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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도르데 에르메스 워치 CEO 

“진정성과 완벽함 담긴 제품이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 

지난 4월 7일 하이엔드 브랜드 에르메스가 메종의 현대적인 남성성을 표현한 스포츠 워치를 공개했다. 지난 2015년부터 에르메스의 시계 부문을 이끌고 있는 로랑 도르데 CEO에게 새롭게 출시된 제품의 특징과 향후 운영 전략을 들어봤다.

▎지난 2015년부터 에르메스 시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로랑 도르데 CEO.
175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워치스 & 원더스 2021 디지털 플랫폼(watchesandwonders.com)에 신제품을 공개했다. 에르메스가 최초로 선보인 남성 스포츠 워치 ‘H08’ 컬렉션은 메종의 탁월한 워치메이킹 기술력과 유니크한 디자인 감수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제품이다.

지난 2015년 취임 이래 에르메스 워치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로랑 도르데 CEO는 포브스코리아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워치스 & 원더스에서 최초로 선보인 H08은 에르메스의 남성 유니버스에 뿌리를 둔 새로운 라인”이라며 “에르메스 속에 담긴 현대적인 남성성을 표현한 이 시계는 다양한 곳으로의 여행을 즐기는 도시 남성을 위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에르메스 워치의 신제품 론칭을 축하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계 박람회가 열리지 못해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

물론이다. 올해 역시 언론 매체나 고객들을 직접 만날 수 없어 너무 아쉽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도 이러한 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고객들이 우리 제품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이미 지나 비디오는 디지털 소통에 가장 효율적인 매개체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실제 못지않은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시계 박람회장에 설치하기로 했던 아티스트의 시노그래피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행위예술 공연장에 직접 설치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실제로 제네바에 함께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은 언론과 인플루언서, 고객, 리테일러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고, 우리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신제품 중 스포츠 워치 콘셉트로 선보인 H08이 가장 눈에 띈다.

에르메스의 새로운 남성 모델은 이번 온라인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환경과 상황에도 잘 어우러지며, 에르메스의 남성 유니버스에 뿌리를 둔 시계를 만들고자 했다. 이는 메종의 가치를 시계 속에 담아내기 위한 우리의 바람이었다. 이 시계는 에르메스 속에 담긴 현대적인 남성성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즐기는 도시 남성을 위해 개발됐다. 그들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열정적인 활동을 즐긴다. 소재와 형태, 라인에 이르기까지 에르메스 워치메이킹이 가진 특별한 표현들에 생명력을 더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견고하고 기하학적인 동시에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감각적이다. 우아하면서도 자유롭고 대담하지만 보수적이거나 어떤 특정한 카테고리로 제한되지 않는다. 이처럼 시대를 초월한 이 시계는 현대적인 클래식함을 담고 있다.

제품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 모델은 명확한 대비를 주제로 탄생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철저한 계산과 품질에 대한 높은 요구, 우아함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 시계에 사용된 정사각형과 기계식 무브먼트, 특별한 광물과 하이테크 소재들은 진중함을 더해준다. 아울러 독특한 디자인의 베젤과 타이포그래피, 다양한 소재의 혼합은 이 시계의 감각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가볍고 날카로우며 감각적인 남성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은 냉엄하고 체계적이며, 수량화할 수 있지만 각자에게 상대적인 나름의 가치를 부여한다. 이 시계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관심을 갖는 현대인을 위한 것이다.

H08이란 모델명도 독특하다. 어떤 의미인가.

이 시계의 수수께끼 같은 이름은 디자인과 수학, 형이상학 세계와 관련이 있다. 시계의 전체적인 특징을 오롯이 담고 있는 숫자 두 개를 의미한다. 어떤 면에서는 시간과 발맞춰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신비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숫자는 시계 속에서 강조된 폰트를 상징하는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수학적 고찰을 보여준다. 또 제품을 이루고 있는 재질의 대비와 같이 대비감을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하다. 이는 에르메스의 기하학을 바탕으로 한다. 0이라는 숫자는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이고, 8이라는 숫자는 무한대를 뜻하는 기호로도 변환될 수 있다. ‘모든 것은 아무것과 연결된다’는 이 아이디어는 케이스 형태에도 영향을 주었고 시각적으로 표현됐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경쟁 브랜드의 스포츠 워치들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 시계는 정상 등반이나 스쿠버다이빙 같은 격렬한 스포츠를 위해 만들어진 기량 중심의 시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시계로,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여행용 시계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할 듯하다. 스포티함과 조화를 이루는 에르메스의 우아함이 이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있다. 격식 있는 비즈니스 슈트부터 편안한 캐주얼까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우아하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점이 이 시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이다.

사각형 모서리를 둥글게 깎은 케이스에 원형 다이얼을 넣은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H08은 다양한 디테일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그 디테일이 시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모든 디자인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적인 솔루션을 찾는 것은 제품을 완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에르메스 시계 공방에서 케이스와 다이얼을 직접 제작하는 것은 물론 워치메이킹에 전문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르메스 남성성 녹여낸 최초의 스포츠 워치


▎에르메스 속에 담긴 현대적인 남성성을 표현한 스포츠 워치 H08.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급 시계 시장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시간 명품업계에 종사해온 전문가로서 어떻게 전망하나.

시계 산업 역시 대부분의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관건은 이 팬데믹이 언제 끝나느냐다. 당분간은 어느 누구도 미래에 대해서 확답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비교적 회복력이 강한 그룹에 속한 우리는 매우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우리의 판매 수치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우리를 비롯해 시계업계에서 주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사들은 팬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역량을 모든 부분(장인정신, 품질, 혁신, 정통성 등)에서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촌 재앙으로 야기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에르메스 워치의 브랜드 전략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우리는 오랫동안 동일한 접근 방식과 일관된 전략을 유지해왔고, 이것이 바로 우리의 지향점이다. 최근의 급변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우리의 기본적인 전략은 독특함과 대담함을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진정성과 완벽함이 담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명품업계에서도 비대면 온라인 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에르메스 워치의 플랜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이커머스는 고객 경험을 핵심 요소로 제공하는 부티크의 제한성을 보완해주는 전략적인 채널이다. 따라서 온라인에서의 경험과 실제 물리적인 경험을 연결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에르메스는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한 최초의 럭셔리 하우스 중 하나였다. 이 채널 안에서 시계가 중요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아나가고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 2015년부터 에르메스의 시계 부문을 이끌고 있다. 취임 이후 에르메스 워치에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H08의 감각적인 느낌을 강조한 독특한 디자인의 케이스와 타이포그래피. / 사진:에르메스 워치
CEO 자리에 오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에르메스 워치메이킹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었다. 40년 전 우리는 이곳 스위스에 제조사를 처음 설립했고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해 거의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쌓았다. 시계 제조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에르메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담은 시계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에르메스에 시간은 측정을 위한 도구도, 초로 나누어지는 단위도, 제어하기 위해 애쓰는 대상도 아니다. 에르메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순간의 틈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환상적인 여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간을 추구한다. 이처럼 기존의 스위스 워치메이커들이 걸어오지 않은 또 다른 길을 선택한 에르메스의 해석은 우리가 선보이는 특별한 컴플리케이션들을 통해 표현됐다. 이 제품들은 우리가 기존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에르메스만의 특별한 길을 가고 있고, 매우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이러한 에르메스 시계의 방향성은 우리가 지속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제품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매우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여왔다. 케이프 코드 라인에서는 기대를 넘어서는 특별한 모델들을 선보이며 전체적인 라인의 구성을 재정비했고, 갤롭 데르메스라는 완전히 새로운 라인을 론칭했다. 그리고 남성 시계의 경우, 슬림 데르메스 라인에서 레흐 앙파시앙뜨라는 매우 특별한 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기도 했고, 가장 최근에는 아쏘 라인에서 레흐 드라룬이라는 성공적인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남성용과 여성용 시계 모두에서 우리가 가진 매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시계 제조에서의 정통성을 공고히 했다. 더불어 무엇보다 다양한 노력을 통해 에르메스 부티크 내에서 시계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주요 리테일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에르메스 시계의 전체적인 생산 분야와 유통, 공급망의 통합과 재정비를 진행한 것도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에르메스 워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가치를 우선시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창조에 도전하며, 품질에서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메종에 속해 있다는 것이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 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엄격함과 투명성, 정직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고객들의 바람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향후 신제품 출시를 비롯한 에르메스 워치의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최근 몇 년간의 행보를 통해 에르메스는 시계 제조사로서의 정통성을 인정받았다.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에르메스만의 창의력과 장인정신이 더해진 새로운 영역의 제품들을 선보여 왔다. 앞으로도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기반으로 한 아름다운 제품을 찾는 다양한 컬렉터와 고객들을 위해 에르메스의 정신을 오롯이 담은 특별한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에르메스 시계의 성장성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 우리의 목표는 스위스 시계업계에서 인정받는 주요 제조사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에르메스만의 특색을 명확하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온 것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에르메스 메종 고유의 가치를 보호하고 담아내는 동시에 고품질의 시계를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가는 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앞으로도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들로 고객들을 놀라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202105호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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