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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외식 트렌드] 급증하는 육개장집, 문 닫는 동네 백반집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육개장 가맹사업 3년 만에 매장 수 200여 곳… 조리 어려운 음식 1인 가구에 인기

▎사진:중앙포토
직장인 정종석(37)씨는 점심시간에 육개장 프랜차이즈점를 종종 찾는다. 정씨의 직장이 있는 서울 여의도 근방에 문을 연 육개장 전문점은 4~5곳에 달한다. 정씨는 “최근 1~2년 새 육개장 체인점이 많이 생겼다”며 “점심때 한식을 먹고 싶으면 주로 설렁탕이나 백반집에서 해결했는데, 최근에는 육개장집이 눈에 띄어 자주 간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집밥’ 음식으로 꼽히는 육개장이 새로운 외식 메뉴로 떠올랐다. 육개장을 주메뉴로 내세운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늘어나면서부터다. 2013년부터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육개장 전문점 ‘육대장’은 불과 3년 만에 가맹점이 185개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LA에 매장을 내는 등 일본·중국·필리핀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진수 육대장 대표는 “예로부터 육개장은 왕이 즐겨먹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장례식장에서 먹는 음식으로 치부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집에서 소량으로 만들기는 까다롭지만 다진 양념과 각종 식재료를 공급하면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할 수 있는 음식이라 여겨 2년간 준비한 끝에 가맹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리 어렵고 재료 많이 들어 외식·HMR로 즐겨


또 다른 육개장 전문점인 이화수전통육개장도 2013년 론칭 후 현재까지 170개 매장을 냈다. 이 업체는 육수와 다진 양념 등 모든 재료를 주 6회 전국 가맹점에 배송한다. 업체 관계자는 “원재료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레시피가 정해져 있어 매장에서도 조리가 간편하다”며 “창업을 희망하는 문의 전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업체 외에도 육개장 전문점을 표방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현재 10여 개에 달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맛집으로 지역에서 이름을 알린 한식집이 전수창업 형태로 프랜차이즈화하는 추세”라며 “육개장뿐 아니라 미역국·시래깃국 등 기존에 전문화된 브랜드가 없는 메뉴까지 가맹사업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들 음식의 공통적인 특징은 초보자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메뉴라는 것이다. 국을 팩 형태로 공급해 매장에서 데워 나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라 전문 조리사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육개장처럼 양념이나 소스 개발에 성공하면 나머지 식재료를 대량 공급해 시장에서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불황이 장기화되며 외식 메뉴 역시 혼자 소주 한 잔 하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각광받는다”며 “창업자 입장에서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매장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와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 트렌드도 한몫했다. 육개장은 고사리·토란대·파 등 각종 채소를 일일이 다듬어 양지고기와 함께 푹 끓여 만드는 음식으로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이 때문에 ‘나홀로족’이 가정에서 조리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달리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육개장은 스테디셀러 메뉴다. 조리방식이 까다로울수록 잘 팔리는 HMR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이마트 가정간편식 브랜드인 피코크가 2014년 출시한 육개장은 국·탕·찌개 부문에서 매년 판매량 1위를 기록한다. 차돌박이된장찌개·녹두삼계탕·한우사골육수 등이 뒤를 잇는다.

국내 HMR 시장(국·탕·찌개 부문) 전체를 놓고 봐도 사골곰탕·삼계탕·육개장 등이 인기 메뉴다. 대부분 재료가 많이 들어가거나 조리시간이 긴 음식이다.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지난해 육개장 HMR 메뉴의 매출액은 약 123억원으로, 전년(86억원)보다 43% 가량 늘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HMR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내놓은 대표 메뉴도 육개장이었다. 1인 가구가 혼자 요리해서 먹기 부담스러운 메뉴라는 판단에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3시간 동안 끓여낸 육수에 양지살과 토란대·대파 등을 넣고 또 한번 장시간 끓여 집에서 먹는 맛을 재현했다”며 “소량으로 만들 때보다 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오래 끓일수록 맛있는 음식일수록 판매량도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솟값 널뛰는데 밥집 메뉴는 5000~6000원선 유지 부담


▎육개장은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스테디셀러다.
한식이라고 해서 모두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육개장의 인기와 달리 같은 한식 업종인 백반집은 창업률만큼 폐업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제공하는 상권정보 분석(2016년 3분기 기준)에 따르면 백반집은 서울시내 전 지역에서 과밀도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전국 상권 내 인구구조와 입지 특성에 따라 업종별 과밀지수를 평가해 영업 지속가능성을 측정, 안전·주의·위험·고위험으로 구분한다. 서울시내는 전 지역이 한식업종 창업 주의 이상 단계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지난 3년 간(2013~2015년) 창업한 요식업소 100개 업종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내 한식·백반업소는 2만6413곳(30.7%)으로, 치킨·호프업소(2만7250곳)에 이어 가장 많이 창업하는 업종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식·백반업소 9389곳(33.4%)이 문을 닫아 폐업 업종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서울 서교동에서 10년 넘게 백반집을 운영한 김선혜(가명·49)씨는 올해 초 가게 문을 닫았다. 최근 수년간 임대료는 물론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김씨는 “몇 년 동안 재료 원가가 올랐지만 밥집 특성상 평균 가격을 5000~6000원 선으로 저렴하게 유지해야 손님들이 찾는다”며 “견디다 못해 지난해 초 가격을 평균 1000원 정도 올렸더니 단골손님마저 뚝 끊겨 가게를 접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병오 대표는 “한식은 중식이나 양식에 비해 창업자의 전문성이 낮고, 진입장벽 역시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반면 식재료 가격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프랜차이즈화하기는 어려운 업종이라 창업률만큼 폐업률이 높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이상기온 현상으로 채솟값이 뛰고,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도 문닫는 백반집은 늘어날 전망이다.

1375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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