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김성일 현대IT&E 대표 

한국 백화점 최초의 무인매장 

올해 초 서울 여의도에 있는 대형 복합시설 ‘파크원’에 매머드급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오픈했다. 규모도 규모지만,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미래형 백화점이란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그 중심에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가 있다.

▎김성일 현대IT&E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빅데이터, 인공지능, 워크스마트 등 리테일 테크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2018년 8월 20일, 현대백화점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약을 맺었다. 주제는 ‘미래형 유통매장 구현을 위한 전략적 협력 협약(Strategic Collaboration Agreement, SCA)’이었다. 그리고 올해 2월 26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에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매장 이름도 백화점 내에서 무인결제 매장이 직접 개발, 운영하는 최초 사례라는 뜻에서 ‘흔치 않은(Uncommon)’이란 영어 표현을 그대로 썼다. 현대백화점그룹의 IT전문 자회사인 현대IT&E와 AWS가 2년 넘게 머리를 맞댄 결과였다.

“현대IT&E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워크스마트,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분야의 신기술 도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국내 최초로 매장용 PDA 단말기를 들여왔고,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을 백화점에 도입했습니다. 언커먼스토어는 백화점과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에 IT 기술을 적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지난 6월 언택트 인터뷰한 김성일(55) 현대IT&E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언커먼스토어는 국내 최초로 AWS 기반의 응용기술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자체 연구한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한 현대백화점의 자동 결제 시스템이 구축된 곳”이라며 “가장 최신의 유통 관련 디지털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미래형 유통매장’이라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어떤 곳일까. 직접 매장을 둘러봤다. 언커먼스토어에 들어선 고객은 현대식품관 앱에 결제수단을 미리 등록하고 QR코드를 스캔해야 입장할 수 있다. 33㎡(약 10평) 규모 공간에 간단한 음료와 과자, 치약 등 200여 개 상품이 진열돼 있다. 원하는 상품을 들고 출구로 나오면 전자 영수증과 결제 알람이 스마트폰에 뜬다. 상품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으면 결제 목록에서 사라진다. 천장에 설치된 AI 카메라 40여 대와 무게감지센서 150여 개가 고객 동선과 상품 이동을 추적하고, 카메라 비전 기술과 무게 변화로 고객 구매 행동을 읽어내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매장이 작다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고객별 구매 패턴과 동선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등 각종 리테일 테크가 집약된 곳임은 분명했다. 김 대표는 “고객이 매장에서 나간 후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프리패스’ 기술도 자체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전 세계에서 백화점이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무인 상용화 매장으로 최초 사례이다”라며 “인공지능 기반의 핵심기술 구현은 물론 AWS 클라우드 내 현대백화점의 워크로드와 애플리케이션의 구축 등에도 자체 기술 확보에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언커먼스토어는 현대백화점그룹 내에서 단순히 무인매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김 대표도 현대백화점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현대백화점그룹 디지털 혁신을 담당하면서 유통·미디어·IT 등 다양한 분야를 한데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언커먼스토어는 현대백화점그룹 전 임직원의 지혜를 모아 디지털 혁신을 이루겠다는 그룹사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언커먼스토어 전경.
유통업계에서 언커먼스토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오해가 있다. 언커먼스토어는 고객에게 리테일테크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접 보고 고르는 오프라인 쇼핑의 즐거움을 잊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다. 온라인처럼 결제는 간편하면서도 직접 고를 수 있는 쇼핑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는 곳. 그 환경이 ‘미래형 유통 매장’이라고 생각한다. 언커먼스토어가 이슈가 된 것도 ‘새로움’과 ‘기존의 것’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과 오프라인 매장의 만남(?), 조화로운 결과다.

기존에도 무인매장을 표방한 곳이 있었다.

그렇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언커먼스토어는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다. 기존 자동결제 매장은 비용 절감과 상품 판매에 방점을 뒀다. 운영 인력을 줄이고, 상품 계산 과정을 고객에게 전가했다. 셀프계산대 같은 식이다. 하지만 언커먼스토어는 오프라인에서 고객이 누릴 수 있는 쇼핑 경험에 중심을 뒀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고 나오면 자동으로 계산되는 곳.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테일테크 개발이 필요했고, 매장 인테리어, 상품, 공간까지 완전히 새로운 생각으로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리테일테크가 적용됐다.

그렇다. 무인결제 매장을 구현하기 위해 클라우드, 머신러닝,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현재 언커먼스토어에 입장하려면 현대식품관 앱에 결제수단을 미리 등록한 뒤 QR코드를 스캔해야 한다. 천장에 설치된 AI 카메라와 매장 내 센서가 고객 동선과 상품 이동을 추적하는 프로세스 하나하나에 고객과 상품의 데이터 값이 읽히고 판단된다.

AWS 클라우드와 전략적으로 손잡은 결과인가.

그렇다. AWS와 손잡기 전부터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생각했다. 온프레미스(Onpremise, 자체 전산 시스템)를 고집하는 제조·관리 전략에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작은 매장에서는 몇 개 장비를 PC에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처리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매장 규모가 커지면 직접 제어해야 하는 디바이스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장비를 일일이 세팅하고 관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단계마다 마이크로시스템으로 분산해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발에 2년 넘게 걸렸다.

AWS와 전략적 협력 협약 체결 이후 2년 남짓 개발 기간이 주어졌다. 촉박했다. 다행히 2019년 AWS 코리아의 ‘프로토타이 핑팀’과 일하면서 내부 기술을 확보해 클라우드로의 전환도 안정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 현대IT&E 내 연구 조직인 리테일테크LAB이 AWS 프로토타이핑팀과 머리를 맞댔다.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어떤 점이 달라졌나.

유연한 확장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매장 내에 카메라나 센서를 추가할 때도 관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 무인매장을 연구할 당시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항상 비용을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AI, 머신러닝 등 핵심 기술 개발 환경을 클라우드로 옮기면서 비용 최적화는 물론 기술 정확도와 확장성도 확보했다.

카메라와 센서 데이터 처리가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각종 AWS 서비스가 작동한다. 현재 언커먼스토어 내에서 고객의 구매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카메라와 센서 데이터의 경우 아마존 키네시스 데이터 스트림이 쓰인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서는 AWS 람다, 아마존 다이나모DB를 활용 중이며, 매장 내 다양한 기기 관리는 AWS 사물인터넷(IoT) 코어, 머신러닝 학습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 처리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그라운드 트루스 등이 적용됐다. 스마트 매장 구현에 필요한 자체 기술을 직접 구축하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됐다.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인상 깊은 점이 있었나.

스마트스토어 구현의 핵심은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구매한 상품이 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 고객이 입장하면 카메라나 IoT 센서가 데이터를 학습해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파악하고, 판단이 끝난 목록을 퇴장 시 결제 정보로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WS IoT Core를 활용해 장치를 제어하고, AWS 클라우드 개발 도구(CDK)로 기능별, 시점별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통합했다. 시뮬레이션용 가상 환경을 구축할 때도 AWS의 수많은 서비스를 활용했다. 클라우드 기반 아키텍처가 가진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무인매장 말고도 활용처가 많을 것 같다.

우리도 고객을 접하는 현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언커먼스토어는 단순한 판매 데이터뿐만 아니라 고객의 행동 데이터, 구매 패턴 등 알 수 있다. 물론 아직 이 데이터들은 언커먼스토어 운영을 정교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언커먼스토어에서 ‘사탕 모양 골프공’ 판매 내용과 시점을 분석해 고객 니즈를 고려해 다양한 종류의 골프공을 발주하는 식이다. 당연히 앞으로 다른 유통 계열사에도 여기서 쌓인 데이터를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동영상 등 움직이는 이미지를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IoT 기술은 매장뿐만 아니라 내부 업무에도 활용해볼 생각이다.

언커먼스토어를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AI 솔루션이 갑자기 사람을 찾지 못하거나, 무게 변화를 잘 못 읽는 등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간담을 서늘케 한 문제들이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20년 여름 직원 대상 연구 매장’을 테스트할 때였다. 이날은 처음으로 백화점 현장 직원에게 테스트 매장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결제를 직접 안 해서 신기하다’, ‘구현되는 게 신기하다’, ‘결제 속도가 빨랐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 직원에게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인정받았던 이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찔했던 기억도 있다. 더현대 서울 매장 인테리어 공사에 시간이 걸리면서 테스트할 시간이 부족했다. 회사 내부에서 오픈을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리테일테크LAB 직원과 철야를 감행하면서 백화점 개점 시기에 맞출 수 있었다.

현재 활용하는 기술 중 주목하는 게 있다면.

얼굴인식 기술이다. 현재 현대백화점 우수회원 전용 라운지에 적용하고 있다. 고객이 쇼핑하고 라운지에 입장할 때 쇼핑백을 들고 있어 단말기에 회원카드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 불편했다. 그래서 라운지 문 가까이에 접근하면 얼굴인식 기술로 고객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을 열게 했다. 고객 반응이 좋아 천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목동점, 더현대 서울 등 매장 곳곳으로 확대 적용 중이다.

앞으로 나타날 미래형 유통매장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을 그리기보다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위치가 바뀔 것이란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현재까지 나온 미래형 유통매장은 수요자인 고객의 니즈보다 공급자인 유통업체의 효율화를 반영해 만들어지는 게 대다수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어떤 불편함도 없이 물건만 들고 나가면 결제까지 끝나는 곳이어야 한다. 매장에서 쌓은 데이터가 공급 최전선까지 이어져 생산부터 최종 수요까지 한눈에 보이는 구조. 언커먼스토어가 그 축약판의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202107호 (2021.06.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