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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45) |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 

심리 치유와 성장 돕는 IT 솔루션 

노유선 기자
2016년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로 시작한 마인드카페는 3년 후 상담 중개 유료 플랫폼 기능을 더했다. 유료화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꾸준히 늘어 현재 실사용자는 200만 명에 달한다.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디지털 멘털케어 스타트업 ‘아토머스’는 2020년 오프라인 대면 상담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이제는 웰니스에 메디컬을 결합한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는 “마음이 다친 사람들이 괜찮아질 때까지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2021년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국내 환자 수는 약 405만 명. 이 중 우울증·불안장애 환자는 약 173만 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종합하면 2019년 약 151만 명이었던 우울증·불안장애 환자는 2년 새 14.2% 증가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의원 수도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정신과 의원은 1540곳으로, 2013년 781곳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2015년 설립된 디지털 멘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토머스(ATOMMERCE)’도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아토머스는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와 심리 상담·코칭 중개 서비스, 심리검사 등을 제공하는 심리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운영한다. 올 상반기 기준 실사용자는 200만 명. 2016년 익명 커뮤니티로 출발해 2019년 유료 플랫폼으로 전환했지만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마인드카페의 익명 커뮤니티 기능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탈출구다. 자신의 심리적 고민을 남긴 사용자는 누군가의 공감으로 위로를 받고 전문가의 조언으로 삶에 대한 용기를 얻는다. 마인드카페의 비대면 상담·코칭 중개 서비스는 이들을 회복의 길로 이끌었다. 하지만 김규태(33) 대표는 비대면 상담에 한계를 느끼고 2020년 대면 상담이 가능한 ‘마인드카페 심리상담센터’ 분당점을 열었다. 현재 전국에 직영 센터는 총 7개이며 협약 센터는 700개 이상이다. 지난해 말 마인드카페는 일본에도 진출했으며 지난 4월에는 명상 앱 ‘코끼리’ 운영사인 마음수업을 인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국제학을 공부한 김 대표는 유학 시절 멘털케어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몸소 겪으며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지난 8월 16일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서울 강남 아토머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디지털 멘털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아토머스의 전략과 비전을 물었다.

근거 기반의 과학적 치료 콘텐트


먼저 창업 동기를 듣고 싶다

우울감, 답답함, 외로움 등 부정적 감정은 감기처럼 지나가기도 하지만 마음에 얼룩을 남기거나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IT(정보기술)를 이용해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의 회복과 성장을 돕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시장의 페인포인트는 무엇이었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마음이 약해지면 점술과 같은 비과학적 방법으로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IT를 활용해 심리상담 접근성을 높여 과학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싶었다. 멘털케어 시장 역시 디지털화 속도가 더뎌 페인포인트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 두 곳에서 불필요하게 중복된 심리검사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IT를 도입하면 주치의와 상담사가 진료·상담 기록과 약 처방 내역을 공유해 효율적으로 협진하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상담·코칭 중개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정신과에 다녀도 약물만 처방해주는 경우가 많아 상담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니즈는 해소되지 못했다. 상담은 크게 1대1 상담과 그룹 상담으로 나뉜다. 마인드카페는 사용자와 공인 자격 상담사를 연결해준다. 이에 앞서 아토머스는 플랫폼에 소속된 공인 자격 상담사를 매우 깐깐하게 선발한다. 대학원에서 심리상담 관련 석사 과정을 마치고 업계에서 공신력 있는 학회에서 3년간 수련 후 공인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이에 더해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만 마인드카페에서 활동할 수 있다.

코칭은 상담과 어떻게 다른가.

상담과 코칭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마인드카페는 치유를 돕는 상담과 성장을 돕는 코칭을 병행한다. 상담은 심리 상태가 바닥까지 무너졌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정신건강은 회복 후 유지가 특히 중요하다. 심리 상태가 보통 수준으로 돌아왔다면 이제는 조금이라도 플러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코칭은 심리 상태를 평온하게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정신적 성장도 책임지는 것을 뜻한다.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노멀(normal)인 사람을 슈퍼노멀(super normal)로 만든다고 할 수 있다.

B2C에 국한된 서비스인가.

그렇지 않다. 마인드카페는 개인과 기업, 기관을 아우른다. B2B(기업 간 거래)의 경우 ‘근로자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EAP)’이 활성화되면서 근로자의 정신 건강을 중요시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근로자의 정신 건강이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마인드카페는 근로자 상담 후 개개인의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통계분석 리포트를 만들어 조직 심리 솔루션이나 인사 교육 시스템, 기업 그룹 상담 등을 제안한다.

웰니스와 메디컬의 결합

보안 이슈 등 고객사의 두려움은 없나.

아토머스는 내담자 개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익명성을 보장한다. 계정과 데이터를 각각 분리해서 암호화 처리하며 회원가입 시 성별,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을 일체 받지 않는다. 현재 고객사로는 삼성전자, HD현대, 무신사, SK하이닉스, 토스, LG화학, 네이버 등이 있다.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로도 확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소방청,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마인드카페의 솔루션을 활용한다. 특히 소방청의 경우, 마인드카페의 멘털케어 시스템만 디지털 툴로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소방청 소속 심리 전문가들이 마인드카페 툴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클 것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감성적 결핍이 있고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누구나 우울하면 타인에게 위로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감정은 단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멘털케어 시장의 수요는 코로나가 종식됐어도, 시대가 달라져도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아토머스의 누적 투자유치액 370억원이 그 증거다. 삼성넥스트, 롯데헬스케어, 포스코, GC녹십자 등이 아토머스 투자를 결정한 건 멘털케어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현재 마인드카페 사용자 중 20~39세 여성이 전체 7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모바일기기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도 잠재 수요로 자리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웰다잉을 돕는 콘텐트를 개발할 방침이다.

대면 상담을 위한 오프라인 센터를 연 이유는.

비대면 상담은 대면 상담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심리상담에서 눈빛이나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은 상담 집중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마인드카페는 두 가지를 연계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비대면 상담은 출장, 여행 등 이유로 해외에 나갈 경우 대면 상담을 보완해주는 측면이 있다. 대면과 비대면이 통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가겠다.

명상 앱 ‘코끼리’를 인수한 이유는.

코끼리는 가입자 45만 명을 확보한 명상 애플리케이션이다. 마인드카페 사용자에게 정신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고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강화하고자 인수를 결정했다. 코끼리에는 셀프 멘털케어용 오디오 콘텐트 1500개가 마련돼 있다. 사용자 취향에 맞게 다양한 콘텐트를 큐레이션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숙면을 돕는 심신 안정·이완 솔루션도 있어 연간 콘텐트 청취 횟수가 400만 건에 달한다. 현재 아토머스는 코끼리의 명상 콘텐트와 맞춤형 심리치료를 결합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아토머스의 단기 목표는.

예약 기능과 데이터분석 툴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상담·진료 예약 시 자신에게 맞는 전문가를 예약하는 기능과 예약 없이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 상담 데이터를 즉각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상담사가 더 효율적으로 상담 답변을 작성할 수 있도록 보조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상담 데이터를 감정어(긍정어 또는 부정어) 분석 툴로 가공해 심리 상태를 시각화하는 데 전념하는 중이다. 한편 아토머스는 이미 기존 멘털케어 업체 중 디지털화가 더딘 곳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SaaS)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솔루션을 고도화해 해외에도 공급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키워나가겠다.

장기적으로 웰니스와 메디컬을 결합한다고 들었다.

그동안 마인드카페 플랫폼이 심리상담사의 비대면·대면 상담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정신과 전문의도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웰니스(wellness)에 메디컬(medical)이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 비대면과 대면의 융합, 심리상담과 정신과 치료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울증과 불안장애에서 더 나아가 아동 발달 치료와 고령층 경도인지장애 등 확장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지금껏 심리상담 대중화에 기여해온 마인드카페는 고도의 서비스 전문성을 바탕으로 메디컬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디지털치료제’도 메디컬 사업의 일환인가.

그렇다.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디지털치료제는 AI 챗봇 기반의 우울증 치료제다. 현재 개발을 마치고 서울대학교병원, 을지대학교의료원과 함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치료제는 심리검사와 CBT(인지행동치료) 룰 기반 챗봇으로 구성된다. 챗봇은 그동안 축적된 상담 빅데이터를 딥러닝했기 때문에 사람과 정서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향후 우울증 환자가 디지털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개별 데이터가 누적돼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AI가 전문가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영혼을 가진 인간의 인문학적 통찰과 디테일한 분석을 AI가 온전하게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I는 전문가의 보조도구로서 활용될 것이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202309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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