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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문제 해결 나선 젊은 창업가들] 이재윤 집토스 대표 

“허위 매물 없는 부동산 브랜드 만든다” 

“대한민국에 공인중개사무소가 이렇게 많은데 월세방 하나 믿고 구할 데가 없더라고요.” 20대 서울대 청년 3명이 자본금 600만원으로 시작한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소자본으로 보금자리를 구해야 하는 2030세대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임차인에게 복비를 받지 않는 집토스(Ziptoss)는 광고 경쟁으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공인중개사 시장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공인중개사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2014년 12만890명에서 2018년 21만8614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정부가 12·16 부동산대책을 통해 시가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주택담보대출한도(LTV)를 강화하면서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공인중개사 개업 수가 급감하긴 했지만,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5060세대와 취업난 여파로 1인 창업을 고려하는 2030세대 등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이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안 그래도 포화 상태인 시장에 ‘직방’, ‘다방’ 등 온라인 중개 플랫폼들이 뛰어들면서 광고 경쟁이 더해져 공인중개사들의 수입은 더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폐해는 집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허위 매물로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해 보증금과 월세가 더 높은 매물로 계약을 시도하거나,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행태가 그것이다.

이재윤(29) 집토스 대표는 공인중개사도, 온라인 정보도 신뢰할 수 없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사례금을 받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지인들의 집을 구해주기 시작했다. 집주인에게만 중개수수료를 받고 세입자에게는 받지 않는 파격적인 사업 모델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업계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광고 경쟁에서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뛰고 있는 이재윤 대표를 만났다.

집토스의 경쟁력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첫째, 세입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둘째, 광고성 매물이 없다. 집토스가 정규직으로 고용한 공인중개사와 직원들이 매물을 직접 수집해 올리기 때문에 매물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집토스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직원 수는 약 120명이다. 이 중 공인중개사가 50명, 기타 현장직과 사무직이 70명 정도 된다. 매출은 매년 2~3배 성장하고 있고 3월까지 누적 투자금은 55억원을 기록했다. 고객들이 앱에서 매물을 보고 중개사무소로 찾아오면 계약서 작성부터 입주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서울대 재학생 3명이 집토스를 공동 창업한 배경이 궁금하다.


벤처경영 수업에서 함께 팀을 꾸렸던 멤버들이 뜻을 모아 시작했다. 셋 다 자취 전문가였기에 자취방을 구하면서 경험한 여러 문제점에 주목했다. 목돈이 들어가는 일인데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온라인에도 없고 오프라인에도 없다는 것. 당시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었고 현장 경험이 없었기에 친구들의 집을 직접 구해주면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23세 때 군대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고 들었다.

대학생이 되고 자취할 집을 구하면서 안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월세 자취방이라도 보증금을 1000만원 이상 들이는 중요한 거래인데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나 서비스가 없다는 게 이상했다. 집을 거래한 공인중개사무소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목돈이 들어가는 거대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2015년에 자본금 600만원으로 오피스텔을 구해 사업을 시작했다. 실무 경험도 없었는데 바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동산 시장은 누구 밑에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따로 없다. 공인중개사무소에 취직해도 기본급도 없고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어차피 혼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2015년 7월에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친구들을 수소문해 부모님들 중에 부동산을 잘 아시는 분께 계약서 작성 방법부터 물어보면서 배웠다.

첫 계약이 성사됐을 때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고객이) 서울대 대학원생이었는데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매물을 보고 재미 삼아 방문해본 것 같았다.(웃음) 당시만 해도 내가 스쿠터를 타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매물을 수집하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렸는데, 같이 스쿠터를 타고 원룸을 보러 가서 계약했다. 생각보다 블로그를 보고 전화로 방을 구해달라는 문의가 많았다.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지 6개월 만인 2016년 1월에 법인을 설립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네오플라이와 프라이머의 도움을 받아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대학생 창업팀으로 시작한 터라 부족한 점이 많아 도움을 많이 받았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5월까지는 스마일게이트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센터 ‘오렌지팜’에 입주하면서 절감한 비용을 인재 확보에 쓸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멤버의 영향이 굉장히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인재는 어떻게 확보했나.

2017년에 핵심 멤버들이 추가로 합류했다. 공인중개사로 10년 이상 일하셨던 분들인데 집토스의 사업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99% 이상이 개인사업자인데 더는 개인플레이가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들이 생겨나면서 광고를 통한 고객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수입은 낮아지고 있었다. 이를 타파하려면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기업형 부동산이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공인중개사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공인중개사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시스템은 기존에 없던 개념이다.

이 시장에서 기업처럼 급여를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기존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시장에 나와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고 다단계식으로 채용해 무급으로 착취하는 행태가 만연했다. 공인중개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려면 매달 월급이 나오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집토스 임직원들의 주 연령대는 30대로 올해도 추가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안정적인 회사 기반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중개 분야를 더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최근 P2P 금융플랫폼 테라펀딩과 손잡고 노후주택 매각 시장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토스는 그간 건물주들을 대상으로 임대차 중개 서비스만 제공해왔는데, 이제는 매매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중개 역량과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테라펀딩의 주택 개발 금융 관련 노하우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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