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은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한 지 9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애플은 당시만 해도 영웅의 부재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지난 10년간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2000조 달러짜리 기업이 됐다.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2007년, 시장에는 전통의 휴대폰 강자 노키아가 있었다. 노키아도 내부적으로는 2004년 스마트폰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세계 1위라는 달콤함에 안주하며 생태계 변화를 무시하다 결국 2013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폰사업부를 매각하는 비참한 운명을 맞았다. 반면 삼성은 늦었지만 옴니아를 출시하고 이 실패를 교훈 삼아 과감하게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변곡점에 올라탈 수 있었다.변곡점에서 또 다른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삼성 스마트폰은 연간 3억 대가 팔려 2억 대를 판매하는 애플보다 점유율은 앞서지만 이익의 질을 보면 그렇지 않다. 단순히 애플이 스마트폰을 더 비싸게 팔아서가 아니다. 2019년 애플의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디바이스 판매 외에 앱스토어 등 서비스 부문의 매출이 55조원에 달한다. 애플은 모바일 혁명의 변곡점에서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과실을 모두 향유하고 있다.모빌리티에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단순히 전기차, 수소차라는 하드웨어 제조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에너지 공급체계, 통신과 소프트웨어 산업 등 전체 플랫폼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테슬라는 전기차만 잘 만드는 기업이 아니다. 차를 구매하고 난 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추가 서비스 비용을 받고, 운전자의 데이터 수집을 바탕으로 출시한 자동차보험은 타 보험사 대비 혁신적인 가격 체계를 제시하며 테슬라 소유주들의 총 소유 비용을 극적으로 낮췄다. 전기차는 일반 차 대비 사고율이 10분의 1인데 앞으로 이 부문의 마진은 점점 더 커질 듯하다. 즉, 모바일 혁명과 마찬가지로 모빌리티도 비슷한 변화를 맞고 있다.선보엔젤파트너스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 솔리비스에 투자했고, 김진국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창업해 전기차 충전 시 전자파를 차폐하는 기술을 가진 이엠코어텍, 모빌리티의 뇌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ARM 기반의 저전력 고효율의 에지 컴퓨팅 서버를 개발하는 엑세스랩 등 관련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