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19일은 민통선 기행을 처음 떠난 날이다. 김포와 강화에서 시작한 기행은 연천, 철원, 화천, 양구와 인제 그리고 고성을 거쳐 가을의 입구인 9월 3일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파주로 향했다. 여행 일정을 이렇게 잡은 이유는 판문점에서 기행을 마무리하자는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서부전선에서 중부전선을 거쳐 동부전선으로 갔다가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에서 기행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작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공동경비구역으로 가는 길은 낯설지 않았다. 직장이 서울 서부지역에 있는 터라 자유로를 탈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산에 사는 친지들을 더러 방문하기도 했고, 오두산 전망대, 임진각, 그리고 헤이리 등으로 바람을 쐬러 가기도 했다. 한강 하류를 쫓아 이어진 자유로 주변 지역은 오래전 대학 시절의 애틋한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반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을 때 강의가 없는 날이면 때로는 친구들과, 때로는 혼자 경의선을 타고 백마역 주변으로 놀러 가곤 했다. 신촌역에서 기차를 타고 수색역과 능곡역을 지나 백마역에 내리면 주점들이 더러 있었다. 시대적 상황의 탓도 없지 않았지만 누구든 20대란 근원을 알기 어려운 상처들을 품고 있는 시절인지라 20대 초반의 나 역시 당시 백마역 주변을 적잖이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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