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프로야구 개막 특집] 류현진 컴백, 역대급 전력 평준화 이뤄진 2024 KBO리그 대전망 

“전국구 구단 떠오른 한화, 3강(LG·KT·KIA) 구도에 도전” 

김효경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선발진 환골탈태 한화 암흑기 탈출 기대, KIA와 롯데·SSG는 감독 교체하며 쇄신
삼성·키움 뺀 8개팀 5강 경쟁 예상… 피치 클락과 ABS, 시프트 금지 도입은 변수


▎류현진 효과는 시범경기부터 발휘되고 있다. 9일 열린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한화의 홈필드 대전 이글스파크에는 암표가 등장하는 등, 1만2000명 만원관중이라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고(故) 토미 라소다 LA 다저스 감독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야구팬들의 슬픔은 이제 곧 끝난다. 2024시즌 프로야구가 3월 23일 드디어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야구계에선 올 시즌 역대급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12년 만에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 이글스가 흥행 돌풍의 중심이다. 나머지 9개 구단과 야구 전문가는 한화를 다크호스로 꼽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와 다른 팀의 전력 차도 크지 않다.

규칙 변경에 따른 경기 양상 변화도 예상된다. ‘로봇 심판’으로 불렸던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적용되고, 투구 시간을 당기는 ‘피치 클락’이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베이스 크기가 커지면서 거리가 짧아져 주루플레이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7시즌 동안 통산 98승을 거두며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2012시즌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로 떠난 류현진은 성공 가도를 달렸다. LA 다저스에서 톱클래스 투수임을 증명한 뒤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FA 계약(4년 총액 8000만 달러)까지 해냈다. 토론토와 4년 계약이 종료됐고, FA 자격을 다시 얻었다. 하지만 1년 계약을 원했던 류현진의 입맛에 맞는 조건을 제시한 구단이 없었고, 결국 친정팀 한화 복귀를 결정했다. 지난달 22일 류현진의 계약이 공식 발표됐고, 류현진은 이튿날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 꾸려진 한화 스프링캠프로 향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첫 불펜 투구 영상은 구단 유튜브 구독자 숫자(24만 명)의 세 배가 넘는 조회 수(79만 명)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3월 23일 개막전 선발로 나설 자신이 있다. LG 트윈스를 상대로 승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7일엔 대전구장 마운드에 섰다.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열린 팀 내 청백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2012년 10월 4일 히어로즈전 이후 무려 4172일 만의 등판. 한화 구단 자체 중계 시청자는 무려 7만 명을 넘겼다. 2018년 이후 5시즌 동안 9위-10위-10위-10위-9위에 머무르면서 팀을 재건하는 동안 움츠러들었던 한화 팬들의 어깨가 펴졌다. 영상 8도로 비교적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패스트볼 최고 속도는 시속 144㎞까지 나왔다. 2일 라이브 피칭보다 5㎞ 빨라지면서 좋아진 컨디션을 뽐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평균구속(88.6마일, 약 142㎞)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았다. 몸쪽을 파고드는 공에 타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3이닝 동안 안타 1개(2루타)를 내주며 1실점한 류현진은 밝은 표정으로 “내가 경쟁력이 있을 때 팀에 돌아온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스스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류현진 합류로 리빌딩 완료, 독수리 날아오를까

류현진의 복귀는 단순한 투수 한 명의 가세 이상으로 평가된다. 한화는 KBO리그 최초로 시속 160㎞를 뿌린 문동주와 함께 강력한 선발진을 구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등번호 99번 류현진과 1번 문동주가 나란히 불펜에서 던지는 모습만으로도 한화 팬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3년째 독수리 유니폼을 입는 펠릭스 페냐, 지난해 검증을 마친 리카르도 산체스까지 1~4선발이 완성됐다. 류현진과 페냐는 좌완, 문동주와 산체스는 우완으로 구성도 좋다. 불과 2년 전 개막전 선발투수였던 김민우가 5선발이고, 이태양은 불펜으로 이동했다.

한화는 지난해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7위(4.38)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범수, 주현상, 박상원, 장시환, 한승혁, 남지민 등 시속 150㎞ 이상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많다. 투수 전체 평균 구속도 144.7㎞(3위)로 빠른 편이었다. 여기에 2년차 김서현, 신인 황준서가 가세한다. 지난해 20경기에 등판했으나 평균 자책점 7.35에 그쳤던 김서현은 김민우와 함께 스프링캠프 투수 MVP에 올랐다. 김민우와 5선발 경쟁을 벌인 좌완 황준서에 대해서는 구단 관계자들이 “즉시전력감”이라고 호평했다.

지난 시즌 한화 야수진은 10개 구단 주 가장 약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스탯티즈 기준) 합계는 15.97로 꼴찌였다. 1위 LG(28.96)의 절반 수준이었다. 홈런왕이자 국가대표 4번 타자 노시환이 있음에도 하위타선이 약하고, 기동력이나 작전수행 능력이 부족했다. 한화는 전력 보강을 위해 지난 겨울 2루수와 1루수를 맡을 수 있는 안치홍을 FA로 영입했다. 통산 타율 0.297에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안치홍이 합류하면서 출루 능력이 뛰어난 문현빈과 정은원은 내·외야를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175㎝ 단신이지만 단단한 체격의 요나단 페라자는 중장거리 타자가 부족한 한화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2차 드래프트로 뽑힌 현역 최고령 선수 김강민은 외야 수비력을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투수진도 야수진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외국인 투수들도 다른 구단과 비교하면 약하다는 평가다. 김재걸·박재상 코치가 합류했으나 기동력과 수비력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다.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러 고비를 이겨내는 힘도 길러야 한다. 야구 전문가들은 한화를 5강 후보로 꼽으면서도 우승에 도전하기엔 부족한 전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LG·KT 우승후보 구도에 도전장 내민 KIA


▎8년 총액 170억원에 돌아온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지난해 우승팀 LG와 맞붙는 시즌 개막전 출격을 예고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LG는 지난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염경엽 감독도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LG는 여전히 유력한 우승후보다. 팀 타율(0.279), OPS(장타율+출루율·0.755) 1위에 오른 타선은 여전하다.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오스틴 딘과 재계약했고, 박해민·홍창기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진도 훌륭하다. 한국시리즈 MVP인 유격수 오지환과 포수 박동원도 믿음직하다.

다만 지난해보다 투수진은 어려울 수 있다. 마무리 고우석이 미국(샌디에이고)으로 떠났고, 이정용이 군입대했다. FA 계약을 맺은 좌완 함덕주도 전반기엔 던지기 어렵고, 김진성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새롭게 마무리를 맡은 유영찬은 경험이 부족하다. 새로운 에이스로 영입한 디트릭 엔스가 일본 리그에서의 경험을 살려 선발진을 이끌어줘야 한다.

준우승팀 KT 위즈도 우승후보로 꼽힌다. KT의 강점은 단연 선발진이다. 지난해 15승을 따낸 웨스 벤자민과 시즌 중반에 다시 돌아와 18경기에서 12승 무패를 기록한 윌리엄 쿠에바스는 10개 구단 최고의 원투펀치로 꼽힌다. 총액 107억원에 비(非) FA 장기계약을 맺은 고영표는 국내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다. FA를 앞둔 4선발 엄상백도 믿음직스럽다. 여기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소형준이 6월 이후 합류할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신인 원상현과 김민이 ‘1+1 카드’로 5선발 역할을 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해보다 투수층이 두꺼워져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박영현, 손동현, 김재윤 3명에게만 의존했지만 쓸 만한 자원이 늘어나서다. 마무리 김재윤이 삼성으로 떠났으나 이미 포스트시즌과 국가대표팀에서 배짱투를 선보인 박영현이 뒷문을 잠근다. 주권, 김민수, 이채호 등 선발 경쟁을 펼쳤던 투수들도 1군에서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MVP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도 돌아왔고, 주춤했던 강백호의 반등도 기대된다.

KIA 타이거즈도 대권을 다툴 팀으로 꼽힌다. KIA는 지난해 득점과 실점으로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승률은 2위였으나, 실제 성적은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이범호(43)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KIA에서 선수로 9시즌을 뛰고, 2군 감독과 타격코치를 지낸 이 신임 감독은 누구보다 팀을 잘 아는 인물이다. 스마트하고 선수들과 소통에도 능해 미래의 감독감으로 꼽힌 이 감독은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 피는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KIA는 양현종~이의리~윤영철로 이어지는 좌완 트리오 선발진이 탄탄하다. 세 선수는 지난해 국내 선발로는 유일하게 4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올해 새롭게 계약한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은 연습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임기영, 최지민, 전상현, 이준영, 정해영 등이 버티는 불펜진도 좋다. 지난해 LG에 이어 구원 평균자책점 2위에 올랐다. 김도영, 박찬호,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 김선빈이 이끄는 타선도 강력하다. 지난해 타율 3할을 넘긴 이우성이 9번 타자일 정도다.

다크호스 두산·NC, 5강 전력 꼽혀


▎KBO리그 현역 최고의 명장인 김태형 감독 체제로 개편된 롯데. / 사진:연합뉴스
3강을 위협할 팀으로는 두산 베어스가 지목된다. 두산은 투타 모두 안정적이다. 특히 외국인 원투펀치가 강력하다.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은 이미 KBO리그에서 검증이 끝난 선수들이다. 알칸타라는 3시즌 동안 44승, 와델은 두 번 다 시즌 중반에 왔음에도 16승을 따냈다.

지난해 두산의 약점은 중심타선이었지만 올해는 다를 듯하다. 양의지가 건재하고, 김재환의 부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재환은 오프시즌 미국에서 인스트럭터로 활동 중인 강정호(전 피츠버그)를 만나 스윙을 교정했다. 김재환은 시범경기 첫 타석부터 시원한 홈런을 때려냈다.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양석환과 2022년 KT에서 뛴 헨리 라모스가 함께 중심 타선을 꾸린다. 장타력을 지닌 기대주 김민혁도 많이 성장했다. 일본 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5점 밖에 내주지 않은 마운드도 나아졌다는 평가다. 최고 시속 152㎞ 강속구를 뿌리는 고졸신인 김택연은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지난해 4위로 가을야구에 나선 NC 다이노스는 20승을 거둔 MVP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떠났다. 나머지 2명의 외국인 선수도 교체했다. 게다가 선발 구창모가 군입대했다. 그렇지만 NC는 워낙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아왔다. 다니엘 카스티노와 카일 하트는 페디급 활약까진 어려워도 두 자릿수 승리는 가능하다는 평이 많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떠나면서 현역 선수 타율 1~3위에 오른 박건우, 손아섭, 박민우가 이끄는 1~3번 타순의 정교함은 상상 이상이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육성이 힘든 유격수와 포수엔 김주원과 김형준이 버티고 있다. 강인권 감독은 이미 초보답지 않은 팀 장악 능력 및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감독 바꾼 SSG와 롯데, 키움·삼성은 2약

2022년 정상에 올랐던 SSG 랜더스는 중위권으로 분류된다. SSG의 강점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투타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광현과 최정이 있고, 추신수도 현역 1년 연장을 결정했다. 최정은 지난해 최근 5시즌 중 가장 높은 타율(0.297)을 기록했고, 홈런 2위(29개)에 올랐다. 김광현은 WBC 여파로 주춤했지만, 30경기에 등판해 9승 8패, 평균자책점 3.53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추신수는 주장까지 맡으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아킬레스건은 ‘나이’다. 주축 선수 대다수가 30대 중후반이다. 추신수는 만 42세가 되고, 불펜진의 핵심이었던 고효준과 노경은, FA로 영입한 포수 이지영도 40대다. 언제 갑자기 하락세를 그려도 이상하지 않다. 이숭용 SSG 감독도 단장을 지냈지만, 감독직은 처음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도 결국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점으로 꼽히던 점들을 하나하나 채웠다. 윤동희와 김민석이 성장하면서 외야진에 경쟁력이 생겼다. 베테랑 전준우도 FA 계약을 했다. 유강남, 정보근, 손성빈의 포수 라인업은 탄탄하다. 외부 FA로 데려온 노진혁은 10개 구단 주전 유격수 중 WAR 6위(2.15)를 기록했다. 구승민과 김원중이 이끄는 불펜진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두산에서 우승 3회, 준우승 4회를 차지한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단 내부에서 달라진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선발진에 변수가 많다. 찰리 반즈가 개인사로 팀 훈련에 뒤늦게 합류했다. 재계약에 성공한 애런 윌커슨도 파워로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4선발 나균안은 사생활 문제로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다.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는 가을 야구 도전이 어려워 보인다. 두 팀 모두 선발진이 고민이다.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과의 재계약에 실패했고, 알버트 수아레스도 지난 시즌 도중 부상으로 떠났다. 4선발 백정현도 지난해 부상으로 고생했다. 원태인만이 믿을 수 있는 카드다.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이 군입대했다. 하영민·조영건·김선기·장재영이 선발 경쟁중인데 어느 정도 성적을 낼지 예측이 힘들다. 삼성은 구자욱, 강민호가 있지만 야수진 백업 멤버가 다소 아쉽다. 김재윤, 임창민 영입으로 강해진 구원투수진이 그나마 믿을 구석이다. 키움은 팀내 최고 타자였던 이정후의 공백 속에 올 시즌 후 미국행을 타진하는 김혜성의 활약이 절실하다.

KBO리그는 올해부터 ABS를 도입했다. 심판 대신 야구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공이 어디를 통과했는지 판정한다. 10개 구단 모든 타자에게 일관된 판정이 내려진다는 점에선 선수단도, 팬들도 환영하고 있다. KBO는 “ABS 도입 이전 주심의 91% 수준에서 95~96% 이상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95~96%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설정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않으면 무조건 볼로 판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정성, 일관성은 확실히 보장된다. 포수들의 프레이밍(공을 스트라이크 판정받게 받는 기술)이 무의미해지면서 팀 간 이해득실도 달라졌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당장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SSG전에선 시스템이 잠시 작동하지 않아 경기가 중단됐다.

세계 최초 자동 볼 판정, 괜찮을까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2024시즌 새로이 도입된 피치 클락이 타자 뒤편에서 작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BS뿐 아니라 피치 클락까지 동시에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도입된 피치 클락은 경기 시간을 무려 24분이나 줄였다. KBO는 투수가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 18초 안에 투구하도록 했다. 타자는 피치 클락 내 8초가 표기된 시점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투수에게는 볼,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가 주어진다. 워낙 반발이 심해 전반기에는 일단 시범 운영하고, 퓨처스(2군) 리그에서만 쓴다. 볼 카운트 대신 구두 경고가 주어진다. KIA 양현종은 “투수들이 공을 던지기 어려워져 시간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지만, 확실히 시간 단축 효과는 드러나고 있다.

베이스 크기도 바뀌었다. 메이저리그처럼 가로세로 길이가 3인치(7.62㎝) 길어졌다. 그러면서 1~2루 간과 2~3루 간 거리가 4.5인치(11.43㎝) 짧아졌다. 견제횟수 제한(최대 3회)이 생긴 투수들로서는 더욱 주자를 잡아내기 힘들어졌다. 반대로 발 빠른 주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베이스를 노릴 전망이다. 통산 도루 9위(368개)인 LG 박해민은 “이전 것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커졌다는 느낌을 확 받았다. 더 많이 움직여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수비 시프트 제한도 생겼다. 투수가 투구하는 시점에 투·포수를 제외한 야수 4명이 내야 흙 안쪽에 위치해야 한다. 내야수도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위치해야 한다. 왼손 타자가 잡아당겨 치는 타구를 막기 위해 유격수가 우익수와 2루수 사이로 이동하던 변형 수비는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김재환, 김현수(LG), 오재일(삼성), 최주환(키움) 등 좌타자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

- 김효경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