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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40) 윤소연·김준영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 

완벽한 준비란 없다 

노유선 기자
아파트멘터리는 레몬마켓이라 불리는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에 ‘투명한 혁신’을 기치로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가격정찰제와 표준견적시스템, 실시간 소통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불투명한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이다. 아파트멘터리는 리모델링 서비스에 이어 소가구, 침구, 타월 등 PB 제품과 홈스타일링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안정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으로 손꼽히는 아파트멘터리의 윤소연·김준영 공동대표를 만났다.

▎윤소연 대표와 김준영 대표는 2005년 대학생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인연을 이어오던 그들은 2017년 아파트멘터리를 이끄는 두 수장으로 의기투합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상담을 받다 보면 소비자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알아듣기 힘든 전문용어에 말문이 막히고 모두 현금으로 결제하면 계약금을 낮춰준다는 유혹에 귀가 솔깃하다. 평소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 습관도 인테리어 업체 앞에서는 기를 못 쓴다. 7년 전 소비자의 이러한 애로 사항에 주목해 그들의 편에 서겠다며 시작한 스타트업이 있다.

인테리어 서비스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Apartmentary)는 불투명한 인테리어 시장에 가격정찰제를 도입하고 상담부터 A/S에 이르는 전 과정에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업계에 혁신을 불러왔다. 2016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아파트멘터리의 누적 시공 건수는 어느덧 1000건을 돌파했고 누적 매출액도 430억원을 넘어섰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대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에서 나아가 PB(자체 브랜드) 제품과 홈스타일링 분야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의 흥망성쇠 속에서 아파트멘터리의 성장세는 안정적이라는 평이다.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90%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시리즈 C 투자 유치로 누적 투자액 580억원을 달성했다. 아파트멘터리는 지상파 방송사 편성 PD 출신인 윤소연(39) 대표와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 김준영(37)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두 공동대표에게 국내 인테리어 시장에서 아파트멘터리의 역할과 향후 성장 전략 등에 대해 물었다.

블로그 연재가 불러온 파장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윤소연·김준영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가 아파트멘터리 성장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카탈로그에 ‘Space betters life’라고 적혀 있다. 회사의 정체성이라 볼 수 있나.

윤소연(이하 윤): ‘공간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뜻이다. 아파트멘터리를 표현하는 문장으로 이것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아파트멘터리는 고객 중심의 인테리어 리모델링 서비스를 표준화해 투명하게 제공하는 업체다. 고객의 삶이 더 편리하고 아름다워지는 것이 회사의 미션이다. 이는 사명에도 녹아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아파트와 다큐멘터리를 합친 말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자기다운 삶을 영위하자는 뜻이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는 획일화돼 있지 않나. 천편일률적인 공간이라도 어떠한 삶을 사느냐에 따라 개개인의 인생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아파트멘터리는 기존 업체와 어떻게 다른가.

김준영(이하 김): 인테리어 시장은 레몬마켓이다. 제품 정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속아서 살까 봐 싼값만 지불하려고 해 저급하고 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뜻한다. 인테리어 서비스는 상담, 견적, 계약, 실측, 시공·완공, 사후관리 등 다양한 활동을 포괄한다. 하지만 기존 시장에는 단계별 서비스 체계가 없다 보니 거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은 업계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 사후관리는 당연히 어렵다. 아파트멘터리는 낙후된 인테리어 시장에서 정보 불균형으로 고통받는 고객에게 ‘예측 가능한 여정’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낙후됐나.

김: 비용이 1500만원 이상 드는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하려는 업체는 반드시 실내건축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 발급된 면허 수는 7000여 개뿐이다. 국내 인테리어 업체 수가 4만~5만여 곳임을 고려하면, 그만큼 불법 공사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업체와 고객 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계약서가 유효하지 않아 고객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업체가 시공자에게 대금을 제때 정산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처음 이 업계에 들어왔을 때 평소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이 이곳에선 당연하지 않아서 놀랐다.

창업 당시엔 윤소연 단독대표 체제였다. 창업 계기가 있다면.

윤: PD 9년 차였던 2015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구한 신혼집에 평소 원하던 디자인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다. 예산은 3000만원인데 견적가는 1억원이었다. 결국 셀프 리모델링을 시도했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비전문가가 도배업자, 타일시공업자 등을 일일이 섭외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지난한 과정을 개인 블로그에 기록했는데 예상치 않게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일순간 파워블로거가 됐고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했다. 그 결과물이 『인테리어 원 북』이다.

이후 우연치 않게 이 책을 본 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창업을 권유했다. 10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PD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다. 창업도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닌가. 둘이 유사하다는 생각에 비교적 수월하게 창업에 도전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후회한다면 그건 실패라고 규정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후회한 적은 없다. 어차피 제대로 준비된 시작이란 건 없다고 본다. 새로운 도전에 임한다면 실패할지라도 빠르게 무언가를 시도하면서 시장을 파악하고 고객의 니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준영 대표는 2017년에 합류했다. 글로벌 IB에서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고 들었다.

김: 2017년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모이는 행사에서 윤 대표를 우연히 만났다. 윤 대표는 대학생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당시 아파트멘터리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담당자가 필요하던 때였다. 원래 창업에 생각이 열려 있던 터라 윤 대표의 합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물론 업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있었다. 인테리어 시장은 사이즈에 비해 고객 서비스가 낙후돼 있다. 제각각인 서비스를 표준화해서 스케일업하면 가치 있고 유의미한 회사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자문, 투자 쪽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적응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직접 현장에 나가 일을 배웠다.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김: 리모델링 서비스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5년 이상 구축 아파트 대상과 5년 미만 신축 아파트 대상, 주방 단독 리모델링 등이다. 구축 아파트의 경우 도배, 바닥, 필름, 타일, 조명 등 5가지를 기본 공정으로 보고 서비스를 기획했다. 15~20개에 달하는 공정 중 필수적인 것만 골랐다. 여기에 표준견적시스템과 마이피치앱, A케어센터 등으로 서비스 과정을 고객이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다.

표준견적시스템은 누적된 시공·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정찰제를 마련해 평형대별 동일한 금액을 제시한다. 고객의 불안과 불만을 동시에 낮추는 효과가 있다. 소통 애플리케이션인 마이피치앱은 상담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고객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담당 매니저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견적서와 계약서, 동의서, 마감서 등 난해한 문서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A/S센터인 A케어센터는 완공 후 1년까지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전담 부서다.

트렌드 연구? 고객 학습이 먼저다

타깃층이 미들노트(Middle Note) 세대라고 들었다.

윤: 향수의 발향 단계에 주목했다. 톱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로 나눌 때 미들노트가 향수 본연의 향이라고 하지 않나. 아파트멘터리의 핵심 고객층과 결이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아파트멘터리 고객들은 자신의 삶에 관심이 많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한다. 특히 오늘날 3040세대가 이러한 성향을 보인다. 아파트라는 평범한 공간에서 자신만의 빛나는 취향과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IT기기에 익숙한 3040세대가 아파트의 주된 구입층으로 떠오르면서 인테리어 시장 전체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김: 올해는 최소 10조원 초반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약 49조3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인테리어 리모델링에 필요한 시공과 가구, 소품 등을 모두 포함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시장 규모다. 이 중 3분의 2가량이 리모델링 시장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홈퍼니싱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멘터리는 리모델링 시장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라 보고 올해 시장 규모를 10조원 초반에서 15조원 사이로 잡았다.

지난해 45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어떻게 쓸 계획인가.

김: 아파트멘터리 서비스는 온오프라인을 오가다 보니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거점을 확대해나가고 디지털 부문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업계에서 20~30년가량 탄탄하게 운영돼온 개인사업체를 인수해서 시장 파이를 키우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윤: 외부 투자로 사업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 아파트멘터리 사상 첫 투자를 단행했다. 홈스타일링 전문 플랫폼 ‘홈리에종’이란 곳으로, 고객이 원하는 홈스타일에 맞는 디자이너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아파트멘터리는 이곳을 비롯한 리빙 파트너사 100곳과 함께 홈스타일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PB)를 내놓은 이유와 고객 반응은.

윤: PB는 고객 니즈의 관점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기획이었다. 리모델링 시공 결과가 좋아도 어떤 물건이 배치되느냐에 따라 인테리어 만족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아파트멘터리의 정체성을 담은 제품을 고객에게 제안하고 싶었다. 인간에게 건강한 영향을 미치고 유쾌한 경험을 주는 제품을 물색해 10개 정도의 브랜드를 마련했다. 소가구 브랜드 ‘리튼’, 타월 브랜드 ‘그란’, 리넨 패브릭 브랜드 ‘란카’, 호텔 베딩 브랜드 ‘아우로이’ 등이다. 아직은 인테리어 매출 비중이 월등히 크지만 PB 부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비결이 뭔가.

윤: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최고점을 준 고객의 비중이 59.5%다.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기획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기획하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점을 찾아나섰다. 대부분의 기업은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며, 고객이 생각하는 디자인 트렌드는 논외로 한다. 오히려 해외 박람회에서 나온 트렌드를 국내 고객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자인은 고객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파트멘터리는 디자인에 대한 고객의 생각을 서비스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제품·서비스를 기획할 때 고객 스터디부터 시작한다. 요즘 고객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그동안 어떤 스타일을 선호해왔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핀다. 요즘 트렌드를 보면 내추럴, 뉴트럴한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화려하거나 튀는 것보다 은은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특히 자연에서 유래한 컬러감을 많이 찾는 편이다.

빠른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윤: 빠른 실패가 빠른 성공을 낳는다. 한참 동안 기획서를 쓰기보다 일단 실패를 가정한 상태에서 테스트를 해보고,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시도해 성공을 얻는다. 아파트멘터리 구성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일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 3개를 출시해야 할 때 사전 작업에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최종 후보 10개를 선정한 뒤 이들 모두 MOQ(minimum order quantity·최소발주수량)로 출시한다. 이후 가장 많은 고객이 선택한 톱 3 디자인은 정규 제품으로 출시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7개 디자인은 실패일까. 이제부터는 이들이 왜 고객에게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 학습하면서 고객의 선호 데이터를 쌓으면 된다. 빠르게 도전하고 빠르게 학습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급변하는 인구구성에는 어떻게 대응할 건가.

윤: 사회 변화에 맞춰 신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과거엔 자녀방 꾸미기에 집중했다면 요즘은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방 하나를 따로 마련해 인테리어를 하곤 한다. 맞벌이 가구뿐 아니라 1인가구도 늘어나는 추세고 반려동물을 위한 인테리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고객의 수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한 노부부가 아파트멘터리에 견적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종 달성 목표는.

김: 인테리어 업계에서 리더십이 탁월한 회사를 꿈꾼다. 시공자를 비롯한 업계 종사자 모두가 직업의식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 아파트멘터리를 그런 사람들이 모인 회사로 만들고 싶다. 고객 서비스의 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윤: 스타트업이 선보인 수많은 브랜드가 ‘반짝’하다가 사라지곤 한다. 아파트멘터리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로서 고객에게 계속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가령 자녀가 있다면 아이가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찾는 브랜드, 다시 말해 연령층에 구애받지 않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예비 창업가에게 조언을 남긴다면

윤: 1~2년 차 때는 정답이랄 게 없으니 자신의 감을 확신하면 좋겠다. 자신의 뜻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 아파트멘터리 창업 초반을 돌이켜보면 무의미한 시간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스스로를 저평가하거나 더 이상적인 방법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던 기억이 난다. 더 나은 방법을 찾고자 헤맸던 일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창업은 축구와 비슷하다. 축구에 정도는 없지 않나. 일단 골을 한 번이라도 넣을 때까지 자기 스타일대로 골대를 향해 나가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리=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302호 (202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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