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노동권, 성평등의 의식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며 관련 법과 제도가 많이 정비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불과 3년 전 일화라며 들려준 얘기다. 주말에 여자친구와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직장 상사가 ‘다음 주에 중요한 임원 보고를 해야 하니 자료를 준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저 지금 부산인데요?’라고 하니 상사가 의아해하며 ‘중요한 임원 보고라니까?’라며 지금 회사로 오라고 했단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여자친구는 직장을 택하든 나를 택하든 결정하라며 펑펑 울었지만, 친구는 서울로 돌아와 보고서를 썼다고 한다.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친구는 그 여자친구와 결혼해 잘 살고 있다.)직장 내에서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꼰대’라는 단어로 정의되고 기피 대상이자 사회악 같은 존재가 된 것도 지난해 무렵인 듯하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제기를 비롯해 휴가, 회식 문화, 호칭, 직급체계 정비 등 기업문화의 변화는 속도는 체감상 첨단기술의 발전보다 더 빨랐다.우리 회사에는 26~38세 젊은 구성원들이 모여 있고 수평적이고 자율을 추구하는 조직인데도 세대 차가 존재한다. 처음엔 아는 동생 몇 명과 모여 직급과 직책도 없이 창업했던 터라 인원이 많아질수록 생각의 차이와 이해관계가 복잡해졌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체는 1. 도움이 필요한 사람 2. 혼자 할 수 있는 사람 3.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나누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직장의 서열 관점에서 벗어나 직업의 숙련도 관점에서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단순하게 나누었다. 그러니 새내기들이 선배의 정의를 ‘높은 사람’에서 ‘도움받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었는지 눈치를 덜 보고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