4년간 끝없는 여야의 정쟁 속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한 사람”이라며 “대기업 특혜론으로 첨단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민주당과 싸웠고, 용인 특화단지 인프라 예산을 1원도 편성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국민의힘과 싸워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 용인갑에 나선 세 후보들의 공약집엔 ‘교통난 해소’를 위한 공약이 담겼다. 이는 원도심이 많은 처인구의 특성과 반도체 생산 시설이 늘어날 경우, 출퇴근 차량의 증가로 교통이 더욱 혼잡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모 후보는 “임기 내 첫 삽을 뜰 것”이라며 경기 광주역부터 남사역까지 이어지는 경강선 연장선 신설과 동탄역과 부발역을 잇는 동탄 부발선 신설을 공약했다. 이상식 후보도 열악한 교통·문화 인프라 개선과 국지도 57번 단절 구간 조기 개통 등을 내걸었다. 양향자 후보 또한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계획에 도로 인프라를 포함하고, 기존 연결도로 차선 확대 신속 추진을 통한 ‘반도체 메가 고속도로’를 건설해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용인갑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거대 양당의 검·경 출신 대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라는 구도가 그려진다. 이른바 검찰 특수통 출신인 이원모 후보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며 ‘찐윤’이란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이원모 후보는 “친윤 수식어도 과감히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등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상식 후보는 경찰대학에 수석 입학해, 경찰 재직 시절 행정안전부와 청와대에 파견됐고 부산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을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에서 상무까지 지낸 양향자 후보는 스스로를 ‘반도체 전문가’라고 강조하며 양당 후보와의 차별점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300명 중 유일한 반도체 전문가’이자, ‘여야 모두의 반도체 위원장’을 맡았던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양 후보의 개인 역량이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등에 업은 양당 구도를 깰 수 있을지가 용인갑 선거의 포인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3파전이 됐다는 것은 제3당 후보가 여당표를 갖고 올 건지, 야당표를 갖고 올 건지가 관건이다. 다만 이 지역은 향후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상징성 때문에 정부·여당에 힘이 실릴 개연성이 더 높다”고 바라봤다. 양 후보의 득표력이 어느 정도일지, 국민의힘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어느 진영 표를 더 잠식할지에 따라 선거 판세가 갈릴 것이다.

- 박상현 헤럴드경제 정치부 기자 pooh@heraldcorp.com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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