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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티몬 의장이 만난 스타트업 | 김윤호 크리마 대표 

온라인 쇼핑몰 홀린 빅데이터 기업 

온라인 쇼핑몰이 리뷰만큼은 이 회사에 맡긴다. 국내 최초로 리뷰 솔루션을 개발한 크리마 얘기다. 덕분에 리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고, 중소 쇼핑몰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크리마의 손을 빌리고 있다.

▎서울 성수동 크리마 사무실에서 만난 김윤호 대표.
‘롯데홈쇼핑, LG전자, 코오롱, 휠라, 톱텐, 젝시믹스…’

모두 크리마 고객사다. 현재 크리마는 대기업을 포함해 1800여 개 기업에 리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온라인·모바일에서 쇼핑할 때 십중팔구가 리뷰를 보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리뷰의 위상이 높아 졌다. 판매자도 좀 더 잘 만든 리뷰를 얻으려고 적립금에 쿠폰까지 아낌없이 뿌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 수요가 폭증하면서 리뷰의 영향력에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발품 대신 간접경험인 손품이 좌우하는 세상이다. 단순히 텍스트만 있던 리뷰에 영상·사진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라이브커머스에 실시간 리뷰로까지 진화하는 형국이다.

물론 쇼핑몰만 차린다고 리뷰가 쏟아지는 건 아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말이 쉽지 판매자에게 리뷰 관리는 꽤 골치 아픈 문제다. 수백 개씩 쌓이는 리뷰에 댓글도 달아줘야 하고, 적립금도 챙겨야 한다. 게시자가 정말 제품을 구매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리뷰 글이 많이 올라와서 문제다. 리뷰 모으려고 돈은 돈대로 쓰고 수년간 리뷰 속 소비자 취향 변화를 파악하지 못해 쇼핑몰 문을 닫기도 한다. 크리마는 여기서 기회를 봤다.

“온라인 쇼핑몰,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막상 운영자 입장에서는 고객관리, 게시물 관리, 리뷰 관리까지 험난한 작업이 많죠. 직원들도 꺼리는 게 리뷰 관리입니다. 전담 직원을 둬도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쌓이기도 하지만, 아예 한 건도 안 올라와 판매량이 급감할 수도 있죠. 이렇게 계륵 취급받던 게 리뷰였습니다.”

지난달 서울 성수동 성수SKV1센터 내 크리마 본사에서 만난 김윤호(36) 대표는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이 겪는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 리뷰만 작성해도 적립금이 자동으로 계산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며 “리뷰 작성 프로세스가 복잡해 리뷰가 없어 쇼핑몰 운영자 가족들이 가짜 리뷰를 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시장을 잘 읽어낸 덕분일까. 지난 8년간 크리마는 많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의 지지를 받으며 외부 투자 없이 사업을 키워왔다. 이제는 어엿한 기업 간 거래(B2B) 전문 스타트업이 됐다. 올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해외 진출을 꾀하기 위해 SV인베스트먼트,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사로부터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첫 외부 투자다.

“크리마가 리뷰를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리뷰라는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고객사에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가 하면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었던 거죠. 진입 전략으로 쓰이던 리뷰에 신기술이 접목되면 이커머스의 핵심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주 앉은 신현성(36) 티몬 의장이 말했다. 그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파트너로서 크리마 투자를 검토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직접 하겠다는 욕심보다 ‘효율’을 더 좇는 세상이라 그런지 시장도 크리마 편에선 듯싶다. 많은 기업이 쇼핑몰을 내재화하면서 리뷰 관리를 크리마에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 대표는 리뷰에 주목했던 이유부터 설명했다.


▎마주 앉아 대화 중인 김윤호 크리마 대표(왼쪽)와 신현성 티몬 의장.
이제 리뷰를 보고 쇼핑하는 게 자연스럽다.

김윤호 크리마 대표(이하 김 대표): 처음부터 제품 구입 후기인 리뷰를 눈여겨봤다. 간접경험으로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명품은 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겠다. 그래서 브랜드보다 리뷰가 더 중요한 동대문 시장을 첫 타깃으로 삼았다. 당시 온라인 쇼핑몰은 지금보다 훨씬 운영 인프라가 부실했고, 리뷰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조차 없었다. 리뷰 데이터를 하나씩 쌓아 분석하다 보면 쇼핑몰의 진짜 고민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크리마를 처음 접했을 때 생각이 나는가.

신현성 티몬 의장(이하 신 의장): 솔직히 처음에는 리뷰 하나로 큰 사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티몬 경험에 비춰보면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리뷰 말고도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짓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리뷰 하나로 조 단위 회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가 리뷰를 가지고 고객사의 고민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크리마는 숱한 기업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던 셈이다.

리뷰 솔루션을 왜 외부에 맡기냐는 의견도 있다.

신 의장: 지금도 대기업 자회사인 SI(시스템통합) 회사들이 그런 맥락에서 유지된다. 혼자 다 하겠다는 식. 하지만 시장에서 제일 잘하는 회사 또는 인력을 찾아 맡기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다. ‘다 할 수 있다’와 ‘다 잘할 수 있다’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실제 고객사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김 대표: 대기업에서는 아직 그런 장벽이 느껴진다. 그래도 우리가 쇼핑몰 운영 툴을 개발하는 데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효용성이 보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편견을 깬다. 최근 들어서는 주도권 싸움보다 고객사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편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자연어를 분석해 만든 리뷰 분석이나 추천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자연어 처리 고도화’, 날카로운 솔루션같다.

신 의장: 크리마에 기대했던 것 중 하나다. 리뷰 본문의 키워드를 분석해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를 파악하고, 키워드별로 리뷰를 보여줄 수 있다. 리뷰를 보면서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뽑아낼 수도 있다. 사실상 머신러닝으로 데이터를 학습한 AI다. 구글이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와 함께 쇼핑 검색 기능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쇼피파이도 자체 솔루션을 갖고 있지만 훨씬 비싼 데다 여러 면에서 크리마의 솔루션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분야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해외 진출을 어떻게 생각하나.

김 대표: 일단 국내와 해외 시장이 리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고객관리 차원에서 리뷰를 다루는 반면 해외에선 마케팅 요소 중 하나로 본다. 그만큼 준비할 게 많지만, 분명 승산은 있어 보인다. 실제 해외 쇼핑몰의 게시판을 보면 매우 단순하다. 만약 여기에 각종 SNS 플랫폼을 연동하고, 영상과 사진을 손쉽게 넣을 수 있다면 어쩔까. 기존 솔루션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도 있다.

‘개발’이 중요하겠다. 최근 개발자를 구하기 어렵다는데 영향은 없나.

김 대표: 민준기 공동대표가 개발자여서 최근 개발자 인력난(?)은 살짝 비껴갈 수 있었다. 현재는 민 대표가 미국에서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크리마는 ‘디지털 노마드(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의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팬데믹 이전에 사내 한 개발자는 남미에서 3개월, 유럽에서 6개월간 일하기도 했다. 그만큼 업무 환경이 자유롭다.

신 의장: 개발자들은 돈보다도 일하는 문화를 중시한다. 다음으로 개발 방향, 즉 회사 비전을 따져본다. 회사 비전이 개발자 입장에서 임팩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 마지막이 처우, 돈이었다. 처우가 좋아야 경쟁력 있는 개발자와 함께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개발조직과 비개발조직 간의 처우에 차이를 두지 않으려 했으나,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버렸다.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서 힘든 점은 없었나.

김 대표: 소통부터 쉽지 않았다. 난 사업하면서 0과 1 사이 어디쯤에 중간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개발자가 보는 세상엔 0과 1뿐이더라. 차라리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나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고 소통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조직도 연구개발 조직인 크리마랩과 경영·마케팅을 맡는 크리마팩토리로 나눠 조직 구성원별 특성을 최대한 인정하고자 했다.

소통이 참 어렵다.

신 의장: 공동대표 체제는 정말 존경스럽다.(웃음) 대표라는 사람은 원래 자신의 뷰(생각)가 강한 리더다. 두 대표가 서로 끊임없이 조율하고 소통한다면 개발자와의 소통도 크게 문제 될 리 없을 것 같다.

얘기를 들어보니 사업은 언제나 탄탄대로였다.

김 대표: 그렇지 않다. 2012년 대학교 4학년 때 차린 바나나팩토리는 완전히 망했다. 여러 쇼핑몰에 담아놓은 장바구니를 한 군데서 비교해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장바구니 비교 서비스’였다. 일단 쇼핑몰들이 장바구니에 담긴 제품 정보를 공유해줘야 하는데 참여자를 찾지 못했다. 구매로 연동하는 기술도 한계가 많았다. 물론 쇼핑몰들이 겪는 문제와 현실을 이해하게 됐고, 정제된 데이터를 갈구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크리마 창업 후 업체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았나.

김 대표: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첫 사업 실패 후 직접 업체를 찾아다니며 발로 뛰는 영업 모드로 돌아섰다. 크리마를 창업했을 때 딱 1년만 사업해보고 자생하지 못하면 접기로 결심하고 돌아다녔다. 대형 쇼핑몰부터 지방의 작은 쇼핑몰까지 이 잡듯 다니며 설득했다.

그래도 쇼핑몰들 사이에서 금방 유명해졌다.

김 대표: 사용하기 쉽다는 게 먹혔다. 과거 쇼핑몰들은 게시판에 리뷰를 모았으나 크리마 리뷰를 통하면 자신이 구입한 제품 목록이 뜨고 바로 글을 쓰는 창이 생긴다. 본문을 작성하고, 영상이나 사진을 첨부한 후 등록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포토후기’ 유행도 크리마 솔루션 덕이 컸다. 쇼핑몰 입장에서도 100개 후기를 관리하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다른 서비스는 없나.

김 대표: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크리마 타겟’, 사이즈 추천 솔루션 ‘크리마 핏’ 서비스가 있다. 크리마 타겟은 온라인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확하게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크리마 핏은 머신러닝을 고도화해 의류 사이즈를 더욱 정확하게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사이즈가 안 맞아 반품하는 걸 줄이려고 고안한 서비스다. ‘이용자(소비자, 쇼핑몰)의 고민은 데이터에 있다’는 확신이 선 순간이다.

김 대표의 말대로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2020년 기준으로 크리마 고객사에서 발생한 거래액만 연간 5조4000억원이 넘는다. 막대한 고객 경험 데이터가 쌓였다는 얘기다. 실제 크리마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쇼핑몰 운영업체를 위한 데이터 플랫폼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윤호 크리마 대표는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규모의 쇼핑몰과 손잡고 크리마 솔루션을 공급해야 한다”며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업체로서 역량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현성 티몬 의장도 “해외에서 크리마의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크게 빛을 발할 것”이라며 거들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사진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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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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