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체화된 인지 오류에 대하여 

 

“사람의 행동 및 결정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촉각이나 후각과 같은 감각 운동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체화된 인지 오류(Embodied Cognition Theory)’라고 부른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2017년 졸업 이후 전혀 다른 업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조언을 받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여전히 나의 큰 자부심이다.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비이성적인 행동들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심리학적 사고방식’이 지금의 스타트업 운영에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총원 50명 정도. 내가 속한 조직은 아직 작지만, 나만의 가설들을 빠르게 A/B 테스팅해볼 수 있는 최적의 샘플이다. 최근에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사람들을 만나 협업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하는 PM(Project Manager)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단호한 제안을 해야 할 때는 단단한 나무 의자가 많은 미팅룸에서 차가운 음료들을 준비하고, 역으로 우리가 유하게 거절해야 할 때는 폭신폭신한 소파가 있는 미팅룸에서 따뜻한 음료들을 준비해보라고.

심리학자 조슈아 애커먼(Joshua Ackerman)과 크리스토퍼 노세라(Christopher Nocera), 존 바그(John Bargh)는 사람들의 행동과 결정은 예기치 않은 여러 요소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촉각적인 자극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한 예로, 실험 참가자 54명에게 여러 사람의 이력서를 주고 평가하도록 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무거운 클립보드에 끼워져 있는 이력서의 지원자를 진지하고 ‘무겁게’ 평가했고, 가벼운 클립보드에 있는 이력서의 지원자는 덜 진지하고 ‘가볍게’ 평가했다. 그들이 느낀 클립보드의 무게감이 이력서의 중요도와 지원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다른 실험에 따르면, 자동차를 사는 데 돈을 얼마나 지불할지 알아볼 때도 앉는 의자의 종류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흥정하는 사람은 부드러운 쿠션에 앉은 사람보다 무려 39%나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딱딱한’ 의자가 ‘견고하다’, ‘단단하다’, ‘안정적이다’라는 감정을 불러일으켜 협상에서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체화된 인지 오류 관점에서 따뜻한 커피는 따뜻한 마음을, 가벼운 서류철은 가볍다는 인상을, 딱딱한 의자는 상대방을 대할 때 딱딱한 태도를 무의식중에 불러일으킨다.


조직의 PM들은 여러 업무를 맡아 다양한 사람과 마주해야 한다. 특히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대방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체화된 인지 오류는 이런 순간에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섬세한 위트이다. 역으로 상대방을 대할 때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혹시 자신이 이에 속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 여인택 피치스그룹코리아 대표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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