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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경준 경실련 정책위원장이 말하는 4·10 총선 ‘정책선거론’ 

“저출생·고령화 등 공동체 과제 산적… 함량 미달 의원 뽑으면 많은 것 놓칠 것”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거대 양당, 이번에도 위성정당 만들어 준연동형제 취지 훼손시켜”
“정당은 스스로 바뀌지 않아… 국민이 투표 통해 정책 선거 유도해야”


▎박경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이 3월 7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정당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니 국민이 정책선거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비례대표 정당인 ‘국민의 미래’,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을 창당했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경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만난 이유다. 박 위원장은 최근 ‘22대 총선 핵심공약 제안 및 정책선거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총선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 공약의 경연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박 위원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위원 등을 지냈다. 사법연수원 33기를 수료했으며, ‘법무법인 인의’ 대표변호사이기도 하다.

“정치 실종… 양당제 타파가 해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정한 공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를 총평한다면?

“하는 일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정치가 실종됐으며, 거대 양당은 대립과 반목만 했다. 소통과 타협은 사라졌고 상대 정당에 대한 비난만 일삼았다. 또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제 취지를 훼손시켰다.”

경실련은 지난 1월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공천 배제(34명)와 자질 검증(72명)을 촉구하는 명단을 공개했다. 이어 3월에는 전과 이력을 갖고 있거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받는 현역 의원의 약 88%가 정당 공천 심사 기준을 통과했다며 “현재의 정당 공천 심사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당은 부적격·불성실 의원(후보)을 왜 걸러내지 못할까?

“정당이 국민의 민생을 해결하려는 문제의식을 갖고 운영됐다면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 누군지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표와 얼마만큼 친분이 있느냐’, ‘정당의 입장을 얼마나 잘 대변하느냐’를 기준으로 줄 세우기를 한다. 의원들도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기보다 정당에 충성하는 쪽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당이 스스로 바뀌면 최선이겠지만, 변화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국민이 정책선거(후보들이 정책을 기준으로 대결하는 선거)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

정당 간판만 걸면 당선되는 상황에서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당이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 선명하지 않다 보니 그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인들도 공약보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데 더 공을 들인다. 정책선거보다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해결 방법이 있을까?

“거대 양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양당제 타파가 해답이다. 거대 양당이 ‘이렇게 안주하다가는 1·2당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겠다’라고 할 정도의 위기의식을 느껴야만 양질의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정책선거로의 전환이 쉽지 않겠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2대 총선의 키워드 중 하나는 ‘신당 바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3월 10일 기준)은 56개로 21대 총선(51개) 때보다 5개가 늘었다. 창당준비위원회 12개를 포함하면 이번 22대 총선에서 정당 수는 68개로 늘어날 수 있다.

경실련은 “군소정당들은 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하고 독자적 생존 경로를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거대 양당이 준연동형제를 악용해 위성정당을 만들고 군소정당을 흡수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당제를 통해 소수의 지지자도 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준연동형제 취지에도 반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위성정당이라는 탈법적인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위성정당 방지할 법안 필요하다”

경실련은 22대 국회에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위성정당 방지법’(가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제와 관련해서는 완전 연동형제를 정착시키는 정치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 그 외에도 사회적인 담론이 필요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고, 모인 다양한 의견들이 정당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22대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유권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 4차 산업혁명, 저출생·고령화 등 다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22대 총선에서 함량 미달의 국회의원이 뽑히면 격동하는 이 시기에 매우 많은 것을 놓칠 수가 있다. ‘우리의 4년을 책임질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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