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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II | 키워드로 보는 22대 총선 4대 격전지 관전 포인트] ‘운동권 빅매치’ 서울 마포을 정청래 vs 함운경 

“소각장 문제는 방관하더니 선거철 되니 표 달라고…”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정청래 지지자 “소각장 책임 있는 시·구청장 다 국민의힘… 구관이 명관”
함운경 지지자 “현역 의원, 친명에 줄선 것 말고 한 게 뭐 있나?… 바꿔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마포을)이 3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중앙일보 기자
'소각장도 못 막으면 총선 나올 생각 말라. 능력 없는 정치인 아웃’, ‘서울시 입지 선정은 주민 배제. 법령 위반. 마포 추가 소각장 원천 무효’, ‘사기꾼 오세훈아 더 이상 못 살겠다. 마포구민 집단 이주시켜라’ 서울시 추가 쓰레기 소각장 건립이 예정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근 서울상암초등학교 주변에 걸린 현수막들이다.

4·10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은 운동권 후보 간 대결로 주목 받은 선거구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 정치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인 ‘탈운동권’ 함운경 후보가 맞붙은 까닭이다. 함 후보는 1985년 서울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다. 이후 전향해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마포을 지역구를 ‘운동권 빅매치’로 지칭한다. 그러나 실제 유권자들 생각은 다르다. 상암동 곳곳에 걸린 현수막 내용처럼 마포 쓰레기 소각장을 막을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신규 소각장은 이르면 2027년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운전에 돌입한다.

상암월드컵파크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A(51)씨는 “상암에는 그렇지 않아도 난지도 소각장과 열병합발전소 등 기피 시설이 많다”며 “정청래 의원이 그동안 소각장 건립 문제에 미온적이었던 데 대한 불만도 있지만, 이 문제에는 국민의힘 태생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걸려 있고, 현직 구청장도 여당 출신인 만큼 그에 대한 반감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A씨는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소각장이 생겨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젊은 엄마들이 중심이 돼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주민들이 십시일반해 소송비용도 마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젊은 유권자 비율이 높아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선거구가 마포라는 점도 부담 요소다. 서울시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 기준 마포구의 15~64세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은 75.6%다. 이는 관악구(77.3%)와 광진구(76.2%)에 이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셋째 수준이다. 마포구의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15.3%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그 비중이 가장 낮다.

마포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2를 관할하는 마포을은 여건이 더욱 불리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강동, 서교동, 합정동, 망원1·2동, 연남동, 성산1·2동, 상암동이 마포을 선거구다. 합정동에는 홍대 거리가 위치해 있다. 상암동은 물론 성산1·2동, 망원1·2동 등에도 젊은 1인 가구가 많은 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업무시설인 KGIT센터와 누리꿈스퀘어 등을 빼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상암동 일대는 CJ ENM, MBC, YTN, JTBC 등의 본사 건물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상전벽해를 이뤘다. 상암이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단지가 되면서 드라마·교양·예능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하는 소규모 프로덕션들도 이곳에 밀집해 있다.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계속되는 이유다.

성산2동에 사는 B(29·여) 씨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야당 지지 성향이 센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반면 이번에는 ‘좀 바꿔보자’는 기류도 감지된다. 망원2동에 거주하는 C(58) 씨는 “이 동네는 영화 [추격자]에서 자동차 추격 신을 촬영한 실제 현장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낙후한 곳”이라면서 “오래된 ‘빌라건물 집주인’ 등을 중심으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한데, 국회의원 나리는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마포을은 2008년 제18대 강용석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 당선 이후 세 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내리 승리한 곳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엔 험지인 것이 현실이다.

홍대 거리 등 젊은이 많아 야권 성향 강해


▎함운경 국민의힘 4·10 총선 마포을 후보가 3월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시민들과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중앙일보 기자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를 받아 3월 8~10일 마포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역 3선 정청래 의원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41%였다.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2%로, 정 의원이 9%p 차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3월 9~10일 마포을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정 의원이 44%, 함 후보가 28%의 지지를 받았다. 경쟁자 간 격차가 한국리서치 조사보다도 훨씬 더 벌어진다.

마포구민들 사이에서는 ‘님비(Not In My Back yard)’ 시설인 쓰레기 소각장 건립 이슈와는 달리 ‘상암 DMC 랜드마크’ 건립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한 불만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표류해 온 ‘상암 롯데몰’ 개발 사업을 비롯해 상암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종합병원을 신설하는 것도 구민 숙원 사안으로 꼽힌다.

함 후보는 여당 후보인 만큼, 시장·구청장과 협의해 쓰레기 소각장 추가 건립 문제를 최대한 현실적·합리적으로 풀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함 후보는 “서울시의 기존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골자로, 민생 기술을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소각장을 늘리지 않고도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서울시 차원의 쓰레기 감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95년부터 추진된 1기 소각장은 민주당 소속 노승환 당시 구청장이 추진했다”며 “2022년 8월 마포구로 추가 소각장 부지가 선정될 당시 부지선정위원회 자체가 이미 민주당 주도로 오래 전 구성돼 있었던 만큼, 마포의 민주당 정치인은 주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함 후보는 “국민의힘 출신 시장·구청장과 머리를 맞대고 DMC 랜드마크 건립 등 주요 현안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포가 운동권 빅매치? 뭣이 중헌디?

터줏대감 격인 정 의원 측은 함 후보 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선거에 임하는 모양새다.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마포을은 격전지가 아닌, 민주당 쪽으로 승세가 기운 선거구 중 하나”라면서 “저희로서는 언론에 부각되는 것보다 묵묵히 표밭을 다지는 게 선거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 대응도 평소 의원께서 직접 컨트롤하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정 의원은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공천 과정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비명횡사’ 논란이 불거진 것을 두고 ‘소신 발언’으로 대응해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명 ‘사이다’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정 의원은 2월 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시대마다 시대정신이 있다”며 “이재명은 민주당의 시대정신이고 상징”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깃발로 총 단결해 시대적 소명인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총선에서 승리하자”고 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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