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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II | 키워드로 보는 22대 총선 4대 격전지 관전 포인트] 공주·부여·청양 박수현 vs 정진석 

충청 민심 바로미터… 전·현직 대통령 복심들의 재격돌로 눈길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박수현, ‘친명’ 따르지 않고도 뚝심으로 지역구 닦아내 공천 받아
정진석, 윤 대통령에 대한 충심 드러내며 ‘한동훈 마케팅’ 선 그어


▎정진석(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충남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에서 세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 사진:페이스북
4월 10일 총선에서 충남의 공주·부여·청양 선거구는 현역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세 번째 대결이 확정되며 충청권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지난 20·21대 선거 모두 정진석 후보가 승리했지만 각각 3.2%p, 2.2%p 차 박빙으로 끝난 만큼 이번 선거도 백중지세가 될 공산이 크다. 실제 두 차례 선거에서 과반 득표는 나오지 않았으며, 선거를 치를 때마다 표차도 줄어들었다.

공주·부여·청양 선거구는 충청의 금강벨트를 관통하는 정치 1번지로 인식된다. 당초 이 선거구는 공주와 부여·청양으로 나뉘어 있었으나 지난 20대 총선부터 통합됐다. 공주 출신인 정진석 후보는 이곳을 배경으로 5선을, 그의 부친 정석모 전 의원은 6선을 하면서 부자가 무려 11선을 했다. 정 후보는 지난 20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새누리당 원내대표·국회 사무총장·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국회부의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중진으로 거듭났다.

정 후보의 정무 능력은 이합집산이 판을 치는 여의도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탁월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10년 세종시 문제로 한나라당이 내분을 겪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을 주선했고, 이후에도 불거진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을 조율하는 등 중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일찍이 충청대망론을 띄우며 윤 대통령의 정치권 입문에 앞장선 것도 정 후보였다.

정 후보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의 반감 정서가 싹트는 와중에도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스타급 행보로 존재감이 커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후광에 기대는 스탠스에도 선을 그었다. 한 수도권 의원실 관계자가 “여론조사 내내 상대 후보에게 밀려 있었으나 한 위원장의 지원유세에 급반전이 일어났다”고 털어놓을 만큼 한 위원장의 파워는 상당하다. 그럼에도 정 후보는 2월 16일 단수공천을 확정받은 후, “다른 사람들은 다 윤 대통령을 멀리할지 몰라도 우리는 윤 대통령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충정이 선거라는 난세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그의 정무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당보다 인물론 대결… 법정 공방도 후끈

공주 태생인 박수현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공주시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당시 정 후보가 지역구를 바꾼 탓에 둘의 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충청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전폭 지지를 받은 박종준 새누리당 후보를 꺾는 기염을 토해냈다. 지역민 인지도 측면에서 정 후보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셈이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주시장·부여군수·청양군수 모두를 당선시키면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2020년 9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정무부시장직을 제안받았으나 지역구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사양하기도 했다.

박 후보의 장점이라면 민주당 대변인과 원내 대변인 등 당 대변인만 세 번 거치면서 언론 소통과 친화력 측면에서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19대 의원 시절 기자들이 선정한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을 2년 연속 수상, ‘백봉 신사상’도 받은 바 있다.

그런 박 후보가 현재 당내에서 대세를 따르지 않는 정 후보와 결이 비슷하다는 점은 흥미롭다. 문재인정부 대통령실에서 첫 대변인을 지낸 박 후보는 명실상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분류된다. 최근 공천 전쟁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의 잇따른 승리로 불거진 사천(私薦) 논란이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는 이때도 박 후보는 뚜렷한 계파 색채를 드러내지 않은 채 선거에 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전 수석이 험지를 오래도록 갈고 닦았고, 그에 비견될 경쟁자도 없으니 단수공천을 받은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세 번째 맞대결로 서로가 익숙한 두 후보는 선의의 대결을 약속한 상태다. 인구 소멸과 농촌 절벽이라는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선거가 과열될 경우 난타전이 될 불씨는 존재한다. 지난해 8월 정 후보는 공주 ‘제2 금강교’ 건설을 일컬어 “시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새 교량 건설을 밀어붙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인도조차 없는 2차선 교량”임을 지적하며 공주시에 크게 부담되는 건설 비용 문제도 비판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지난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 후보를 겨냥, “실형을 받고 재판 중에 있는 이 지역 귀당 현역 국회의원 공천은 어찌하실 생각이냐”며 한 위원장에게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 후보도 유엔 해비탯 한국위원회 문제로 법정 공방의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유엔(UN) 산하 기구를 사칭해 기부금을 모았다는 의혹으로 유엔 해비탯 한국위원회를 고소했다. 고소 대상은 유엔 해비탯 한국위원회와 초대 회장인 박 후보, 전 회장인 최기록 변호사다.

현재 두 후보는 공주시 신관동에 선거캠프를 차리고 지역민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두 선거캠프의 거리는 불과 1㎞ 남짓. 선의의 경쟁을 표방하더라도 물밑에서는 서로에 대한 정보수집은 물론, 부정 이슈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것이 선거의 현실이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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